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성건 님의 서재입니다.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sunggun
작품등록일 :
2019.04.01 23:38
최근연재일 :
2019.05.07 19:13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119
추천수 :
3
글자수 :
178,651

작성
19.04.25 14:06
조회
57
추천
0
글자
10쪽

2장 세이럼 - 21

DUMMY

아렐은 계속해서 후회했다.

그녀앞에서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후회했고,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않은채 무작정 뛰쳐나와버린 것을 후회했다.


그녀의 공포심이 가득 담긴 눈동자를 처음 본 순간, 아렐은 당황과 함께 자책했고, 동시에 약간의 서운함이 일어났다. 하지만 메아윌이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충분히 이해했기에 차분히 대화하면서 그녀안에 싹트고말았을 자신에 대한 공포심을 완전히 지우려고 했다.

하지만 용린갑으로 얼굴까지 꽁꽁싸매고있어서야 자신의 감정이 제대로 전달될 것 같지도않았고, 용린갑을 입은채로는 오히려 그녀의 공포심만 키워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에 일단은 이곳에서 빠져나가는데 서둘렀다.

잘 걷지못하는 그녀를 등에 업고, 불러세우는 제국군들의 말을 모두 무시한채 정문을 나섰다. 이윽고 아렐이 사전에 찾아두고 점검해두었던 폐가까지 아무 문제없이 도착할 수 있었고, 추격자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모를 사태에 대비해 메아윌을 집안에 앉혀두고, 잠시 폐허주변을 빠르게 확인하고 돌아오자.


입술은 빨갛게 부어올라있고, 볼이 상기된채 눈에서는 눈물이 차 흘러넘치고있음에도 울상을 짓지않으려 노력하는 메아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미 제국군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은 저 멀리 날아갔고, 너무나도 당황한채 그녀에게 다가간 아렐이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괘, 괜찮으십니까?!”


서둘러서 용린갑의 투구를 벗고는, 그녀앞에 한쪽무릎을 꿇으며 눈높이를 맞추었다. 입을 일자로 앙다문채 시선은 바닥을 향해있었고, 무릎위에 다소곳하게 포개어진 두손은 주먹을 꽉 지고는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던 메아윌은, 눈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걱정스럽게 자신을 쳐다보는 아렐과 시선을 맞추더니 결국 울음을 크게 터뜨리고 말았다.


동그랗게 눈을 뜨며 아렐을 쳐다보는 그 눈망울에서 물방울이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볼을 타고 흐르는 그 물길은 차마 손써보기도 전에 그녀의 다리를 적셨다. 그래도 최대한 소리를 죽이려는 듯 두손을 입으로 막고 흐느낌이 새어가지못하도록 노력했지만, 그 손놀림, 새어나오는 울음소리는 듣는 사람을 더욱 애처롭게 만들 뿐이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러면서도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사과의 말.

아렐은 어째서 그녀가 오열을 하며 사과를 하는지 몰라 더더욱 당황했지만, 너무나도 슬프고 안타깝게 우는 그녀의 모습을 더이상보지 못하고 살며시 다가갔다.


“...!”


어째선 자신이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아렐도 잘 몰랐다. 아마도 무의식 중에 몸이 움직인것이고, 그의 내면에서는 어렴풋이 이를 바라는 욕망도 있었을 것이다.

아렐은 그녀에게 다가가 천천히 끌어안았다. 아직 용린갑을 벗고있지않았기에, 그녀가 최대한 아프지않도록 자세를 잡아가며, 신중하게 다가갔고, 그녀의 머리를 손으로 살며시 지탱해가며 서로의 서로에게 머리를 기댔다.

옆에서 그녀의 숨이 잠시 멎고 깜짝 놀란듯이 몸이 살짝 튀어올랐지만, 거절하지않고 더욱 자신에게 머리를 기대오는 그녀의 행동에 안심하며, 천천히 다독였다.


