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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건 님의 서재입니다.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sunggun
작품등록일 :
2019.04.01 23:38
최근연재일 :
2019.05.07 19:13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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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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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2장 세이럼 - 16

DUMMY

목장지에 위치한 티나의 집으로 가는 동안, 마차안에서도 서로간에 말이 오가는 일은 없었다.


아렐은 티나의 제안에 당황했고, 습관처럼 일단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하고,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뒤에는 찬밥 더운밥따질때가 아니라고 즉시 판단을 내렸다.

그렇다. 아렐은 주변에서 메아윌의 모습이 보이지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쉽지않았지만, 모종의 -아마도 마법적인-힘에 의해 자신이 멀리 날려보내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 사태에 그녀가 말려들지않았다면 다행이겠지만, 이를 확신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메아윌을 우선적으로 찾으려했다.


때문에 탐탁치않은 얼굴로 자신을 도와주려하는 의문의 여성에게 간곡히 부탁해 이 주변에 대한 정보를 얻어, 잠시 기다려달라고 부탁한뒤, 용린갑을 완전가동한채로 자신이 뻗어있던 숲을 빠르게 주파하면서도 세세하게 살펴봤다.

하지만 결국 메아윌의 모습은 보이지않았고, 숲 주위로 넓게 뻗어있는 초원에도 그녀처럼 보이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좌절의 쓴맛을 느끼면서도 아직 포기하지않았기에 우선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던 여성에게로 돌아가 초대를 받아들였다. 먼저 초대의 의사를 밝혔음에도 명백하게 얼굴을 찌뿌리는 여성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기때문에 불평을 말하기는 커녕 계속해서 감사를 전한 아렐은, 후에 반드시 사례할 것을 약속하며 그녀를 따라갔다.


여전히 말없이 조용한 차내에서, 바로 옆자리에 거구의 군인이 전신갑옷을 착용하고있다는 점때문에 압박감을 느끼고,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묘한 분위기때문에 어색함이 장난아니었던 티나는 서둘러 집에 도착하고 싶었지만, 어째선지 숲과 집을 잇는 가도는 올때보다 몇 십배는 길어진듯 아직 도착할 기미도 안보였다.

한편 아렐은 옆에서 운전자가 어색함을 느끼며 불편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않은채, 그저 메아윌의 안전을 염려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뇌리에서 왔다갔다 거리는 의문은 계속해서 아렐의 냉정한 사고를 방해했다. 아까전 티나라고 이름을 밝혀준 여성의 말에 따르면,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세이렌의 근교에 위치한 그라나도목장과 가까운 숲이라는 것.

쉽게 믿기지는 않는 사실이었다.

크러스트 노역교도소를 비롯한 크러스트산맥이 세이렌에서 정남쪽에 위치한 장소이기는 하지만, 도저히 가볍게 올 수 있을만한 거리가 아니었고, 일정시간이상을 의식없는 상태에서 보내면 자동적으로 착용자를 깨워주는 용린갑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있었던 이상, 이동하는데 걸리는 며칠동안을 기절한채로 보냈을리도 없었다.

물론 항공기를 사용한다면 짧은시간에 이동할 수는 있겠지만, 제국군이 굳이 이런 귀찮은 짓을 자신에게 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역시나 생각할 수 있을만한 것은 정신을 잃기전 마지막순간에 보았던 정체불명의 도형, 기호들과 자신을 속박하며 감싸버린 빛이 원인이라는 것인데, 이 사실역시 납득하기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납득을 하던 말던, 크러스트산맥에서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이 지역까지 이미 와버렸다는 결과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아.”

“왜 그러시나요?”


풀리지않는 수수께끼를 한참동안 생각하느라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문득, 오늘의 날짜를 전혀 확인하지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무심코 목소리를 흘린 아렐에게 티나가 무슨 일인지 물어왔다.


“문득 생각해보니, 제가 얼마나 기절해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혹시 오늘이 몇월 몇일인지알 수 있을까요?”

