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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건 님의 서재입니다.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sunggun
작품등록일 :
2019.04.01 23:38
최근연재일 :
2019.05.07 19:13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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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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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8,651

작성
19.04.1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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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세이럼 - 15

DUMMY

화창한 봄날씨. 온화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날아다니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고, 점차 푸른 기운을 되찾아가는 거목들과 색이 바래져있지만 끝없이 펼쳐져있는 목초지 위로는 다시금 외출이 허가된 가축들이 평화롭게 지나다니고 있었다.


세이렌왕국의 수도, 아니 이제는 림제국의 대도시 중 하나인 ‘세이렌’이 된 곳으로부터 비교적 가까이에 위치해있는 이 그라나도 목장은, 몇 년전에 있었던 대규모 공습에서도 무사히 비켜나가 아름다운 풍경을 그대로 유지한채 지금도 대도시 사람들에게 소중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목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일꾼들을 관리하는 젊은 여주인, 티나는 아침일찍부터 해야할 일들을 일단락 지은채 외출할 준비를 하고있었다.

예전부터 마음먹고있었지만 좀처럼 손댈 마음이 들지않아 오랫동안 방치해두었던 목장인근의 자그마한 숲을, 오늘은 한번 제대로 조사해보기위해 나가려던 참이었다. 작다고는해도 마을하나정도는 충분히 들어갈 크기였고, 개간할 조건이 충족되는지도 자세하게 알아두어야했기때문에 일꾼들 몇명과, 몇일 전에 세이렌에서 미리 불러두었던 마류조사관도 함께 나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세상만사 그리 다 원하는대로 돌아갈리도 없는 법.


“뭐어?! 그게 지금 말이나 된다고 하는 소립니까!”

“어쩔 수 없지않습니까··· 제국군의 부탁은 거절하기 힘듭니다···”


목장의 규모에 비하면 아담하게 지어진 티나의 집앞에서, 용건을 전하기위해 출발시간보다 일찍 그녀를 찾아온 조사관이 미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국군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티나도 잠시 주춤했지만, 이미 선금도 크게 치르고 예정까지 틀어진 상황에서 이대로 물러섰다가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때문에 조금 더 따질 생각으로 조사관을 붙들어 놓을 생각이었지만.


“저도 그라나도목장의 의뢰를 뒤로 돌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 군인분께 사정을 말씀드렸는데, 그쪽에서 선금을 포함한 피해보상은 자기들이 알아서 할테니 서둘러 오라고 하시는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래요? 피해보상까지?”

“네? 예··· 나중에 사람을 따로보내 치른다고 하시더군요.”

“흠··· 알겠어요. 저도 제국군한테 미움받고 싶지는 않으니까··· 나중에 다시 부탁할게요.”

“다행이군요. 그럼 저는 이만···”


피해보상 운운이 나오자마자 생각을 고쳐먹었다. 선금만 돌려줘도 딱히 상관은 없었다만, 그에 더해 피해보상명목으로 돈을 더 얹어주겠다니··· 굳이 앞장서서 제국군의 눈밖에 날 이유도 없었기에 곧장 태도를 바꾸었지만, 그래도 일단 자존심이 있던 티나는 굳이 겉으로는 드러내지않도록 찡그리는 표정을 유지한채 조사관을 돌려보냈다.


“에휴···”


문을 닫고나서 칼리는 조용히 한숨쉬었다. 일단 손해가 안난건 좋다. 그건 그렇지만, 해야될 일이 갑자기 없어져버린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평소 자신이 세워둔 일정대로 정확히 행동하길 좋아하는 티나로서는, 갑자기 생겨난 휴가따위는 썩 반갑지 않았기에, 일단 미처 다못한 설거지를 마무리하며 고민했다.


“어쩔 수 없지 뭐. 일단 나 혼자서라도 가볼까···”


그렇다고해서 내일 할 목장일을 미리 처리해버렸다가는 월단위로 일정이 틀어질게 뻔하기때문에,그냥 원래 할일이었던 것을 조금바꾸어, 숲을 산책하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일단 집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지어져있는 일꾼들의 숙소로 가서 사정을 설명했고, 그들의 알겠다는 대답을 들은 뒤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얼마전 집옆에 지어놓은 차고로 들어가 깔끔하게 닦여있는 마차(魔車)를 한번 둘러본뒤, 문을 열고 들어가 시동을 걸었다. 1년정도 전쯤에 세이렌을 방문했을 당시에, 나름 싼가격에 매물이 있었기에 냉큼 사온 것까지는 좋았지만, 목장지에서는 평소대로 말을 타고다니는게 더 편하기도 했던 탓에 관리만 정기적으로 해줄뿐 애물단지처럼 되어가던 녀석이었다.