“괜찮습니다. 비록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제가 당신을 버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렐은 여전히 그녀가 사과하는 이유를 몰랐다. 하지만 그 이유가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하고, 불안하게하고, 슬프게하고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고, 진심으로 내뱉는 맹세의 말이었으며, 아렐은 자신이 그녀에게 가지고있는 정체불명의 신뢰를 더이상 거부하지않기로 결심했다. 어째서 자신이 그녀를 이렇게나 믿고, 소중하게 여기고,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감정이다. 자신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리고 그 생각이 자신을 너무나도 행복하게 만든다면, 그저 받아들이는 것도 괜찮지않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그가 이 말을 조용히 속삭인 순간, 그의 마음은 한결 편안해진 것을 넘어서서, 과거에 자신이 쌓아왔던 모든 불안을 떨쳐버릴 수 있을정도의 안도감을 그에게 가져다주었다.


눈물은 여전히 조용하게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어느새 자신이 숨을 멈추었다는 사실마저 잊은채 아렐의 말을 귓가로 듣고있던 메아윌은, 그의 말속에서 진심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자신의 마음속에서 부풀어차오르는 감정을 이해했고, 이에 납득하며 천천히 아렐에게서 몸을 뗐다.


아쉬운마음이 생기면서도, 얼굴을 마주보며 그녀가 일단 진정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렐은 안심했고, 그녀가 입을 열때까지 기다리며 손을 잡아주었다.

한동안 고개를 내린채 마주잡은 서로의 손을 바라보던 메아윌은, 반대쪽 손으로 거칠게 눈가를 훔치고는, 고개를 번쩍들어 결심했다는 얼굴을 한채 말했다.


“저를 구해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메아윌씨라면 어디에 있더라도 구해낼 생각이었으니까요. 오히려 일이 쉽게 풀린 것같아 다행입니다.”


아렐은 상처를 입었음이 분명한 그녀의 몸을 살짝 보며 아무렇지않게 대답했다.

약간 말투를 딱딱하게 만들기까지 하며 당당하게 입을 연것까지는 좋았지만, 아무렇지도않게 자연스레 말해오는 아렐의 대답에 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오르려하는 것을 느낀 그녀는 황급하게 얼굴에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어, 어쨋든! 그것과 함께 저는 아렐씨에게 사죄드려야할 일이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저는 딱히 짚이는 점이 없습니다만···”


정말로 짐작가는 점이 없었던 아렐은 손을 턱에 가져다대고는 잠시 생각했지만, 역시 아무것도 생각나는게 없었기에 그리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을 들은 메아윌은 안색을 살짝 어둡게 만들며 시선을 밑으로 향했다.


“저는 아렐씨에게 두개의 거짓말을 하고있었습니다. 하나는 제 목적에 대해, 하나는 마족에 대해.”

“네?”

“먼저 목적에 대해서는··· 모체를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아렐씨가 들어주신 후에, 저는 다시 산속의 집으로 돌아가 살거라고 말씀드렸지만, 사실을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아렐씨와 만난 순간부터, 당신이 제국군이라는 사실을 알고 함께 림제국으로 향하려고했습니다.”

“...”

“모체인 마족을 잡아달라는 건 단순한 핑계에 지나지않았죠. 저는 여태까지 모체를 공격하면서 그게 반격해오지않는다는 사실을 알고있었고, 일단 그 핑계를 이용해 그 장소까지 함께 갈 수만 있다면, 그래서 만약 아렐씨와 함께 모체를 만날 수만 있다면···!”

“아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어차피 메아윌씨의 안내가 없다면 저는 크러스트산맥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크게 해가되지않는다는 것을 알고있었다면, 굳이 함께 모체를 공격하러 가지않아도 괜찮았던 것 아닙니까?”

“...맞아요. 그래서 저는 두번째 거짓말을 했습니다.”

“두번째···”

“애초부터 크러스트산막을 빠져나가 림제국으로 향하는 지름길은, 모체가 있는 그 장소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죠. 오히려 정반대쪽으로 향해야 할 정도로 멀리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함께 모체를 만나는게 목적이었던 것입니까?”

“그건 과정에 불과했어요··· 여기서 제가 한 마족에 대한 거짓말은, 전 사실 그 모체의 정체와 능력을 알고있었니다.”

“!”


