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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 님의 서재입니다.

HONOR CLUB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공포·미스테리

박길
작품등록일 :
2022.05.21 14:36
최근연재일 :
2022.06.18 20: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754
추천수 :
117
글자수 :
125,249

작성
22.06.1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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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0화

HONOR CLUB




DUMMY

# 이별


구회장과 최지영은 창이 넓은 카페에 앉아 있었다. 남해에 다녀온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하지만 오늘 두 사람은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들처럼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창 밖만 쳐다보고 있었다.


-진호씨가 왜 이러는 지,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요.


한참을 말이 없던 지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진호씨를 더 많이 알고 싶어하는 제 마음이 잘못된 건가요?


구회장은 가만히 지영을 바라봤다.


-내 말대로 해. 여기서 멈추는 게 좋아.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지영은 울음이 나오려는 것을 아까부터 간신히 참고 있었다.


-무슨 설명이라도 해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저로서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럽거든요.


그랬다. 두 사람이 남해를 다녀오고 나서도 둘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가 있기는커녕 오히려 하루라도 만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쉬지 않고 연락을 해 만나자고 재촉한 것은 구회장 이였다. 그런 구회장이 갑자기 지영에게 자신이 언제 그런 행동을 했었냐는 듯, 이별을 통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그냥 아무것도 묻지 말고 내가 하자는 대로 하면 안 될까?


지난번 통화 때처럼 구회장은 지영에게 또, 아무것도 묻지 말라고 하고 있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이번에는, 이렇게 이별해 드릴께요. 그럼, 다음에는 어디서 만날까요?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묻지 말라고 하시니까 이번에는 이대로 이별해 드린다구요. 하지만 무엇 때문에 나를 이렇게 대하시는지는 꼭 들어야겠어요. 그러니 다음에 다시 진호씨와 만날 수 밖에요. 얘기해 보세요. 우리, 언제 다시 만날까요?


지영의 마음을 모르는 구회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특수부에서 이미 클럽의 존재를 파악했고 많은 회원들의 명단도 넘어간 것으로 보이는 이 상황에서, 클럽의 관리인인 자신이 이렇게 한가하게 지영과 노닥거릴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전에 내가 지영이한테 나를 구진호라고 불러달라고 한 거, 기억나?


지영은 구회장과 함께 했던 여행을 떠올렸다. 서먹서먹했던 두 사람 사이가 가까워 진 것은, 바로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난 후였다.


-그래요, 기억해요.


-난 지영이에게 영원히 구진호로 기억되고 싶어. 그러니까 내 말대로 하자.


구진호는 구회장이라고 불리워지는 자신의 모습을 경멸했다. 구회장은 잔혹했고 야멸찼으며 냉정하고 비열했다. 구진호는 구회장으로 서 있었던 자신의 모든 순간들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런 구회장을 지영은 처음부터 구진호라고 불러 주었다. 구회장은 신이 자신을 불쌍하게 여겨 지영을 보내준 거라고 생각했다. 지영과 함께 있을때면 지영은 늘 자신을 구진호라고 불러 주었고 그런 지영과 계속 함께 한다면 자신이 정말로 구진호가 될 수 있다고 착각을 했다.


세상은 구회장을 구진호로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세상은 구회장이 자신에게서 달아나려 하면 할수록 구회장의 목을 더 세게 쥐고 아예 숨을 못 쉬도록 끝까지 괴롭혔다. 세상은 구회장에게 더 잔인해질 것을 요구했고 구회장이 더 잔혹해 질 수 있도록 쉬지 않고 수 많은 적을 만들어주었다.


결국 구회장은 세상으로부터의 완벽한 탈출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단지 지영을 만나는 그 찰나와 같은 짧은 순간, 그녀가 구진호로 불러주는것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지영이를 사랑하는 내 마음이 변한 건 아니야. 이해할 수 있어?


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보고싶을거야.


구회장은 지영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여기서 나가면 아마 두 번 다시 저를 보지 못 할 거에요. 진호씨가 견딜 수 있다면, 떠나셔도 붙잡지 않을께요.


구회장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영의 말대로 지금이 지나버리면 다시는 지영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저 밖에서 세상이 구회장을 보고 자기에게 빨리 오라며 손짓하고 있었다.


구회장은 밖으로 나가면서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지영과는 이대로 끝내는 것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 호출


-구수영! 자료 다 준비했어?


최부장의 호통에 술이 덜 깬 수영이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무슨, 자료요?


-뭐? 무슨 자료? 아이고..., 내가 너 때문에 돌아버리겠다. HONOR CLUB 말이야. 니네 팀에서 지금 그 일만 몇 달째 캐고 있잖아?


-아, 자료는 다 됐는데 제가 어딜 좀 가봐야 해서요.


-하하하. 그래, 어딜 좀 가봐야 하세요? 야 이 새끼야! 누가 보면 이 회사가 니 껀줄 알겠다. 니가 사장이냐? 일 안 하고 가고 싶은데 있으면 그냥 니 맘대로 갔다 오게? 헛, 참.


수영의 어이없는 행동에 최부장은 그만 웃고 말았다.


-방화대교건 자백했던 황인석, 기억나세요? 사육장이 어쩌고 저쩌고, 횡설수설했던 새끼요?