“뭐 그정도 쯤이야··· 오늘은 3월 10일이고, 어디보자··· 지금 시간은 11시 13분이네요.”


대수롭지않게 마차에 내장되어있는 시계를 보며 대답해준 티나에게, 아렐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티나에게서 오늘의 날짜를 듣는순간부터 사고의 일부가 정지해버린 탓에 후반부의 그녀가 덧붙이듯이 얘기한 현재시각따위는 머릿속으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 옆에서 티나는 기이한 시선을 향해오는 아렐에게 살짝 쫄면서도, 멍하니 아무말도 하지않는 그를 되도록 무시하려고 노력한채 운전에 집중했다. 어차피 마차는 커녕 사람도 안보이는 휑한 가도였지만, 왠지모르게 아렐이 부담스러웠던 그녀로서는 때때로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그를 더이상 상대해주기 힘들었던 것이다.


티나의 이런 심란한 피곤함을 알아주지도 못한채, 아니. 자신의 시선이 티나에게 멈춰있다는 사실조차 신경쓰지못할 정도로 아렐은 현재상황이 어이없었다.

자신이 임무를 받은 날은 물론이고, 교도소에 도착한 날, 옛 아레아왕국의 수도에서 다시금 확인한 날짜를 전부 기억하고있던 그는, 마지막으로 기억하고있는 그 날. 공동에서 모체를 만날 날이 언제였는지까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기억에 혼란이 없다면 그 날은 분명 1월 20일. 65년 1월 20일인 것에 틀림없을 텐데···


“저기··· 의심하는건 아닙니다만··· 제 상황이 상황인지라, 댁에 도착한다면 달력을 확인해 볼 수 있을까요?”

“네? 예, 뭐 상관없어요.”


간신히 정신을 차린 아렐은 일단 티나에게 부탁한 뒤,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두 달에 가까운 시간을 기절한채로 보내다니···

막무가내로 삐져나오려고하는 한숨을 간신히 참으면서도, 아렐은 차를 타고가는 내내 마음속으로 한숨만 쉬었다. 두 달이 지나도록 기절해있었어도, 그의 몸에 이렇다할 문제점이 보이지않는다는 점은 충분히 기뻐할만 했지만, 만약 메아윌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면···

머릿속으로 최악의 상상밖에 떠오르지않았던 아렐이 눈가를 손으로 누르며 상승하는 혈압을 식히고있자, 마차가 드디어 목장지로 진입한듯 바퀴에 밟히는 땅의 소리가 부드럽게 바뀌었다.


목장의 입구에서부터 티나의 집까지는 나름대로 시간이 걸릴정도로 먼 거리였고, 그 길에는 짧은 잔디들이 푸르게 나있었다. 길 오른편으로 보이는 목장의 풍경은, 여태까지 이 그라나도목장을 찾은 사람들 모두가 무심코 감탄의 목소리를 흘릴만큼 아름다웠고, 그녀도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지만, 옆자리에 앉은 이 군인은 아까부터 고개를 숙인채 진지한 표정을 하고있을뿐이었다.

그 점에 실망하며 한숨을 흘리면서도,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 고민이기에 저정도로 진지할까··· 제발 나를 엮이게 하지말아주었으면··· 등등의 생각을 부지런히 하면서 마차를 차고안에다가 집어넣었다.


“도착했어요. 바로 옆이 집이니까 따라오세요.”


티나의 선도를 받아 집으로 들어간 아렐은, 그녀가 권해준대로 식탁앞에 여럿있던 의자에 걸터앉았다. 티나는 티나대로 이 군인이 서둘러서 정신상태를 회복한뒤 냉큼 떠나주었으면했기에 차안에서 들었던 그의 부탁을 잊지않고, 달력을 가지러 침실로 향했다.


