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길 님의 서재입니다.

HONOR CLUB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공포·미스테리

박길
작품등록일 :
2022.05.21 14:36
최근연재일 :
2022.06.18 20: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757
추천수 :
117
글자수 :
125,249

작성
22.06.15 16:59
조회
20
추천
2
글자
9쪽

24화

HONOR CLUB




DUMMY

# 대면


76층. 태일그룹 회장실 앞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수영은 사진기를 들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걸어 나왔다. 수영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란 회장실 비서들은 갑자기 분주해졌다.


-무슨 일이시죠? 여기는 일반인들이 맘대로 오는 곳이 아닌데요?


-회장님 좀 뵈려구 하는데, 안에 계세요?


-회장님을, 아니, 회장님은 그쪽이 뵙고 싶다고 하면 뵐 수 있는 분이 아니시구요, 미리 선약이 돼 있으시다거나, 뭐 그래야 할 것 같은데요?


수영의 당당한 태도에 너무 놀란 비서가 황당해했다.


-저는 그런 거 안 해도 만나주실 걸요.


-누구 시길래?


-기자요.


-기자? 그, 취재하는?


-네. 그 기자 맞아요. 문 안 열어주실 거에요?


비서는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당당하다 못해 오만해 보이는 기자라는 여자는 이제 짝다리까지 짚고 서 있었다.


-성함이라도 알려주세요. 회장님께 여쭤보죠.


-구수영! 이에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인터폰으로 회장실과 통화를 마친 비서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수영을 회장실로 안내했다.


-어이구, 우리 수영이가 나를 다 찾아오다니, 이거 놀랄 일이구나. 허허허


정회장은 수영을 자리로 안내했다. 정회장이 수영의 얼굴을 본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난 듯 했다.


-잘 지내셨어요? 하나도 안 늙으시고 그대로시네요.


수영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정회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허허허허허. 이놈, 못 본 사이에 아부만 늘었구나. 하나도 안 늙긴, 이제 검은 머리가 하나도 없는 걸! 허허허허.


수영은 메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가방 안에서 수첩을 하나 꺼냈다. 취재를 다닐 때 그녀가 종종 이용하는 취재 노트였다.


-이제부터 취재 좀 할께요. 지금부터는 친구 딸이 아니고 기자에요, 아셨죠? 그럼 시작합니다. 김전무 입에서 회장님 이름이 나온 건 알고 계시죠? 저한테 뭐 하시고 싶은 말씀 없으세요? 다 털어놔 보세요. 저는 왜곡 안 해요. 회장님이 주장하는 그대로, 실어드릴께요.


당돌한 수영의 질문에 정회장은 빙그시 웃기만 했다.


-김전무? 어디 김전무?


-모른 척 하실 거에요? 미래전자 김전무 말이에요. 그 자 입에서 회장님 이름이 나왔어요.


정회장이 계속 시치미를 떼자 수영은 조금 약이 올랐다.


-나도 뉴스를 보긴 봤는데, 그놈 입에서 내 이름이 왜 나왔냐 하면, 그건, 나도 모르지! 나도 그놈을 만나게 되면 한번 물어볼 참이다. 허허허허.


수영이 무엇을 물으려 하는지 정회장은 이미 짐작을 했지만 수영이 원하는 것을 그가 대답해 줄 수는 없었다.


-그 김전무라는 사람이요, 어딘지 낯이 익다 했는데, 오늘에서야 기억이 났어요.


-니가 그 사람을 안다구? 아니, 어떻게?


수첩을 내려놓은 수영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였는데, 아저씨랑 그 김전무라는 사람이 우리 집에 온 적이 있었어요. 제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으니까 벌써 30년이 다 지났네요.


정회장은 수영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때 우리 집에 계단으로 내려가는 지하실이 있었는데, 기억나세요?


-글쎄, 30년 전 일을 나에게 기억해 내라고 하다니, 그건 좀 너무하구나. 허허허.


수영은 굳은 표정으로 정회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날 시험이 있었던 날이었어요. 다른 날 보다 일찍 끝났던 게 기억이 나거든요. 기사 아저씨는 집에 다른 볼 일이 있어서 절 데리러 오지 않았어요. 전 아저씨가 못 오신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죠. 평소 기사 아저씨에게 감시당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거든요. 그 날은 제 맘대로 여기저기 실컷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 나이에 자유를 맘껏 느꼈다고 한다면, 그건 조금 과한 표현이겠죠? 아무튼 다른 날보다 일찍 집에 돌아왔는데 아버지 차랑 그 비슷하게 생긴 차가 차고에 있었어요. 전 아버지가 일찍 들어오신 줄 알고 2층 아버지 방으로 뛰어 올라갔죠. 그런데 방에 계셔야 할 아버지가 방에 안 계신 거예요. 차는 있는데 아버지는 방에 안 계시니까 이상하다 싶었어요. 집 안을 여기저기 아버지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지하로 통하는 문 앞에 섰어요. 그리고 거기서 이상한 소리들을 들었죠.


정회장은 수영의 말을 가로막거나 멈추게 하지 않았다.


-HONOR CLUB! 아저씨도 잘 아시죠?


뜻밖이었다.

수영의 입에서 HONOR CLUB의 이름을 듣게 될 줄, 정회장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그날 분명 저는 HONOR CLUB이라는 이름을 들었어요. 그리고 아저씨들이 화를 내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는 소리도 함께 들었구요. 물론 큰 소리로 얘기하는 건 아니었지만 원래 비밀스럽게 속삭이는 소리에 사람의 청력이 더 집중되거든요.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지하실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지하실 문이 열리더니 아버지랑 아저씨랑, 그리고 김전무라는 사람이 거기서 올라왔죠.


