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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 님의 서재입니다.

HONOR CLUB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공포·미스테리

박길
작품등록일 :
2022.05.21 14:36
최근연재일 :
2022.06.18 20:5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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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9
추천수 :
117
글자수 :
125,249

작성
22.06.0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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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화

HONOR CLUB




DUMMY

-HONOR CLUB


둥근 대리석으로 만든 탁자 위에는 위스키와 크리스털 잔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룸은 열대여섯 명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큰 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급스러운 룸의 문이 열리더니 네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여자는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도 무엇이 즐거운지 사람들을 보며 계속 웃고 떠들고 있었다. 룸으로 들어온 네 명의 남자는 두 명씩 서로 마주 보고 앉았지만 여자는 쇼파에 앉지 않고 남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기를 기다려 남자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앉자 그제서야 탁자 한가운데쯤 똑바로 서서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검정 정장의 여자는 남자들이 앉기를 기다렸다가 사람들이 모두 착석하자 입을 열었다.


-한 주간 나랏일로 시달리신 회원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고하신 여러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오늘 물건들은 전국에서 차출한 물건들입니다. 다들 아시죠? 저희 클럽은 지역감정 없다는 것!


여자는 손가락 하나를 펴 제스쳐를 취했다.


-오늘 물건들은 모두 일등급 입니다. 회원님들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특급 물건들이라고 확신합니다!


여자는 단숨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방 안의 남자들은 여자의 말에 모두 여자의 얼굴을 뚫어질 듯 쳐다보았다.


-정실장! 무척 자신 있어 보이는군요. 하하하. 도대체 어떤 물건들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그동안도 나쁘지 않았는데 오늘은 유독 더 자신있어 보이는군요. 하하하.


무리 중 한 남자가 좌중을 번갈아 보더니 크게 웃으며 말했다.


-잠시만요 최원장님,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오늘 절대 실망하지 않으실거에요.


정실장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잠시 기다리란 말을 하더니 방을 나갔다. 정실장이 나가자 네 명의 남자는 쇼파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더니 편한 자세로 앉았다. 그중 한 두 명은 넥타이를 손으로 잡고 흔들어 풀더니 손에 둘둘 말아 한쪽으로 던져 버렸다.


-박교수님! 이거 어쩌나, 제 딸 아이가 미욱해서, 이거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해외로 다시 보내려고 미국쪽으로 서너 곳 알아봤지만, 거기로 보냈다가는 애를 완전히 망가뜨릴 것 같아서요. 애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해요 노력을. 어릴 때 외국에서 지내서 영어는 잘하는데 나머지는 형편없습니다. 염치없지만, 교수님만 의지하게 됐습니다.


한 중년의 남자가 맞은편에 앉은 반백의 또 다른 중년에게 미안해하며 말을 꺼냈다. 박교수라 불린 남자는 둥글둥글한 얼굴에 머리가 조금 벗겨진 인상 좋은 아저씨 같았다. 박교수는 중년의 남자가 말하는 와중에도 옅은 미소를 짓는 것을 잃지 않았다. 삶의 오랜 경험이 만들어준 표정일 것이다.


-장관님, 무슨 그런 말씀을! 도울 수 있는 자리에 앉게 해주신 분이 누구십니까? 바로 장관님 아니십니까? 장관님 뵐 때마다 엎드려 절하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느라 정말 힘이 듭니다.


박교수는 미소를 잃지 않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따님 성적이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제가 더 신경 쓰겠습니다. 벌써 총장님하고 미리 다 준비해 뒀습니다. 그런 거 하라고 장관님이 절 이 자리에 앉혀주신 것 아니겠습니까? 다른 사람 일도 아니고 장관님 따님 일인데 제가 모른척 할 순 없지요. 제가 어떻게 장관님 사정을 모른 척 하겠습니까? 받은 게 있으면 갚아야 하는 게, 뭐, 그게 사람의 도리 아닙니까? 하하하. 제가 일자무식이지만 그 정도 도리는 알고 있습니다. 하하하.


박교수는 굵고 낮은 목소리로 장관을 보며 말을 했다. 두 사람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해서인지 아니면 민망해서인지 억지로 웃는 듯 했다.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이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하하하. 이 나라 최고의 지성인 박교수가 일자무식이면 우리는 뭐가 됩니까? 그리고, 아니, 두 분? 연인이세요? 하하하.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그윽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하하.


