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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건 님의 서재입니다.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sunggun
작품등록일 :
2019.04.01 23:38
최근연재일 :
2019.05.07 19:13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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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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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178,651

작성
19.04.0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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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장 아레아리스 - 7

DUMMY

“시위?”

“폭설이나 흉작, 자잘한 습격 등이 거듭해서 일어났죠. 왕가는 제대로 대처하지못했고, 저는 이 힘을 사용해서라도 어떻게든 도울 방법이 없을까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그게 오히려 국민들에게는 안좋게 보여졌던 것 같았습니다. 시위는 순식간에 거칠어졌고, 결국 아버지께서는 절 추방하셨죠.”

“그렇군요. 그래서 저에게 호위를 부탁하신겁니까?”


산등성이를 넘어가려는 해를 보내며 계속해서 걸었다. 아렐은 전혀 피곤하지않은듯 여전히 씩씩했고, 메아윌은 살짝 지쳐보였지만 발걸음은 조금도 뒤쳐지지않은채 계속해서 그와 대화를 나누며 걸었다. 그녀가 마법을 이용해 추위를 막거나 사냥을 하는 등의 이야기와 함께 과거이야기가 대충 일단락 되었을 즈음, 그녀에게서 머뭇거리는 기색이 들었다. 안절부절못하는 그녀가 신경쓰이기는 했지만, 아렐은 굳이 직접적으로 묻지는 않고 그저 대화만 끊기지않도록 질문하며 그녀의 말을 이끌어냈다.


“그런 이유도 있긴하지만···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아레아왕국의 수도에 도착합니다. 그러면 이유를 눈치채지않을까요.”


아직은 알려주기 싫다며 장난스럽게 미소짓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그녀가 긴장하는 이유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는 하나 수도에 가까운 장소까지 왔는데도 불구하고, 가로등을 제외하고는 가도에 인공물이나 인기척이 전혀없는 모습은 아주 이상해보였다. 아무리 산맥으로 겹겹이 둘러쌓인 곳이라지만 오가는 수레들이나 사람 한 두명쯤은 보여야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없어보이는 메아윌의 모습을 보며 이게 정상적인건가 싶기도 했을때, 마침내 길이 또 한번 꺽이면서 시야를 가리던 산들이 물러서고 소란스러운 사람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는 듯 했다.


“이제와서 새삼스럽지만, 사전허가없이 외국인이 입국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군요.”


국가로부터 추방당했다는 메아윌이 전에도 몰래 수도로 들어갔던 적이 있다는 듯해서 큰 걱정은 안했지만, 태어나서부터 쭉 림제국에서만 있었던 아렐은 괜한 불안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걱정과는 반대로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아무 말없이 따라오라고만 손짓하며 당당히 길을 걸어갔다.

산허리에 박히듯 낮게 건설되어있는 성벽가까이까지 갔을때도 메아윌은 그저 코트에 달려있는 후드를 뒤집어써서 머리카락과 눈언저리만 가렸을 뿐, 별다른 행동은 취하지않았다. 그녀의 당당함에 살짝 당황하면서, 문이 활짝열린 성벽에 보초서는 병사나 일하는 공무원들이 전혀 없는듯한 모습에 또 당황한 아렐은, 한 둘씩 나타나기시작한 주민들의 눈초리를 받으며 성문을 통과했다.


활짝열린 성문을 지나 수도안으로 들어온 두사람은, 메아윌이 앞장선채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도시안에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주민들이 그럭저럭 왕래하고있었고, 건물들 너머로는 여러집에서 나오는 연기들이 뿌옇게 피워올려지는 모습이 보였다. 한 나라의 수도라고 하기에는 많이 썰렁했지만, 설산들로 둘러쌓인 곳에 위치한 만큼 낙후된 느낌이 안들 수는 없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아렐은 약간 다른 느낌의 기묘한 이질감을 느끼며 그녀에게 질문했다.


