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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건 님의 서재입니다.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sunggun
작품등록일 :
2019.04.01 23:38
최근연재일 :
2019.05.07 19:13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117
추천수 :
3
글자수 :
178,651

작성
19.04.2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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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장 세이럼 - 20

DUMMY

“탈출하는데 문제는 없나?”

“예, 이미 동료들이 모든 지하통로를 동시에 습격했습니다. 지금쯤이라면 통로문을 열고 바깥에 대기중이던 동료들이 돌격을 시작할 것입니다.”

“그것 참 듣기좋은 소식이군. 그런데··· 특수부대들은 신경안써도 괜찮은건가?”

“전날 기공부대의 1개 대대가 이곳에 있었습니다만, 오늘 아침일찍 나가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그외에 특수부대는 물론, 공수부대원 역시 없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정말로 다행이군··· 특히나 공수부대놈들은 절대로 건드···”


아렐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아직 더 깊은 층에 있는지 그들의 소리는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처럼 들려오는 듯 했지만, 그의 강화된 청력에는 문제없이 들려왔다. 이윽고 좁은 나선형층계참을 통해 소리가 울려퍼지기까지하면서 그들이 목소리는 더욱 뚜렷하게 들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가장 선두에 서서 계단을 올라오던 한 사람과 아렐의 눈이 마주쳤다.


“안녕.”

“젠장! 왜 이런곳에 공수부대가!”


아렐은 분노를 억누르며 평탄하게 감정없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하지만 선두에 서있던 사람은 비명을 지르듯 소리치며 재빠르게 계단을 올라와 단도를 뽑아들었고, 뒤에 서있던, 아마도 이 감옥에 갇혀있었을 그들의 상급자는 또다른 사람들을 향해 투덜투덜 화를 내고 있었다.


“이런 미친놈들이! 분명히 공수부대는 없다고 했었잖아! 어째서 용린갑을 입은 놈이 멀뚱히 서있는 건데!”

“...”

“...”


조명이 부족해서 어두운 지하였지만,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 남성의 얼굴은 누가보기에도 빨갛게 달아올라 눈에는 핏줄까지 서있었다. 하지만 그 상급자을 무시하며, 선두의 사람을 시작으로 성별이 불분명한 사람들이 우루루 지하에서 올라와 아렐과 마주봤다. 원형으로 설계된 나름 큰 공간이 감옥 정중앙에 있었고, 아렐은 그곳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있었기에, 습격자들은 아렐을 부채꼴로 마주보며 제각기 단도를 손에 들고 대치했다.

그 숫자는 총 5명.


“기껏 빼내려했던 너희 상사가 뭔가 고함치고있는데··· 대답안해줘도 괜찮은거야?”

“...”


아렐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켜가며 말했지만, 후드를 써서 얼굴을 가리고있는 습격자들은, 유일하게 보이는 입을 긴장으로인해 크게 경직시킬뿐, 대답조차 하지않았다. 한편, 아렐의 조롱을 들은 남성은 갑자기 차분해지더니, 말을 멈추고 등을 돌리채 층계참에 털썩 앉아버렸다.


“하아···”


체념이라도 한듯, 한숨을 깊게 내리까는 그의 태도에 아렐이 잠시 한눈을 판 순간, 가장 왼쪽에 있던 습격자가 그에게로 달려들었다.


캉!


아렐의 목을 향해 단도를 강하게 내질렀다. 하지만 그에 맞춰서 왼팔을 들어올린 아렐의 나이프에 막힌 단도는 움직임을 멈추었고, 청명한 소리를 내며 나이프가 단도의 칼날을 반으로 잘라버렸다.

하지만 그 모습을 당황하지않고 넘긴 습격자는 달려든 기세를 이용해 아렐의 몸에 매달렸고, 마치 용린갑의 구조를 아는 것처럼 손을 아렐의 목뒤로 가져갔다.


“오호라.”


그 움직임에 나름 감탄한 아렐은 놀라긴했지만, 그의 움직임보다 오른손을 빠르게 움직여서 습격자의 뒷덜미를 잡아채 감방을 향해 내던졌다.

