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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건 님의 서재입니다.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sunggun
작품등록일 :
2019.04.01 23:38
최근연재일 :
2019.05.07 19:13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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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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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8,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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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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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2장 세이럼 - 14

DUMMY

“아렐씨.”

“네?”

“이 동굴을 쭉 나아가면 마족과 만나게 될 거예요. 혹시 처음 저와 만났던 장소를 기억하시나요?”

“신전처럼 거대한 돌기둥들이 나열해있던 장소라면 기억합니다.”

“네, 바로 거기예요. 그렇다면 정중앙에 있던 거대한 바위같이 생긴 것도 기억나시나요?’

“바위치고는 상당히 크고 표면이 매끄러웠지요. 메아윌씨가 그곳에서 마법을 쓰시는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기억하시고있다니 다행이네요. 지금 그곳으로 가고있는 중이예요.”

“그곳에 사냥해주었으면하는 마족이 있는 겁니까?”

“맞아요. 바로 그 바위같은게 잡아주었으면하는 마족이예요.”

“...? 그 바위가 마족이란 말입니까?”


나이프의 손잡이를 살짝 쓰다듬으면서 아렐은 잘 이해가 안된다는 듯 되물었다. 그 의문에 그녀는 대답하기전에 잠시동안, 그 마족과 처음 만났을 때의 일들을 떠올리고는 대답했다.


“네, 그 바위같은게 마족이예요. 저도 책에서 보았던 마족들 중에 그런건 본적도 없는터라 믿기지는 않았어요. 아, 물론 정말로 마족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건 마족과 가깝고 터무니없이 위험한 ‘생물’일 거예요.”

“마족과 가까운···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물론이죠. 저도 처음 보았을 때는 단순히 큰 바위라고만 생각하고있었어요. 하지만 정말로 우연하게도 이상한 장면을 목격해버리고 말았죠. 바로 마족이 태어나는 순간을···”

“마족이··· 태어난단 말입니까? 설마 그 바위에서?”

“네, 저도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그자리에서 바로 도망치고 말았지만, 그때 한번만이 아니었어요. 제가 너무나도 신경쓰인나머지 다시한번 찾아갔을때도, 그리고 그 나중에도··· 제가 책에서 밖에 본적이 없던 상급마족들이 태어나고는,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빠져나갔죠.”

“...”

“믿기 어렵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메아윌씨가 거짓말을 할거라고 생각되지도 않고···”


진지한 얼굴로 자연스럽게 그리 말하는 아렐에게, 메아윌은 기뻐졌다. 그는 곧바로 사고에 빠진듯 때때로 중얼거리기도 하면서 걸어갔지만, 메아윌은 서로간의 신뢰관계를 확인하고는 차오르기 시작한 이유모를 기쁨을 마음속에서 억누르느라 그를 신경쓸 경황이 없었다.


“마족을 낳는 모체에 대해서는 여지껏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그런 것이라면 반드시 확인해보고 처리해야겠군요.”

“그리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각하면 안된다고 하시기도 했고, 정말로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면 서둘러라도 돌아간 뒤에 동료분들과 다시 와주셔도 괜찮아요.”

“물론 그럴겁니다만··· 한시라도 빨리 처리하는게 좋지않겠습니까? 제국방면으로 향하는 거라면 저희들이 처리할테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가까이에 왕도도 있고, 또··· 메아윌씨도 가까이에 살고있지않습니까.”


아렐이 걱정된다는 듯 메아윌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묘하게 부끄러웠던지라 얼굴을 살짝 돌린 그녀는 말을 살짝 더듬으면서도 말했다.


“괘, 괜찮아요. 제가 왕도에 살면서 그런 높은 등급의 마족을 본적은 한번도 없었으니까요. 분명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는것이겠죠. 그리고 저는···”

“메아윌씨는···?”