아렐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그녀의 말을 듣고있었다. 자신이 작전에 지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그녀가 자신을 속였다는 것에는 나름대로 충격을 받았지만, 그녀에 대한 실망감은 전혀 없었고, 그저 그녀가 밝혀줄 목적의 내용을 궁금해하며 듣고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모체의 정체에 대해 알고있었다는 말에는 놀라지않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다시 떠올랐다. 딱히 잊고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마법이라는 신기한 힘을 쓰기에 마족과 함께 센서에 걸렸을 뿐이라고 결론을 내리고있었던 아렐은, 이 다음 그녀의 입에서 자신이 마족이라는 고백이 나올까봐 전전긍긍했다. 또 마족이라고 밝혀졌을 때는 어떻게해서 제국군의 손길에서 그녀를 자유롭게 해줄까, 까지 생각하는 등 여러모로 심오한 고민을 빠르게 거듭하고 있자...


“책에서 읽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니, 책이라기보다는 일기라고 해야될까요. 어째서 왕성의 서고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세이렌왕국군의 장교가 썼던 일기로 보였었습니다.. 그 내용은 주로 마족의 침입에 대한 내용이었죠.”

“그··· 그랬군요.”


헛발을 제대로 짚은 아렐은 머쓱해하면서도 안도하며 그녀의 다음말을 기다렸다.


“거기에는 세이렌왕국을 습격했던 그 모체, 왕국군이 0급마족이라고 불렀던 마족에 대한 정보가 있었어요.”

“0급마족··· 그런 분류가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습니다.”

“네, 저도 제 눈으로 직접 모체를 보기전까지는 믿지못했었죠. 하지만 0급마족의 존재는 사실이었고, 그 내용이 사실임을 확신한 저는, 다행히 추방당하면서 함께 가져온 그 일기를 다시 꺼내들어 정보를 머리속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보를 이용하려고했죠.”

“0급마족에 대한 정보를 이용···”


“네, 제가 이용하려고했던 정보는, 마족을 대표하는 마왕조차 사용할 수없는, 오로지 이 세계의 기원부터 함께해왔다는 0급마족만이 행할 수 있는 기적, 과거로의 이동을 실행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3장 르윈드 - 30 19.05.07 39 0 10쪽
30 3장 르윈드 - 29 19.05.06 42 0 8쪽
29 3장 르윈드 - 28 19.05.04 72 0 8쪽
28 3장 르윈드 - 27 19.05.02 44 0 10쪽
27 3장 르윈드 - 26 19.05.01 54 0 11쪽
26 3장 르윈드 - 25 19.04.30 61 0 13쪽
25 3장 르윈드 - 24 19.04.29 53 0 11쪽
24 2장 세이럼 - 23 화로 19.04.27 57 0 20쪽
23 2장 세이럼 - 22 19.04.26 55 0 10쪽
» 2장 세이럼 - 21 19.04.25 58 0 10쪽
21 2장 세이럼 - 20 19.04.24 57 0 9쪽
20 2장 세이럼 - 19 19.04.23 66 0 9쪽
19 2장 세이럼 - 18 19.04.22 67 0 9쪽
18 2장 세이럼 - 17 19.04.20 62 0 19쪽
17 2장 세이럼 - 16 19.04.19 64 0 19쪽
16 2장 세이럼 - 15 19.04.18 98 0 10쪽
15 2장 세이럼 - 14 +1 19.04.17 77 0 18쪽
14 1장 아레아리스 - 13 모닥불 19.04.16 70 0 20쪽
13 1장 아레아리스 - 12 19.04.15 75 0 13쪽
12 1장 아레아리스 - 11 19.04.13 160 0 10쪽
11 1장 아레아리스 - 10 19.04.12 54 0 13쪽
10 1장 아레아리스 - 9 19.04.11 54 0 12쪽
9 1장 아레아리스 - 8 19.04.10 55 0 16쪽
8 1장 아레아리스 - 7 19.04.09 50 0 17쪽
7 1장 아레아리스 - 6 19.04.08 55 0 13쪽
6 1장 아레아리스 - 5 19.04.06 70 0 17쪽
5 1장 아레아리스 - 4 19.04.05 65 0 15쪽
4 1장 아레아리스 - 3 19.04.04 70 0 17쪽
3 1장 아레아리스 - 2 19.04.03 74 1 13쪽
2 1장 아레아리스 - 1 19.04.02 87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