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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건 님의 서재입니다.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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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gun
작품등록일 :
2019.04.01 23:38
최근연재일 :
2019.05.07 19:13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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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178,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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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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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장 아레아리스 - 10

DUMMY

“메아윌!”


무슨 약이라도 썼는지, 잠에서 깨어있음이 분명해보이는 그녀의 눈동자는 힘없이 풀려있었고, 몸도 축 늘어져있었다. 방으로 들어와 고함친 아렐에게 순간적으로 시선이 향하는 듯 했으나 이도 오래가지는 못하고 시선은 다시 힘없이 방황하기 시작했다.

분노에 집어삼켜질 것만같았던 아렐은 간신히 자아를 유지한채 남자들을 향해 돌진했다. 인질이 어쩌구저쩌구따위같은 말이 나오기도 전에 우선 주먹을 그저 곧게 내질러서 메아윌을 잡고있던 남자의 코뼈를 부러뜨렸고, 그대로 기세좋게 벽에 꽂아버렸다.


“이, 이 자식이?!!”


쓰러지려고하는 메아윌을 정중하게 받아들어 침대에 다시 눕혀놓자, 이제야 정신을 차린듯 또다른 남자가 더듬거리면서 소리쳤다. 하지만 그 말을 막듯이 한발 내디딘 아렐은 몸을 살짝 돌려가면서 남자의 흉부를 겨낭해 팔을 간결하게 움직였고, 급소를 맞아 그대로 호흡이 막혀버린 남자는 흰자위를 띄우며 그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 뒤로 방안에 한 둘씩 복면의 남자들이 들어왔다.


“““......”””


아렐같은 경우에는 복면을 쓴 남자들의 정체나 그 목적 등을 대충 예상하고 있었지만, 오랜만에 몸이라고 풀겸 도적질을 하러온 남자들 입장에서는 이게 왠 날벼락인가 싶었다.


남자들의 정체는 아렐이 추정하고있던대로, 속도 비고 겉까지 조각나버린 왕국을 손에 넣으려했던 산적집단이었다. 그들은 그나마도 몇 남지않았던 여행객들이나 상인들을 습격해가며 아레아왕국과 타국간의 실낱같은 교류마저 완전히 끊어버렸었다. 외국과 연결된 험한가도를 아무도 돌아다니지않게되자 밥줄이 끊기게 된 산적들은 자신들이 여태까지 해온 일은 전혀 생각조차하지않은채 왕가를 향한 분노를 내뿜었고, 국왕을 처형하는 횡포에 이르게 되었다.


애초부터 아레아왕국에 군대나 치안유지집단이 형태만 유지하고있을뿐, 제대로 활동하지않았었고, 국가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때문에 구 아레아왕국 수도에서 가장 큰 통솔된 무장집단이 바로 산적들이었고, 주민들을 상대로 활개를 치고다니며 그들만의 나라를 새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일이 그리 잘 풀릴리도 없었고, 산악민족특유의 강단있는 성격을 제대로 발휘한 주민들은 오히려 산적들을 상대로 협박을 해 불가침계약을 맺기에 이르렀다.


결국, 제법 머리를 써서왕국을 장악했더니 남는건 먹여살려야할 부하들뿐. 주민들을 상대로 눈치나보고다니는 마당에 어떻게든 살길을 모색해보려했는 그들은 외국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눈독을 들인것이 바로 에넨 버밍엄. 귀화하지않고 여전히 림제국국적을 유지하고있던 마지막 외국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구워삶아먹을까 에넨에 관한 정보를 여러모로 모아보던 중에 독특하면서도 구미가 당기는 정보를 입수했으니, 그게 바로 에넨이 몰래 비축하고있었던 불법약물이었던 것이다.


“크읔···!”


그때, 방에 반쯤 들어와있던 산적들이 옆으로 갈라지더니 또다른 복면의 남자가 에넨을 끌고와 바닥에 앉혔다. 염색이라도 했는지 하나같이 요란한 머리색과 스타일을 가진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흑발을 단정하게 뒤로 묶은채 독특한 문양이 그려진 복면을 한손으로 문지르는 그 모습은 반대로 눈에 띄었다.