소파한개가 놓여진 거실과 바로 붙어있는 소박한 주방. 그리고 현관문 바로 맞은편에 놓여진 자그마한 침실로 향하는 문. 대목장의 주인이 사는 집같지않은 검소함을 천천히 둘러보며, 어째선지 아렐은 그리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 집의 구조가 자신이 가출하기전까지 가족과 함께 살던 허름한 집과 비슷하기에 느껴지는 그리움이라는 사실에 금방 눈치채고, 복잡한 감정이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계속해서 우울해질 것만같은 상황에 진저리가 나 양손으로 얼굴을 덮고 멍하니 있자, 침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티나가 손에 달력을 든채 나왔다.


“여기요. 달력.”

“아, 감사합니다.”


때마침 나와서 달력을 건네준 그녀에게 감사하며, 달력을 본 아렐은 실망감을 감추지못했다. 설마하니 티나가 자신을 속이려했을리도 없고, 그녀는 하루가 지날때마다 빗금이 쳤었는지 이미 3월 9일까지는 빗금이 전부 그어져 있었는...데.


“어라?”


갑자기 맹렬한 위화감을 느낀 그는 이 위화감의 정체를 찾고자 달력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혹시나하는 마음에 곧장 달력을 앞으로 넘겨서 2월, 그리고 1월의 달력을 보았다. 그리고 눈치챘다. 자신이 기억하고있는 요일과 일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에.


“티나씨. 이상한 질문처럼 들리겠지만··· 올해가 제국 통일력으로 65년이죠?”

“네? 전혀 아닌데요. 뭐에요··· 마치 미래에서라도 온 것같은 말투네요. 자, 이거 보세요.”


질문을 듣기 전까지 아렐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있던 티나는, 그의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달력을 한장 더 앞으로 넘겼다. 그러자 달력의 표지가 맨앞으로 나왔고, 그곳에서 새해를 맞이하여 전하는 축하의 글귀들과 함께, 올해의 년도가 적혀있었다.


“...3··· 년···?”


아렐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아니 그뿐이랴, 자신의 뇌까지 의심하고, 이제는 정신까지 의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옆에서 확인사살을 하듯 ‘네 맞아요 통일력으로 3년’이라며 친절하게 알려주는 티나의 존재마저 환각으로 의심되는 지경에 일렀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다.

아렐은 딱히 하고싶지는 않았지만, 이제 더이상 안하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정신의 혼란스러움이 한계를 넘어섰고, 정보의 처리는 한없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결국 그다지 좋아하지않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 사태를 서둘러 빠져나가기위한 수단으로 자신의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러자 마치 진짜 어금니처럼 모양을 유지하고있던 것이 깨지면서 하얀 분말이 그의 입으로 퍼졌고, 침과 함께 서둘러 목안쪽으로 넘겼다.


입안쪽에 남은 약의 맛이 그의 정신을 자극하고, 벌써부터 몸곳곳에 퍼지기시작한 약기운을 느끼면서 아렐은 자신의 몸이 홀가분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이미 수도없이 경험해왔지만, 아직도 익숙해지지않는 감각에 진저리를 치며, 지금은 쓸일없는 근육에 신경을 끄고, 좀전에 비해 몇 배 이상으로 활성화되어 그를 도와주는 사고에 집중했다.


“저기요?”


우선 사건의 시작부터.

그가 모체를 물리적으로 때리고 난뒤. 모체가 조금이라도 움직인 순간이 있었나?

그랬다. 당시에는 눈치채지못했지만, 아렐이 고개를 돌리고 메아윌을 쳐다본 그 순간, 시야의 끄트머리에서 모체가 아주 미세하지만 움직였다.


그의 발밑에 출현한 정체불명의 기호와 도형들은,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나?

증명할 수는 없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임이 분명하다.


그는 과거로 이동한 것인가?

자신을 도와준 여성, 티나를 전부 믿는다는 가정하에, 이는 사실일 것이다. 자신은 62년전의 림제국에 있다.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가?

아직 불명. 하지만 제국군과의 접촉은 썩 좋지못한 방법일 것이다. 예상하기에 모체와 관련이 있을것이니, 마왕과 만나는 것이 최선일 듯하다.


마지막으로, 메아윌도 이 사태에 말려들었나?

