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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 님의 서재입니다.

HONOR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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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
작품등록일 :
2022.05.21 14:36
최근연재일 :
2022.06.1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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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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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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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HONOR CLUB




DUMMY

# 창주


조용히 눈을 감고 앉은 창주는 위스키 잔을 손에 쥔 채 꼼짝하지 않았다. 인석에게 곧 꺼내주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구회장은 오히려 인석을 버릴 것을 지시했다. 인석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구회장에게는 꺼림칙했던 것이다. 그러나 창주는 쉽게 인석을 버릴 수 없었다.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인석의 공이 컸기 때문이다. 창주는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창주는 이미 어렸을 때부터 불같은 성질 때문에 문제아로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졌었다. 학교를 다니는 일에 흥미가 없었던 창주는 수업에 빠지기 일쑤였고 다른 학교 학생들의 금품을 빼앗거나 빈집에 몰래 들어가 물건을 훔치는 등,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사건들에 연루돼 소년원을 밥 먹듯 드나들었다. 머리가 굵어지고 소년원을 출소한 창주는 한 나이트클럽의 웨이터로 취직을 했다. 하지만 얼마간 성실한 듯 보였던 창주의 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어느 날 자신이 일하고 있는 클럽을 관리하고 있던 조직이 상대 조직의 습격을 받는 일이 있었는데, 웨이터로 일하고 있던 창주가 얼떨결에 싸움에 휘말리게 되었고 실수로 상대 조직 행동대장의 눈을 맥주병으로 찔러버리고 말았다. 행동대장을 잃은 상대 조직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쳐 버렸고 클럽을 관리하던 조직의 보스는 창주를 불러들였다.


그때부터 조직의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창주는 특유의 거칠 것 없는 일 처리로 조직의 크고 작은 골칫거리들을 모두 해결하며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조직의 간부로 올라섰다. 그 조직이 바로 지금의 똠방파였다. 똠방파의 보스는 창주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창주가 비록 다혈질이긴 했지만 자신을 배신하지는 않으리라고 판단했던 보스는 여러 간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은퇴하면 창주가 자신의 뒤를 이을 것임을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창주는 자신의 후계 승계를 반대하던 조직의 간부들이 신경 쓰였다. 그들을 그냥 이대로 놔 둔다면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나중에라도 반드시 자신에게 반기를 들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창주 자신이 조직의 간부들을 직접 제거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창주는 자신이 믿고 쓸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 창주의 눈에 인석이 들어왔다. 평소 붙임성이 좋아 조직내에 평판이 좋았던 인석은 일을 처리 할 때도 깔끔하고 완벽하게 빈틈없이 처리했다. 창주는 인석을 가까이에 두고 여러 가지 일들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인석은 창주의 지시로 창주의 반대 세력들을 제거해 나가기 시작했다. 조직의 간부들은 미처 대비하지도 못하고 인석의 습격에 모두 나가 떨어져 버렸다. 창주가 조직을 장악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창주는 빠른 속도로 조직의 굵직한 사업을 모두 독차지 했고 어느새 조직의 보스 밑에는 창주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조직의 보스는 자의반 타의반, 똠방파를 창주에게 물려주지 않을 수 없었다.


똠방파를 접수한 창주는 조용히 자신의 뒤처리를 해줄 사람을 찾던 구회장의 눈에 띄었다. 조직의 규모를 키우기 원했던 창주는 구회장과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구회장의 자금이 조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그 이후부터, 똠방파는 그야말로 눈부시게 성장해 국내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거대한 조직으로 커져 나갔고 지금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준비됐습니다. 들여보내겠습니다.


밖에 있던 영호가 창주의 방 문을 열고 앳되 보이는 조직원 하나를 창주의 방 안으로 들여보냈다. 창주는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턱 밑에 수염이 듬성듬성 나 있는 걸로 보아 아직 수염도 제대로 깍지 못하는 애송이처럼 보였다.


-막내야? 너 여기 들어온 지는, 얼마나 됐냐?


-이제 1년, 조금 넘었습니다.


-1년? 생각보다는 오래됐네. 인석이 하고 친하다고?


-네. 인석이 형님이 제가 막내동생 같다고, 엄청 귀여워해 주셨습니다.


-막내동생? 인석이가?


-네. 저를 볼 때마다 볼도 꼬집어 주시고, 저를 많이 이뻐해 주셨습니다.


-후후후. 막내동생 같다고!


