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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건 님의 서재입니다.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sunggun
작품등록일 :
2019.04.01 23:38
최근연재일 :
2019.05.07 19:13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108
추천수 :
3
글자수 :
178,651

작성
19.04.04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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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장 아레아리스 - 3

DUMMY

“미치겠네. 뭐가 이리 빨라···”


스스로의 돌발적인 행동을 후회하면서도 여성을 따라잡기위해 곧장 달리기 시작한 아렐은, 당연히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 여성을 설득할 말을 고민하면서 달리려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여유롭게 생각한게 화근이었다. 보통군인과는 근본부터 다른 신체능력을 가진 특수부대, 666독립대대의 일원이면서 부대 내에서도 신체능력에는 꽤 자신이 있었지만, 전속력으로 달려도 처음 벌어진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을 눈앞에 두고 이를 악물었다.

난데없이 돌맹이가 발에 치이고, 천장의 높이가 들쑥날쑥하며, 아렐을 따돌리려는 모양인지 가끔 여성이 잘 달리다가도 이상한 샛길로 뛰어들어가 버렸다. 어떻게든 중심을 유지해 속도를 유지하면서 여성을 놓치지않고 있지만 자칫하면 단번에 놓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력을 조금 써서라도 용린갑을 완전가동시키려던 순간, 여성이 달려나가는 방향 저 너머에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설마!”


완전가동을 시키려던 손을 다시 되돌려 열심히 팔을 내저은 그는, 어느새 여성을 뒤쫒고있었다는 사실도 머릿속에서 밀어낸채 빛을 향해 하염없이 달렸다. 앞서 달리던 여성이 먼저 빛으로 들어갔고, 감격에 눈시울이 살짝 붉어지기까지한 아렐이 그 뒤를 따라 빛으로 뛰어들었다.

드디어 동굴을 빠져나온 그는 벽이라고는 하나없이 모든 방향에서 느껴지는 상쾌함, 구름 한점없는 푸른 하늘을 느끼며 천천히 낙하하기 시작했다.


“어라?”


아래에는 아무런 발판이 없었으며 아렐의 육중한 몸은 사정없이 중력에게 당겨졌다. 살짝 놀라긴 했지만, 그는 침착하게 판단해 왼쪽팔에 내장되어있던 와이어를 잽싸게 사출해 방금전 떨어졌던 동굴의 출구에 거는데 성공했고, 그 반동으로인해 돌진해오는 절벽면의 한쪽에 발을 디뎌 몸을 안착시켰다.


“동굴안에있던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역시 어둡고 답답한 공간은 성미에 안 맞··· 뭐야! 왜 이리 추워!”


절벽동굴에서 낙하할 때보다 더 당황한 그는 마력을 아껴야한다는 생각은 저 멀리 던져버리고 재빨리 머리까지 용린갑을 전개한 다음 완전가동시켰다. 몸 전체에 퍼지기 시작한 온기에 안정감을 느끼면서 침착해진 그는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선 위를 올려다보니 그리 멀지않은 거리에 아렐이 떨어진 동굴의 출구가 절벽 한가운데에 뻥 뚫려있었고, 아래로는 10m정도 떨어진 거리에 지면이 보였다.

와이어를 회수하고 그대로 낙하한 아렐은 살짝 미끄러질뻔하면서도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었지만, 자세를 정돈하고 주위를 둘러보는 그의 표정을 썩 밝지않았다.


구름 한점없이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이는 쾌청한 하늘임에도 불구하고 옆에 보이는 새하얀 세상에서는 온기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않았다. 조금이라도 피부를 내놓았더라면 금새 빨갛게 피가 베어나왔을 법한 칼바람이 연신 불어대며 온도를 더욱 낮추고있었다.

그런 극한의 추위와 함께 주변에는 아무리 돌아봐도 산봉우리들과 산맥뿐. 아렐의 뒤에는 산맥의 일부인 깍아지른 절벽이었고, 그가 착지한 곳은 좁은 외길만이 앞으로 쭉뻗어있었다. 심지어 그 길에서 조금이라도 옆으로 빠졌다가는 경사높은 산비탈에 미끄러져 아득히 저 아래로 떨어질정도로 아슬아슬 해보였다.

길바닥자체도 쌓인 눈이 여러번 녹았다가 얼었다가를 반복한 탓에 매우 단단하게 얼어있어서, 가만히만 서있서도 바람에 밀려 조금씩 미끄러지고있는 느낌마저들었다. 그래도 아렐은 조심히 이동하며 그 여성의 발자취를 찾아보려했지만, 동굴에서 같이 빠져나왔음이 분명한 그녀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않았다.


“설마 크러스트산맥 정상부근까지 온건가. 이 정도로 온도가 낮을 줄은 몰랐는데··· 가동시간에 아직 여유가 있긴하지만, 빨리 그 여자를 찾아 정보라도 좀 얻은 다음 다시 동굴에라도 들어가야겠어.”


