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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건 님의 서재입니다.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sunggun
작품등록일 :
2019.04.01 23:38
최근연재일 :
2019.05.07 19:13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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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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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2장 세이럼 - 17

DUMMY

“태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그럼 저는 이만!”


활기차게 대답하고는 도로 마차를 타고 서부사령본부를 빠져나가는 중사의 뒷모습을 보며, 아렐은 등을 돌려 건물로 향했다. 마차에서 내린 카누는 마중나와있던 군인의 안내를 받아 먼저 어디론가 사라졌고, 마중나온 군인은 카누와 함께 내린 아렐을 보며 적잖이 놀랐던 것 같지만 아렐은 그다지 신경쓰지않았다.


예전 세이렌이 왕국이었을 당시, 내전으로인해 폭발해 산산조각이 났던 육군총사령부의 건물이 있던 부지를 그대로 이용해 새로히 건설한 것이 바로 이 서부사령본부였다. 본래 한 국가의 최고사령부가 있던 장소인만큼 제도에 있는 제국군본청보다도 부지가 넓었지만, 아무리그래도 본청보다 크게 건물을 지을 수는 없었던터라 건물의 크기보다는 훈련시설과 연구시설로 부지의 대부분을 때웠다고 들었었다.

마차를 타고오면서도 이곳이 과거라는 사실을 재인식할만한 것들이 많이 보였지만, 그가 살던 시기와 비교해 명백하게 깔끔한 분위기를 풍기는 본부건물을 보면서 다시한번 이곳이 3년도의 림제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장교들의 집무실을 비롯해 각종 시설들이 있고, 시민들의 미원접수까지 담당하는 본관. 서부제국군 사령관을 비롯한 상급장교들의 집무실과 기밀보관고가 있는 별관. 군속연구원들이 있는 연구관. 등으로 나뉘어져있다는 것을 떠올리며 곧장 본관을 향한 아렐은, 우선 최대한 사람들의 눈에 띄지않도록 후문을 이용해 안으로 들어갔다.

용린갑을 벗고 들어갈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정보를 얻기위해서 여러 군인들과 접촉해야하는데 제복은 당연히 없었고, 용린갑에 달린 계급장이외에 별다른 신분증명서가 없다는 점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물론 군속증명서는 따로 가지고있었지만, 65년이 되자마자 새로 갱신받은 증명서를 내밀어도 수상하게 여겨질뿐일 것이다.


본관내부에 들어서서 대충 구조를 둘러보고 안내도도 훓어보았지만, 다행히 그가 예전 서부사령본부를 방문했었을때와 비교해도 큰 틀은 바뀌지않은듯했다. 안심하며 기억을 되집어서 곧장 2층으로 올라갔고, 시민들의 입장을 제한하는 문구가 적힌 쌍여닫이문을 천천히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안쪽으로 보이는 긴 복도의 중간쯤에 바리케이드가 단단히 쳐져있었고, 그 앞에 1층과 비슷한 데스크가 있었으며, 두 명의 군인이 지키고있었다. 잡담을 나누고있었는지 서로 마주보면서 대화하다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를 발견하고는 대화를 멈추었다. 그러더니 곧바로 차렷 자세를 취하고는 경직된채로 침묵이 흘렀다.

복도에서 뜬금없이 흐르기 시작한 긴장감에 당황하면서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검문소로 걸어가자, 두 명의 군인이 호흡을 맞춰 척소리가 날만큼 반듯하게 거수경례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대위님! 서부사령본부에 무슨 일이십니까!”


외부에서 방문하는 장교들은 본관 1층에 설치된 데스크에 방문자접수를 하지않고, 곧장 이곳으로 와서 방문접수를 한다는 상식이 과거에서도 여전한듯했기에 아렐은 안심했고, 경례를 돌려주며 용건을 전했다.


“아렐 2경대위입니다. 치안유지대의 3과 과장님을 만나고싶습니다만··· 아, 약속은 잡지 않았습니다.”

“게를틴 과장님께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약속이 없으시다면 힘들 수도 있습니다.”

“상관없습니다. 그렇다면 약속을 잡고 다른 날 다시 방문하도록 하죠.”

