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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건 님의 서재입니다.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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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gun
작품등록일 :
2019.04.01 23:38
최근연재일 :
2019.05.07 19:13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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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3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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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장 르윈드 - 25

DUMMY

“휴우···”


세이렌의 가장 외곽을 둘러싼 성문을 무사히 빠져나온 뒤, 아렐은 갑옷안에서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전날 서부사령본부를 습격한 놈들과 똑같은 복장에 똑같은 무기를 든 습격자들의 처리를 재빠르게 끝내고, 세이렌의 서쪽 성문으로 서둘러 향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아렐이 딱 한가지, 그의 계획에서 쏙 빼놓고 까먹고 있던 사실이 있던 것이었다.

바로 서부사령본부의 습격.

서부제국군의 본부가 습격받아 꽤 많은 수의 사상자를 낸 대사건이니만큼, 세이렌의 모든 제국군들이 눈에 불을 켜고 습격자들의 수색에 힘쓰고 있었고, 당연하게도 성문의 수비인원역시 크게 보충되어 안팍으로 엄중한 경계를 하고있었다.


지나가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엿들어본바 습격자들을 찾는 것이 더욱 우선순위인듯, 아렐과 함께 사라진 메아윌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 입에서 나오지않았지만, 그래도 성문을 지키는 군인들이 용린갑을 입고있는 그를 보았다가는 쉽게 보내줄 것 같지않았다.


결국 성문 근처에서 잠복한채 반나절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가며 그들의 동향을 관찰했고, 해가 성벽바깥으로 넘어가기 조금전, 간신히 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지나가기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지만, 강화인간의 힘과 순발력을 살려 메아윌을 먼저 보낸뒤, 바싹붙어서 아렐도 겨우 성문을 빠져나갈 수 있었고, 성벽의 그늘을 따라 쉴새없이 움직인 끝에 안심할 수 있을 정도로 세이렌에서 멀어질 수 있었다.


그들의 목적지인 마왕성은 옛 세이렌왕국의 서쪽끝, 이 대륙의 맨 끝에 위치해있다. 그렇기때문에 세이렌에서부터 걸어서 가려면 매우 긴 시간이 필요했고, 아렐은 도시외곽에 있을 승합마차를 타고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렐이 살던 시대와 비교해 이 시기에는 아직 승합마차가 대중화되지않았었고, 마차를 타려면 자비로 구입하거나 군용마차를 얻어타는 수밖에 없었다. 빈털털이인 몸으로 마차를 구입할 수 있을리가 없었으며, 마차를 빌려줄만한 지인도 없었기에 하는 수 없이 일단 서쪽을 향해 걷기로 했다.


“그런데 아렐, 저는 마왕을 꼭 만나야하지만··· 저를 위해서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구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불안한듯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아렐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제와서 무슨 섭섭한 말입니까. 게다가 저도, 마왕을 만나야 할 이유가 있거든요.”

“그랬나요?”

“네, 저 역시 목숨이 걸려있는 중대한 일이니까요.”


아렐은 밝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표정이야 웃고있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목숨이 걸려있다’는 말에 메아윌은 심각한 표정을 만들며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천진난만하게 웃고있을뿐 별다른 근심이 엿보이진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의 표현이 자신을 안심시키기위한 농담이라고 일단락지은 메아윌은, 언젠가 반드시 그의 본심을 듣기로 다짐하며 보폭을 맞췄다.


아렐은 시시각각 다양하게 변화하는 그녀의 표정을 옆에서 내려다보면서 안심했다. 그녀의 기분상태는 비교적 전환이 빨랐다. 화를 내는가 싶으면, 어느새 상냥하게 대해주고. 우울해져서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는가 싶으면, 어느새 밝게 미소지으며 듣기좋은 웃음소리를 들려주고···

그렇기에 더더욱 그녀의 모습을 한순간도 놓치기싫다고 생각하며, 반드시 마왕을 만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사실 그녀가 걱정하는대로, 얼마전까지는 아렐이 이 시대의 마왕을 만나러 갈 이유는 딱히 없었다.

원래 그에게 내려졌던 작전내용이 마왕 -지금 만나러가는 마왕과는 다른- 을 만나서 면담을 하는 임무였던 만큼, 마왕을 만나러갈 핑계거리가 아예 없는건 아니었다. 그러나 애초부터 전혀 다른 마왕일 뿐더러, 과거로 날려버려진 이상 그 작전을 계속해서 수행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목장에서 약을 복용한 뒤 방대하고도 세세한 기억들을 되살려내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는 마왕을 만나러 갈 이유가 생겼던 것이다. 그리고 농담처럼 말했던 목숨이 걸려있다는 것도, 사실은 가볍게 넘길만한 이야기가 아니었으며, 마왕을 만나 꼭 확인해 보아야할 일이었다.


아렐이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떠올렸던건 딱 하나의 장면이었다. 그가 아레아왕국의 수도에서 정체불명의 고통과 마비에 몸의 주도권을 빼앗겼던 그 순간,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도와주었던 어두운 회색 용린갑을 입은 남성.


