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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건 님의 서재입니다.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sunggun
작품등록일 :
2019.04.01 23:38
최근연재일 :
2019.05.07 19:13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118
추천수 :
3
글자수 :
178,651

작성
19.04.2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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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장 르윈드 - 24

DUMMY

“메아윌, 슬슬 준비하지 않으면 늦을지도 모릅니다.”

“으응···”


예전과는 반대네··· 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아렐은 아직 몸을 뒤척이고있는 메아윌을 불러 깨웠다. 그녀와 처음만나고, 집에서 신세를 졌던 때의 일들을 떠올리기도 했고, 입으로 옅게 신음을 흘릴뿐 전혀 일어나려하지않는 그녀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어쩐지 앙탈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살짝 두근거림을 느끼며, 어깨를 살며시 흔들었다. 그러자 뒤척이던 몸이 멈추고, 눈꺼풀이 살며시 올라가더니 그녀의 커다랗고 아름다운 푸른 눈동자가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잘 잤어요? 아렐.”

“저는 잘 잤습니다. 빨리 일어나 주세요. 이제 준비하고 출발할 시간입니다.”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마찬가지로 미소지으면서 대답했지만, 이제 정말로 준비를 끝마치지않으면, 그가 세워놓은 왕도탈출계획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었기에, 다시한번 어깨를 토닥이며 그녀를 일으켜세웠다.

한숨인지 긴호흡인지, 숨을 크게 들이내쉬며 기지개를 핀 메아윌은, 돌바닥 위에 깔아놓은 얇은 모포위에서 잠을 잔탓에 찌뿌둥한 몸을 주무르며 일어났다.


“몸상태는 괜찮나요?”

“...네. 어제 저녁즈음부터 많이 괜찮아지긴 했었지만··· 이제는 조금도 안아파요.”

“그래도 또 안좋아지신다면 바로 말해주세요.”

“알았어요.”


메아윌의 모습을 보며 걱정스럽게 물어보았지만, 다행히도 그녀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금방이라도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것만 같았던 지속적인 고통이, 어째서 한순간에 싹 가신건지 그녀도 이해는 잘 안되었지만, 일단 마왕에게 찾아갈때까지 버틸 시간은 벌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진지한 얼굴로 자신을 걱정해 주는 아렐에게 빙긋 미소를 지어보이며, 짐을 싸기 시작했다.


역사의 벽이 숭숭 뚫려있기는 했지만, 아직 해는 높게뜨지않아 옆에있던 다른 성벽들에게 가려져있었고, 건물안은 찬바람이 낮게 가라앉아 쌀쌀했다. 아렐은 얼굴과 손에 주저없이 다가오는 냉기들을 떨쳐가며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메아윌이 서두르고있긴 하지만, 아직 준비를 마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테니, 그 사이에 주변 빈민가의 사람들에게 인사라도 해둘 생각이었다. 하지만 모두들 아침일찍부터 밖으로 나간듯, 그들의 자리는 말끔하게 정리되어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훔쳐갈까봐 두려워서일까, 아니면 이곳나름의 규칙인 걸까. 제도의 빈민가보다 훨씬 청결하고 규율이 잡힌듯 보이는 이곳의 모습을 보며 살짝 감탄한 그는, 언제가돼야 이곳까지 정부의 손이 미칠까··· 등등을 생각했다.


“끝났어요. 화로랑 모포들은 여기에 두고가면 되겠죠?”

“예, 화로는 제가 가는길에 가져다놓고, 모포는 놔두면 됩니다.”


화로를 집어들며 대답하고는, 며칠전에 보았을 때와 똑같은 겨울옷을 가볍게 차려입고 옆으로 가방을 매고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이제는 왕도의 서쪽 성문을 통해 나가기만 하면 된다. 운이 좋다고하면 조금 꺼림칙하지만, 어젯밤 마침 습격받고있는 틈을 타, 아렐은 별관에서 왕도의 성문을 지키는 수비편성 및 성벽의 간단한 도면을 구할 수가 있었다. 자세한 도면은 더욱 깊은곳에 엄중히 지켜지고있을테니 확보할 수 없었지만, 일단 이 수비편성도와 도면을 통해 약간의 틈을 발견할 수 있었고, 지금부터 성문으로 향하면 여유롭게 그 틈에 시간을 맞출 수 있을 터였다.


터벅터벅.


그런데 갑자기, 그들이 있는 이 역사의 밑층으로부터 작은 발걸음 소리가 다수 들려왔다. 처음에는 귀가하는 빈민가사람들인가 싶었지만, 나름 질서정연하게 보폭을 맞춰 걷는듯한 그 걸음소리에 아렐은 당황했고, 어떻게 추적했는지는 몰라도 제국군이 찾아왔다고 직감한 그는 메아윌을 재촉해 서둘러 다른 길로 향했다.


터벅터벅.