마치 가벼운 공을 날린 것처럼.

별다른 준비동작도없이 빠르게 날아가 창살에 몸을 부딪힌 습격자는 온갖 뼈가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고, 그 후로도 몸을 일으키지못했다.


“하아아앗!!!”


그런데 그 날아가는 습격자의 몸뒤에 교묘히 숨어있던 또다른 습격자가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고, 어째서 기껏 숨어있었으면서 소리를 지르는걸까··· 라며 내심 의문이 든 아렐은 곧, 그 몸을 대가로 의문을 풀게된다.


“그렇구나. 그야 5명씩이나 있으면 써먹을 대인전술이 다양하게 존재할만하지.”


고함을 지르며 달려온 습격자의 안면을 오른손으로 억눌러 그대로 바닥에 쳐박았지만, 그 때문에 허리를 숙인 아렐의 등 뒤로 어느샌가 다가온 또다른 습격자가 매달렸고, 살짝 놀라면서 왼손으로 그 습격자의 다리를 잡아 떼내는 사이, 마지막으로 남았던 두명의 습격자가 정면으로 파고들어왔다.

굳이 몸을 숨기면서 기습했음에도 고함을 질렀기때문에 그쪽으로 신경이 쏠렸던 아렐은, 다양한 각도로 돌아서 들어오는 그들을 순간적으로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이미 양손을 전부사용하고있었기에, 순간적으로 대처하기 곤란했던 아렐은 그만 습격자들이 눈앞으로 다가올때까지 대처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하지만, 간신히 직전에 몸이 움직인 아렐은, 목뒤에있는 버튼을 눌렀음에도 벗겨지지않는 투구에 당황하며 버튼을 연타하기시작한 습격자를 그대로 업은채 뒤로 물러났다. 앞에서 다가오던 둘이 몸에 닿기 직전에 뒤로 물러나는데 성공한 그는 여전히 잡고있던 습격자의 다리를 잡아당겨 눈앞에 거꾸로 들었다. 후드가 벗겨져 드러난 얼굴은 경악과 절망감으로 물들어있었고, 아무리 복수를 위해서라지만 그다지 좋은 기분이 들진않았기에 단숨에 목을 꺾어 목숨을 거두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접근을 망설이고있는 습격자 두사람과 여전히 계단에 앉은채로 투덜투덜거리는 남성뿐이었다.

잠시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해진 아렐은 얌전히 팔짱을 낀채 기다렸지만, 습겨자들은 여전히 그를 노려보고만 있을뿐 그 어떤 행동조차 취하지않았다.


“후우···”


그래도 이 습격자들과 대치하는 상황덕분인지, 아니면 오랜만에 사람을 죽이고말았다는 감각때문인지, 긴장감과 불안감은 거의 다 날아가버린채 우울함만이 가득 남게되었다. 기분이 안좋은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더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경비대나 대응부대가 달려올게 뻔했으므로, 재빨리 마무리짓고 메아윌과 함께 탈출하기로 했다.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리고나서, 상황은 그야말로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무슨 속셈이었는진 몰라도 계속해서 가만히있던 습격자들은, 빠르게 다가간 그를 눈으로 겨우 쫒을 수 있었지만, 반격조차 못한채 팔다리가 꺾여 기절했다.

상급자로 보이는 남성은, 제국군에서 이유가 있어 가둬논게 분명했으므로, 왼팔에 내장된 튼튼한 와이어를 뽑아 도망치지못하도록 묶어만 두었다.


“주··· 죽이지 않는건가?”

“글쎄, 나는 너가 누군지도 모르니까··· 함부로 죽였다가는 큰일날지도 모르고···”

“으음···”


벌벌 떨면서 물어보는 남성에게 무심코 대답한뒤, 흉부에 적당한 타격을 주어 기절시켰다. 이후에는 이곳에 찾아온 제국군이 알아서 처리해줄테니, 아렐는 서둘러 탈출하기위해 메아윌이 갇혀있는 감방으로 향했다.


“... 메아윌씨?”