“분위기가 좀 이상하군요.”

“...그렇게 느껴도 어쩔 수 없겠네요.”

“네?”


걸음을 빠르게 하며 서두르고있던 메아윌은 뒤돌아 보지도 않은채 대답하고는 더이상 대화를 이어나가지는 않았다. 점점 궁금증이 쌓여가지만 그녀가 대답해주지않는 이상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던 아렐은 다시 한번 주의깊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눈치챘다.


“들어올 때부터 많이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평범한 시민들 외에는 사람들이 안보이는 군요.”


메아윌로부터는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다시피한 산길을 걷는 중. 이라고 들었기에, 가도나 수도안으로 들어왔을 때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모습을 보면서도 무슨 이유가 있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지금 거리를 둘러보아도 시민들의 모습밖에 안보인다. 경비를 서는 군인들, 관공서주변에 있을법한 공무원들의 모습이 안보이는건 물론, 간판을 건물앞에 달고 한때는 여러 물건들을 팔았을 법한 가게들까지 대부분이 대낮부터 문을 닫은채였다. 그야말로 한눈에 봐서는 직종을 가늠하기 힘든 평범한 시민들만이 거리를 걷는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진 아렐은, 순간적으로 오늘이 명절인가 싶기도 했지만, 왠지모르게 풍겨오는 거리의 분위기에서 미루어보아 그건 아닐거라 생각했다.


“어쩔 수 없죠. 왕국자체가 해체되어 버렸거든요.”

“...?”


매우 담담하게 정답을 알려주는 메아윌의 말을 잘못들었나 싶었던 아렐은 반문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제서야 어디론가 급하게 서두르던 발걸음을 살짝 늦추어 그와 보폭을 맞췄다.


“몇주 전에 있었던 일이에요. 1개월에 한번씩 생존확인을 겸해서 식료품 등을 전달해주러 왕가의 공무원이 그 집으로 방문해주는데, 정해진 날짜가 되어도 오지않았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몰래 수도를 찾아왔더니, 거의 전국민들이 왕궁 앞에 모여있었고, 왕족들은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었죠.”


그녀의 목소리에는 별다른 감정이 엿보이진 않았다. 다만 건물들 사이로 드문드문보이는 뾰족한 첨탑들을 보는 그 눈에는 다양한 감정이 머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폭동이라도 있었던 겁니까?”

“그건 아니에요. 아버지가 딱히 폭정을 펼치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다만 이만한 땅에 나라라는 개념이 더이상 불필요했던 거였겠죠. 전쟁이라고는 삼국동맹당시에 딱 한번. 그렇다고해서 마족들이 자주 쳐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주민들도 외부인과의 교류는 거의 없이 대부분이 자급자족생활. 그런 상황에서 세금만 꼬박꼬박 받아먹는 왕가나 정부의 존재를 불필요했던 거에요.”

“자급자족생활이요?”

“네. 이런 고지에서라도 재배할 수 있는 식물은 있고, 의외로 사냥감도 풍부한 편이거든요.”

“가게들이 문을 닫은이유는 어째서입니까?”

“아직 이곳이 수도의 변두리부분이라 그런거에요. 주민들에게 필요한 잡화들을 판매하는 커다란 상점들은 아직 도시중심에 남아있고, 이 근처에도 몇군데는 남아있을 거에요. 애초부터 장사가 잘되는 편은 아니었으니까요. 나라가 없던 시절로 돌아간 김에 다들 정리한거라고 생각해요.”


아렐은 그녀의 말에 어느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국가가 해체된다는 일이 얼마 전에 실제로 일어났고, 그 수도였던 도시를 자신이 걷고있다니··· 약간 얼떨떨하기도 했지만, 이런 형태로 국가가 사라지고도 국민들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직접 느끼게되어 신비한 감각을 맛볼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다만 국민들에 의해 자리에서 쫓겨나게 된 왕가나 공무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지만, 물어보기가 조금 꺼려졌고, 그사이 메아윌이 목적지에 도착한 듯 발을 멈추어 섰다.