계속된 수영의 이야기에 정회장의 얼굴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수영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맞을거에요. 그 아저씨가 김전무라는 사람이었어요!


수영은 확신에 차 얘기했다. 수영은 어렸을 때 자신이 본 사람이 김전무가 맞다는 걸 정회장의 진술로도 확인하고 싶었다.


-얘기해 주세요. 그 사람이 김전무가 맞죠?


정회장은 즉답을 피했다. 입 밖으로 내뱉지 않으면 그건 사실이 아닌 것이 된다는 것을, 정회장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기억을, 믿는 거냐?


-네?


-기억을 믿느냐구? 니가 기억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믿느냐, 이 말이야?


예상치 못한 정회장의 질문에 수영은 당황했다. 기억을 믿는다? 기억은 이미 지나간 사실들의 흔적인데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신념과 결부시키다니! 수영은 정회장의 말뜻을 깨닫지 못했다.


-기억은 늘 왜곡하는거야. 내가 분명히 사실이라고 믿는 과거들은 사실, 진짜가 아닐 경우가 더 많지. 기억은, 늘 나에게만 이롭도록 과거를 왜곡하거든. 과거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기억의 본능 같은거지.


정회장은 수영이 기억하는 과거가 왜곡됐을 수 있다고 수영을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수영은 정회장의 말이 맞다고 해도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그날 전 분명히 김전무라는 사람을 봤어요. 그리고 HONOR CLUB이라는 이름도 똑똑히 기억하구요!


물러서지 않는 수영을 보며 정회장은, 지금 자신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 안가


강태호에게 가까스로 구조된 경원은 특수부가 마련해준 안가에 머물고 있었다. 안가의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고 1층에는 특수부에서 파견된 요원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강태호는 응급실에 있던 경원을 비밀리에 이곳 안가로 데리고 왔다. 경원의 진술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경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특수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신에게 벌어졌던 참혹했던 일들이 떠올라 경원은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왜 자신에게 그런 일들이 닥치게 되었는지, 단지 재수가 없었다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 끔찍한 경험이었다.


-여긴 안전한 곳이에요. 경계하지 않아도 돼요. 경원씨를 괴롭히던 놈들은 이곳에 없어요. 그러니, 이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웃어도 돼요.


태호는 여전히 웅크린 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경원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안가로 옮긴 지 수 일이 지났지만 경원은 여전히 최소한의 음식만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당신도, 나에게 바라는 게 있죠?


느닷없는 질문에 일어서 나가려던 태호가 그 자리에 멈춰섰다.


-무슨 말이에요?


-당신도 나에게, 바라는 게 있다구요.


-아뇨, 전 다릅니다. 전 경원씨에게 바라는 게 있어서 여기 있는 게 아니에요. 저는 단지 경원씨가 안전하기만을 원할 뿐입니다.


경원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태호를 바라봤다.


-놈들도 나에게 바라는 게 있었어요. 그걸 얻어 낼 때까지 날 고문하고 폭행했죠. 당신들은, 내가 줄 수 있는 걸 얻어내기 위해 날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경원은 태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경원은 조용히 읊조리듯 말하고 있었지만, 태호에게 질문을 던지기에는 충분했다.


-난 단지, 경원씨를 안전하게 보호할 뿐입니다.


-그만 하세요. 당신들도 나에게 무언가 얻어내려고 하는 것은 놈들과 똑같아요. 놈들이 내게서 자신들의 욕망을 채워줄 무언가를 원했던 것처럼 당신들은 놈들을 집어삼킬 수 있는 증거를 원해요. 이제 그만, 나를 놔주세요. 나는, 이제 나를 채우고 싶어요.


경원의 독백에 태호는 끼어들 수 없었다. 경원을 안가로 데리고 온 것이 정말 경원을 위해서일까? 아니면 경원의 말대로 단지 놈들을 일망타진할 증언을 듣기 위해서 경원을 데리고 온 것일까? 놈들이 경원에게 대한 것처럼 태호도 경원에게 묻지 않았다. 우리를 위해 놈들을 집어 넣을 수 있는 증언을 해 주겠느냐고, 단 한번도 경원에게는 묻지 않았다.




다음편으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HONOR CLUB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30화 +2 22.06.18 21 2 10쪽
29 29화 22.06.18 19 1 10쪽
28 28화 +1 22.06.18 21 2 9쪽
27 27화 22.06.18 16 1 9쪽
26 26화 +2 22.06.16 17 2 9쪽
25 25화 22.06.16 15 1 10쪽
» 24화 22.06.15 20 2 9쪽
23 23화 +3 22.06.15 21 5 9쪽
22 22화 22.06.14 23 4 9쪽
21 21화 22.06.14 20 4 9쪽
20 20화 +1 22.06.13 21 3 9쪽
19 19화 22.06.12 23 3 9쪽
18 18화 22.06.11 21 3 9쪽
17 17화 22.06.11 18 2 9쪽
16 16화 +1 22.06.11 20 3 10쪽
15 15화 22.06.10 19 3 9쪽
14 14화 +1 22.06.10 23 4 9쪽
13 13화 22.06.10 23 3 10쪽
12 12화 +1 22.06.09 24 3 10쪽
11 11화 22.06.09 23 2 10쪽
10 10화 +2 22.06.08 27 4 10쪽
9 9화 22.06.08 21 3 10쪽
8 8화 +1 22.06.07 25 4 9쪽
7 7화 22.06.07 24 3 9쪽
6 6화 +1 22.06.06 27 5 9쪽
5 5화 +1 22.06.06 27 5 9쪽
4 4화 22.06.04 34 9 9쪽
3 3화 +2 22.06.04 38 7 9쪽
2 2화 +2 22.05.27 47 10 10쪽
1 1화 +3 22.05.21 79 1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