어째서 잊고있었던 걸까.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물론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을만큼 자주 봤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여러번 자료화면을 통해 보았던 기억이 있었고, 그 화면에 있던 내용들도 쉽게 까먹을만한 것들은 아니었다.


키안 맥로더

그 남성의 이름을 머릿속에서 되새김질 해보았다.

666독립대대가 아직 특전부대에 소속되어있을 당시, 1기생으로 선발되어 처음으로 강화병이 되는 실험을 받은데다가 무사히 강화병이 된 남자.


666독립대대의 훈련내용은 몇 번이 되었던간에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고,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여 더 높은 효율의 마족처리방법을 발견해 내는 것. 이것을 끊임없이 훈련생들에게 연습시키고, 연구시키며, 주입시킨다. 당연히 외부로 발설해서는 안돼지만, 그 과정에서 기밀로써 보호되어야할 자료들이 대부분 공개되며, 이 자료들의 대부분을 무의식속에 집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아렐이 본 그 기밀자료들 중 키안의 이름도 있었다.


키안이 그저 아렐의 선배였다면 이 정도로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렐은, 키안을 비롯한 1기대원들, 그리고 2기대원들이 연루되어있는 독특한 실종사건에 대해 기억하고 있었고, 이를 떠올린 그는 정체불명의 꺼림칙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꺼림칙함때문에, 메아윌이 이 사건과 되도록이면 엮이지않았으면해서, 아까부터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기도하며 걸음이 불안정해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있으면서도 끝내 입을 열지는 않았다.

어지간히도 신경이 쓰였던 거겠지···

아렐은 한숨을 쉬면서도 그녀의 이루 말할수없는 독특한 몸짓에 웃음을 지었지만, 다시한번 입단속을 철저히하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1기와 2기대원. 아렐의 선배에 해당하는 기수의 사람들은, 그가 과거로 날려지기 전 시점에서 2기대원 단 한명을 제외하고는 전원 실종상태였고, 그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아니, 어쩌면 상층부의 사람들은 실종사건의 진상을 알고있을지도 모르지만, 666독립대대에게 열람이 허가된 기밀정보내에서 얻을 수있는 정보에 따르면, 그들은 정말로 바람과 같이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작전수행도중

어떤 사람은 비행중인 항공기에서

어떤 사람은 오랜만에 휴가를 받아 돌아가는 귀갓길에···


그들이 사라지는 모습에 이렇다할 공통점을 없었고, 대대에서는 대책을 세워 실종 혹은 납치에 대처하려고 했지만, 이 대처작전에 동원된 다른 1기대원들역시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결국 그 뒤로 그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보고되지않았고, 하는 수없이 2기생의 선발을 시작했다. 그들도 1기때와 마찬가지로 별탈없이 강화병이 되었으나, 이후 얼마지나지않아서 실종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도 겉으로 드러나는 공통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지··· 아니야···’


사실 공통점이 전혀 없는건 아니었다. 딱 한가지, 실종되지않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2기 강화병 헬리 레스트를 제외하면 모두가 공통적으로 겪었던 일, 바로 온몸을 내달리는 격통과 함께 찾아오는 극심한 마비였다. 기록된 바에 의하면, 그들은 실종되기 일주일 정도 전이나, 빠르면 한달 전에 그런 증세를 겪었다고한다. 끊임없이 고통에 시달리면서 폐인이 되어가는 그들을 치료할 방법조차 찾지못해 전전긍긍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완치된 모습을 보이며 기운차게 돌아다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재차 연구하려던 그 순간에 그들은 실종되었고, 두번 다시 돌아오지않은 것이다.


하지만,

실종되었을 키안 맥로더는 그날 분명히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마치 그 기밀자료에 적혀있던 내용처럼 격통과 마비에 시달리던 아렐을 구해주었고, 그 입으로 똑똑히 말했다.


“변질자후배야, 다음에 또 보자고···”

“네? 뭐라고 했어요?’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무심코 입밖으로 나와버린 혼잣말에 주의하며, 궁금한듯 쳐다보는 메아윌에게 얼버무렸다. 발은 일정하게 가도를 나아가고있으면서도 생각은 딴데가있는듯 멍하니 앞을 쳐다보는 아렐의 모습을 보며, 살짝 서운해진 메아윌은 그를 이리저리 방해해서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도록 하고싶었다. 하지만 진지한 고민을 하는 걸로 보이는 그를 방해하고싶지않은 마음이 더 강했기에, 그저 시무룩하게 그의 옆을 걸어갔다.


옆에서 우울해하는 그녀의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사고에 집중한 아렐은 마지막 정리를 시작했다.

제국군이 실종되거나, 여러 반정부단체들에 의해 납치되는 사건이 많지는 않지만,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666독립대대에게 벌어지는 실종사건은 명백하게 이상했고, 연관성이 전혀 안보인다는 점이 반대로 이 사건특유의 공통점을 갖게 했다.

그렇다면 ‘마족만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특수부대원’을 실종사태에 빠지게 하는건 도대체 무엇일까···? 비록 극심한 고통을 겪은뒤 정신적으로 힘든 모습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제국군 최강의 특수부대인 공수부대원들 조차 가볍게 힘으로 찍어누르는 신체능력을 가진 그들을, 평범한 인간이 제압할 수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않았다.