그래도 뭐, 가끔은 이런 것도 좋지않을까 싶었다.


그녀가 태어났을 적에는, 아무리 길이 잘 닦여져있었다고는 하지만 성벽도 안둘러쳐진 이런 허허벌판에서 마차를 타고 돌아다닌다는 일은 상상도 못할 -물론 당시에는 마차를 살 수도 없었겠지만- 일이었다.

곳곳에 주둔지가 있는 왕국병사들이 오랜시간 쌓아온 노하우를 살려서 주민들이 다치지않도록 눈을 번뜩이고는 있었지만,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마족을 조심하려면, 움직이기만해도 주의를 끄는 마차같은 건 무서워서라도 절대로 못탈 일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사정이 많이 바뀌었다.


나름 중독될 것 같은 마차의 커다랗고 시원한 구동음을 즐기며 목장지를 빠져나가 가도로 나갔다. 부드럽게 흘러가는 경치와 열린 창문을 통해 시원하게 들어오는 바람. 가끔씩은 이런 휴가도 나쁘지않네··· 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마차를 몰았다.


옛날 생각을 하기도 하고, 이곳이 림제국령이 된 이후로 발길이 뚝 끊긴 마족들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하며 가도를 계속해서 달리자 어느새 목적으로 삼았던 숲이 눈앞까지 다가왔고, 가도에서 빠져나가 숲입구쪽에 마차를 댄뒤 문단속을 철저히했다. 마지막으로 마차를 다시한번 둘러보고, 시동을 걸기위한 열쇠를 주머니에 넣으면서 천천히 숲을 향해 걸어갔다.


잘 정돈되어 부드럽게 뻗어있는 가도와는 다르게, 곳곳에 돌맹이와 자갈이 퍼져있고 울퉁불퉁한 숲길에 나름 신선함을 느끼면서 깊게 심호흡했다. 마음속 깊은 곳부터 머리까지 상쾌하게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바람이 불며, 아직은 적지만 싱싱한 초록빛이 잔잔하게 물결치는 모습을 보고는, 이 숲이 점점 마음에 들어가고 있음을 느낀 티나는 왠지 모르게 이숲을 밀어버리는게 아깝다고 느껴졌다.


‘우리 목장 바로 옆에 있는 숲이 이런 장소였을 줄이야···”


진지하게 숲을 보존할까 말까 고민하며 숲길을 나아가자, 어느 순간 나무가 약간 듬성듬성해지면서 넓게 트여있는 공간으로 나오게 되었다. 발에는 부드러운 흙이 밟히고, 주변이 나무로 둘러쌓여진채 하늘에서는 햇빛이 따듯하게 내리쬐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감성까지 충만해지는 감각에 저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스스로에게 감성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다고 느끼면서도 감탄하며 한바퀴를 빙 둘러보았는데, 어느 부분에서 시야에 걸리는 무언가가 보인 것만 같았다.


“응?”


의문스럽게 생각한 티나는 다시 한번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나무들 사이로 웬 검은물체가 보이는 것이었다. 장소에 어울리지않는 이질감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주변의 분위기탓일까 긴장감은 느끼지못한채 호기심이 앞선 티나는, 서서히 검은 물체에게로 다가갔다.

처음에는 나무의 그림자가 짙게 낀탓에 검은줄로만 알았지만, 다가가면 다가가갈수록 명확해지는 형태를 보며 그 생각을 고쳤다. 먼지가 낀듯 흐려보이기는 했지만, 둔중하게 빛나는 광택을 가진 검은색물체는, 아름다운 유선형을 그리면서 마치 용의 비늘같은 모양을 띄고 있었다.


불안함이 마구마구 늘어가면서도, 점점 더 가중되는 의문에 눈을 한번 비비고 다시금 다가가자 그 형태를 비롯해서 나무에 가려진 부분까지 점점 보이기 시작했는데···


“어?! 사람이잖아!”


티나가 서둘러서 달려가 거목의 뒤로 돌아갔더니, 그뒤에는 독특한 형태의 검은 갑옷을 입은 남자가 나무에 기대듯이 앉아있었다. 가슴께에서 제국군의 문양을 발견한 티나는 매우 강한 트러블의 냄새를 맡았지만, 그렇다고해서 쓰러져있는 사람을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둘 수도 없었기에 일단은 멀리 떨어져서 큰소리를 내봤다.


“저기요오! 괜찮으신가요오!! 살아있나요오!!!”


