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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 님의 서재입니다.

HONOR CLUB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공포·미스테리

박길
작품등록일 :
2022.05.21 14:36
최근연재일 :
2022.06.18 20:5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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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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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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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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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HONOR CLUB




DUMMY

# 회동


오후 9시. 밖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고, 길거리의 사람들은 폭우를 피해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버렸다. 텅 빈 거리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이따금씩 울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만 가득했다.


명성호텔 펜트하우스의 문이 열리고 낯익은 여러 인물들이 들어왔다. 명성호텔 펜트하우스의 문이 열린 건, 꽤 오랜만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펜트하우스에 미리 도착해 있던 구회장은 이제 막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허리를 굽혔다.


-구회장, 뭐가 어떻게 됐다는거에요?


자리에 앉기도 전에 긴장한 모습으로 구회장에게 따지듯 묻는 사람은 제일대학 박원호 교수였다.


-우선, 이리로 와서 앉으시죠.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고 앉자 구회장은 위스키를 한 병 꺼내 사람들 앞에 놓인 잔에 채웠다.


-늦은 시간에 여기까지 오시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구회장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구회장, 대충 얘기를 듣긴 했는데, 얼마나 위험한 상황입니까?


유독 긴장한 듯한 최장관이,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구회장은 최장관을 유심히 보며 위스키를 한 잔 마시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특수부에서, 우리 클럽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습니다.


펜트하우스에 모인 사람들은 순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는 사람도 있었다.


-놈들이, 어디까지 밀고 들어온 거냐?


진작부터 구회장을 지켜보고 있던 정회장이 물었다.


-회장님, 아직은 걱정할 만큼 가까이 접근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클럽의 존재와 일부 회원의 정보는 노출이 된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아- 하는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구회장은 위스키 잔을 내려놓으며 굳은 표정이 되었다.


-예상은 했었지, 놈들도 바보는 아닐테니까.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은?


사람들은 모두 구회장을 쳐다 보았다.


-당분간 회원님들의 모임을 금지하겠습니다. 이 시간 이후로, 우리가 함께 모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여러분들이 사육장을 방문하시거나, 또는 사육장을 이용하시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사육장 안의 모든 것은 일주일 안으로 소각될 예정입니다. 사육장 또한, 당분간 폐쇄시키겠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구회장의 조치에 동의한다는 의미였다.


-폭풍우가 불어도 배는 앞으로 가야 할 텐데, 사육장을 반드시 이용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면?


-그때는, 제가 직접 돕겠습니다. 사육장이 폐쇄되는 동안에도 여러분들의 사업과 진로에는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으리라는 것을, 여러분에게 약속드립니다.


구회장이 자신에 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정회장은 여전히 미덥지 않은 눈초리였다.


-이미 노출된 회원은 누구인가?


정회장은 모두가 궁금해하던 질문을 던졌다.


-지금 이 자리에서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어째서?


-우리 클럽은 HONOR CLUB입니다. 존중과 명예가 없다면 회원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사람에게, 존중과 명예가 없다는 말인가?


-지금 여기서 그분을 노출 시킨다면, 우리에게 존중과 명예가 더 이상 없다는 말입니다.


구회장은 신분이 노출된 회원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누구일지 모두 궁금해 했지만, 고개를 들어 서로를 쳐다보지는 못했다.


-그 한 명 때문에 우리 클럽 전체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겠는가?


정회장은 쉬지 않고 구회장을 몰아 붙이고 있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구회장은 정회장을 노려보았다. 구회장은 정회장이 오늘따라 유독 자신에게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제가 클럽의 관리에서 손을 떼겠습니다.


구회장의 발언에 사람들은 모두 놀라워했다.