중간에 말을 끊고 망설이는 메아윌에게, 그는 어째서 망설이는지 궁금해 살짝 허리를 숙여 고개를 숙이고있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말을 끝맺는 대신, 갑자기 얼굴을 확 들더니 눈앞을 가리키고는 소리쳤다.


“아! 벌써 도착했어요! 저 앞입니다!”


하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살짝 얼이 빠지면서도, 마족이 있을지도 모르는 장소를 향해 돌진하는 메아윌이 걱정된 아렐도 덩달아 달렸고, 머지않아 전에 보았던 거대한 공동의 광경을 다시 한번 눈에 담게 되었다.

고층건물이 그대로 쌓여도 괜찮을 정도로 높고, 한개 연대가 단체로 훈련을 받아도 여유로울만큼 넓은 공간. 그리고 이를 떠받치는 무수한 돌기둥들.


메아윌과 처음만난 장소라고 생각하면 반가워지기까지하는 이 공동에는 여전히 거대한 반구형태의 바위··· 아니 마족으로 추정되는 모체가 정중앙에 자리잡고있었다. 메아윌이 앞장서고, 아렐이 그 뒤를 따라가며 모체로 점점 다가갔다.


“지금은 얌전해 보이네요. 마족이 나오기 시··· 읍!”

“미안합니다.”


메아윌이 걸어가면서 진지하게 모체를 바라보며 말했지만, 중간에 말이 막히게 되었다.

그녀의 입을 가능한 다치지않도록, 하지만 빠르게 틀어막고 몸을 감싸안은채 바로 근처에 있던 돌기둥뒤로 숨었다. 그녀가 말을 하던 도중에도 계속해서 모체전체를 주의깊게 살펴보던 아렐은, 그들이 있는 위치에서 반대쪽의 모체표면으로부터 무언가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아렐은 작게 사과의 한마디를 흘리면서 고개를 슬쩍 내밀어 모체를 쳐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요상하게 빛나기 시작하는 모체의 불빛을 받아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날개를 가진 4급 바람마족이었다.


바위처럼 생긴 물체로부터 마족이 태어나, 지면에 뒷발을 디디고 서더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불쾌함을 느낀 그는 무심코 인상을 쓰며 노려볼뻔 했지만, 그의 기색을 느꼈는지 아니면 우연인지 그들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마족의 눈을 피해 다시금 기둥 뒤로 고개를 되돌렸다.


“일단은 저 마족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본 뒤에 움직이도록 합시다.”

“우으으···”


잠시 기다리며 메아윌에게 작게 속삭였지만, 어째선지 울먹이는 듯한 소리가 아래로부터 들려왔기에 그는 깜짝 놀라면서 손을 땠다.


“죄송합니다. 제가 힘조절을 잘못해서···”

“꺄!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절 도와주신 거죠?”


아렐은 무의식이더라도 메아윌이 상대라면 힘조절을 잘못하지 않을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생각일 뿐이고, 설령 힘조절이 되었더라도 기본 근력치가 다르기에 조절이 제대로 되었는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

때문에 아렐은 다음부터는 더 약하게 할 생각을 단단히 밖아두고, 다시금 조용히 속삭이며 사과했다.


그런데 어째선지 짧게 비명을 질렀기에, 아렐은 그녀가 해주는 용서의 말을 들으며 다시한번 기둥 뒤로 고개를 내밀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마족은 그녀의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꼬리를 흐느적거리며 공동의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유유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아렐씨?”

“네? 아, 네 이제 괜찮습니다. 마족은 공동을 나간 것 같네요.”

“아무일도 없어서 다행이지만, 부디 다음부터는 그, 너무··· 꽉 끌어안지는 말아주세요.”

“...”


메아윌도 고개를 내밀어 마족이 나가는 모습을 함께 보더니, 마족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그에게서 조금 떨어지고는 양손을 허리에 걸친채 아렐을 불렀다.

