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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건 님의 서재입니다.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sunggun
작품등록일 :
2019.04.01 23:38
최근연재일 :
2019.05.07 19:13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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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178,651

작성
19.04.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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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장 아레아리스 - 11

DUMMY

“뭐··· 뭐지?”


남자는 혼란스러웠다.

이미 오래전에 철수해버린 림제국 대사관의 전 직원, 에넨 버밍엄. 조사에 조사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달콤한 꿀의 냄새가 난 것도 좋았고, 그 꿀의 정체가 막대한 이익을 불러들일 재료가 될 거라고 착안한 자신의 야망에 감탄했다. 다만 에넨이 림제국의 거대한 범죄조직의 말단 보관책이라는 점은 조금 불안했지만, 이런 변경의 오지까지 그들이 눈치를 채고 올때쯤이면 이미 우리들은 진작에 다른 곳으로 도망쳤을 테니 아무 문제도 없을 것 같았다.

긴시간을 들여 부하들과 함께 몰래 지하굴을 판것은 영 시원찮았지만, 그래도 에넨의 집에 존재하는 숨은 지하실로 무사히 연결되었을때는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기뻐했고, 그 지하실에 존재하는 막대한 양의 마약들을 발견했을 때는 더없이 음흉한 미소를 흘렸다.


부하들을 시켜서 마약들을 몰래 빼내기 전, 미리 에넨의 집에 가서 상황을 살펴보고오라며 보낸 부하의 말을 듣고 지금 그 집에 손님이 있는 것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말을 듣고 직감했다.

조직에서 찾아왔구나.

어쩜 이리도 타이밍이 안좋을 수 있을까 싶었다. 에넨의 집에 이따금씩 손님들이 찾아왔지만, 하나같이 말쑥하게 차려입거나 무서운 인상의 사람들 뿐이었고, 모두가 림제국 사람들이었다. 예전에는 그러려니했지만, 이제보기에는 모든게 퍼즐조각처럼 딱딱 들어맞았던 것이다.

조직원이 에넨에게 저장하고있는 마약들을 확인하자고했다가 지하굴의 흔적을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모든게 엉망이 될게 뻔했다. 그래서 결국 손님이 있다는 정보를 들은 그날 새벽, 에넨과 조직원을 인질로 삼아 데려가고, 마약도 몽땅 털어가기로 했다.


비록 자신의 계획이 마무리되기 딱 한발자국전 상황이 마음먹은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태반이 자신의 계획대로 진행되었다고 자화자찬하며 산적대장을 뿌듯해했다. 지하실에서는 부하들이 부지런하게 마약들을 왕궁쪽으로 옮겨가고있고, 에넨은 이미 수면제에 취한채 내앞에 뒹굴고 있으며, 옆방에서 발견했다는 왠 젊은 미녀는 지금 부하들이 수면제를 써서 포박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옆방에서 큰소리가 들리더니 복도에 있던 부하들도 웅성거렸다. 의문과 함께 이유모를 불안감에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에넨을 들쳐업고 옆방으로 향하니 왠 영문모를 갑옷의 군인이.


묘하게 사람을 매혹시키는 유선형의 검은 갑옷에, 곳곳에서 빛나는 푸른 불빛은 금방이라도 나를 꿰뚫어버릴 것만 같았다. 가슴께에 제국군마크를 박았지만 마치 사람이라고는 느껴지지않는 위압적인 몸체에 살짝 뒷걸음질 치면서도 에넨을 바닥에 내려놓고 산적대장은 그와 대치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모든게 틀어졌다.

종알종알대는 그 군인의 말에 그만 열이올라 부하들에게 처리하라고 명령했지만, 돌아온 것은 온몸의 뼈가 꺽여 바닥에서 나뒹굴고 눈물 콧물을 쏟아내는 부하들. 그역시 다리가 바스라진채 절망하며 어쩌다 일이 이렇게됐지··· 라고 생각하고있을때, 갑자기 그가 큰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상황이 이해되지않아 한동안을 멍한눈으로 아렐을 바라보던 산적대장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미소지었다.


“크킄. 뭐가 어찌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더이상 움직이지않는 모양이군, 이제 곧 지하실에 있는 부하들이 올라올테니까 무방비해진 녀석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도록 하고, 저 여자를 챙긴뒤 달아나면 되겠어··· 다리가 망가진건 뭐··· 어쩔 수 없지.”