-그래, 기억 나. 걔가 왜?


-그 새끼가 진술을 번복했데요. 자기는 모르는 일이고 호텔에서 뒤진 이창주가 시켜서 한 일이라구요. 게다가 나를 콕 집어서 불렀어요. 자기 집으로 면회를 와 달라구요. 가능한 빨리요!


# 황인석


구회장의 지시로 창주에게 버려진 인석은 방화대교 시신의 범인이 자신이라고 자백했다. 거기다 사육장에서 자행된 고문과 살해 역시 자신이 직접 저질렀음을 자백했지만 인석이 자백한 사육장과 사육장의 시신은 끝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인석은 방화대교 건으로만 재판을 받고 청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인석은 며칠 전 창주가 살해당한 사실을 TV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창주가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인석은 애써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TV에서는 쓰러진 남자를 계속해서 이창주라고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석으로서는 인정 할 수도 안할 수도 없어 그야말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간신히 밖에 있는 동생들과 연락이 닿은 인석은 마침내 창주가 살해된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창주가 살해된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된 그날, 인석은 교도관들이 감당 못할 정도로 대성통곡을 했다.


-어린 놈의 새끼가, 바쁜데 왜 아줌마를 오라가라 부르고 지랄이야? 왜 불렀어?


교도소 면회실의 유리를 가운데 두고 구수영과 황인석은 마주보고 앉았다.


-구회장님께 가끔 아줌마 얘기 많이 들었어요. 반갑습니다.


인석은 수영의 얘기를 창주와 구회장이 지나가는 말처럼 얘기를 할 때 가끔 엿듣곤 했다. 인석의 생각보다 더 푸근한 인상이라 인석은 조금 놀랐다.


-구회장? 어떤 구회장?


-구진호 회장님이요.


잔혹한 살인범에게서 구진호의 이름이 나오자 수영은 적잖이 놀랐다.


-니가 그 이름을 어떻게 알아? 그보다, 너 나 어떻게 알고 불렀어? 너 나 알아?


수영은 인석이 자신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구진수 검사님 아시죠?


인석의 입에서 갈수록 놀라운 이름들이 튀어 나왔다.


-얼마 전에 절 면회 오셨어요. 제가 도울 일이 있다고 하시면서 아줌마를 부르라고 하셨어요.


-너 같은 좁밥 새끼가 나를 어떻게 도와?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잘 알죠. 태일신문 탐사 기획팀 팀장, 구수영 이요.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인석의 모습이 수영은 어딘지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놈이 어떻게 구진호와 구진수를 동시에 알 수 있을까? 그리고 두 사람은 이 인간 백정과 과연 어떤 관계가 있을까?


-구진호 회장님은 창주 형님에게 귀찮고 더러운 일들을 많이 시키셨어요. 그 일은 다시 제 몫이 됐구요. 창주 형님이 날짜와 시간을 말하면 저는 창주 형님이 얘기한 곳에 가서 사람들을 잡아다 사육장에 가뒀어요. 사육장에 대해선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이미 다 진술했는데, 검사들은 믿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그건 그렇다 치고 아무튼, 어느 날 우리가 운영하는 헤븐이라는 술집에서 정실장의 연락이 왔죠. 신인이 하나 들어왔는데 역할을 맡으려면 교육이 더 필요하다구요. 그 여자가 지경원 이었어요. 지경원은 사육장에 찾아오는 관찰자들에게 참혹하게 망가졌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호출을 받고 명성호텔로 지경원을 데리고 간 날이었는데 사고가 터졌어요. 무참하게 당하던 지경원이 구진호 회장님의 친구인 태석이 형님을 찌른거에요.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요.


인석은 지금 또 다른 살인 사건에 대해 수영에게 털어놓고 있었다. 수영은 놈의 말을 계속 들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지만, 조금 더 들어주기로 결정했다.


-제가 아줌마를 도와 드릴 수 있다고 말한 부분이 여기서부터 에요. 지경원이 찌른 태석이 형님을 제가 물에 담궜거든요. 큰 돌을 하나 매달아서요.


-뭐? 니가 시신을 유기했다구?


들으면 들을수록 소설같은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놈이 무엇 때문에 이곳까지 자신을 불러 허황된 얘기를 한단 말인가!


-그 위치를 지금부터 아줌마한테 얘기해 줄께요. 아줌마가 물 속에 계신 태석이 형님을 저 대신 꺼내 주실래요?


수영은 HONOR CLUB에 대한 대부분의 자료는 충분히 확보해 둔 상태였다. 클럽의 관리인이 자신의 오빠라는 사실도 이미 파악해 두고 있었다. 그런데 놈의 진술대로라면 HONOR CLUB이 단순히 입찰을 담합해 가격을 올리고 클럽의 회원들에게 유리하도록 공적 서류를 날조하는 수준을 뛰어 넘어 더 크고 참혹한 일에도 연루된 것 같았다.


놈의 진술대로라면 클럽은 오래전부터 인신매매와 살인에도 깊숙이 개입된 것처럼 보인다. 과연 지금까지 놈이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일까?


수영은 이제, 놈의 얘기를 듣는 것을 그만 멈추고 싶었다. 자신의 가족이 악마였다는 진술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다음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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