“여기에요.”


커다란 길가 한쪽에 작게 서있는 건물은 평범한 민가로 보였다. 그러나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간판만 없었을 뿐 아직 남아있는 가게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았다. 아슬아슬하게 문을 통과할 수 있었던 뚱뚱한 자루를 뒤로 이끌며 가게안으로 들어간 메아윌은 곧장 안쪽으로 들어가 한 아저씨가 지키고있는 카운터앞에 섰다.


“어서오세요.”

“모피를 팔고싶은데요.”

“알겠습니다. 보여주십시오.”

“네, 잠시만요.”


둥둥 떠다니는 포대자루에 놀라지도 않은채 평범히 대화하는 가게주인에게 놀라며, 메아윌이 자루에서 차례차례 꺼내는 모피들을 구경했다. 아렐은 모피에 관해 전혀 자세하지않았기에 어느 동물의 가죽인지는 몰랐지만, 다양한 색깔의 모피들을 꺼내고 있으며, 그수가 꽤 된다는 점에 놀랐다. 몇십장 정도되는 모피를 이리저리 살펴보는 가게주인을 뒤로한채 아렐은 가게안을 둘러보기로 했다. 가방이나 옷, 여러 종류의 가죽원단과 모피를 늘어놓는 등, 규모가 꽤 큰 가죽공방이었다. 아렐이 여러모로 감탄하며 가게안을 둘러보는 동안 가게주인은 감정을 해가며 메아윌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이곳에서 나갈 생각이십니까.”

“...네. 이제 이곳에 있을 이유도 없고, 기회도 찾아왔거든요.”

“제국군인이죠? 괜찮은 겁니까?”

“괜찮아요. 아직 그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왠지 예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신뢰가 되거든요.”

“...”


모피를 들추던 아저씨는 그녀의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메아윌은 미소지으며 여러 제품들을 구경하는 아렐을 보았다. 가죽지갑을 하나 들고 유심히 들여다보고있던 그는, 메아윌의 시선을 느끼고는 카운터로 다가왔다.


“다 끝났습니까?”

“네, 이제 돈만 받으면돼요.”


모피를 넘겨주고 아저씨로부터 제국지폐를 몇 장 정도 받은 그녀는 돈을 가방안에 잘 넣었다. 인사를 나누고 가게를 나오자 이미 어둑어둑해진 거리에서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이곳저곳의 가로등에 불을 붙이고있었다.


“이제 남은건 여러가지 필요한 물건들을 사는건데, 지금은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기시작할테니까 일단 오늘밤은 보내고 내일 구매하도록하죠.”

“그건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숙박할 곳은 정해져있습니까?”

“음··· 그건 아닌데, 혹시 아렐씨는 노숙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편인가요?”


메아윌의 말을 듣고 그는 꽤 놀랐다. 아렐이야 후보생시절부터 시작해서 여러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노숙은 수도없이 경험해봤다. 때문에 노숙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싫어하지도 않을정도로 익숙해져있었다. 하지만 메아윌은 사정이 달랐다. 비록 지금은 추방당했다고는 하지만, 한때는 왕가의 공주님이었던 사람이 저리도 자연스럽게 노숙이란 말을 할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녀와 자신의 입장상 숙박할 곳을 쉽게 찾지는 못할 수도있다. 그래도 어찌어찌 발품을 팔아보면 한두군데 쯤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아렐은 그녀를 설득하고자 입을 열었다.


“노숙을 하는 것 자체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래도 이왕이면 밤은 편하게 보내는게 좋지않겠습니까? 다음날 컨디션을 양호하게 유지하기위해서라도 숙면을 취하는건 중요합니다.”