위급한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눈치챘는지, 그녀는 몸을 덮고있던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위에 앉아 아렐쪽을 쳐다보고있었다. 그런데 그녀에게 열쇠꾸러미를 넘겨달라고 말하려던 아렐은 그만 그녀의 눈동자를 보고는 그만 움직임을 멈춘채 당황하며 불렀다.


“아···! 미, 미안해요. 자, 어서 열어주세요.”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눈동자에 떠올라있던 공포의 감정을 서둘러 지우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대답했다. 그러고는 다리를 살짝 절면서 쇠창살근처까지 다가와 아렐에게 열쇠꾸러미를 건네주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을 보고 대강의 사정을 짐작한 그는 아무 말 없이 열쇠를 받아들어 문을 열었다.


동물이 죽고, 사람이 크게 다치고, 피가 흥건하게 퍼지고, 내장이 빠져나오고,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고··· 메아윌은 여지껏 살해라는 장면을 본적이 없었다.

그야, 위험이 넘치는 산악지대에 살면서 동물이나 마족의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거나, 며칠을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명을 달리하는 사람은 보았어도, 사람이 악의와 적의를 뒤집어쓴채 타인을 죽이는 광경을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비록 그게 적이라 할지라도, 심지어 메아윌은 적으로 인식할 이유도 없었던 상대가, 갑작스럽게 눈앞에서 죽어나가는 장면을 지켜본 그녀는 자신이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큰 충격을 받았었다.

아마도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지금 그녀가 어느 누구보다 신뢰하는 사람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아니, 분명하게 작용했다.

물론, 먼저 공격한 것은 그들이었고, 아렐은 싸우고싶어하지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를 지키기위해 싸웠고, 결과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분명 지금 속으로 가장 괴로워할 사람은 아렐일 것이 분명하다고 그녀는 생각했고, 생각했기때문에 자신을 지켜준 아렐을 보며 공포를 느낀 자기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곧바로 사과하고 오히려 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주려 했지만, 아렐는 그녀의 공포를 직시한 이후, 그녀를 등에 업은채 아무 말없이 달리기만 할 뿐이었다.

수많은 제국군들과 지나쳐가며, 본부를 나와 처음보는 거리로 들어가고 나서도, 자신의 살결에 느껴지는 갑옷의 차가움이, 마치 그의 감정처럼 느껴져서 그만 울음이 나올 것 같았던 메아윌은, 그저 입술을 꽉 깨물며 참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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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장 르윈드 - 29 19.05.06 42 0 8쪽
29 3장 르윈드 - 28 19.05.04 72 0 8쪽
28 3장 르윈드 - 27 19.05.02 44 0 10쪽
27 3장 르윈드 - 26 19.05.01 54 0 11쪽
26 3장 르윈드 - 25 19.04.30 61 0 13쪽
25 3장 르윈드 - 24 19.04.29 52 0 11쪽
24 2장 세이럼 - 23 화로 19.04.27 57 0 20쪽
23 2장 세이럼 - 22 19.04.26 55 0 10쪽
22 2장 세이럼 - 21 19.04.25 57 0 10쪽
» 2장 세이럼 - 20 19.04.24 57 0 9쪽
20 2장 세이럼 - 19 19.04.23 66 0 9쪽
19 2장 세이럼 - 18 19.04.22 67 0 9쪽
18 2장 세이럼 - 17 19.04.20 62 0 19쪽
17 2장 세이럼 - 16 19.04.19 64 0 19쪽
16 2장 세이럼 - 15 19.04.18 98 0 10쪽
15 2장 세이럼 - 14 +1 19.04.17 77 0 18쪽
14 1장 아레아리스 - 13 모닥불 19.04.16 70 0 20쪽
13 1장 아레아리스 - 12 19.04.15 75 0 13쪽
12 1장 아레아리스 - 11 19.04.13 160 0 10쪽
11 1장 아레아리스 - 10 19.04.12 54 0 13쪽
10 1장 아레아리스 - 9 19.04.11 5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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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장 아레아리스 - 6 19.04.08 5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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