온몸에 단단해보이는 흑색의 갑옷을 두른채 무서울정도로 파괴적인 압력을 내뿜는 아렐을 상대로 덤벼야할지말지 산적들은 판단을 내리지못했고, 아렐도 아직 확실한 사정을 모르는 이상 그들을 때려눕히기보다는 메아윌을 보호하는 걸 최우선으로 삼고있었다.

때문에 긴장감이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이 그들 사이를 오가고있었지만, 에넨과 함께 새로히 방에 들어온 남자를 보고 산적들은 명백하게 안도하는 분위기를 보이고있었다.


‘대장인가?’


분노를 억눌러가며 간신히 냉정을 취한 아렐이 속으로 추측한것도 잠시, 남자는 나뒹굴고있는 남자들을 흘긋보고는 대담하게도 복면을 끌어 아래로 내리더니 아렐을 향해 말했다.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군.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는 딱히 당신들에게 위해를 가하고자 온게 아니야.”


독특한 억양을 써가면서 차분히 내뱉은 말들은 상식을 의심할 정도로 어이없는 말들이었지만, 아렐은 굳이 대답하지않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는 아무 말도 하지않는 아렐의 모습을 보고 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물론 이 에넨이라는 남자는 다르지. 이래뵈도 나는 이 지역을 다스리는 사람이라서 말이다. 이자가 대량의 불법약물을 숨겨두고있었고, 우리가 이집의 지하창고에서 실제로 발견한 이상 우리 나름대로 처벌하지않으면 안돼.”


역시나.

아렐은 속으로 자신의 가정이 맞았던 것을 살짝 기뻐하는 한편, 꽤나 우울했다. 애초부터 에넨과 건달의 대화를 엿들었기에 많이 쉬워진 수수께끼였지만, 그래도 마음한편에서는 제발 틀렸으면··· 하고 바라고있었다.

요새들어 자꾸 엮이는 걸 보면, 장난꾸러기 신이 자신을 괴롭히면서 즐기기라도 하는것만 같았다.


‘하아···’

“우리들은 혹시나 그 여성이 관련인물이지않을까해서 데려가려고했던 것 뿐이야. 그런데 자네 모습을 보아하니 림제국의 군인인 것같고, 우리도 괜히 제국군과 적대하고싶은 생각은 전혀없으니, 그만 경계를 풀어주었으면 좋겠군.”


잘도 저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나··· 싶었다. 대충 이불을 덮어두기는했지만, 여전히 흐트러진모습으로 침대위에 누워있는 메아윌을 탐욕스러운 눈길로 쳐다보고있는 것은 물론. 내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곧장 덮칠 수있도록 부하들이 칼을 빼들고있는데, 도대체 어느 바보가 순진하게 믿을까.

메아윌에게 손을 대려한 이놈들을 그대로 놔둘 생각도 없었고, 스트레스 때문일까. 다시 머리가 슬슬 아파져오기시작한 아렐은 더이상 가만히 지켜보는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그럴 수는 없겠는데.”

“...어째서지?”

“그 남자는 제국의 군인이다. 그 자가 정말로 불법약물의 보관책이라면, 즉시 헌병대나 수사관에게 끌고거야하겠지. 실수라도 이런 불모의 땅에 두고 갈 수는 없지않겠어.”

“이곳에는 이곳의 법이 있다. 이 땅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상, 그럴 수는 없겠군.”

“말도 안돼는 소리. 애초에 나라조차 없는 땅에서 법은 무슨. 국가라는 개념이 있고, 국제사회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걸 전혀 모르는건가? 아무래도 나랑은 살아가는 시대가 수천년정도 엇갈리기라도 한 모양이네.”

“...”


복면을 내린 남자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별것도 아닌 대화에 벌써부터 말이 막히고 분노하는 낌새가 역력했다. 이런 곳에서 산적들의 지휘나 하고있는 사람이 뛰어난 인물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놀랍겠지만, 이변따위는 없이 예상대로였을 뿐이다.