볼을 살짝 부풀린채 눈을 치켜뜨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자신이 방금전에 한 행동을 다시 한번 곱씹어본 아렐은, 아차 싶었다. 말하던 중간에 말을 더듬으며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덩달아 얼굴에 열이 모이기 시작한 아렐은 대답조차 하지 못한채 고개를 숙이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가보죠.”

“네, 알겠습니다···”


아렐보다 빠르게 부활한 메아윌이, 방금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의 옆에서서 모체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와 함께 걸어가면서 아렐은 부끄러움을 진화하는 한편, 용린갑을 입고있을 때는 가능한한 그녀가 아프지않도록 강하게 안는행동 등을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렐이 번민하는 마음을 억누르는데 벅차는 순간에도 한걸음 한걸음 그들은 모체에 가까워졌고, 적당히 거리를 둔채 일단 멈추어섰다.


“장담은 못하겠지만, 아마 한동안은 마족이 나올 일은 없을거예요. 여태껏 그런적은 한번도 없었거든요.”

“그래도 일단은 조심해 두는 편이 좋겠죠.”

“네.”


모체를 가까이두자마자, 방금전의 혼란스러워하던 행동은 어디로 갔는지. 아렐은 금세 모체를 관찰하며 집중했다.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모체주위를 한바퀴 돌아가며 계속해서 관찰했고, 가까이 다가가 대담하게 만져보거나 때려보기도 했지만, 더욱 의문만 늘어갈 뿐이었다.

아렐이 여태껏 본적없는 재질이었고, 하물며 비슷한 마족을 본 적도 없었다. 건드리거나 나이프로 살짝 베어봐도 모체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않았고, 메아윌과 잠시동안 의논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정체를 밝혀낼 수는 없었다.


일단 모체로부터 마족이 나오는 모습을 아렐이 두눈 똑똑히 뜨고 봤으므로, 마족과 관련있는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이외에는 그 어떤 새로운 사실도 알아내지 못했고, 도착한지 한시간이 경과했을 무렵. 아렐은 이 자리에서의 관찰은 더 이상 의미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메아윌씨, 마법공격들 중에서 가장 강한 건 어떤게 있습니까?”

“가장 강한거라면··· 빛의 창이 가장 강력해요. 시간을 들여서 마력을 더 쏟아부으면 위력도 높아지거든요.”

“그 마력을 쏟아붓는다는 감각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빛의 창이라는 마법은 혹시 전에 이 공동에서 사용하신 마법인가요?”

“네, 맞아요. 그러고보니 보고있었다고 하셨죠. 집앞에서 마족을 향해 쏜 것도 같은 종류예요. 위력이나 갯수가 다를뿐.”

“그렇군요.”


이왕 이렇게 된거, 정보를 가지고 귀환하기 전에 한번 제대로 때려볼까 생각했다. 완전가동상태에서 온힘을 다해 주먹질을 하는 것도 좋지만, 가능하다면 원거리에서 안전하게 지켜볼 수 있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메아윌에게 질문했고, 나름 만족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곧장 그녀에게 부탁해 실험해 보기로하고, 그녀가 알려준 최대사정거리만큼 멀어진 다음에 마법이 쏘아지기를 기다렸다. 정신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라며 책을 꺼내들고는, 특정 페이지를 펼친 뒤 한손을 그 위에 올려두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윽고 그녀의 머리 위로 하얀 구체가 작게 떠올랐다.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한 그것은 점차 속도를 더하더니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크기가 커져갔다. 그러고는 금세 아렐의 머리크기의 몇 배는 될정도로 거대해지고나서 한순간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는 집중해가며 그 움직임을 보고있던 아렐은 핫 하고 정신을 차리며 구체에서 시선을 내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재밌다는 듯이 웃으면서 지켜보고있던 메아윌과 눈이 맞았다.


