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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 님의 서재입니다.

HONOR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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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
작품등록일 :
2022.05.21 14:36
최근연재일 :
2022.06.1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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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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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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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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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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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HONOR CLUB




DUMMY

# 덫


손이 뒤로 묶인 채 무릎을 굻고 있는 창식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된 채 피와 땀이 함께 섞여 범벅이 되어 있었다. 창식은 거칠게 숨을 토하고 있었고 이따금씩 입을 모아 바닥에 핏물을 뱉어내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배 들어오는 시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는지. 그때만 되면 어김없이 아저씨가 나타나시더라구요. 점쟁이도 아니실 테고,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잖아요.


동우는 창식 앞에 서서 창식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저씨 때문에 우리 애들 많이 다쳤어요. 아저씨한테 정보를 건넨 새끼가 누군지 알아내느라고, 아무 죄 없는 애들까지 작살 냈거든요.


동우의 옆에 서 있던 진식이 갑자기 창식에게 달려들더니 쇠파이프로 창식의 머리를 내려쳤다. 창식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옆으로 힘없이 쓰러져 버렸다. 동우가 급히 다가가 쓰러진 창식을 부축했다.


-얘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때리면 어떻해?


동우는 진식을 노려봤다. 진식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형님, 이 새끼 하고 더 무슨 할 얘기가 있습니까? 이 새끼 때문에 애꿎은 우리 애들 여럿 다쳤습니다. 지금 당장 이 새끼를 쳐 죽여도, 분이 풀릴 것 같지 않습니다.


진식은 동우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덫을 놔 창식을 잡아 왔으면 실컷 두들겨 패고 분풀이를 해야 하는 데, 동우는 무슨 생각인지 창식을 심하게 다루지 않고 있었다.


-양동이에 물 좀 받아와라. 이 아저씨, 정신을 잃은 것 같다.


진식은 화장실에 있는 양동이에 찬물을 한가득 받아 가져왔다. 동우는 창식의 머리에 차가운 물을 부었다. 서너 번쯤 계속해서 물을 붓자, 창식이 머리를 세차게 좌우로 흔들더니 정신을 차렸다.


-정신이 드세요?


창식은 으으 하는 신음소리만 낼 뿐, 온전히 정신을 차리진 못했다.


-아저씨 잡으려고 가짜로 문자 드렸어요. 27일 뭐, 어쩌고 저쩌고. 그 문자 기억나시죠?


동우는 빙긋 웃었다.


-아저씨 때문에 우리가 손해를 본 게 다해서 15억쯤 돼요. 러시아 애들이 우리 쪽에 청구서 집어넣었거든요. 물건은 지들이 뺏겼는데, 왜 우리한테 돈을 달라고 하는건지. 뭐 어쩌겠어요. 다시 안 볼 사이도 아니고.


동우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어디서 운동하셨어요? 러시아 애들이 체구가 장난이 아닌 데, 아저씨, 맨손으로 작살 내신 거 맞죠? 걔들 광대랑 턱, 다 나갔습니다. 그 병원비도 우리한테 뜯어 갔구요. 그 15억중에 걔들 병원비는 포함된 거 아니에요. 외국인은 건강보험 혜택, 못 받잖아요?


창식은 이제 고개를 들 정도로 정신이 돌아왔다. 정수리 부분이 심하게 고통스러웠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날, 어떻게 할 생각이지?


창식은 힘겹게 입을 열어 동우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긴요, 우리가 피해 입은 거, 다 돌려받아야죠.


-니가 말한, 그 15억?


-네, 제가 아저씨께 말씀드린 그 15억이요.


동우는 또다시 히죽거렸다.


-언제, 어떻게 갚으실 계획이세요? 그렇게 아무 때나 우리 물건 털어가신 분이면, 잡혔을 때 어떻게 상환할지, 무슨 계획이 있으실 거 같은데, 얘기해 보세요?


창식은 길게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떨궜다. 창식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조롱하지 말고, 지금 죽여라. 별 미련 없다.


창식에 말에 동우는 창식을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또다시 빙긋 웃었다.


-아저씨를 왜 죽입니까? 돈만 받아내면 그만이죠. 그리고, 아저씨 안 죽어봤죠? 죽는 거 쉬운 일 아닙니다. 제가 죽어가는 사람 몇 명 봤거든요.


동우는 담배에 불을 붙여 창식의 입에 물렸다.


-아저씨 민증에 지창식이라고 써 있던데, 딸도 하나 있고, 맞죠?


동우의 말에 창식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직감이 들었다. 놈이 어떻게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내 뒷조사를 했다는 말인가!


-그건, 어떻게?


-우리 쪽에도 컴퓨터로 해킹하고 뭐, 막 그런 거 하는 애들 많이 있어요. 걔들한테 일을 주면 하루 안에 내가 원하는 거 다 알아낼 수 있거든요. 아저씨에 대해선 이미 알아보라고 한 게 열흘은 지났으니까, 뭐 그 정도 시간이면 걔들이 아저씨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까지, 이미 다 털 었을 걸요?