등등을 중얼거리면서 건물전체를 진동시키며 지하실에서 올라오는 부하들의 발소리를 느긋하게 듣고있었다. 반대방향은 꺼녕 금방이라도 떨어져나갈듯 너덜너덜해진 다리에서는 이렇다할 고통이 느껴지지않는지, 그저 아쉽다는듯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뒤, 서둘러서 올라오던 발소리가 조금 잠잠해지고 한사람정도가 천천히 복도를 걷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한사람?”


방안쪽에서 다리가 망가진채 쓰러져있었기에 복도가 잘 보이지않았다. 지하실에서 올라온 부하가 한명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를 질책하기도 하고 빨리오라고 소리칠 생각에 다리를 질질끌면서 포복자세로 조금 기어갔다. 어찌어찌 문앞에 도착해 엎드린 자세그래도 고개만 내밀었다.


“야! 빨리 안오고 뭐!... 해···”


눈을 부라리며 기세좋게 소리쳤지만, 그 기세조차 곧장 꺽이고 말았다.


터벅터벅.


마치 집앞을 산책이라도 나가는 듯한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아렐이 입고있는 용린갑과 비슷하게 생겼으면서도 한층 더 커다란 짙은회색갑옷을 입고있었음에도 무거워하는 낌새는 전혀없었다. 완전가동상태가 계속해서 유지되고있는 아렐과는 달리 푸른색으로 선명하게 빛나는 마기회로의 모습도 없었고, 투구도 쓰지않은채 드러나있는 그 얼굴에는 흥미로워보이는 듯한 표정이 옅게 서려있을 뿐이었다.

아렐에게 쓰러진 산적들이 방안을 미처 다 채우지못하고 복도에까지 넘쳐 흘러나와있었고, 그 모습들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자신을 발견해 그저 벙쪄있는 산적대장의 모습을 보고는 빙긋하며 미소지었다.


“드디어 찾았네.”






괴로웠다.

666독립대대에 들어가기위한 호된 신체검사를 받았을 때도,

겨우 들어가게되어 소속 연구원들을 상대로 생체실험에 가까운 신체개조를 받게 되었을 때도,

첫 임무에서 상급마족에게 통째로 먹혀버렸을 때도,

정말로 죽음이 코앞까지다가왔다는 감각이 전신에 퍼질정도로 고통에 몸이 뒤틀렸었지만, 한번도 몸이 움직이지않았던 적은 없었다.

어느 때라도 저항하고자 했고, 때문에 발버둥쳤다. 나의 몸은 어리광쟁이인 내 사고를 따라와주며 언제나 혹사당했지만, 끝없이 노력하고자한 나를 배신하지않아주었다.

그래서일까, 뇌가 끊임없이 타고있는듯한 고통을 느끼면서도 생각보다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전혀 움직여주지않고 끊임없이 경련하며 발작하고있는 내몸을 망연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몸이 내맘대로 움직여주지않아도 감각은 살아있었다.

생생하게 느껴지는 방의 차가운나무바닥 감촉.

마족이 재로 변할때 나는 냄새와 비슷하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않는 비릿한 피의 냄새.

열려있는 두 귀로 들리는 산적의 웃음소리, 그리고 그 직후 들려온 처음듣는 남자의 목소리.

하지만 그 어느 것보다, 뜨여있는 두 눈에 보이는 내 몸이, 그저 이유없이 흔들리기만 할뿐 내 의사를 따라주지않는다는 것이 무엇보다 충격이었고, 그 외에는 신경쓰이지조차 않았다.


“살아있나? 어디보자··· 여기에 있었던가···?”


몸이 좌우로 흔들렸다. 하지만 그건 내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이 상황을 해결하고자하는 의지조차 제대로 생겨나지않는 마당에 울컥울컥 쏟아지는 절망감을 드러내며 유일하게 움직여주는 눈동자를 약간 움직였다.

그러자 눈앞에는 처음보는 남자가 있었다. 용린갑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크고, 어두운 회색을 띈 갑옷을 입고있었다. 짧게 정리한 금발을 옆으로 넘긴채 어둡게 빛나는 빨간눈으로 나를 쳐다보고있었다.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우고있는 그 모습은 누가보아도 미남이라고 할법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런 사실따위는 아무래도 좋았으며, 그저 이 지옥같은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을 무기력하게 바랄뿐이었다.