··· 아마도 그럴 것이다. 빛이 모든 것을 삼키기 전,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메아윌도 도형안쪽으로 발을 디딘상태였고, 빛에 삼켜졌을 것으로 보인다···

···

···

···!!!


“꺗!”


머릿속을 뒤죽박죽 헤엄치는 조각들을 정리해, 짧고 간결하게 결론을 도출해내던 아렐은, 감고있던 눈을 갑자기 크게 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티나는 갑자기 눈을 감더니 입을 다물어버린 아렐에게 당황하며 말을 걸었지만, 요지부동으로 대답없는 그에게 또한번 어이없어하며 살짝 다가가려 했는데, 눈을 감은지 몇 초도 되지않아 벌떡 일어난 그에게 깜짝 놀라 그만 뒤로 넘어졌다.

다행히 이를 눈치챈 아렐이 그녀가 일어서는데 도움을 주었지만, 그 순간에도 그의 정신은 다른곳에 있다는 사실이 명백히 보였다.

그래, 아렐은 사고를 거듭하고, 자신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장면들을 세세하게 잘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눈치챈 것이다. 이 사태에 말려든것이 자신과 메아윌뿐이 아닐 것이라는 가능성에.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눈과 귀에는 어렴풋한 잔상이 남아있었고, 가능성이 발견된 이상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가 본 것은 시야의 끄트머리에서 꾸물대는 움직임이었고, 그가 들은 것은 낮게 스며드는 혐오스러운 울음소리를 가진 마족이었다. 게다가 그의 예상이 맞다면 아마도 그때 막 태어나 공동천장을 통해 빠져나갔던 줄 알았던 4급 바람마족.


비록 그와 메아윌은 다른 곳에 떨어졌지만, 혹시나, 만에 하나 그 마족과 메아윌이 같은 곳으로 떨어지기라도 했다면··· 아렐이라도 혼자서는 토벌조차 쉽지않고, 버티기만 하려해도 고전을 피하기어려운 4급마족을 상대로 메아윌이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않았다.

물론 애초부터 메아윌 혹은 마족이 말려들지 않았을 수도있고, 시간이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각자가 전혀 다른 시간대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힘한번 변변하게 써보지도 못한채 낙관적으로 운명에게 응석부린다는 짓은, 아렐의 성격과는 전혀 맞지않았다.


“티나씨, 갑작스럽게 신세져서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우선 이걸 받아주세요.”

“네?”


신체능력과 사고능력을 일정시간동안 향상시키는 약물의 효과가 끊기기전에 결단을 내리고 이동하기로 한 아렐은, 용린갑에 내장되어있는 보관고를 하나 열어서 챙겨두었던 비상금을 전부 꺼냈다. 그다지 큰 금액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적은 돈이었기에 미안한 마음이 사라지지않았던 그는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한뒤 현관으로 걸어나갔다.

티나가 놀라며 뒤에서 만류하는 목소리를 굳이 귀에 담지않은채 현관문을 열려하던 그때, 문너머에서 기척이 느껴졌고, 이대로 열었다가는 문으로 상대방을 쳐버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한발자국 물러섰다.


똑 똑. 끼익~.


아렐의 예상대로 몇 번의 노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고, 그곳에는 그가 모르는 한명의 남성, 그리고 그 뒤에 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한 명 서있었다.


“티나씨 계십니까? 다시 찾아와서···?! 누, 누구십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아렐과는 일면식도 없는 남성이었지만, 아무래도 티나를 찾아온듯했기에, 아렐은 재빨리 옆으로 비켜서서 길을 터주었다. 아렐의 위압적인 모습을 코앞에서 본 남성이 깜짝 놀라며 눈을 깜빡이더니, 그 뒤로 모습을 보인 티나를 발견하고는 다시 말을 걸었다.


“다행이다. 티나씨, 아직 계셨군요. 제국군분들께서 저를 마중나와주셨는데, 이왕 여기까지 온김에 보상금을 지금 건네준다고 하십니다.”