“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상대와 만날 수도 없다는 말을 하는 이 병사는 마치 자기 일인 것마냥 미안한 표정을 지어가며 말해주었다.

아렐은 일부를 제외하면 과거의 제국군에 어떠한 인물들이 있는지 전혀 몰랐기에, 예전에 서부사령본부를 방문했었을 당시에 만난적이 있던 치안유지대 간부의 직위를 불렀다.

그때 3과를 비롯한 치안유지대가 과거에도 있었다라는 말을 들었었고, 또 치안유지대라면 거리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자세할 것이라는 노림수였다. 그렇다고는 하나, 3과 과장의 이름을 들은 시점에서 혹시라도 이 위병이 함정을 파놓았다면 아렐은 곧장 수사대앞으로 끌려갔겠지만, 다행히도 아무런 문제없이 절차를 진행시킬 수 있었다.


데스크안쪽에 놓인 서류에 무언가 기입하더니 그 옆에 있던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리는 위병을 보던 아렐은, 자신을 향해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또 한명의 위병쪽을 마지못해 쳐다보았다.


“저기··· 저에게 용건이라도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그저··· 제가 공수부대에 계신분을 이리 가까이서 본 적이 처음인지라···”


부끄러운듯이 머리를 긁적거리는 그를 보며, 대충 상황을 납득했다.

그야 그럴법도 했다.


아렐이 살고있던 시대야 공수부대뿐만이 아닌 자신들 666독립대대라던가, 그 외의 여러 특수부대들도 용린갑을 지급받고 있으며,

제2군의 특급수사관들, 그리고 소방청의 특수진압대도 용린갑의 착용이 허가되고있다.

하지만 60년보다 더 전이라면, 용린갑을 입고있는 군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공수부대를 가리키는 상징이었기에 그들이 착각하는것도 당연했다.

그런데다가 아직 통일전쟁이 끝난지 그리 오랜시간이 지난것도 아니었으니··· 통일전쟁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했던 공수부대원들이 존경이나 선망의 대상이 될법도 했다.


아렐은 오로지 마족만을 처리하기위해 존재하는 666독립대대이고, 굳이 말하자면 공수부대가 아니라 특전부대에 가까운 성격을 띄고 있었기때문에 그들의 착각이 영 익숙해지지않았다. 때문에 금방이라도 말실수를 할 것만 같아서 최대한 말을 아끼고 무게감을 잡아가며 진지하게 서있었다.


‘후··· 용건을 마치면 최대한 빨리 나가야겠네···”


용린갑안쪽에서 흐르는 식은땀이 몇번이고 말라가는 것을 느끼며, 초조하게 기다리기 시작한지 몇 분. 수화기에대고 이런저런 말을 생각보다 길게한 위병이 마침내 수화기를 내려놓고 아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무래도 지금 손님이 와 계신것 같습니다. 내일 오전 10시라면 시간을 내실 수 있다고 하시니, 그때로 약속을 잡아놓을까요?”

“예, 부탁합니다.”


용린갑의 위광이 통한 것일까. 비록 오늘은 안됐지만, 다음날 곧장 약속을 잡을 수 있다는 말에 살짝 감탄하면서 부탁했다. 이에 수긍한 위병이 다시 수화기를 들었는데, 얼마 걸리지도 않아서 다시 수화기를 내려놓은 위병이 자못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손님께서 예정보다 일찍 돌아가신탓에, 대위님께서 지금이라도 상관없다면 바로 오셔도 괜찮다고 하시는군요.”

“정말입니까?”