인석을 처음 본 날, 창주는 인석이 자신의 동생 같다고 했었다. 인석은 창주의 말에 감격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조용히 눈이 내리던 그때, 포장마차에서 두 사람은 밤새 술잔을 기울였다.


-밖에서 영호한테 얘기 들었지?


-네, 듣긴 했는데..., 그럼, 저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막내 조직원의 말에 창주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겁먹을 거 없어.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봐? 그동안 너하고 나하고, 그리고 인석이도..., 조직이 있어서 지금까지 밥 먹고 살았다, 맞지?


-네. 맞습니다.


-그래, 맞아. 너나 나도 그리고 인석이도 조직이 있어서 여태 밥 먹고 살았어. 근데 그 조직이 지금 위험해졌다. 우리가 여태 아무 걱정 없이 밥 먹고 살았던 이 조직을 어떤 좆같은 새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처밀고 들어와서는 인석이랑 애들을 다 잡아가더니, 이제부터 이 밥통의 밥은 못 먹게 됐으니 니들 담갓던 수저 다 빼라, 이렇게 협박을 하네! 막내야?


-네, 형님.


-우리 밥통에다 우리가 우리 수저를 꽂았는데, 우리가 무슨 잘못한 거 있냐?


-아니요, 전혀 없습니다 형님.


-그렇지? 없지? 근데도 걔들이 자꾸 밥 숟가락 빼라고 하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겠냐?


-놈들을 다 없애고 밥통을 지켜야 합니다 형님!


창주는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더니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창주는 불을 붙인 담배를 막내 조직원에게 건넸다. 담배를 받아든 막내 조직원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창주는 품 속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탁자위에 올려 놓았다.


-인석이 잡아간 새끼다.


막내 조직원은 사진을 들어 자세히 보았다. 사진 속의 인물은 특수부 부장 원태인 이었다.


-너는 초범이니까 10년은 넘지 않을 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지?


창주의 날카로운 눈빛에 겁에 질린 막내 조직원은 몸을 꼿꼿이 세울 수 밖에 없었다.


-서대문에 있는 붐붐클럽! 니 몫으로 빼놨다. 안에 들어가 있는 동안 부족하지 않게 챙겨도 줄 거야. 아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 단단히 먹어라. 조직을 위해서, 아니 인석이를 위해서.


막내 조직원은 창주의 말 뜻을 이해했는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막내 조직원은 창주가 건네 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껏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형님.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다시 뵐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막내 조직원은 허리를 크게 굽혀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창주는 빈 잔에 위스키를 따랐다. 막내 조직원을 따라 나갔던 영호가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쟤, 몇 살이냐?


창주의 말에 영호가 허리를 숙였다.


-22살입니다 형님.


-22살? 너무 어리지 않냐?


-그 나이가 좋습니다. 뭔가 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22살. 창주가 소년원을 나와 이쪽 세계로 들어온 것이 그즈음 이었다. 창주는 위스키가 담긴 잔을 들이켰다. 창주는 쇼파에 팔을 벌리고 몸을 기댔다.


-영호야! 회장님이 방화대교 건하고 사육장하고 엮어서 인석이를 버리라고 하더라. 니 생각은 어떠냐?


창주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을 꺼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영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까 회장님 말씀처럼 조직이 있어야 그 다음에 우리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인석이 형님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석이 형님은 너무 많은 걸 알고 계십니다. 만에 하나 인석이 형님이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우리 조직은 물론이고 구회장님까지 곤란해 지실 겁니다.


-그래서?


-인석이 형님은 이제 쉽게 풀려나지 못할 겁니다. 제가 구치소로 찾아가서 인석이 형님을 설득해 보겠습니다. 인석이 형님이 그 두 가지만 안고 가주시면 저희 모두 걱정을 덜 수 있습니다.


영호의 말에 창주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인석이가 말을 안 들으면?


잠시 침묵하던 영호는 무표정하게 말을 이어갔다.


-인석이 형님도, 형수님하고 지웅이가 다치는 건 원하지 않을 겁니다.


-독사 같은 새끼!


영호의 말에 창주는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곧 영호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인석이 형님은 조직을 위해서 다 안고 가실 겁니다. 늘 조직이 먼저라고 말씀하셨으니

까요.


단호한 영호의 태도에 창주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아무리 인석이 창주의 오른팔이라고 해도 구회장에게 맞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두 눈을 감은 채, 꾹 다문 창주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다른 날 다른 때, 만약 구회장이 위험에 빠지면, 창주는 구회장이 버릴 수 있는 첫 번째 카드가 되리라는 것을, 창주는 짐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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