“어라, 카누씨네··· 알았어요.”


아침에 찾아왔던, 카누라고 불린 마류조사관이 설명하기를, 그를 데리고가기위해 연락을 받은 근처 주둔지에서 직접 군인이 찾아왔으며, 보상얘기도 전해듣고있었기에 돈을 티나에게 전해준뒤 곧바로 세이렌으로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소한 집 안에 세사람이 들어가기에는 슬슬 답답해져왔기에, 카누가 들어온 틈을타 재빨리 밖으로 나간 아렐은, 바깥에 서있던 제국군 부사관과 눈짓을 주고받으며 거수경례를 했다. 딱히 할 말도 없었기에 아렐은 서둘러서 목장을 떠나려고했지만, 아무래도 상대방을 그렇지않았던 듯 그를 붙잡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자신이 제국군이라고는 하지만, 과거에서는 신분을 증명할 만한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섣불리 떨치고 지나갔다가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하는 수없이 적당히 맞장구친뒤에 이야기를 끝맺으려고 했지만, 놀랍게도 부사관. 이 중사의 입에서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야. 용린갑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 처음입니다. 정말로 멋지군요.”

“감사합니다.”

“공수부대분이시겠죠? 근데 이 근처로 공수부대가 파견된다는 얘기는 없었던 것 같은데··· 아, 혹시 모르는 척해야 하는 겁니까?”

“뭐··· 그렇습니다. 가능한한 저랑 만났던 일은 없었던 걸로···”

“아, 잘 알고있습니다. 입단속 철저히 하겠습니다. 그런데, 엄청난 일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공수부대분까지 이리 빠르게 오실줄은··· 하긴 그야 그만한 일이었으니까 말이죠.”

“?”

“어제 세이렌 중심지에서 마족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설마하니 4급마족씩이나 되는 거물이 나올줄이야··· 정말로 피해가 없었던게 기적이라니까요.”

“!”


아렐을 보고는 약간 흥분한 눈치를 보여가며 용린갑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그 중사는 여전히 들뜬채 말을 쏟아냈다. 되도록 꼬투리잡힐만한 대답을 피해가며 얘기를 듣던 아렐은, 뜬금없이 나온 4급마족이란 말에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어딘지 방정맞은 표정으로 얘기하다가도 피해가 없어다행이라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중사의 어깨를 지금 당장이라도 흔들며 뒷얘기를 듣고싶었지만, 아무래도 이 중사는 자신이 그 사건의 해결을 위해 파견된 공수부대원인줄 착각하는 모양이니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 그런데 혹시 지금부터 세이렌으로 가십니까?”

“예, 맞습니다. 호출을 받았기에 우선 서부사령본부에 갈 생각입니다.”

“저기있는 마류조사관이 어제 사건과 관련해서 본부의 의뢰를 받았다길래 세이렌으로 데려갈 예정인데··· 어떻습니까? 괜찮으시다면 본부까지 태워다 드리겠습니다?”


마음속에서는 웅성거림이 가시지않으면서도, 가까스로 과거에도 제국군시설의 명칭을 다르지않았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내고 그리 대답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중사는 아렐이 바라는 대답을 해주었다. 이에 아렐은 오랜만에 지어보이는 작위적인 미소를 방긋 보여주며 말했다.


“그래주시면 고맙죠.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 저 사람도 이제 나오네요. 잠시만 기다리십쇼.”


카누가 집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자, 중사는 바쁘게 손을 움직여 제복안쪽에서 두꺼운 봉투를 꺼내더니 집쪽으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잠시뒤 도로나와 카누와 함께 돌아왔다. 중사가 말하는대로 따라가 티나의 차고옆으로 가니, 아렐이 교과서에서나 본적이 있는 구식 군용마차가 한대 서있었다.

남몰래 차량의 상태를 걱정하는 것도 잠시, 마차는 상상이상으로 우렁찬 소리를 내며 목장지를 가로질러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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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2장 세이럼 - 14 +1 19.04.17 77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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