HONOR CLUB의 관리인은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클럽의 재량권이었다. 클럽의 관리인은 기업이든 개인이든, 회원들 모두에 대해 그들 수입의 10분의 1에 대한 사용권한을 인정받는다. 관리인은 그 돈의 일부분으로 사육장을 운영하기도 하고 회원들의 욕망을 관리하기도 한다. 기업을 운영하는 회원들은 경쟁 기업의 적들을 사육장에 보내는 걸 주저하지 않았고, 관리인은 기업 회원들의 요구에 맞춰 그들의 뒷처리를 해줘야만 했다. 또한 회원들 중에는 본인의 욕망을 밖으로 드러내길 원하는 사람도 있고 그들의 행동을 숨어서 지켜보는 걸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 모두의 욕망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어마어마했다. 물론 회원들을 위해서만 그 금액이 모두 쓰이는 건 아니었다. 회원들만을 위해 사용하기에는 HONOR CLUB의 수입 10분의1은 엄청난 금액이었다. 클럽 회원들에게 걷은 대부분의 돈이 회원들을 위해 재사용 되는 것은 아니라고해도 회원들은 그 부분에 대해 관리인에게 절대로 용처를 따져 물을 수 없다. 한마디로 클럽 회원의 수입 중 10분의 1이 온전히 관리인의 몫이라는 의미였다. 게다가 관리인은 신입회원에 대해 가부의 결정을 할 권한도 있었다. HONOR CLUB의 회원이 되려면 기존 회원의 추천과 다른 회원들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그마저도 관리인이 이를 최종적으로 반대해 버리면 클럽의 회원이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물론 막강한 권한에는 감내해야 할 책임 또한 뒤따랐다. HONOR CLUB이 위기에 처하게 될 때, 관리인은 클럽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고 모든 것을 혼자 덮어쓴 채, 목숨을 내놓아야만 했다. 그것이 오랜 시간동안 HONOR CLUB을 지탱해온 그들만의 법칙이었다.


-무책임하군!


정회장은 구회장을 다그쳤다.


-자네가 관리를 계속하던지 아니면 그만두던지,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하게. 내가 염려가 되는 건, 신분이 노출된 회원이 자신이 노출된 걸 모르고 계속 돌아다니게 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모두의 얼굴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거란 얘기야!


정회장의 말에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정회장의 주장은 일리가 있었다. 그들 중, 처음부터 무리 안에 있었던 최장관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HONOR CLUB은 클럽의 회원들보다 먼저 고려돼야 하네. 회원의 명예보다는 클럽의 안녕이 먼저란 얘기야. 이제 그만, 신분이 노출된 회원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 어떤가?


구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구회장은 술잔을 채워 술만 마실 뿐 정회장의 물음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함께 모인 사람들도 구회장을 쳐다만 볼 뿐,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명성호텔의 펜트하우스에는 시계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며칠 뒤면 딸 아이가 결혼을 합니다.


묵묵히 앉아 있던 최장관이 무거운 침묵을 뚫고 입을 열었다.


-제 아이가 저에 대해서, 모르길 바랍니다. 회원님들이 도와주시리라 믿겠습니다.


최장관은 펜트하우스의 열린 창문이 있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구회장이 회원들이 펜트하우스에 들어서기 전 미리 열어 두었던 창문이었다. 구회장이 열어놓은 창가에 선 최장관은 그 앞에 서서 신발을 벗었다. 최장관은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온 종이를 꺼내 벗어놓은 신발 앞에 반듯하게 놓았다. 그리고 나서 뒤를 돌아 펜트하우스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히 계십시오.


말을 마친 최장관은 몸을 돌려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진 최장관의 멀어지는 비명소리가, 펜트하우스에 모인 사람들의 귓가로 선명하게 넘어와 꽂혔다. 사람들은 최장관이 떨어진 창문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았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군 정보부를 통해서, 장관님은 이미 자신이 노출된 것을 알았을 겁니다.


모두가 침통한 표정이었다. 구회장은 위스키를 마시고 있었다.


-자네는 어디까지 알고 있었나?


정회장은 구회장의 정보력에 의구심이 들었다. HONOR CLUB의 관리인은 클럽의 위기를 사전에 감지할 정도의 정보는 늘 가지고 있어야 했다. 클럽의 막대한 돈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최장관님이 뛰어내리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의심만 하고 있었을 겁니다. 미처 모르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구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구회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들이 관리인에게 바라는 것은, 완벽한 정보의 통제였다. 구회장이 최장관의 노출 여부를 몰랐다는 것은, 결코 작은 실수가 아니었다.


-요사이, 구회장이 연애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그런가?


능구렁이 같은 정회장이 구회장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그 일은, 이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구회장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는 건 내가 하지! 만약 그 일 때문에 자네가 클럽일에 소홀해 진 거라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거야!


정회장은 묵직하게 경고했다. 사람들은 정회장을 따라 일어나 모두 펜트하우스를 떠났다. 홀로 남은 구회장은 최장관이 몸을 던진 창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창밖으로, 쉬지 않고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다음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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