그런데 아렐이 외길을 따라 얼마쯤 걸었을 무렵, 무엇인가 눈치챈 그는 한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뭐지? 설마 집인건가?”


점점 내리막길이 되어가는 외길의 끝, 눈이 덮여있는 자그마한 분지에 자연에 녹아들듯 하얀색 벽돌로 만들어진 꽤 큰 집이 한채 있었다. 눈밭에 찍힌 발자국은 여러 방향으로 나있었고, 그 중에는 오래되어 그 위로 또 눈이 쌓였거나 최근에 찍힌 것처럼 보이는 발자국들도 있었다. 어쩌면 그 여성의 집일 수도있지만, 아니더라도 만약 생활하는 주민이 있다면 정보를 조금이라도 받고자 부탁하기위해 아렐은 주저업이 문을 두드렸다.

바람만이 그의 투구에 부딪혀 기분나쁜 노이즈를 귀에 가져다줄 뿐 집안에서는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않았고, 살짝 초조해진 그는 문을 더 세게 두드리며 외쳤다.


“죄송합니다! 누구 안 계십니까?”


그러나 이번에도 대답은 커녕 인기척조차 느껴지지않았고, 더욱 크게 소리칠까 잠시 고민한 그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문고리를 잡고 돌려보았다.


“열려있네···”


너무나 쉽사리 열려버린 현관문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린 그는 슬쩍 집안을 둘러보았다. 방을 구분하는 벽이 전혀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집안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나 뒷문, 딱 두개만 나있는 창문, 기본적인 가구들 등, 그저 평범한 가정집처럼 보였다.

문바깥에 서서 침대위나 소파위에 아무도 없다는 점을 확인한 그는 고민했다. 일단 집안에서 휴식을 취한 뒤 나중에 사과하면 되지않을까 싶긴했지만, 비록 문이 잠겨있지않았더라도 불법침입을 기뻐할 집주인은 없을거라 생각해 열었던 문을 다시 닫았다.


“무작정 이동하기엔 조금 위헙한데··· 그렇다고해서 충전률의 한계가 있는 이상 기약없이 기다리기도 힘들고.”


집옆에 보이는 여러 개의 나무둥치 중 하나를 골라 쌓여있던 눈을 대충 털어낸 뒤 걸터앉아 자신이 떨어졌던 절벽동굴을 보았다. 그가 단순한 절벽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크러스트산맥의 수많은 봉우리들 중 하나였던 듯, 태양을 뚫어버릴 것만같은 날카로움을 자랑하며 하늘 높이 솟아있었다.


“몇 분정도를 달렸는지 모르겠지만, 처음 위치에서 꽤 멀리온 것 같네···”


어떻게든 따라잡고자 이리저리 달렸던 것을 떠올리며 코웃음을 치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용린갑 내부에서 그의 귓가를 향해 들려오는 작은 경고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순식간에 왼손으로 나이프한자루를 뽑았다. 익숙하게 자세를 잡고 부지런히 눈동자를 굴리며 주변을 살피던 도중 집 뒷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얼마 후, 집의 그림자에서 아까전 아렐이 뒤쫒던 여성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 한 두명은 쉽게 죽을 것같은 살인적인 추위는 신경도 안쓰이는지 하얀색의 얇아보이는 코트를 입은 금발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손에 한권의 책을 든채 아렐을 지그시 쳐다보고있었다. 하지만 아렐은 여성의 말도안되는 복장이나 어디서 나타났는지 등은 크게 신경쓰지않았으며, 우호적으로 접해야겠다는 마음가짐도 넣어둔채 조용히 금방이라도 뛰쳐나가기위한 자세를 잡았다.


“곧바로 도망쳤던게 정답인 것 같네요. 얌전한 사람인가 싶어 나와봤더니, 인사를 나누기는 커녕 금방이라도 덥칠 기세라니.”

“...정체가 뭐냐. 인간이 아닌건가?


아렐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걱정하고있긴했어도 시종일관 태평한 태도를 버리지않았었지만, 지금은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채 몸에 열이 깃들어있었다. 비록 용린갑 뒤에 얼굴이 감춰져있더라도 아렐의 적개심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에, 비아냥거리며 말을 건 여성은 당황하며 긴장했다. 하지만 여성은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숨긴채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리도 무례할 수가 없네요. 당신이 여태까지 무엇을 보며 자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인간입니다. 제 눈에는 오히려 당신이 더 인간답지않아 보이는군요.”

“내 눈에도 인간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확신이 안서네. 실제로 10급 마족은 인간과 거의 구별이 안되니까.”

