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성건 님의 서재입니다.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sunggun
작품등록일 :
2019.04.01 23:38
최근연재일 :
2019.05.07 19:13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111
추천수 :
3
글자수 :
178,651

작성
19.04.23 20:52
조회
65
추천
0
글자
9쪽

2장 세이럼 - 19

DUMMY

“휴우···”


아렐은 점점 몸에 쌓여가는 긴장감을 덜어내기위해 심호흡을 깊게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앞에 보이는 서부사령본부의 정문은, 낮에 마차를 타고 보았을 때와는 사뭇 달라보였고, 그를 짓누를듯이 위압적인 모습으로 비춰졌다.


대령을 만나고 난 뒤, 메아윌을 빼내올 생각을 다졌을 때만 해도 그냥 이대로 본부에서 밤까지 잠복해 있을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용린갑을 입고 숨어있기에는 영 마땅치 않았고, 그렇다고해서 한번 벗자니 시간도 상당히 걸리는데다가 예상외의 사태에 대처하기도 쉽지않을터이기에 그냥 포기하고 본부를 나왔다. 그리고 곧,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아군을 속이고있다는 죄악감때문일지, 마음속에 내려앉아있던 수수께끼의 압박감이 정문을 빠져나오자마자 눈 녹듯이 사라졌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용린갑을 입은채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경외심이나 존경심의 눈길도 많이 받았지만, 그 이상으로 다양하게 느껴지는 적개심에 쓴웃음을 지었다. 적당한 식당에 들어가 뻣뻣하게 굳은 자세로 점심을 내주는 점원을 바라보며 저녁은 굶기로 결심하고, 재빠르게 식사를 해치운후 식당을 나온 뒤로는, 최대한 사람이 없는 길을 골라다녔다.


서부사령본부의 주변거리들을 대부분 둘러보고, 주요 골목길들까지 머릿속에 저장한다음 도망친 뒤 추격이 붙을 경우를 대비해서 여러가지 루트들을 머리로 짜놓았다. 그리고 길을 다니면서 기억해두었던 인적이 전혀 없는 공원의 의자에 앉아, 메아윌을 구출할 작전에 대해 구상하기 시작했다.


대령이 거짓말을 하지않았다는 가정하에, 메아윌이 구속되어있다고 들은 장소는 다행히 아렐도 예전에 가보았던 곳이었고, 그곳으로 가는 길도 나름 기억하고있었다. 경비를 뿌리치는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 용린갑이 있다면 일단 침입하는 것까지는 그리 문제가 될것같지는 않았고, 가장 문제가 될법한 탈출시의 대처역시 어느 정도 구상을 해낼 수 있었다.

자신의 계획이라던가 과거의 정보 대부분이, 타인을 믿어야한다는 점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에 눈치챈 아렐은 쓴웃음을 흘리면서, 이제부터는 독자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을 조금이라도 키워둘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조용히 의자에 앉아서 하늘을 쳐다보거나, 주변에 서있는 건물들, 아직 재건되지못한 건물잔해들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낸 아렐은, 달이 머리꼭대기를 살짝 넘어간 시점에 다시한번 서부사령본부를 찾았다.


“밤늦게까지 수고하십니다.”

“안녕하십니까!”


역시나 기합이 잔뜩 들어있는 위병과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당당하게 정문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일반시민들도 평범하게 통과할 수 있는 문이기에 어지간하면 걸릴일도 없었지만, 그래도 첫번째 관문을 문제없이 통과한 기분이 들었던 그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며 본부건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런데 그때.


위이이이윙!!!

[현재 본부내에 침입자가 다수 존재. 제2, 제3 연구동. 5번격납고. 별관. 에서 침입자 확인. 모든 경비대원들을 비롯···]


부지전체를 강하게 뒤흔들정도로 커다란 경보음이 울려퍼지더니, 칩입자들의 확인과 부대호출을 알리는 방송이 잇달아 들려왔다. 그가 지나왔던 정문에 서있는 위병들이 긴장하며 경계를 다지는 낌새를 느끼면서, 아렐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판단을 내린 그는, 용린갑을 완전가동시킴과 동시에, 안내방송에 나온 침입자들을 처리하기위해 달리는 듯한 모양새로 부지내를 질주했고, 제2 연구동을 지나쳐 별관으로 향했다.


