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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건 님의 서재입니다.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sunggun
작품등록일 :
2019.04.01 23:38
최근연재일 :
2019.05.07 19:13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208
추천수 :
3
글자수 :
178,651

작성
19.04.2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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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장 세이럼 - 18

DUMMY

아렐이 서부사령본부를 방문했던 그날 밤. 구름이 달을 가리며 거리에 드물게 서있는 가로등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불빛이 없는 탓에 세이렌의 거리는 나름 어두우면서도 운치있는 풍광을 자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경비를 위해서인지 아낌없이 조명을 써가며 서부사령본부의 담장을 밝게비추는 경비초소 중 한곳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보이고있었다.


“읍···?!”


그림자에 모습을 감추고 어두운 쥐색 외투로 전신을 가린 정체불명의 사람이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지는 초소병의 입을 서둘러 막고, 옆에서 마찬가지로 초소병의 심장을 칼로 찌른 동료와 조용히 눈짓을 주고받았다. 가벼운 발걸음을 살려 재빠르게 경비초소를 내려가 본부부지에 발을 붙인 두 사람은 일절 낭비없는 움직임으로 나란히 달려나갔다.


그리고, 습격당한 경비초소의 바로옆에 있던 또다른 경비초소의 군인들이 이변을 눈치채고 상황통제실에 연락을 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0분가까이. 그동안에 두 사람은 이미 가장 가까이에 위치해있던 부설연구동에 침입해 있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지하통로는 이 건물과 이어져있었군. 5번, 통로에 있을 군인들을 혼자서 처리할 수 있겠어?”

“자신은 없는데··· 해볼게.”

“부탁한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한 사람은, 5번이라 불리는 여성을 향해 작전내용을 확인했다. 급박한 상황과 어울리지않고 어딘가 김빠지는 대답을 한 5번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쉰 그, 통칭 6번은 그녀의 등을 한번 툭 친뒤 곧바로 이동했다. 어차피 5번의 실력은 그들이 속한 전투부대에서도 1,2위를 다투기때문에 6번은 그녀의 말을 농담처럼 받아넘겼다.

등뒤에서 마찬가지로 멀어지는 5번의 조용한 발소리를 들으며 계단을 올라간 6번은, 자신을 보며 놀라는 연구원들의 모습을 무시해가며 문앞에 달려있는 명패를 계속해서 확인했다.

그리고,


“찾았다.”


조용히 중얼거린 그는 물이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문의 자물쇠를 따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새벽에 가까운 시간임에도 불을 켠채 혼자서 연구에 몰두하던 연구소장은, 갑작스레 문을 따고 들어온 침입자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진 것을 짜증내며 윽박지르려고 했지만, 그 말은 아쉽게도 입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병적으로 깨끗한 방안에서 목표한 연구소장을 발견한 6번은 그대로 달려나가 연구소장의 목에 단도를 꽂았고, 그대로 옆으로 그었다. 새하얀벽을 칠하는 피보라를 담담하게 쳐다보다가 시선을 돌린 그는 연구소장이 앉아있던 책상의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고, 이곳을 습격한 목적인 열쇠꾸러미를 발견해 바로 낚아챘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서부사령본부에 비상사이렌이 울려퍼졌고, 이와 함께 습격대처를 위한 지시가 크게 방송되기 시작했다.


“좋아, 아직까지는 계획대로···”


소장실에 있던 창문을 통해 밖을 쳐다보고 자신들이 습격했던 경비초소로 군인들이 모여가는 모습을 보며 방을 빠져나온 그는, 올라왔던 계단을 뛰어내려가 5번이 향했던 길로 달려갔다. 그러자 이미 자물쇠가 따여져있는 문이 보였고, 이를 통과해 지하로 내려간 그는 이미 전투에 돌입해 싸우고있을 5번에게 가세하고자 지하통로로 향했지만, 그곳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조용히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불안감을 떨쳐내고자 더욱 발걸음을 빨리해 지하통로로 들어가자, 그 바닥에 널부러진 제국군들의 모습이 다수 눈에 들어왔다.

이미 전투가 끝나서 조용했던건가··· 라고 안심할 틈따위 있을리도 없었고, 이를 악물면서도 단도를 손에 쥔 6번은 불같이 타오르는 투지를 그대로 내뿜으며 통로를 질주했다.


“아이고···”


지하통로에 홀로 서서, 아니 쭈그리고 앉아서 쓰러져있는 회색의 물체, 이미 급소를 꿰뚫려 목숨을 잃은 5번의 모습을 바라보고있던 타닌대위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6번의 칼날을 막지않고 일부터 용린갑에 받아냈다.


“크헠?!!!”

“... 다행이네.”


완전가동한 용린갑의 방어를 뚫기는 커녕, 포탄조차 튕겨내는 그 물리력을 온몸을 받아버린 6번의 몸은 마치 과속중인 마차에 치인것마냥 튀어올랐고, 굉음을 내며 지하통로벽에 부딪혔다. 온몸에서 베어나오는 피를 통로벽에 칠하며 미끄러져내리는 6번의 모습을 본 대위는, 조용히 중얼거리면서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래, 물론이지. 그야 동료가 죽어있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날법도 해. 그래서 나도 무턱대고 저 여자를 죽여버렸는데··· 그러면 안되거든. 전쟁이 끝나고나서 약 2년 반동안 적대세력과의 전투가 그다지 없었으니까 말이야. 너희들이 용린갑을 뚫을 수 있는 기술과 실력을 가지고있는지 알아볼 필요성이 있었는데··· 너가 와줘서 정말 다행이야.”