시시한 대화를 나누면서도 두통이 완화되기는 커녕 점점 심해져가는 것을 느낀 아렐은 투구안에서 눈쌀을 찌뿌렸다. 눈앞의 남자가 얼굴색을 바꿔가며 몸을 부들거리거나 말거나 신경쓰지않고, 시선만은 앞으로 둔채 오른손을 뻗어 나이프로 손을 가져다 댔다,, 왼손을 허리쪽에 작게 달려있는 수납공간에 넣었다. 손에 잡히는 감각을 느끼고 재빠르게 진통제를 투구의 틈새에 끼워넣자, 투구의 작은구멍이 조용히 열리면서 아렐의 입속까지 알약을 흘려보냈다.


“칫! 원만하게 좀 넘어가주려고 했더니만, 주절주절 쓸데없는 말이나 지껄이고 말이야. 두 명정도 쓰러트렸다고해서 자신만만해보이는데, 우리들을 적으로 돌린 이상 이곳에서 걸어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라. 야! 빨리빨리 정리하고 약이나 마저 옮기자!”


약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것을 느끼면서 일단 안심하고있자, 그 남자가 무슨 말을 중얼거리더니 자신은 빠지고 뒤에 서있던 남자들에게 지시했다. 두통이 한결 가시는 것을 느끼면서 눈앞에 집중하자, 달려드는 복면의 남자들의 행동이 또다시 느리게 보였다. 무기를 뽑아든채 몸만은 일직선으로 나에게 덤벼들고 있었지만, 조금 전 남자들이 얻어맞고 날라가는 모습을 보고있었는지 그들의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사정따위 배려해주지않아도 되겠지.

머리도 가뿐해진 아렐은 가볍게 점프를 하면서 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장 몸을 앞으로 숙여가며 빠르게 대쉬했다. 원래는 나이프를 뽑을 생각이었지만, 그들이 가진 재래식무기로는 용린갑에 상처도 주지못할거라 생각해 맨손으로 그들을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방이 좁은 탓도 있었지만, 한 보폭만으로 바로 첫사람.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눈앞에 나타난 아렐의 모습에 공포와 당황을 얼굴에 띄운 산적은 패닉에 빠졌고, 비명을 지르면서 단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려 했다.


“으아아아아!!!”


하지만 단검이 스치기도 전에, 산적들을 차가운눈빛으로 쳐다보던 아렐은 왼쪽 대각선아래에서 달려드는 단검을 왼손으로 잡아 으르러트리고, 남은 한손으로 산적의 옆구리를 강하게 쳤다. 마치 마차에 치이기라도 한듯 몸이 옆으로 꺾이면서 나란히 오던 동료와 함께 날아갔고, 그 옆에있던 창문을 깨트리며 떨어졌다.


“히익···!”

“이, 인간이 아니야···”

“대장··· 빨리 도망칩시다···”


그 과정을 눈앞에서 보이자 달려오던 놈들이 하나둘씩 발을 멈추면서 대장에게 불평을 말하거나 후퇴를 간청하거나 하기시작했다. 애초에 멈추어봤자, 좁은 방안이었기에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였고, 아렐은 지금 깜짝놀라 얼어있는 대장이 다시 움직이기전에 바로 다음 산적을 노렸다.

역시나 눈을 까뒤집으면서 패닉에 빠졌지만 무기를 휘두르지않고 바로 등을 돌렸기에 그 뒷덜미를 잡아 뒤로 끌어 바닥을 뚫어가며 1층으로 친절하게 보내주었다.

거기서 멈추지않은채 창은 부러뜨리고, 장검은 검신째로 말아버리고, 둔기는 반대로 잡아채서 대장쪽으로 날려버리는 등, 불과 몇 분사이에 2층에 모여있던 산적들은 모두 바닥에 자빠져있었다.