아직 대응부대들이 도착하진않은듯, 별관입구에는 경비대원들의 시신이 널부러져있었고, 이를 애써 무시한 아렐이 안으로 들어가자, 역시나 경비대원들의 시신들이 여기저기 누워있을뿐이었다.

별관건물자체가 일반인이나 군인, 하급장교들의 출입이 제한되어있고, 평소에 있는 사람들이라곤 업무중인 상급장교들이나, 경비대원들, 기밀정리를 위해 찾아온 특수장교들이기에 여타 건물들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상주하는 군인들이 적은 곳이었다.

경비대원들이나 그들과 함께 쓰러져있는 장교들의 명복을 빌어가며, 지하에 있는 감옥으로 내려가기위한 문을 찾았다.


“...젠장.”


이미 완전히 망가져버린 자물쇠를 보며 작게 욕설을 내뱉은 아렐은, 서둘러서 계단을 내려갔다. 중간중간에 조명이 켜진 계단에는 쥐죽은듯이 고요했으며 그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않았지만, 아렐은 경계를 조금도 풀지않은채 나이프를 빼서 왼손에 잡았다.

그는 서둘러 내려가고싶어하는 마음을 억누른채 최대한 신중하게 발을 옮겨가며 계단을 내려갔다. 그의 신중함과 절묘한 힘조절에 의해 발소리는 완벽하게 지워졌고, 더군다나 지상에서 아직까지 울리고있는 방송소리로 인해 아렐의 소리는 어디로도 퍼지지않았다. 하지만 속도는 더없이 느릴 수밖에 없었고, 경계심을 최대로 유지하는 한편 그 시간을 이용해 지하감옥의 구조를 떠올렸다.


흉악범들이나 장기복역수들은 크러스트노역교도소를 비롯한 대형교도소로 이송하지만, 서부사령본부에서도 가장 경비가 엄중한 이 별관건물에도 감옥시설이 작게나마 존재했다. 치안유지대에서 잠시간 구속할 사람들은 바로 지하1층, 제국군의 관리가 필요한 정치범들이나 단기복역수들은 그보다 더 밑층에 갇혀있다. 메아윌은 당연히 지하1층. 가장 보안이 단순한 곳에 잡혀있었고, 감시또한 그다지 철저하지않다고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정보를 토대로 계획을 짰지만, 정체불명의 집단에게 습격받아 제국군이 다수의 피해자를 낸 이상, 용린갑을 입고있는 아렐이 오히려 습격자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대처방안을 다시 처음부터 짜내려가며 계단을 내려가자, 마침내 나선형층계참이 끝나고 여러개의 쇠창살들이 즐비해있는 지하1층에 발을 디뎠다. 아렐이 교묘하게 몸을 숨기고 지하1층을 둘러보았지만, 몇명의 수감자들을 제외하고는 습격자로 보이는 인기척은 없었다.

설마하니 벌써 별관을 떠났을리는 없었고, 아마 더 밑에 층에 있을것이라 추측한 아렐은 서둘러 메아윌을 확보할 생각에 지하1층으로 들어갔다.


“...! 메아윌씨!”


벽에 걸려있던 하나남은 열쇠뭉치를 집어든 아렐은, 다행히도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비록 헝클어져있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금발을 빨간겨울옷위에 드리우며, 옆에는 눈처럼 하얀 외투를 곱게 접어놓은채 무릎을 끌어안고 침대위에 앉아있는 그녀를 본 아렐은, 벅차오르는 반가움에 무심코 소리칠뻔한 입을 한번 막고, 작게 소리쳐서 그녀를 불렀다.


“...아렐··· 씨?”


하룻밤사이에 완전히 초췌해진듯, 피곤해보이는 얼굴로 고개를 드는 메아윌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은 아픔을 느끼면서도, 아렐은 서둘러서 이곳을 빠져나가기위해 그녀가 갖힌 감옥의 번호에 맞는 열쇠를 찾아 감옥문을 열었다. 치료도 받지않았고, 식사도 하지않았었다고 들었기에 어쩌면 몸을 못 움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한편 감옥밖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로 인해 몽롱한 의식속에서 헤메이던 정신이 각성한 메아윌은,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눈물을 막지못했고, 그러면서도 저절로 지어지는 미소를 그대로 드러낸채, 다가오는 아렐에게 안겼다. 비록 용린갑에 막혀서 얼굴도 보이지않고 딱딱하기만 했지만, 틀림없이 알 수있는 아렐의 기운을 몸으로 느끼면서 한동안 떨어지려고 하지않았다.