-정회장, 연인이라니요? 부부에요, 부부! 하하하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를 번갈아 보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들이 한창 떠들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정실장이 젊은 여자 4명을 데리고 들어왔다. 얼굴을 보니 젊은 여자라기 보다는 어린 여자라고 하는 게 맞을 듯 했다. 서툴게 화장을 한 걸로 보아 화장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고, 하이힐을 신은 발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계속해서 좌우로 삐거덕거리고 있었다. 짧은 스커트를 입고 일렬로 선 여자들은 그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마치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시선은 밑으로 향해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방 안에 있던 남자들은 새로 들어온 여자들을 이리저리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탐색을 마친 그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오, 정실장! 수고했네, 수고했어. 정실장 말대로 일등급이군, 일등급이야! 하하하. 역시 우리 정실장 만큼 믿음이 가는 사람이 이 바닥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 암, 없고말고. 하하하.


입구에 서 있던 네 명의 여자들이 한 명씩 남자들 옆으로 가 앉았다. 정실장은 룸 안으로 무언가 몇 마디 더 말을 하더니 뒤돌아서서 나오며 어두워지는 방의 문을 천천히 닫았다. 닫힌 문틈 사이로 남자들의 끈적끈적한 탄성이 삐져나왔다.


#진술


-정신이 드세요?


종이 따위가 한가득 올려져 있는 책상을 사이에 두고 차반장과 여자는 마주 앉아 있었다. 여자는 벌써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부답, 그저 바닥으로 얼굴을 숙인 채 차반장과 대치 중이었다. 차반장은 그런 여자를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 주고 있었다. 그녀의 가녀린 어깨가 순간순간 움찔거렸다. 그녀의 머릿속에 복잡한 일들이 떠오르는 듯했다. 차반장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말하고 싶어지면 그때 말해요. 얼마든지 기다려 줄게요.


차반장은 커피머신에 캡슐을 하나 넣고 커피를 내렸다. 뜨거운 물이 캡슐의 커피에 닿아 순식간에 강렬한 커피 향이 온 구치소 안에 퍼졌다. 커피 향 때문이었을까? 가만히 고개를 떨구고 있던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거, 저도, 한 잔 주세요.


침묵하던 여자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차반장은 황급히 자신이 마시려던 커피를 여자에게 건넸다. 여자는 차반장이 건네준 커피를 조심스럽게 받아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한 모금 한 모금씩, 여자는 서두르지 않았다. 차반장은 숨을 고르며 그런 여자를 기다려 주었다.


-육개월쯤 전이었어요.


여자는 커피잔을 책상에 내려놓으며 말을 꺼냈다.


-크고 대단한 일을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했죠. 바보처럼.


여자의 눈에 금방 눈물이 맺혔고 곧 어깨를 들썩이더니 흐느끼기 시작했다. 차반장은 티슈 몇 장을 꺼내 여자에게 건넸다. 차반장은 아무 것도 묻지 않았고 여자가 말을 이어가길 기다렸다.


-우연히 한 여자를 알게 됐어요. 많은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내가 지금껏 만나보지 못했던 상류층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보게 될 거라고 했어요. 그러더니 명함 한 장을 주고 가버리더군요.


여자는 두 손으로 커피잔을 감싸 쥐었다. 여자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


-그 명함을 그때 버렸더라면, 흐흐흑.


여자는 오열을 했다. 몸이 심하게 떨리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여자의 눈에서 떨어졌다. 차반장은 여자의 행동에 어찌할 줄 몰라 무척 당황스러워했다. 그저 기다리는 것 외에 차반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았다. 한참동안 오열하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던 여자는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이내 눈물을 멈추고 돌연 차갑고 냉정한 얼굴로 표정이 바뀌었다.


-아직 몇 명이 더 남았어요. 모조리 죽여야 해요. 그 새끼들은 사람이 아니에요.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되는 악마들이에요!


여자는 책상을 거칠게 내리쳤다. 책상 위에 있던 커피잔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깨어져 버렸다. 여자의 돌발적인 행동에 차반장은 깜짝 놀랐다. 좀 전까지 서럽게 오열하던 여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만 독기 서린 여자의 살벌한 눈초리만이 여자의 얼굴에 가득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줄 수 있어요?


차반장은 여자의 얼굴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는 아가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릅니다. 심지어 아가씨 이름이나 나이두요. 그리고 누구를 죽여야 한다는 거죠? 그 죽여야 한다는 그 사람들이 아가씨가 가지고 있던 흉기에서 나온 혈흔과 어떤 연관이라도 있는 건가요? 저한테 얘기해 줄 수는 없는 겁니까? 그리고 아가씨가 누군가를 찔렀다는 얘기에요? 누구를 찔렀다는 건지 나한테 얘기해 줄 수 있어요?


차반장은 온갖 의혹투성이인 이 일에 대해 여자의 진술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미 대답을 재촉하지 않아도 여자는 차반장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는 것 같았다.




다음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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