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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 님의 서재입니다.

HONOR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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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
작품등록일 :
2022.05.21 14:36
최근연재일 :
2022.06.18 20:5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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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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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글자수 :
125,249

작성
22.06.1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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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HONOR CLUB




DUMMY

# 습격


새벽 2시 30분. 화려한 조명을 달고 사람들을 유혹하던 형형색색의 불빛들은 모두 사라져버렸지만 여전히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한 클럽 앞에는 술에 취한 취객들 몇몇이 전봇대를 붙잡고 씨름 중이었다.


가을을 재촉하는 새벽비는 멈추는 걸 잊어버린 듯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고, 술에 취한 취객들의 몸을 거리낌 없이 마음껏 때리고 있었다.


끼이익!


묵호의 한 클럽 앞으로 대여섯 대의 승합차가 급하게 돌진하고 있었다. 차량들은 클럽 앞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멈춰 섰고, 승합차 문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건장한 사내들이 우르르 떼로 몰려나왔다. 사내들의 손에는 제각각 쇠파이프와 야구방망이가 들려있었다. 차에서 내린 무리 중 한명이 손짓을 하자 모여든 나머지 사내들이 그 신호에 맞춰 모두 클럽 안으로 재빠르게 뛰어 들어갔다.


그들이 클럽 안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클럽 안에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클럽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들 중에는 머리에 심한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클럽 안으로 뛰어 들어갔던 무리 중 한 명이 피를 흘리며 클럽을 빠져나오던 사람을 끝까지 쫒아와 어깨며 다리를 쇠파이프로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사내는 품 속에서 작은 손도끼를 꺼내 남자의 손목을 찍었다.


-아아아악!


손목이 잘린 남자는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남자의 잘려나간 손목에서 피가 솟구치고 있었고 남자의 손에서 떨어져 나간 부분은 비가 내리는 땅바닥을 힘없이 몇 번 구르더니 보도블럭 한쪽 구석에 처박혔다.


-됐다, 가자!


누가 소리쳤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누군가 외치는 그 소리를 듣고 아까 클럽 안으로 우르르 들어갔던 사내들이 처음 들어갔을 때처럼 클럽 밖으로 재빠르게 빠져나왔다. 멀리서 경찰 싸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무리들은 경찰이 도착하기도 전에 타고 왔던 승합차를 다시 타고 모두 그 자리를 유유히 떠났다.


손목이 잘린 사내의 팔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사내는 이미 정신을 잃은 듯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 전쟁


삐리리, 삐리리, 삐리리!


잠을 깨우는 전화기 소리에 창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몇 번쯤 눈을 깜박이고 나서야 창주는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음, 누구야? 왜?


잠이 덜 깬 창주와는 달리 영호의 목소리는 다급하게 들렸다.


-형님, 묵호에 있는 클럽에 습격이 있었습니다.


-습격?


-우리가 직접 영업하는 여우클럽에 동우네 애들이 몰려와서 깽판을 쳤습니다. 클럽 문 닫을 시간에 맞춰 3-40명 정도가 들어온 것 같습니다. 우석이 형님은 손목이 잘렸구요, 서너 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개새끼! 동우네 애들이 확실해?


창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미 길상이 죽었을 때부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동우가 이렇게 빨리 움직일 거라는 건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확실합니다. 우리 애들이 진식이를 봤다고 합니다.


반쯤 일어나 앉은 창주는 어떻게 이 상황을 수습해야할지 언뜻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금 우리 애들 몇 명이나 모을 수 있겠냐?


-지금이요? 지금은 새벽이라 연락이 안 되는 놈들이 많을 겁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창주는 오늘 바로 반격하는 건 쉽지 않겠다고 여겼다. 게다가 묵호까지 내려가는 시간이라면 동우가 자신의 반격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석이는?


창주는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응급실로 실려 갔습니다. 잘린 손목을 어떻게 찾았는지 그것도 같이 보냈답니다.


-애 하나 우석이한테 보내서 상태가 어떤지 확인 좀 해봐. 그리고 너는 여기로 빨리 와라. 동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얘기 좀 하자.


-알겠습니다 형님.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창주는 여전히 손에 전화기를 쥐고 있었다. -찢어 죽일 새끼! 창주의 손이 떨리더니 창주는 쥐고 있던 전화기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창주는 동우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 견딜수가 없었다.


환하게 웃고 있을 동우를 떠올리며, 창주는 이를 갈았다.


# 계략


클럽을 빠져나온 승합차들은 읍내를 빠져나와 한적한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동우파가 쓰는 컨테이너로 만든 창고였다. 러시아에서 물건을 내리고 실을 때 이용하는 창고였는데 일반인들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 곳에 있었다. 창고 안은 이미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 동우와 진식은 미리 도착해 창주의 클럽을 습격한 무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들 와! 수고 많이 했다.