“네··· 음, 게를틴과장님의 집무실은 503호입니다. 원래라면 무기는 빼두셔야 합니다만··· 용린갑을 입고계신 경우에는 특례가 인정되기때문에 그냥 들어가셔도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한번 경례를 한 아렐은 신묘한 표정을 지으며 검색대를 통과했다. 살짝은 기대했지만, 설마 대령급 고위장교를 약속도 없이 당일에 면담할 수 있게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지금 제국군들의 태도를 통해 통일전쟁에 있어서 공수부대원들의 활약이 압도적으로 추앙받을만한 정도였다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어쨋던 결과적으로 무사히 제국군내부로 들어온 아렐은, 위병들 외에는 단 한사람도 마주치지않은채 503호실 앞에 도착할 수 있었고, 얼굴에 긴장이 드러나지않도록 조심하며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문이 부드럽고 가볍게 열리는 탓에 무심코 활짝 열어버린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하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집무실의 정석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만큼 필요한 물건들만 적절하게 배치된 방을 재빠르게 둘러보고,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했다. 손님이 금방 나갔다고 했음에도 빈시간을 낭비하고싶지않았는지 그새 서류를 보고있던 게를틴 과장은, 방문을 꽉채울듯이 들어오는 갑작스런 손님을 보고 미소지었다.


“아를 2경대위입니다. 오늘은 갑작스러운 제 방문요청에 응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게를틴 트라우츠 대령입니다. 부디 신경쓰지말고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감사합니다.”


서로 경례와 간단한 자기소개를 나눈뒤, 대령이 권해준 의자에 앉았다. 마주보는 형태로 앉게된 두사람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대령은 그 짧은 시간에도 아렐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있었다.


“그래서··· 공수부대에 있는 분께서 오늘은 무슨 용건으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죄송합니다만, 그전에 정정하나 하겠습니다. 저는 공수부대원이 아닙니다. 아직 본청에서도 규제가 걸려있는 건이지만, 저는 특전부대원입니다.”

“호오··· 뭔가 새로운 움직임이 있는 모양이군요. 그런 것치고는 꽤나 당당하게 용린갑을 입고계신것 같은데··· 괜찮습니까?”


눈을 묘하게 번뜩이며 아렐을 쳐다보는 대령의 눈길에, 그는 무심코 침을 삼킬뻔했다. 하지만 이미 예상했던 질문이었기에 최대한 냉정하고 침착하게 답했다.


“문제없습니다. 보통의 경우, 공수부대원으로 착각되기에 이번 처럼 제가 먼저 밝히지않는 이상은 괜찮습니다.”

“하하, 그것도 그렇겠군요. 실제로 저도 공수부대라고 철썩같이 믿고있었으니··· 그렇다면 저에게 밝힌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 임무와 관련이 있기때문입니다. 아직 정식명칭이 없기에 자칭할 수는 없습니다만, 저희 부대는 마족을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섬멸할 목적을 가진 부대입니다. 이번에는 훈련을 위해 세이렌인근에서 체류하고있었는데, 어제 있었던 4급마족출현과 관련해서 저희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겠다고 판단하여 부디 협력을 부탁하고자 방문한 것입니다.”

“그런가요··· 마족이라··· 어제 사태와 관련한 정보를 원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시종일관 미소를 유지한채 오묘한 시선을 보내오는 대령의 눈길을 견뎌가며 용건을 전하자, 대령은 수긍이 간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질문하지는 않은채 고개를 살짝내리고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듯 보였다.


“협력하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이 자료가 제국을 위해서라면 저희쪽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만···”

“다만···?”

“사태가 조금 이질적입니다. 4급 바람마족이 분명 성가시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시민들의 피해는 전혀없었고, 저희도 큰 손상없이 재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지요.”

“역시 대단하군요. 서부제국군의 활약은 익히들었습니다만, 다시한번 감탄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음··· 행동가능한 1군병력이 충분했고, 마침 세이렌에 파견중이었던 기공대대의 도움을 받은 덕도 있습니다. 하지만··· 살짝 이질적인 존재가 있었지요.”

“4급마족을 피해없이 섬멸하기위함이라면 분명히 타당한 병력이군요. 그런데 이질적인 존재라는건 도대체···?”


아렐은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불안감에 돌연, 대령의 다음 말을 듣는게 두려워졌다. 그러나 그 다음 한마디에서, 모든 것이 올바르게 연결될 가능성이 보였기에 그는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고 질문했다.

목장에서 메아윌의 안전을 확보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후로, 중사와 대화를 했을때나, 검문소에서 위병과 만났을때나, 그리고 지금 대령과 얘기를 하는 도중에도 그만 자리를 박차 당장이라도 메아윌을 찾으러 돌아다니고싶은 마음이 계속해서 뇌속을 맴돌고있었다.