하지만 그쪽에서도 발걸음소리는 들려왔고, 순간적으로 벽에 뚫린 구멍을 향해 뛰어내릴까 생각했다. 하지만 상당한 높이가 있는 이곳으로부터 그녀를 안고 섣불리 뛰어내렸다가, 착지에 실수라도하고 그녀에게 충격이 전달되어버린다면 여간 큰일이 아니기에, 그는 발걸음의 개수를 파악해 소리가 더 적게 들려오는 쪽으로 향했다.


커다란 대합실로 들어오는 그들에게서 사각이 되도록 출입구옆에 몸을 바짝 붙이고 서있자, 그들의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왔고, 발소리를 좀더 명확하게 들은 그는 불쑥 의문이 떠올랐다. 그가 여태까지 자주 들어왔던 제국군인들의 발소리와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뭐, 어찌돼었든 그들이 이곳을 목표로 삼아 다가오고 있는 것은 명확했기에, 다가오는 발소리에 집중하며 첫사람이 대합실안으로 들어온 순간. 아렐은 그자리에서 가볍게 한바퀴를 돌며 발차기를 날렸다.


“크핰!”


옆구리에 돌려차기를 정통을 맞은 정체불명의 남자는 옆에서 함께 오던 동료와 함께 저멀리 날아갔고, 벽의 구멍으로 떨어지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멈추어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 뒤로 차례차례 들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한 아렐은, 그들의 정체를 확인한뒤 어느 정도 납득했고, 이이상 망설임없이 그들을 공격했다.


그들의 모습은 일률적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군복이라던가, 전투복을 입고있는게 아니라, 하나같이 어두운 쥐색의 외투를 입어 몸전체를 가리고있었다. 아렐이 어제 보았던 것과는 달리 후드를 뒤집어 쓰고있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똑같아 보였다.

메아윌이 옆에서 지켜보고있기때문에 가급적 살인은 하지않기로 결정한 아렐은, 떄리는 부위도 급소로 제한해서 한순간에 기절하도록 배려했다. 어찌어찌 인간의 형태는 유지한채 차례로 쓰러져가는 동료들을 눈앞에 두고서도, 그들은 표정에 공포를 품은채 계속해서 아렐에게 덤벼들었고,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담담하게 그들을 쓰러뜨렸다.








실수한건지, 아니면 애초부터 약간의 차이를 두고 도착하기로 한건지, 살짝 뒤늦게 대합실로 들어온 또다른 습격자들은, 이미 전부 쓰러져 바닥을 나뒹굴고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이들이 당황한채 아렐의 모습을 찾고있었지만, 그들은 이미 이 역사를 빠져나간 뒤였다.


“도망쳤다구요?”


습격자들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동료들을 서로서로 업어가며 그들의 은거지로 돌아가자, 마치 지하동굴처럼 어슴프레한 불빛만이 돌벽을 때리는 은거지의 중앙에 앉아있던 한 여성이 보고를 들으며 되물었다.

살짝 의아해하면서도 그들에게 휴식하도록 전하고, 다시 책상위에 놓여져있던 책으로 눈을 돌렸다. 수많은 수식들과 글자들이 나열해있는 그곳에 새로운 문구를 추가해 놓고, 손에 들고있던 펜끝을 살짝 깨물면서 생각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나. 케이너스의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믿은 것도 실수고··· 공수부대급 데이터를 손에 넣을 수있다고 성급하게 생각했던게 문제였겠네. 케이너스도 빼냈고, 일단 한번 물러나는게 좋겠어.’


한번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그녀는 앞으로의 행동방안들도 어느 정도 정해놓은 뒤, 천으로 나뉘어진 동굴 어딘가에 있을 한 남성의 이름을 불렀다.


“케이너스! 어디 있습니까?!”


동굴안을 메아리치며 나아가는 소리에 어디선가 급하게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고, 이윽고 가쁜 숨소리를 내며 한 남성이 나타났다.

케이너스라고 불린 이 남성은, 그다지 뛰기에 적합하지않은 체형을 가진 탓인지,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가며 둥그렇게 부풀어오른 자신의 배를 어째선지 쓰다듬고있었다. 나름 서둘러 달려오더니 안경너머로 자신을 지켜보는 케이너스를 한차례 무감정하게 쳐다보고, 여성은 질문했다.


“이제 몸상태는 괜찮습니까?”

“예, 예!! 애초부터 그리 큰 부상도 아니었고··· 제가 미리 만들어둔 약을 먹은 덕에, 이제 아픔은 거의 없습니다.”


심호흡을 한번 크게 쉰 뒤, 흘러내리는 안경을 고쳐써가며 케이너스는 대답했다. 외견만 따지자면은 이미 장년층에 접어든 케이너스가 눈앞의 젊은 여성에 굽실대는 모습은 이상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 공간에서는 이게 당연했다.