동우는 창고안으로 들어오는 무리들에게 술을 한 잔씩 따라주었고 습격을 성공적으로 마친 무리들은 서로 들떠서 떠들고 있었다.


-우린, 지금 서울로 올라간다. 날이 밝기 전에 서울에 도착해야돼. 강릉하고 속초에서도 출발했으니까 서울에 가서 합류하자. 자, 자! 서둘러라. 술은 서울에 가서 마시자!


창고에 모여 있던 무리들은 다시 승합차에 올라 서울로 향했다.


동우는 잔에 담긴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며 떠나는 무리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창식이 아저씨, 보냈어?


-네. 지금쯤, 끝났을 겁니다.


동우는 들고 있던 잔을 진식에게 건냈다.


-우리도 올라가자. 앞으로 창주네 가게 관리하려면 많이 바쁠거야!


동우와 진식은 차에 탔다. 먼저 출발한 무리들을 따라잡기라도 하려는 듯, 두 사람을 태운 차량은 굉음을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 운명


클럽의 습격 소식을 들은 창주는 아직까지도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날이 밝으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지만 창주의 방은 이미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창주가 구회장과 손을 잡고 조직을 키워나가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회장은 동우를 창주에게 소개시켰다. 묵호에서 러시아 물건을 관리하던 동우는 구회장과 만나 서울로 진출했고 이미 구회장과 손잡고 세력을 키워 나가던 창주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것이다.


동우를 처음 만난 날, 창주는 동우가 이쪽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곱상하게 생긴 외모뿐만 아니라 동우의 얼굴이 늘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런 인상으로는 다른 사람을 협박하고 겁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창주의 착각이었다.


강이사가 만든 사육장에서조차 갱생되지 않던 골칫거리들은 모두 동우가 도맡아 처리했다. 동우는 늘 혼자서 사육장을 찾았고, 소름끼칠만큼 거침없이 일을 처리했다. 창주는 동우가 일 처리하는 것을 한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만 끝까지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방화대교에서 시신이 떠오르기 전까지, 동우가 처리한 폐기물들은 발각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


-프런트입니다. 김영호라는 분이 방문하셨는데요.


호텔 프런트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올려보내세요.


창주는 가운을 벗고 샤워기의 찬물을 틀었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조금이나마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띵동. 띵동.


창주는 큰 타올로 몸을 대충 닦아내고는 방 문을 열었다. 문을 연 창주는 낯선 거구의 남자를 보고 순간 멈칫했다. 분명 영호가 있어야 할 자리에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 서 있었다.


-누구세...,


창주가 미처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거구의 남자는 품 속에서 기다란 칼을 꺼내 창주의 왼쪽 가슴을 노리고 힘껏 찔렀다. 창주는 순간 놀라 자신에게 날아오는 칼을 손으로 잡았다. 하지만 거구의 사내는 창주의 목을 잡더니 더욱 힘을 줘 창주를 찔렀다.


마침내 칼을 잡고 있는 창주의 손을 뚫어버리고, 남자의 칼은 창주의 가슴에 깊게 박혔다.


-끄으으윽!


창주의 입에서 가래 끓는 거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남자는 창주의 목을 힘을 줘 다시 움켜쥐고 한번, 두 번, 계속해서 창주를 찔렀다.


어느 순간 창주는 문 앞에서 밀려 거실 가운데까지 뒷걸음질 쳤다.


-너, 너 누구야!


남자의 멱살을 잡은 창주의 가슴에서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미안하다.


창주를 찌른 남자는 창식이었다.


동우의 협박에 못 이겨 창주를 몇 번 찾아왔었지만 차마 창주를 찌를 수 없었던 그는 더 이상은 일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동우의 협박이 갈수록 집요하고 거칠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창식의 뒤로 한 사람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창주는, 그 사람을 발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영호!


창주의 등 뒤에서 걸어오는 사람은 뜻밖에도 영호였다.


영호는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더니 품 속에서 칼을 꺼내 자신에게 등을 보이고 있는 창식을 찔렀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창식이 발버둥을 쳤지만 창주에게 멱살이 잡혀 있어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영호는 창식의 어깨를 잡고 사정없이 몇 번 더 찔렀다.


-개새끼들!


창식은 짧게 비명을 질렀다.


결국 칼에 찔린 두 사람은 힘없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두 사람이 죽은 것을 확인한 영호는 자신의 손에 쥔 칼을 창주의 손에 쥐어 주었다. 붉게 충혈 된 창주의 눈에서 피와 눈물이 함께 섞여 나오고 있었다.


영호는 전화기를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형님, 접니다. 창주 형님건은 잘 끝냈습니다. 네. 먼저 가 있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영호는 창주 앞에 똑바로 서더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영호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다음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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