“물론 알고있죠. 그래도 지금와서 여관을 찾는건 많이 어려울걸요? 국가해체로 인해 식당이나 가게들과 마찬가지로 여관의 숫자가 줄기도했지만, 애초부터 외국인이라고는 손에 꼽을정도로밖에 안오는 곳이고, 그렇다고해서 지금은 수도 밖에있는 군락의 주민들이 찾아올 시기도 아니에요. 아마 고급여관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전부 문을 닫거나 만실이겠죠.”

“고급여관은 신원확인을 철저하게 합니까?”

“그렇죠.”


그녀는 당당하게 말을 끝맺고, 어째선지 입가에 살짝 미소까지 걸친채 아렐의 갑옷을 툭툭쳤다. 어쩐지 노숙을 하고싶어하는 것같은 그녀의 태도는 꽤 이상하게 비춰졌지만, 말 자체가 이상한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렐은 그녀를 노숙시키고싶지않다는 생각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던 터라 어떻게든 지혜를 짜냈지만, 결국에는 그녀가 이끄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있었다.

노숙을 하기에 적당한 장소는, 그녀가 예전에 조사해두었다는 곳이 있었기에 그곳으로 향하고있었다. 여러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수도의 변두리로 향할줄 알았지만, 점점 왕궁의 첨탑이 가까워지는듯한 모습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수도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고있는 듯했다.


어느새 산등성이를 넘어 첨탑끝부분을 반짝이게 하는 달빛이 밤하늘에 올라왔고, 이곳의 주민들은 이미 할 일을 끝마쳤는지 다들 집으로 돌아가고있었다.

아렐은 걸으면서도 여전히 그녀가 편안한 잠자리를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했지만, 여전히 괜찮은 아이디어는 나오지않았다.


그순간 갑자기.

어떤 골목에서 남자가 튀어나왔고, 메아윌의 호위에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이고있던 아렐은 재빠르게 그녀의 몸을 감쌌다. 그런데 그는 약간의 고의성이 느껴지는 움직임으로 메아윌이 아닌 아렐에게 다가와 어깨를 부딪혔다.


“죄송합니다.”

“아뇨, 저야말로···”


하지만 별다른 일도없이 남자는 사과를 하며 떠나갔고, 아렐은 맞받아서 사과를 하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무슨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았다. 남자가 골목에서 튀어나왔고, 1초정도의 짧은 순간에 아렐에게 다가와 팔을 그에게 부딪힌뒤, 사과를 하며 떠나······!

어느새 아렐의 손에는 한장의 쪽지가 쥐어져 있었다. 자신에게 벌어진 일과 자신의 몸으로 들어온 이물질에 제대로 대처하지못했다는 생각에 아렐은 그만 식은땀을 흘리며 그자리에 멈춰서 버렸다.


“왜 그러죠?”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채 조금 앞서나가있던 메아윌이 따라오지않는 아렐에게 질문하자, 그제야 그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얼버무린뒤 가볍게 뛰어 메아윌을 따라잡았다. 다시 걸어가는 메아윌에게는 안보이도록, 조심히 쪽지를 펼치자 안에는 어느 주소로보이는 지명과 한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에넨··· 버밍엄···?”

“그게 누구죠?”


고개를 들자 메아윌이 어느새 가까이다가와 쪽지를 들여다보고있었다. 그녀는 쪽지를 슬쩍 읽어보고는 고개를 들어 아렐을 올려다보며 재차 질문했지만, 이미 머릿속이 새하얘져버린 아렐은 아무말도 하지못했다.

명백한 이상사태다. 낯선남자에 이어서, 경계심을 촉구하기로 결심한 바로다음에 접근한 메아윌조차 눈치채지못했다. 666부대에 입대해 육체개조를 받고나서 이정도로 타인의 접근과 행동을 인식하지못했던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아렐의 몸에 이상사태가 벌어진게 분명한데, 그 스스로는 치료를 받아야할 정도로 정신이 피폐해졌다고는 느껴지지 않았으므로, 육체상태가 문제가 생긴게 분명했다. 물론 어제부터 머리와 몸이 살짝 둔해진 감각은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온도변화나 고도변화가 원인이라고 생각했고, 다행히 몸상태 자체는 작전수행에 문제가 있을 수준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몸상태는 분명히 치명적인 수준으로 문제가 있다.