하지만 무턱대고 돌아다녀봤자 메아윌을 쉽게 찾을 수 있을리 없었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겨우 버티고앉아, 익숙하지않은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아군을 속여왔다. 그리고 그 짧지만 강렬했던 행동들로 인해 드디어 실마리가 보이려하는 마당에,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여성이 있었습니다. 후에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기로는 처음 마족이 나타났을때, 함께 돌연히 나타났다고 하는데··· 그 여성이 저희들로는 인지할 수 없는 힘을 사용해 마족을 억누르는 듯 하더군요. 그 덕에 우리들은 생각보다 쉽게 마족을 섬멸할 수 있었습니다만···”

“여성이··· 말입니까.”


역시나···

아렐이 예상한대로였다.


“시민권을 가지고있지도않았고, 마족과 함께 나타났다는 증언도 있었고··· 무엇보다 정체불명의 힘을 사용하는 인간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지요. 일단 구속을 하긴했지만, 어떻게해야할지 곤란한 상황입니다··· 일단 본청에 연락을 보내기는했는데 아직 대답도 없는 상황이지요.”


그뒤로도 이어진 대령의 설명은 나름 상세했다. 아무리 용린갑을 입고있다고는 하나, 제입으로 공수부대가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고, 군속신분증도 가지고있지않은 사람을 향해 나불나불 얘기할 수준의 대화가 아닌 것을 분명했다. 때문에 아렐도 이 사실에 눈치채고 대령의 꿍꿍이를 의심했어야했지만, 그는 대령의 말에 기계적으로 대답하면서 장고에 들어가기 일보직전이었기에 눈치채지못했다.

그런 아렐을 쳐다보는 대령의 모습역시 수상쩍었지만, 그 이상 어떤 말을 하지는 않은채 면담시간은 끝이나고, 후에도 요청이 있다면 얼마든지 협력하겠다는 말과 함께 아렐을 배웅했다.


복도로 나온 아렐은 계속해서 궁리했다.

아직 확실한 건 어느 하나 없다.

세이렌의 중심지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4급 바람마족이 아렐이 생각하는 그 마족이 아닐 수도 있었고, 그것과 함께 나타났다고 하는 여성이 메아윌이 아닐수도 있으며, 정체불명의 힘이 마법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 여성을 합법적으로 빠르게 데리고나올 방법이 마땅치않은 상황에서, 메아윌이라고 단정지은채 구속으로부터 도망치게하고, 제국군을 적으로 돌리겠다는 생각은 너무나도 무모했다.

실제로 제국군은 딱히 그녀에게 심한 처우를 하고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으며, 아직 본청에서도 그녀를 데리고갈 생각은 없는듯 보였다. 때문에 석방되기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조금더 작전을 철저하게 짠다음에 그녀를 데리고나와도 괜찮겠지만··· 대령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걸렸던 아렐은 도저히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마족과 대항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상처를 입은듯 해서 치료해줄 생각이었습니다만, 어째선지 치료도 거부하고, 아무말도 하지않은채 가만히 있는상태라··· 솔직히 우리도 곤란한 상황입니다.’


그래, 자신의 희망적인 생각일게 뻔했다. 메아윌이라고 생각되는 그 여성은 그런 목적에서 접근을 거부하고 있는게 아닐지도 모르지···

하지만··· 어쩌면 메아윌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무엇을 노리고, 아렐에게 무엇을 바라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째선지 그는 그렇게 느꼈다.

비록 그렇지 않더라도, 그 자신이 조금이라도 그렇게 느꼈다면. 무모하더라도, 그녀를 구출해내야 되지않겠는가.


예전 동료들이 들었다면 코로 웃어넘기면서 뜯어말렸을 그의 사고와 행동을, 지금은 어느 누구도 막지못했다.








“그래··· 자네가 보기엔 어떻지?”


아렐이 방을 나가고, 게를틴대령만이 혼자남은 집무실안.