아렐은 그녀의 갑작러운 포옹에 당황하면서도, 그녀가 자신을 거부하지않았고, 또 자신의 생각대로였다는 기쁨에 그녀가 울음을 멈추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도 잠시, 더욱 지하로 이어지는 층계참에서, 다수의 인간들이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메아리를 타고 그의 귀에 흘러들었고, 아렐은 서둘러서 시간을 계산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메아윌을 업고이동하더라도 무사히 도망칠 시간은 없을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그렇기에 일단 메아윌에게는 자는 척을 하라고 일러둔 뒤, 그는 감옥을 나가 문을 다시 잠궜고, 열쇠뭉치를 감옥안으로 던졌다.

정신이 몽롱했던 탓에 지금 본부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미처 파악하지못한 메아윌이었지만, 아렐이 짧지만 진지하게 부탁한대로 행동하기위해, 그가 밖에서 던져준 열쇠뭉치를 꼭 껴안은채 얇은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누웠다.


“자··· 어디한번, 어떤 놈들인지 얼굴이나 한번 보여줬으면 좋겠네···”


지금까지는 메아윌을 구출하기위해 머릿속 한켠으로 밀어두고있었지만, 당장 메아윌이 무사한 모습을 보자 여태까지 희생된 수많은 제국군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최우선사항이 메아윌과 함께 무사히 대피하는 것임에는 여전히 변함없었다. 하지만 아군들이 살해된 모습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정도로 이성을 잃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조용히 투지를 올려가며 지하에서 올라오는 그들을 기다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3장 르윈드 - 30 19.05.07 39 0 10쪽
30 3장 르윈드 - 29 19.05.06 42 0 8쪽
29 3장 르윈드 - 28 19.05.04 72 0 8쪽
28 3장 르윈드 - 27 19.05.02 44 0 10쪽
27 3장 르윈드 - 26 19.05.01 54 0 11쪽
26 3장 르윈드 - 25 19.04.30 60 0 13쪽
25 3장 르윈드 - 24 19.04.29 52 0 11쪽
24 2장 세이럼 - 23 화로 19.04.27 57 0 20쪽
23 2장 세이럼 - 22 19.04.26 55 0 10쪽
22 2장 세이럼 - 21 19.04.25 57 0 10쪽
21 2장 세이럼 - 20 19.04.24 56 0 9쪽
» 2장 세이럼 - 19 19.04.23 66 0 9쪽
19 2장 세이럼 - 18 19.04.22 67 0 9쪽
18 2장 세이럼 - 17 19.04.20 62 0 19쪽
17 2장 세이럼 - 16 19.04.19 64 0 19쪽
16 2장 세이럼 - 15 19.04.18 97 0 10쪽
15 2장 세이럼 - 14 +1 19.04.17 77 0 18쪽
14 1장 아레아리스 - 13 모닥불 19.04.16 69 0 20쪽
13 1장 아레아리스 - 12 19.04.15 74 0 13쪽
12 1장 아레아리스 - 11 19.04.13 160 0 10쪽
11 1장 아레아리스 - 10 19.04.12 54 0 13쪽
10 1장 아레아리스 - 9 19.04.11 54 0 12쪽
9 1장 아레아리스 - 8 19.04.10 55 0 16쪽
8 1장 아레아리스 - 7 19.04.09 50 0 17쪽
7 1장 아레아리스 - 6 19.04.08 55 0 13쪽
6 1장 아레아리스 - 5 19.04.06 70 0 17쪽
5 1장 아레아리스 - 4 19.04.05 65 0 15쪽
4 1장 아레아리스 - 3 19.04.04 70 0 17쪽
3 1장 아레아리스 - 2 19.04.03 73 1 13쪽
2 1장 아레아리스 - 1 19.04.02 87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