“후후, 이제 쏴볼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어린아이처럼 들떠있었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그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졌다는 창피함이 한꺼번에 몰려온 아렐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고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다시 한번 작게 미소지은 메아윌은 오른손을 가볍게 들더니 마족을 가리켰다. 그 직후, 전에 보았던 광경처럼 거대한 빛의 구체가 점점 얇아지며 뾰족한 막대기 모양으로 변했다.


슈웅.


은근히 김빠지는 소리였지만, 속도만큼은 남부럽지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가 모체의 몸에 직격했다. 그 충격으로 인해 그 주변에까지 풍압이 생겨나, 돌먼지가 뿌옇게 일어났다. 돌기둥 뒤에 서서 머리만을 빼꼼히 내놓은채 먼지가 가라앉기 기다리던 두 사람은, 이윽고 나타난 모체의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로 상처하나 안나는군요.”

“그래도 전에 했을 때보다는 좀 더 마력을 모았는데··· 역부족이었나봐요···”


아렐은 침울해하며 쓴웃음을 짓는 그녀에게 이번 마법공격으로 마력을 어느 정도 쓴 것인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현재 몸안에 저장해두었던 마력을 전부사용한 한방이었다는 그녀의 말에 깜짝 놀라며 이리저리 안절부절못해하며 그녀의 몸을 걱정했다. 하지만 조금 몸이 나른할뿐 활동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그녀의 말에 안심했다.


“하지만 그래서는 메아윌씨가 한동안 마법을 못쓰시는게···”

“그건 아니예요. 방금전과같이 큰 마법을 쓸때나 체내에 저장된 마력까지 쓸뿐. 간단한 마법같은건 공기 중에있는 마류에서 끌어다 쓰는 모양이더라구요.”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마치 충전식 마기회로와 같은 구조에 신기해하며 감탄하고있자, 그녀가 주의를 촉구하며 모체를 가리켰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건가요? 일단 부탁의 대가인 이상 아렐씨께서 한두번쯤은 떄려주셨으면 좋겠는데.”

“물론입니다. 가능하면 이자리에서 없애버리고싶지만··· 아무래도 제 힘으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

“괜찮아요. 이후에는 바로 산맥에서 빠져나가는 길로 안내해드릴께요. 아마 이곳에서 3시간정도면 곧장 제국방면으로 나갈 수 있을거예요.”

“감사합니다. 그러면 몇 대정도 때려보고 올테니 이곳에서 기다려주세요.”

“네,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녀의 배웅을 받으며 모체에게 걸어갔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메아윌의 공격마법을 정면으로 받은 후이니 혹시모를 반격에 대비해 경계를 풀지않았다. 거리를 반쯤 채웠을 즈음에 목뒤의 장치를 눌러 용린갑을 완전가동 시켰고, 감지기에 2개의 반응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아렐조차 직격으로 맞으면 뒤로 날라갈 것같은 마법공격을 받아도 흠집하나 없었으니, 나이프로 공격하는 것보다는 주먹으로 직접 때리는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했고, 대충 모체까지 다섯걸음정도가 남았을 때 그는 발을 멈추었다.

보통 공성이나 상급마족을 경직시킬때 사용하는 기술이기에 숨어서 마력이 마기회로로 모이는 것을 기다렸다가 쓰지만, 다행히 모체가 움직이는 모습도 보이지않았기에 바로 앞에서서 사용할 생각이었다. 모체로부터 마족이 나올 기미가 보이더라도 금방 취소하고 후퇴하면 될일이었기에 큰 걱정없이 경계만 늦추지않고 자세를 취했다. 전신의 마기회로에 빠른 속도로 마력이 배분되고 쌓여가는 감각을 느끼면서 주먹을 잡았다.


“하아아앗!!!”


큰 기합을 내지르면서 날려진 주먹은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있던 메아윌이 미처 눈으로 쫒을 수 없는 속도였고, 곧바로 왼손으로 한번 더, 다시한번 오른손. 그리고 마지막으로 돌려차기까지 모든 과정으로 순식간에 해치운뒤 아렐은 미끄러지듯 뒤로 물러났다.