그는 딱히 비굴하게 굴기위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었고, 진심으로 여성을 존경해 마지않기때문에 협력하고있는 것이었으며, 배려해주고있는 것이었다. 적어도 본인은,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그러면 이제 슬슬 출발합시다. 탈출루트는 아직 안전하다고 하니, 이번 소란이 잠잠해질때 까지는 그라나도목장에 가있기로 합시다.”

“티나에게 가는겁니까···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공수부대놈은 끌어들이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그라면 크게 신경쓰지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케이너스는 복부에 크게 멍이든 장소를 문질러가며, 자신을 강하게 때려 기절시킨 군인을 떠올렸다.

그랬다. 그는 습격자들이 별관 지하감옥에서 꺼내오려던 남성이었고, 아렐이 원한대로 제국군이 수습하기 직전, 한발 빠르게 나타난 또다른 습격자들의 손에 의해 구출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공수부대원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겨, 자신이 속한 조직이자 습격자들이 속해있는 반정부단체 ‘카이츠’의 수장에게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얘기했다. 그리고 단체의 수장이자 눈앞에 있는 여성인 그녀, 카린 모노프는 나름대로 신뢰하고있던 케이너스의 추측을 토대로 어쩌면 아렐을 회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뭐, 애초에 그리 쉽게 풀릴 건은 아니었던 것이다.


때문에 이번에는 그를 포기하기로 했지만, 아직 그에 대한 의문점은 남아있기때문에 예의주시하기로 하면서도, 카린은 방금 막 조직원에 의해 그녀앞으로 전달된 한장의 쪽지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들은 이미 세이렌을 나갔다고 하는군요. 우리랑은 정반대쪽으로 향하는 모양이니··· 당분간의 우리의 방해도, 도움도 안될겁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카린의 말에 수긍한 그는 고개를 여러번 끄덕인뒤, 자신의 개인물품을 정리하러 떠났다.

뒤뚱뒤뚱 걸어나가는 그의 모습을 눈에서 치우고, 그녀도 책상위에 어지러히 흩어져있는 책들을 한데 모아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위에서 일사분란하게 천쪼가리를 회수해가는 조직원들의 행동을 무감정하게 둘러보며, 동굴 한쪽에 시동이 걸린채 대기하고있는 마차에 올라탔다.


이윽고 그들의 실마리가 될법한 증거들을 말끔하게 회수한 그들은, 인공적으로 뚫린 동굴길을 따라 마차를 몰았다. 서부사령본부가 대대적인 습격을 받아버린 대참사에 독이 제대로 올라있던 제국군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세이렌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그사이 이미 ‘카이츠’의 면면들은 도심부에서 아득히 떨어진 한 초원에 불쑥 나타나더니 그대로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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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장 르윈드 - 29 19.05.06 42 0 8쪽
29 3장 르윈드 - 28 19.05.04 72 0 8쪽
28 3장 르윈드 - 27 19.05.02 44 0 10쪽
27 3장 르윈드 - 26 19.05.01 54 0 11쪽
26 3장 르윈드 - 25 19.04.30 61 0 13쪽
» 3장 르윈드 - 24 19.04.29 53 0 11쪽
24 2장 세이럼 - 23 화로 19.04.27 57 0 20쪽
23 2장 세이럼 - 22 19.04.26 55 0 10쪽
22 2장 세이럼 - 21 19.04.25 57 0 10쪽
21 2장 세이럼 - 20 19.04.24 57 0 9쪽
20 2장 세이럼 - 19 19.04.23 66 0 9쪽
19 2장 세이럼 - 18 19.04.22 67 0 9쪽
18 2장 세이럼 - 17 19.04.20 62 0 19쪽
17 2장 세이럼 - 16 19.04.19 64 0 19쪽
16 2장 세이럼 - 15 19.04.18 98 0 10쪽
15 2장 세이럼 - 14 +1 19.04.17 77 0 18쪽
14 1장 아레아리스 - 13 모닥불 19.04.16 70 0 20쪽
13 1장 아레아리스 - 12 19.04.15 75 0 13쪽
12 1장 아레아리스 - 11 19.04.13 160 0 10쪽
11 1장 아레아리스 - 10 19.04.12 54 0 13쪽
10 1장 아레아리스 - 9 19.04.11 54 0 12쪽
9 1장 아레아리스 - 8 19.04.10 55 0 16쪽
8 1장 아레아리스 - 7 19.04.09 50 0 17쪽
7 1장 아레아리스 - 6 19.04.08 55 0 13쪽
6 1장 아레아리스 - 5 19.04.06 70 0 17쪽
5 1장 아레아리스 - 4 19.04.05 65 0 15쪽
4 1장 아레아리스 - 3 19.04.04 70 0 17쪽
3 1장 아레아리스 - 2 19.04.03 74 1 13쪽
2 1장 아레아리스 - 1 19.04.02 8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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