그런데 왠일인지 그 남자는 내 목뒤를 잠시 더듬더니 완전가동을 해체시킴과 동시에 투구를 등뒤로 되돌렸다.


“오오, 이것 참. 멋질정도로 절망적인 눈이네.”

“...!”


짜증이 날정도로 멋진 미소를 크게 지으며 내 눈앞에 손을 한두번 흔들더니, 손에 정체불명의 주사기를 들었다. 그러고는 다른 한쪽손으로 이상한 약통을 꺼내 주사기에 채워넣는 준비를 하며 나에게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걱정할 필요없어. 계획의 큰줄기는 처음부터 그분이 원하신 방향대로 진행됐으니까. 그야 물론 이 집으로 너를 이끌어서 험한꼴을 당하게한건 미안하지만, 네 몸이 그렇게 된 건 원래 일어날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날 너무 원망하지는 말아주었으면 해.”


이 놈은 아까부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내가 멍한 의식속에서 의문을 가지든 말든 관심도 없는지 그는 말을 이었다.


“지하실에 있던 마약들을 비롯해서 왕궁으로 옮겨지던 마약들 모두 내가 깔끔하게 처리했다. 에넨 버밍엄이랑 산적들은 내일이면 모두 사라져있을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말고. 그리고.”


말을 중간에 멈춘 그는 주사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잠시 시험해보더니, 망설임없이 나의 목에 꽂았다. 감각은 남아있었지만··· 신기하게도 아프지는 않았다. 정체모를 액체가 내몸 깊숙한 곳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네 몸도 하룻밤만 자고일어나면 원래대로 돌아와있을테니까. 하지만 언제 또 이런일이 생길지는 모르는 법이잖아?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그 분이 말씀하시길, 지금 너를 데려가서는 안된다는 모양이니까... 되도록 빨리 우릴 만나러 와주었으면 좋겠네.”


일방적으로 영문모를 말을 이리저리 내뱉고는, 주사기를 뽑으면서 일어났다. 방문쪽으로 걸어가 정신을 잃은듯 쓰러져있는 산적대장을 들쳐맸고, 나는 그 모습을 여전히 몽롱한 정신인채로 아무 생각없이 쳐다보고있었다.

짧은 시간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분명했다. 정체불명의 일이 일어나고, 정체불명의 사람이 찾아왔나 싶더니, 정체불명의 말을 남기고 지금 떠나가려하고 있었다.


“그럼, 변질자후배야, 다음에 또 보자고.”


또 다시 이해못할 말을 남기고는, 방을 나갔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의 의미를 미처 곱씹기도 전에, 다시 한번 찾아온 깊은 탈력감에 저항하지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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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3장 르윈드 - 28 19.05.04 72 0 8쪽
28 3장 르윈드 - 27 19.05.02 44 0 10쪽
27 3장 르윈드 - 26 19.05.01 54 0 11쪽
26 3장 르윈드 - 25 19.04.30 61 0 13쪽
25 3장 르윈드 - 24 19.04.29 53 0 11쪽
24 2장 세이럼 - 23 화로 19.04.27 57 0 20쪽
23 2장 세이럼 - 22 19.04.26 55 0 10쪽
22 2장 세이럼 - 21 19.04.25 58 0 10쪽
21 2장 세이럼 - 20 19.04.24 57 0 9쪽
20 2장 세이럼 - 19 19.04.23 66 0 9쪽
19 2장 세이럼 - 18 19.04.22 67 0 9쪽
18 2장 세이럼 - 17 19.04.20 62 0 19쪽
17 2장 세이럼 - 16 19.04.19 64 0 19쪽
16 2장 세이럼 - 15 19.04.18 98 0 10쪽
15 2장 세이럼 - 14 +1 19.04.17 77 0 18쪽
14 1장 아레아리스 - 13 모닥불 19.04.16 70 0 20쪽
13 1장 아레아리스 - 12 19.04.15 7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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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장 아레아리스 - 9 19.04.11 54 0 12쪽
9 1장 아레아리스 - 8 19.04.10 55 0 16쪽
8 1장 아레아리스 - 7 19.04.09 50 0 17쪽
7 1장 아레아리스 - 6 19.04.08 55 0 13쪽
6 1장 아레아리스 - 5 19.04.06 70 0 17쪽
5 1장 아레아리스 - 4 19.04.05 66 0 15쪽
4 1장 아레아리스 - 3 19.04.04 70 0 17쪽
3 1장 아레아리스 - 2 19.04.03 7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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