대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6번에게로 다가갔다. 피웅덩이속에서 신음을 흘리며 꿈틀대는 그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대위의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떠올라있지않았다. 어떤 온도도 느껴지지않는 시선을 거두고 천천히 허리를 내리며 왼손을 뻗은 대위는, 6번의 머리채를 잡았다.


“흠··· 처음 보는 얼굴인데. 설마 아렐인가 하는 그녀석이 이 쥐새끼들이랑 한패였다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는걸··· 어이쿠!”


5번의 사체를 쳐다보고있었을 때처럼, 똑같이 쭈그려앉아서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6번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리던 그는, 갑자기 오른손을 재빠르게 6번의 입에 쳐박았다.


“너까지 죽어버렸다가는 좀 성가시니깐.”


턱이 완전히 빠져버린듯, 덜렁거리며 좌우로 흔들리는 그의 입에서 손을 꺼내며, 집게손가락으로 잡아낸 알약을 보았다. 손가락으로 짓뭉개서 코를 들이대도 이렇다할 냄새는 나지않았지만, 기껏해야 독이나 각성제의 일종이겠지 싶었다.


서부사령본부의 공식적인 출입구는 정문과 후문, 단 두곳. 하지만 당연하게도 서부제국군의 거점이 되는 곳으로써는 출입구가 턱없이 부족했기때문에, 지하를 통해 주민들의 눈을 피하면서 본부를 들락날락할 수있는 지하통로가 여러개 존재했다.

애초부터 존재자체가 기밀이지만, 만약을 대비한 경비인력들은 충실하게 갖추어져있다. 하지만 경비초소가 빽빽하게 늘어서있고, 각종 방위설비들이 즐비한 지상에 비하면 어쩔수없이 경비가 느슨해보일 수밖에 없었다. 경비대원들이 계속해서 건의하고있는 사항이지만, 전쟁이 끝난뒤로 평화롭기만한 세상에서는 그리 쉽게 바뀌지않는 법인듯했다.

어쨋든 그런 이유에서, 아렐이 본부안에 계속숨어있지않고 밖으로 나간것을 확인한 타닌대위는, 그가 침입한다면 지하통로로 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서 여러 통로들을 순차적으로 순찰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뜻밖에 또 다른 침입자를 발견하고 붙잡게 된 것이었다.


‘아니지··· 다른 놈들인지 같은 놈들인지는 아직 두고봐야겠군.’


여전히 겉으로는 별다른 감정을 내비치지않으면서도, 용린갑으로 둘러쌓인 그 몸안쪽에서는 어마무시한 열기가 그를 감싸고 있었다. 이놈들은 두말없이 아군을 베어죽였다. 만약 그런 놈들에게 용린갑을 입는 군인이 붙어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손으로 때려죽인다는 다짐을 조용히 다지면서 서둘러 다른 지하통로를 향했다.


어차피 경계태세는 줄줄이 갖추어지고 있고, 지하통로도 안쪽에서 여는 사람이 없는 이상은, 바깥쪽에서 절대로 열지못하는 구조로 되어있기때문에 시체밖에 안남은 이 통로를 내버려두고 다른 통로로 간 그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결국 통로바깥쪽에서 문이 열리기를 대기하고있던 습격부대는, 영원히 문이 열리지않은채 그들을 섬멸하기위해 출동한 제국군에게 섬멸당했다. 또다른 지하통로에서도 침입자들이 안쪽에서 문을 열기위해 잠금장치를 해체하다가 대위에 의해 방금과 같은 일들이 벌어졌고, 어찌어찌 문을 개방하는데 성공했더라도, 안으로 들어온 습격부대와 함께 나란히 쓰러져나갔다.

이로인해 아직은 정체가 불분명한 습격자들에 의한 서부사령본부 습격은, 본디 여기에 있을리가 없던 단 한명의 공수부대원에 의해 궤멸당했다.


하지만, 타닌대위가 그렇게 바라던 아렐이 정문으로 당당하게 들어온 사실을 이때는 미처 알지못했다. 그가 습격자들을 모조리 정리하고 붙잡은 침입자들을 떠넘긴뒤에도 여전히 발견하지못한 아렐을 찾기위해 다시금 발을 돌렸을 때는 이미, 아렐은 자신이 들아왔던 정문으로 유유히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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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3장 르윈드 - 26 19.05.01 57 0 11쪽
26 3장 르윈드 - 25 19.04.30 62 0 13쪽
25 3장 르윈드 - 24 19.04.29 54 0 11쪽
24 2장 세이럼 - 23 화로 19.04.27 62 0 20쪽
23 2장 세이럼 - 22 19.04.26 58 0 10쪽
22 2장 세이럼 - 21 19.04.25 62 0 10쪽
21 2장 세이럼 - 20 19.04.24 59 0 9쪽
20 2장 세이럼 - 19 19.04.23 70 0 9쪽
» 2장 세이럼 - 18 19.04.22 71 0 9쪽
18 2장 세이럼 - 17 19.04.20 63 0 19쪽
17 2장 세이럼 - 16 19.04.19 66 0 19쪽
16 2장 세이럼 - 15 19.04.18 100 0 10쪽
15 2장 세이럼 - 14 +1 19.04.17 81 0 18쪽
14 1장 아레아리스 - 13 모닥불 19.04.16 71 0 20쪽
13 1장 아레아리스 - 12 19.04.15 76 0 13쪽
12 1장 아레아리스 - 11 19.04.13 164 0 10쪽
11 1장 아레아리스 - 10 19.04.12 5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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