하지만 계속해서 소리쳐봐도 미동도 하지않는 남자의 모습에 티나는 고민에 빠졌다.


“어차피 숨은 붙어있는것 같고··· 그냥 돌아갈까?”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가슴을 확인한 그녀는 더이상 엮였다가는 귀찮아질 것만 같았기에 서둘러 등을 돌리고 떠나가려했던 그때,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몸이 들썩였다.


“어라?”


그의 몸이 움직인듯 싶었기에 조금 다가가서 지켜보자, 아니나 다를까 눈이 움찔거리더니 이윽고 상체를 살짝 일으키며 몽롱하게 눈을 땄다.


나무에 기댄채로 기절해있던 그, 아렐 페르노아는 빠르게 각성하지 못한채 몽롱한 정신상태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광경은, 큼지막한 암석들로 이루어진 거대공동은 둘째치고, 눈이 팡펑 흩날리는 설산도 아니었다. 따스한햇빛이 나무들 사이로 들어오는 포근한 숲속에서 더할나위없는 안락함을 느끼면서도 머릿속이 엉망진창으로 회전하기 시작한 그는, 눈앞에서 자신을 쳐다는 여성의 시선에 눈치채기까지 은근히 긴 시간이 걸렸다.


“저기··· 괜찮으신가요?”


몇분 후, 티나는 잠시 기다리며 상황을 지켜보다가 척보기에도 혼란스러워하며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는 아렐에게 말을 걸었다. 느닷없이 뇌속에 들어온 한마디에 놀라기라도 했는지 몸을 움찔하며 떤 아렐은, 강제로 심호흡을 해가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네··· 네, 아마··· 괜찮을 겁니다.”

“그것참 다행? 이네요···?”


일단 자리에서 벌떡일어나 자신의 몸상테를 확인한 그는 질문에 자신없이 답했고, 이에 반응하기 곤란했던 티나는 억지웃음을 내보내며 말했다.


“...”

“...”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아렐은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는데 정신을 할애하느라 대화를 이어나갈만한 말을 못찾은채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티나는 느닷없는 일정취소부터 시작해서 역시 제국군과 엮이면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티나 자신이 귀찮건 귀찮지않건, 명백히 곤란해보이는 제국군을 이대로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티나는 한참을 고민한뒤, 영 내키지않는다는 눈치를 내비치면서 말했다.


“일단 저희집에 오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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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장 르윈드 - 29 19.05.06 42 0 8쪽
29 3장 르윈드 - 28 19.05.04 72 0 8쪽
28 3장 르윈드 - 27 19.05.02 44 0 10쪽
27 3장 르윈드 - 26 19.05.01 54 0 11쪽
26 3장 르윈드 - 25 19.04.30 61 0 13쪽
25 3장 르윈드 - 24 19.04.29 52 0 11쪽
24 2장 세이럼 - 23 화로 19.04.27 57 0 20쪽
23 2장 세이럼 - 22 19.04.26 55 0 10쪽
22 2장 세이럼 - 21 19.04.25 57 0 10쪽
21 2장 세이럼 - 20 19.04.24 56 0 9쪽
20 2장 세이럼 - 19 19.04.23 66 0 9쪽
19 2장 세이럼 - 18 19.04.22 67 0 9쪽
18 2장 세이럼 - 17 19.04.20 62 0 19쪽
17 2장 세이럼 - 16 19.04.19 64 0 19쪽
» 2장 세이럼 - 15 19.04.18 98 0 10쪽
15 2장 세이럼 - 14 +1 19.04.17 77 0 18쪽
14 1장 아레아리스 - 13 모닥불 19.04.16 70 0 20쪽
13 1장 아레아리스 - 12 19.04.15 75 0 13쪽
12 1장 아레아리스 - 11 19.04.13 160 0 10쪽
11 1장 아레아리스 - 10 19.04.12 54 0 13쪽
10 1장 아레아리스 - 9 19.04.11 54 0 12쪽
9 1장 아레아리스 - 8 19.04.10 55 0 16쪽
8 1장 아레아리스 - 7 19.04.09 50 0 17쪽
7 1장 아레아리스 - 6 19.04.08 55 0 13쪽
6 1장 아레아리스 - 5 19.04.06 70 0 17쪽
5 1장 아레아리스 - 4 19.04.05 65 0 15쪽
4 1장 아레아리스 - 3 19.04.04 70 0 17쪽
3 1장 아레아리스 - 2 19.04.03 74 1 13쪽
2 1장 아레아리스 - 1 19.04.02 8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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