“정말로 어이가 없네요. 보기에는 제국군인같아 보이는데 마족과 인간을 구별도 못한다면 빨리 병원에라도 가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림제국에서는 처음만나는 사람한테는 마족으로 취급하라고 가르치기라는 하는건가요?”

“그럴리가 없지. 애초에 10급 마족은 말자체를 할 수 없으니까. 다만···”


여성의 비아냥에는 별 문제없이 침착했지만, 아렐은 그보다 여성과의 대화자체때문에 당혹감이 점점 커지고있었다.


“다만?”

“내가 입고있는 이 갑옷에는 마족이 감지범위안에 들어왔을 경우 경보가 울리는 기능이 있고, 지금 울리고있다. 주변에 다른 마족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지않은 상태에서 방심할 수는 없지.”

“그 기능자체가 고장나 있다는 생각은 안해보셨나보죠?”

“고장났다는 전례가 없어. 가능성은 있지만, 마찬가지로 방심할 이유는 안돼지.”


아렐 개인적으로는 이미 이 여성이 마족이 아닐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기 직전이었다. 마족이라는 종족자체가 마왕을 제외한다면 이성적으로 사고하며 말을 할 수있는 개체가 없었으며, 그렇다고해서 눈앞의 여성이 마왕이라고 생각되지도않았다. 하지만 단언할 수는 없었기에 살짝 긴장을 풀며 말투를 되돌려 정보라도 캐낼까 생각했는데, 여성은 그의 생각에 협조해줄 생각이 있을리 만무했다.


“하··· 그럼 딱히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제 상관할바 아니니, 더 이상 저에게 관여되지 말아주시면 좋겠네요. 공격이라도 하셨다가는 저도 상응하는 대처를 할겁니다.”


여성은 아렐을 째려보며 차갑게 쏘아붙이고는 집 뒷편으로 사라졌다. 아렐이 급히 붙잡아보려 했지만 이미 문소리가 세게나며 그녀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대화과정에서 자신이 실수했음을 당연히 알고있었지만, 아렐은 이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그녀가 마족일 가능성을 버릴 수 없었다고 판단했기에 후회는 하지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대로 뻔히보이는 고생길을 걸어갈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보던 그때.


쾅!!!


커다란 굉음과 함께 아렐이 떨어졌던 절벽동굴에서 돌조각과 먼지들이 폭발하며 쏟아져나왔다. 그 흙먼지 속에 거대한 그림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한 아렐은, 아직 감지가능한 범위는 아니었지만 직감적으로 그 그림자가 마족임을 판단하고 처치하기위한 전략을 짜기위해 다시한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사이 흙먼지 속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낸 마족은 굴러떨어질 것만 같은 위태위태한 외길을 요렁좋게 돌파해 아렐의 눈앞에 이르렀다.


“6급 바람마족···”


아렐은 집과 마족사이에 자리잡고 왼손에 계속 쥐고있던 나이프를 오른손으로 바꿔쥐었다.


“이번에는 좀 많이 크네요.”


별로 놀랍지않다는 듯, 현관문을 살짝 연채 얼굴만 빼꼼 내밀고 마족을 쳐다보았다.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살며시 쓸어넘기는 여성을 힐끗 본 아렐은, 시야의 한구석에 표시되는 숫자가 1에서 2로 바뀐 것을 확인하며 마족의 움직임을 놓치지않도록 집중했다. 마치 거대한 고양이처럼 생겼지만 귀여움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이 마족은 인간이 신기하기라도한지 자세를 살짝 낮춘채 아렐을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잠시 보던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생각보다 안 놀라네.”

“익숙하니까요. 동굴에서 꽤 빈번히 나오는 탓에 매번 처치하는데 곤란합니다만, 이정도 크기는 처음 보네요.”

“빈번히? 그렇다면 혹시 도와줄 수 있어?”

“말투도 건방진게 꽤나 여유로워 보입니다만.”

“실은 꽤 위험해. 갑자기 집앞에 시체가 생겨버려선, 너도 곤란할 거 아니야.”


여성은 미간을 찌뿌리며 말없이 고민하더니, 문을 조금 더 열고나와 아렐의 뒤에 약간 떨어져섰다. 마족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지만, 돌연히 몸을 살짝 경직시키더니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인식했다.”

“네?”


아렐이 중얼거린 말에 여성이 되물었지만, 그는 대답하지않고 그대로 마족을 향해달려나갔다. 그와 동시에 경련이 멈춘 마족이 아렐을 향해 달려들어 물어뜯기위해 입을 크게 벌렸다. 하지만 그는 낮아진 머리를 그대로 밟고 도약하면서 와이어를 뽑아 마족의 목에 휘감아 뒤로 당겼다. 마족의 등뒤에 착지한채 와이어를 당기자 마족은 신음을 흘리며 몸을 돌리려했지만, 그보다 빠르게 마족의 뒷다리가 나이프로 잘려날라갔고 마족은 중심을 잃은채 엎드려 쓰러지고말았다. 아렐은 그 상태로.