주먹과 발차기가 타격하는 순간을 미처 따라잡지못하고 뒤늦게 들리는 어마무시한 파괴음이 공동안에 울려퍼졌고, 아렐의 주위로 일어나는 흙먼지는 마법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자욱하게 일어나 그의 모습을 지웠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나듯 공동전체가 작게 진동하는 낌새에 메아윌이 겁을 먹고 돌기둥에 몸을 기댔지만, 먼지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아렐의 눈동자는 흔들림없이 모체를 포착하고 있었다.


“...굉장한데.”


아렐은 무심코 감탄하고 말았다. 먼지가 흩날리며 재빠르게 파악한 모체의 표면에는 아무런 자국조차 남아있지않았고, 그저 아렐이 있던 자리를 중심으로 공동바닥이 방사형으로 파헤쳐져있을 뿐이었다.

1급 상급마족이더라도 이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면 살짝은 파이기 마련이다. 때문에 어쩌면 마족의 일원이 아닐지도 모른다··· 라는 아렐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작은 미혹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저 생겨나는 경외심과 혐오감을 뒤죽박죽 안아가며 반드시 없애버릴 각오를 다잡았다.

이 정도까지 했는데도 그 어떤 피해조차 보여주지않느다면, 여기서 용린갑의 마력을 다 쓸 기세로 붙들고 앉아있어봤자 시원찮은 성과밖에 안나올 것이 뻔했다. 그렇기에 여기서는 메아윌의 배려를 받아들이고 그녀가 말해준대로 일단 한발 물러나서 산맥을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지금으로서는 저녀석을 없애기 힘들겠습니다.”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일단 이 공동을 나가...서···, 어라?”


뒤로 돌아 메아윌을 향해 걸어갔고, 모체를 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거리를 반쯤 채웠을때 용린갑의 완전가동을 풀은뒤 투구를 벗었다. 가까이로 다가가면서 아쉬운득 그녀에게 전하자, 다행히도 메아윌은 예상했다는 듯이 가볍게 수긍해주었다. 그 사실이 내심 분하긴 했지만, 여기서 고집을 부려봤자 일이 제대로 풀릴리도 없었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공동을 빠져나가려했던 그때.

갑자기 아렐의 뒤쪽을 바라보며 의혹의 눈동자를 보이는 메아윌을 본 그는, 자신이 놓친 점이 있었다 싶어서 뒤를 돌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아렐씨!”


갑자기 소리치면서 이쪽으로 달려오는 메아윌에게 당황하며 영문을 몰라 혼란에 빠져있을때, 그의 발밑이 푸르게 빛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절대로 그가 경계를 게을리했던 것이 아니었다. 모체를 보고, 마족이 나타난 그 순간부터 항상 경계심을 최고조로 올리고 풀지않았던 그가 이상사태를 감지하지못하고 놓쳤던 이유는 단순했다.

단지 이상사태가 벌어지는 속도가 너무나도 빨랐을 뿐이었다.

발밑에서 푸르게 빛나는 무언가에 눈살을 찌뿌리며 시선을 내리자 기하학적이면서도 묘한 문양이 수두룩하게 펼쳐진 원형의 도형이 그의 발밑에 넓게 그려져있었다. 시시각각 광량을 더해가는 도형들을 보며 그는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판단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메아윌을 말려들게 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그를 향해 달려오는 메아윌을 막기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다도 빠르게, 아니 정확히는 입을 벌리고 소리가 나오려했지만, 순식간에 그를 집어삼킬듯 강해진 빛이 아렐의 입이 특어막고 그의 몸을 붙들었다.


마침내 어둠이 짙게 깔려있던 공동전체를 의문이 빛이 가득 메우고, 잠시 시간이 지나 빛이 줄어들며 제 밝기를 찾은 공동에서는 그 어느 누구의 숨소리도 들리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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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장 세이럼 - 15 19.04.18 9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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