대령은 매우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집무실의 옆에 나있던 문이 열리고, 아렐과 비슷할 정도로 거구인 남성이 들어왔다. 제복을 이리저리 풀어헤친채 집무실로 들어와 대령의 맞은편에 편하게 걸터앉는 그 남성은, 대령이 질문에 잠시 턱을 괴며 고민하다가 답했다.


“글쎄, 딱히 문제없지 않을까? 하는 말이 온통 거짓말투성이인건 확실하지만, 그가 제국군인건 분명하니까.”

“정말로?”

“물론이지. 내가 입는 용린갑하고는 아주 쬐~끔 모양이 다르긴 하지만, 저건 분명히 진짜배기 용린갑이야. 풋내기가 겉모습만 그럴듯하게해서 만들어낸 모조품과는 다른, 진품이지. 어쩌면 우리부대에 지급되는 것보다 더 고사양일지도 모르는 용린갑을, 설마 총통각하께서 얼굴도 모르는 녀석한테 내주지는 않았을거아니야.”

“자네가 그리 말한다면··· 그런 거겠지.”


아렐보다 앞서서 게를틴대령과 만나 얘기를 나누고있던 그, 타닌 노먼 3경대위는, 한번은 거절했던 아렐과의 면담을 다시 수락하도록 대령에게 말했던 당사자였다. 위병의 연락을 통해 용린갑을 입은 공수부대원이 왔다는 설명을 듣고는 대체 어떤 놈이 용린갑을 입고 간부를 만나러왔나 궁금했기 때문도 있었지만, 같은 부대인간들은 전부 꿰고있는 타닌대위의 기억에 아렐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었기에 옆방에서 몰래 엿듣기로 했던 것이었다.


그 후 지켜본 바, 놀랍다면 놀랍고, 싱겁다면 싱거운 결말이었다고 그는 판단했다.

아렐의 얼굴을 보고 역시나 본적없는 얼굴이라고 판단했지만, 대화의 처음부터 다른 부대라고 정정하는 그를 보며 흥미가 돋았고, 어설프게 거짓말을 하며 기밀이라고 둘러대는 모습에는 웃음이 베어나올 정도였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딱히 위험해보이는 녀석은 아니었던 것이다.


“아마도지만 진짜 기밀은 기밀이겠지. 전투기를 타고왔는지는 몰라도 상당히 빠르기는 한데, 너가 잡아두었던 어제의 그 여성이랑 관련이 있겠지. 본청으로 연락은 보냈었다매?”

“어제 사태가 진정되고나서 곧바로 연락했지. 하지만 본청에서는 구속을 풀지말고 대기하라고 하더군.”

“왜 저런 거짓말도 못하는 놈을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특전부대운운하는 것도 미리 연습시켜놨던 거짓말일테고··· 그래도 궁금하니까 일단 본청으로 돌아가면 한번 찾아보기는 할께.”

“부탁하지.”

“그래~ 근데 너무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걸? 뭔가 해프닝이 일어날 것 같기는한데··· 나중에 그 녀석이 다시 찾아오면 내가 나갈게.”

“그 여성을 데려가기위해 우리를 습격할거란 얘기인가? 어째서지? 본청에서 왔다면 그냥 절차를 밟고 데려가면 될일을···”

“글쎄다··· 적당한 훈련의 일종일 수도 있겠고··· 그러니까 내가 직접가서 한번 대화해볼게.”

“... 너무 심하게 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괜찮아, 손대중은 잘하니까. 게다가 어쩌면 손대중이 필요없을 수도 있잖아? 기밀중의 기밀이라는 녀석이 궁금하기도하고···”


나이에 맞지않게 살짝 눈웃음을 치며 방을 나가는 그를 보며, 대령은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본청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연극까지 어울려줘야 하는건가··· 싶었던 대령은, 전쟁이 끝나고 제국군도 많이 풀어진 것같다는 생각을하며 의자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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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장 세이럼 - 21 19.04.25 57 0 10쪽
21 2장 세이럼 - 20 19.04.24 56 0 9쪽
20 2장 세이럼 - 19 19.04.23 65 0 9쪽
19 2장 세이럼 - 18 19.04.22 67 0 9쪽
» 2장 세이럼 - 17 19.04.20 62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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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2장 세이럼 - 14 +1 19.04.17 77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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