창식은 기가 찼다. 특수부의 지시로 어릴 적 태어나고 자란 묵호에 내려온 지 이제 육개월이 지났지만, 자신은 동우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동우와 창주의 특수 관계 정도만 파악하고 있는 자신과 달리 동우는 이미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았다.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이미 공권력을 넘어서는 힘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과는?


-결과?


-나를 털어서, 어떤 결론이 났지?


-아하. 그 결과요! 아저씨 딸 이름하고 직업, 그리고 연락처 정도 알아냈어요. 제가 지금부터 아저씨가 거부할 수 없는 협박을 할 예정이거든요. 그러러면 아저씨 가족을 잡아두고 협박하는 게 제일 잘 먹히는 방법이잖아요?


동우는 계속해서 웃고 있었다.


-그래서, 잡아 왔어?


고개를 든 창식이 눈에 분노를 담아 동우를 쳐다봤다.


-아직은 아니에요. 따님이 전화를 계속 안 받네요. 수백통은 한 거 같은데. 그런데 그, 아저씨 정보 해킹한 애들이 전화기는 신호만 가도 거기가 어딘지 알 수 있다고 하던데요? 그게 사실이면, 아저씨 따님 잡아오는 건 일도 아니겠죠?


창식이 걱정하던 것이 동우의 입에서 나오고 말았다. 통신 기지국의 신호를 따라가다 보면 수취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내 딸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그 협박을 받아들이지.


창식은 단단히 잘못 걸렸다는 걸 깨달았다. 동우는 자신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동우의 요구가 무엇이든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들어줘야 한다는 사실이, 창식은 억울하기만 했다.


-무슨 협박인지도 말 안 했는데, 쉽게 받아 들이 시네요?


동우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따님한텐 관심 없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를 잘 들어보세요.


창식의 앞에 몸을 구부린 동우는 창식의 눈을 똑바로 쳐다 보았다.


-아저씨가 특수부에서 심어 논, 파수꾼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알고 있으리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동우의 말에 창식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저씨, 요새 창주하고 제가, 좀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그 새끼하고는 매일 다투고 치고 박고 했어도 사람이 죽어 나가는 일은 없었거든요. 근데 그 새끼가 갑자기 돌았는지, 길상이를 죽여 버렸어요. 아저씨도 아시죠? 저랑 같이 일하던 길상이 말이에요?


창식은 동우파의 길상을 잘 알고 있었지만, 길상이 죽었다는 사실은 동우에게서 처음으로 듣는 얘기였다. 묵묵히 동우의 곁을 지키던 진식은, 동우의 말에 얼굴이 굳어졌다.


-매 맞고 가만있으면, 애들이 더 괴롭히잖아요? 그리고 제가 다 큰 어른인데, 매 맞고 어떻게 가만히 있습니까? 안 그래요?


동우는 창식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저희 둘 다 구회장님을 모시는 거, 아저씨도 잘 아실 겁니다. 회장님이 우리 둘이 싸우면 꼭 같이 불러서 똑같이 야단치시거든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창주하고 제가 형제인 줄 알거에요. 그런데 제가 만약 창주를 다치게 한 걸 회장님이 아시게 되면, 아마 혼만 내지는 않으실 거에요. 우리 회장님은 얼굴이 다섯 개쯤 되는 분이거든요. 저는 아직 회장님 얼굴 다 못 봤습니다. 모르죠, 제가 창주를 다치게 하면 처음 보는 회장님 얼굴을 보게 될지요!


동우는 비로소 빙긋 웃었다.


-저기, 나무곽 가져와라.


동우는 탁자 위에 놓여있던 나무로 만든 상자를 가리켰다. 진식은 나무 상자를 동우에게 건넸다. 동우는 나무 상자를 창식 앞에 내려놓고,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가늘고 길쭉한 날 선 칼이 들어 있었다.


-저는 약속은 지킵니다. 아저씨 따님은, 아무 일 없을 꺼에요.


동우는 나무 상자에서 칼을 꺼내, 조심스럽게 창식의 앞에 내려놓았다.


-아저씨, 사람 많이 안 찔러 보셨죠? 어떻게 찔러야 하는지 고민하지 마시고, 왼쪽 젖꼭지 있는 데를 다섯 번만 찌르세요. 힘을 꽉 주고 깊숙하게 찌르셔야 돼요. 찌를 때 칼이 손에서 빠질 수도 있으니까 힘을 꼭 주고 찌르는 거, 절대 잊지 마시구요!


동우는 창식에게 살인을 하라는 협박을 하고 있었다.


-미친새끼! 내가, 그렇게 할 것 같아?


창식은 동우에게 크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동우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렇게 하실거에요. 그렇게 안 하시면, 제가 따님한테 엄청 험하게 대할 거거든요. 제가 사람 험하게 대하시는 거 보시면, 아마 아저씨는 기절하고 마실거에요.


아무런 감정이 없이 말하는 동우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다음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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