만약 넓은 방안이었고 산적들이 사방에서 덤벼들었다면 좀더 성가셨겠지만, 방도 좁고 문도 좁았기에 한두명씩 아렐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날라온 둔기에 다리뼈가 으스러져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채 덜덜 떨고있는 대장을 뒷전으로 하고, 다시한번 메아윌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들이 메아윌에게 무슨 약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아까와 같이 힘이 빠져 축쳐져있지는 않았고 그저 고른 숨소리를 낸채 잠들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 다행이다.”


한숨을 쉬며 안도한 아렐은 등을 돌려 산적대장과 에넨을 쳐다보고···


“아···!”


사라졌다.

다리가 완전히 박살나버린 대장은 기어서 도망치려는 생각도 없어졌는지 아렐을 공포심이 가득찬 눈동자로 쳐다보면서 몸을 오들오들 떨고있을뿐이었지만, 에넨은 어느샌가 이 자리에서 도망친 듯했다. 아마도 아렐이 한창 산적들을 때려눕히고있었을 때였겠지.

전투능력은 비상할 정도로 높지만 다수와의 대인전에 그다지 익숙하지않았던 그는, 자신에게 덤벼들거나 적대심을 가하는 산적들에게 집중해 먼저 처리했고, 이 자리를 몰래 빠져나가려는 사람에게는 미처 신경쓰지못했다.


“실수했네··· 밤중이라 도망친 방향을 모른다면 찾기어려울 것 같은데. 가능하다면 제편부대 사람들을 부르는게 좋겠어.”


이제 완전가동을 풀고 투구를 원래상태로 되돌려 수납한 아렐은 머리를 긁적이며 에넨을 체포할 방법을 약간 생각한뒤 우선 대장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겸사겸사 지하실에 아직 남아있을지도 모르거나, 혹은 지하실에 침입한 루트를 거슬러올라가 산적놈들도 마저 소탕할 생각을 하던 도중.


?!


진통제를 뚫고 머릿속을 가로지르는 극심한 고통이 그를 덮쳤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끼고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이 역시 허락되지않았고 입을 옴짝달싹도 못한채 그자리에 무릎꿇었다.

아렐은 당황했다. 과거에 이랬던 적이 없을 정도로 막대한 혼란의 늪이 그를 끌어당겨 빠뜨리고 있었다.

자신의 몸이 움직이지않았고, 아무런 감각조차 느껴지지않았으며, 이 사태를 해결하기위해 움직이려고 애쓰는 뇌조차 굳어버린듯이 아무런 생각조차 안들었다.

그저.


‘아···”


이보다 더 심할 수는 없을정도로 격한 좌절감을 느끼며 망했다고 되뇌였고, 머릿속으로 작은 단말마만을 남긴채 앞으로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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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장 세이럼 - 22 19.04.26 55 0 10쪽
22 2장 세이럼 - 21 19.04.25 57 0 10쪽
21 2장 세이럼 - 20 19.04.24 56 0 9쪽
20 2장 세이럼 - 19 19.04.23 65 0 9쪽
19 2장 세이럼 - 18 19.04.22 67 0 9쪽
18 2장 세이럼 - 17 19.04.20 62 0 19쪽
17 2장 세이럼 - 16 19.04.19 64 0 19쪽
16 2장 세이럼 - 15 19.04.18 97 0 10쪽
15 2장 세이럼 - 14 +1 19.04.17 77 0 18쪽
14 1장 아레아리스 - 13 모닥불 19.04.16 69 0 20쪽
13 1장 아레아리스 - 12 19.04.15 74 0 13쪽
12 1장 아레아리스 - 11 19.04.13 160 0 10쪽
» 1장 아레아리스 - 10 19.04.12 54 0 13쪽
10 1장 아레아리스 - 9 19.04.11 54 0 12쪽
9 1장 아레아리스 - 8 19.04.10 55 0 16쪽
8 1장 아레아리스 - 7 19.04.09 50 0 17쪽
7 1장 아레아리스 - 6 19.04.08 54 0 13쪽
6 1장 아레아리스 - 5 19.04.06 70 0 17쪽
5 1장 아레아리스 - 4 19.04.05 65 0 15쪽
4 1장 아레아리스 - 3 19.04.04 70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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