“지금이야! 공격해줘!”

“...”


여성을 향해 외쳤다. 아렐은 아까전 동굴에서 보았던 신비로운 공격을 다시 한번 보고싶었던 마음에 여성을 끌어들였지만, 애초에 전투에 돌입하기전에 그 어떤 상의조차 하지않았었다. 마족이 인간을 처음 발견한 뒤 적대상태로 들어가게되는 인식상태가 된 걸 보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인탓에 지금에서야 그 사실을 깨달은 아렐은 아차싶었다. 그래도 여성이 자율적으로 마족에게 적대행위를 취할 것인지 아닌지도 중요했기에, 그는 더이상의 말을 하지않고 잠자코 여성의 행동을 지켜보며 발밑에서 날뛰는 마족을 열심히 억눌렀다. 아까전까지 아렐을 상대로 가지고있던 긴장감은 어디로 갔는지, 진심으로 어이가 없어진 여성은 한숨을 작게 한번 쉬고는 오른팔을 들어올려 손가락만 까딱거렸다.

그러자 크기는 한참 작지만 밝게 빛나는 빛의 구슬이 하나둘씩 그녀의 손가락 주위로 떠오르더니 열개정도가 만들어져 빙글빙글 돌기시작했다. 이번에는 검지손가락만을 곧게 핀채로 마족을 가리키자, 구슬들이 일제히 창의 모양으로 바뀌더니 마족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마족에게 쇄도하는 빛의 창들은 정확히 머리에 꽂혔고, 발버둥치며 신음하던 마족은 불쾌한 비명을 지르며 검게 변색되어갔다. 곧 몸전체가 완전히 새까매 지더니 한줌의 가루가 되어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그 광경을 익숙하게 뒤로 넘긴 아렐은 나이프를 곧바로 수납한뒤 여성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몇 발자국 떨어진 위치에 서서 입을 열었다.


“아까 전에는 오해해서 죄송했습니다. 기능이 고장난 것 같진 않지만, 어딘가 착오가 있었던게 분명하겠죠. 용서해주십시오.”

“...뭐죠, 갑자기 기분나쁘게 정중해지기나 하고.”

“제가 마족상대로는 예의를 모르지만, 처음 뵙는 분한테는 낯가림이 아주 심합니다.”


아렐은 이 기회를 잡아 여성과 대화를 이어나가고 정보를 얻기위해 고개를 한번 숙이고는 여성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사과했다. 여전히 여성이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도저히 마족이라고는 생각되지않았고, 어쩌면 마족도 인간도 아닌 새로운 종족··· 같은 엉뚱한 생각마저 드는 마당에 겉으로 드러나는 적대행동은 자제하기로했다. 게다가 여성이 사용하는 신비한 기술의 정체도 이대로 놓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한편 보이지는 않더라도 사과하는 아렐이 능글맞게 미소짓는 모습이 왠지모르게 상상이 된 여성은 또 한숨이 나오려했지만, 일단은 참고 이 남자가 자신의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와 좀 더 얘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용서받고싶다면 우선 얼굴부터 드러내는게 어떨까싶네요. 그 점부터가 꽤 무례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알겠습니다.”


아렐은 절벽에서부터 느꼈던 추위를 생각하며 무심코 망설였다. 하지만 여성의 말이 지당하다고 생각했기에 곧바로 용린갑의 부분을 해제했다.


“생각보다 평범하네요.”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아렐의 얼굴을 평가한 그녀는, 그 말만 한 뒤 뒤로 돌아 집으로 걸어갔다. 아렐은 열리는 문을 보며 결국 정보획득은 물건너갔다고 생각해 용린갑을 재가동시키고 발품이나 팔아보려고 했을 때, 집안으로 몸이 반쯤 들어갔던 여성이 고개만 살짝 돌리고는 아렐을 쳐다봤다.


“빨리 안들어오고 뭐하세요?”


설마 여성이 집안으로 들어오게 해줄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아렐은 당황하면서도 그녀의 마음이 바뀌기전에 서둘러서 집으로 들어갔다.


몇 분전까지만해도 울부짖던 마족이 그자리에 있었다는 흔적은 이미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말소리마저 사라진 새하얀 세상에는 다시금 바람소리만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바람이 약해지기는 커녕 골을 따라 더욱 거세져만갔다. 그러고는 해가 일찌감치 산등어리를 넘어 어두워지기 시작한 하늘에 마침내 눈발까지 휘날리며 산맥에는 그저 냉기만이 가득 들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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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장 세이럼 - 19 19.04.23 65 0 9쪽
19 2장 세이럼 - 18 19.04.22 67 0 9쪽
18 2장 세이럼 - 17 19.04.20 62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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