그때, 아렐의 눈앞에 다가와 손을 흔드는 메아윌의 모습이 보였다.


“괜찮나요?”

“...미안합니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진 듯해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채 심각하게 쳐다보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우선 사과했다. 지금 그 자신의 몸상태에 문제가 생긴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맡은 임무를 소홀히할 이유는 되지않았다. 아렐은 최대한 힘을 쥐어짜내서 신경을 곤두세우기로하고, 걱정은 해결된척 가장하며 그녀에게 질문했다.


“혹시 이 주소가 어딘지 아십니까?”

“여기요? 음···”


아렐의 얼버무리는 미소를 걱정반, 의심반으로 보던 메아윌은 그에게 대체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궁금했지만, 말하고싶어하지않는 그의 심정을 일단은 이해하고 주소에 대해 생각했다.

주소는 간단했다. 수도의 지명, 세부구획의 방위, 구역의 숫자, 건물의 이름. 다행히도 메아윌이 예전에 가본적이 있던 곳의 근처였기때문에 조금만 돌아보면 금방 발견할 수 있을듯 싶었다. 하지만 아렐에게서 갑자기 나온 현지주소에 의문을 가지지않을리가 없었다.


“뭐하는 곳인가요?”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저희들에게 도움을 줄지도 모릅니다.”


마음이 안정됨에 따라 차분히 생각하던 그는 낯선남자의 갑작스러운 충돌과 자신의 손에 쥐어진 쪽지라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방금 그 남자의 정체를 대충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의 가정이 맞을경우 이 사실을 그녀에게 알려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우선은 이 사람을 한번 만나보자고 메아윌을 설득했고, 계속 의심스러워하던 그녀도 결국에는 아렐의 부탁에 응해 그 주소로 가보게되었다.


곧 도착한 지역은 한때 여러 국가의 대사관들이 밀집되어있다는 점때문에 관광객들도 자주보이고, 치안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던 구역이었다. 하지만 외교관을 비롯한 각 국가의 공무원들이 모두 자기나라로 돌아간 지금은 그저 텅빈 유령지역에 불과했다. 이곳의 주민들도 굳이 이 텅빈거리를 이용하고자하지않았기에, 건물에 딸린 정원들은 잡초가 무성하고 유리창도 금이간게 대부분이었다. 그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밤거리를 지나가자, 자그마한 주택가가 보였고, 이윽고 주소에 맞는 집을 찾아냈다. 단층집이 많은 이 지역에서는 드물게도 2층짜리 건물로, 다행히도 커튼이 쳐진 창문너머로 불빛이 새어나와 사람이 집안에 있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띵동~


혹시모를 사태에 대비해 메아윌을 자신의 등 뒤에 서게하고, 문옆에 달린 초인종을 누르자 집너머로 인기척이 깜짝놀라고는 급하게 현관문으로 다가오는 움직임을 느꼈다. 덩달아 긴장한 그는 왼손을 허벅지근처에 슬쩍 가져다대고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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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장 세이럼 - 22 19.04.26 58 0 10쪽
22 2장 세이럼 - 21 19.04.25 62 0 10쪽
21 2장 세이럼 - 20 19.04.24 59 0 9쪽
20 2장 세이럼 - 19 19.04.23 70 0 9쪽
19 2장 세이럼 - 18 19.04.22 70 0 9쪽
18 2장 세이럼 - 17 19.04.20 63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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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장 아레아리스 - 13 모닥불 19.04.16 71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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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장 아레아리스 - 10 19.04.12 5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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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장 아레아리스 - 8 19.04.10 57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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