아니, 어쩌면 운좋게 한명정도는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수십명이 넘는 1기, 2기대원들을 전부 조용히 납치한다는 건 말도 안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점은 마족.

하지만 여태까지의 연구를 통해 알아낸 바, 마족에게 그정도의 판단력과 이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무차별적으로 인간을 공격하려하는 마족과 대원이 전투를 벌였다면, 반드시 그 흔적이 남아있을 터였다.

결국 단서도 희망도 없는 수수께끼만 남게 되어버리고, 마지막에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수있는 것은, 바로 마왕이 연관되어있다는 점이었다.


아렐이 살던 시기에는 이미 죽어버렸던 지금의 마왕. 그 뒤를 이어 새로이 마왕이 된 자와는 비교조차 안될정도로··· 아니 이 대륙에 서있는 그 어느 인간이나 마족과도 비교가 안될정도로 압도적인 무력과 지혜를 가지고있었다고 전해지던 마왕.

그 마왕이라면 가능성이 있다고 아렐은 생각했다.

아니 이 자료들을 보았고, 마왕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렇게 추리했었겠지.


그리고 아렐조차 당연하게 할 수있는 추리였기에, 키안은 아렐의 사고를 예상하고서 또 보자고 한게 아닐까··· 마왕을 찾아오라는 의미에서···


“음···”


아렐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저 있는 것 없는 것 이리저리 붙여가며 소설을 쓰는느낌도 들었고, 애초에 가지고 있는 정보가 너무 부족한 상황에서 멋대로 마왕이라 단정지었다는 사실에 이제와서 후회가 되기도 했다.

키안이 말한 변질자란 무엇인가?

애초에 마왕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과거의 마왕에게 찾아간다면 해답이 나올 것인가?


뭐··· 어차피 처음부터 반은 포기하고있기도 했었다.

이대로 가다가 전처럼 몸이 움직이지않을정도로 극심한 고통이 갑작스레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점이 두렵기는 했지만, 어째서일까, 이를 해결하기위해 서둘러야겠다는 의지보다는, 옆에서 나란히 걷고있는 이 연하의 여성을 돕는 일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하고있었다.


언제 불구의 몸이 될지도 모르는 인간의 사고치고는 너무나도 태평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꼈지만, 따지고 보자면 처음부터 결정하고있던 일이기도 했다.


메아윌을 최우선으로 삼아 행동하자.


많이 단순하고, 비논리적이었지만, 어째선지 이 행동방침을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자신의 문제도 풀려나갈 것만같은 예감도 들었다.


이런식으로 어느정도 사고의 갈피를 잡고, 여태까지 괜한 고민을 한거나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 아렐은, 옆에서 어째선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나란히 걸어주는 메아윌의 머리를 한두번 툭툭 가볍게 쓰다듬었다.

머리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올려다보는 그녀의 표정이 너무나도 재밌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그 모습을 본 메아윌이 다시금 볼을 부풀려가며 항의했지만, 그는 대답없이 다시한번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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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3장 르윈드 - 28 19.05.04 72 0 8쪽
28 3장 르윈드 - 27 19.05.02 44 0 10쪽
27 3장 르윈드 - 26 19.05.01 54 0 11쪽
» 3장 르윈드 - 25 19.04.30 61 0 13쪽
25 3장 르윈드 - 24 19.04.29 52 0 11쪽
24 2장 세이럼 - 23 화로 19.04.27 57 0 20쪽
23 2장 세이럼 - 22 19.04.26 55 0 10쪽
22 2장 세이럼 - 21 19.04.25 57 0 10쪽
21 2장 세이럼 - 20 19.04.24 56 0 9쪽
20 2장 세이럼 - 19 19.04.23 66 0 9쪽
19 2장 세이럼 - 18 19.04.22 67 0 9쪽
18 2장 세이럼 - 17 19.04.20 62 0 19쪽
17 2장 세이럼 - 16 19.04.19 64 0 19쪽
16 2장 세이럼 - 15 19.04.18 97 0 10쪽
15 2장 세이럼 - 14 +1 19.04.17 77 0 18쪽
14 1장 아레아리스 - 13 모닥불 19.04.16 69 0 20쪽
13 1장 아레아리스 - 12 19.04.15 75 0 13쪽
12 1장 아레아리스 - 11 19.04.13 160 0 10쪽
11 1장 아레아리스 - 10 19.04.12 54 0 13쪽
10 1장 아레아리스 - 9 19.04.11 54 0 12쪽
9 1장 아레아리스 - 8 19.04.10 55 0 16쪽
8 1장 아레아리스 - 7 19.04.09 50 0 17쪽
7 1장 아레아리스 - 6 19.04.08 55 0 13쪽
6 1장 아레아리스 - 5 19.04.06 70 0 17쪽
5 1장 아레아리스 - 4 19.04.05 65 0 15쪽
4 1장 아레아리스 - 3 19.04.04 70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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