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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 님의 서재입니다.

HONOR CLUB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공포·미스테리

박길
작품등록일 :
2022.05.21 14:36
최근연재일 :
2022.06.18 20:5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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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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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글자수 :
125,249

작성
22.06.0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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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5화

HONOR CLUB




DUMMY

# 교육과 갱생


조금 과장해서 축구장만큼 넓은 지하실엔 아무것도 없었다. 길게 뻗은 빈 공간의 양쪽 끝에 출입문이 하나씩 나 있었고 그 중간 어디쯤에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리프트가 있었다. 그 외에 지하실에는 흔한 유리 창문 하나 없었다. 양쪽 끝, 밖으로 통할 것 같은 출입구에는 건장한 사내들이 몇 서성거리고 있었다. 길쭉한 지하 공간 정 가운데에는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고 그중 한 의자엔 손이 뒤로 묶인 남자가 피범벅이 된 얼굴을 한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부터 흘러나온 핏물은 하얀 러닝셔츠에 검게 스며들어 남자의 몸에 접착제처럼 착 들러붙어 있었다. 얼굴을 바닥으로 늘어뜨린 채, 그의 입에선 검고 짙은 붉은 피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길상아?


의자 하나를 자신 앞으로 가져와 앉은 창주는 반대편 의자에 묶인 사내를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길상이라 불렀다. 창주가 의자를 끌자 빈 공간으로 의자 끄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길상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창주가 갑자기 자신의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집어 빼더니 길상의 볼에 대고 짓이겼다. 길상의 몸이 순간 경련을 일으켰고 길상이 –으어억-하고 비명을 질렀다. 길상의 볼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며 살이 타는 냄새가 났고 담배불에 지져진 길상의 볼은 금방 검게 변해 버렸다. 길상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해서 –으어어, 으억-하고 신음했다. 그가 신음할 때마다 입에서는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러니까 왜 말을 안 들어? 꼭 이렇게 인상 쓰면서 심각한 얼굴로 얘기해야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 니가 어린애야?


창주는 고개 들 힘조차 없이 축 늘어져 있는 길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칠게 쏘아붙이고 있었다.


-주인 있는 땅에 집을 지으려면 땅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할 거 아냐? 니가 깡패야? 다 니맘대로 해도 되는 거야? 땅 주인한테는 한마디 말도 없이 니 맘대로 집 짓고 내가 지은 집이니까 이제부터 여기는 내 집이라고 우기면, 그러면 그만인 거야? 그게 니 집이 되는 거야? 땅 주인이 있는데?


창주는 스스로 말하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길상은 여전히 고개를 들 수 없었고 창주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창주는 옆에 서 있던 인석에게 손짓을 했다.


-저거 가져와!


창주는 한쪽 벽에 세워져 있던 야구방망이를 가리켰다. 창주의 손짓에 인석이 재빠르게 야구방망이를 집어 가져왔다.


-여기하고 여기!


창주가 고개를 숙이고 있던 길상의 양 어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길상아?


창주는 인석에게 손짓을 하더니 낮고 굵은 목소리로 길상이를 불렀다.


-제발 사람 짐승 만들지 말자. 먼저번에도 그렇게 주의를 줬는데 못 알아듣고, 그때 알아들었으면 여기까지 안 와도 됐잖아?


창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늘은 양쪽 어깨만 못쓰게 만들거야. 몇 주 입원해서 치료해라. 그리고 니가 이렇게 된 거는 다 너 때문인 거 알지? 괜히 나 원망하지 마라. 입원해 있으면서 니가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봐. 세상에 주인 없는 물건 있냐?


인석은 창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에 쥔 야구방망이로 사정없이 길상의 양 어깨를 내리쳤다. 길상의 양 어깨 쭉지가 내려앉았고 길상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실신해 버렸다. 길상의 몸이 쓰러지며 앞으로 기울자 길상은 의자와 함께 앞으로 거꾸러지고 말았다. 인석이 다가가 그런 길상을 일으켰다.


-방 있냐?


창주가 인석에게 물었다.


-네, 형님! 며칠 전에 강이사 퇴원시키고 마침 그 방이 비었습니다.


창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다. 이 새끼 3주만 입원시키고 풀어줘라.


창주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진통제 많이 넣어 줘라. 야박하게 하지 말고 밥도 많이 주고, 그래도 한때는 니가 모시던 형님 아니냐.


창주는 인석에게 지시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인석은 출입구에 서 있던 사내들을 불러 길성의 묶인 밧줄을 풀더니 길성의 팔을 부축해 리프트를 타고 윗 층으로 올라갔다. 윗층으로 한층씩 올라가는 리프트의 기계음이 빈 지하에 괴기스럽게 메아리쳤다.


# 시신부검반


=오늘 오전 8시 40분경, 방화대교 남단에서 끔찍하게 사지가 절단된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이날 오전, 근방에서 고기를 잡던 한 어부에 의해 발견된 시신은 얼굴과 머리부분의 피부가 모두 벗겨진 채로 발견됐으며 팔과 다리 관절이 있는 부분은 모두 날카로운 흉기에 의해 잘려 나간 채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됐습니다. 시신이 방화대교 남단 군사경계지역에서 발견된 만큼 이 시각 군과 경찰은 현장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주민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방화대교 남단,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는 취재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현장 보존을 위해 투입된 군과 경찰은 바리케이트를 치고 인간 띠를 만들어 기자들과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기자들은 빈틈을 용케 파고들어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쫒겨 나가기 일쑤였다. 시신의 형상이 무척이나 끔찍했고 절단된 다른 신체 부위조차 김포에서부터 밀고 들어온 바닷물에 휩쓸려 찾을 수가 없었다. 긴급히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베테랑 시신부검반 조차 시신의 참혹함에 시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모두 눈을 찡그린 채 옆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휴, 끔찍하군.


시신부검반 최형인 박사는 들고 있던 가방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주머니에 있던 마스크를 꺼내 썼다.


-정인씨? 여기, 여기 사진 좀 찍어줘요. 특히 이 얼굴 부분 확대해서!


카메라를 가지고 있던 정인은 최박사의 요구에 멈칫거리며 시신 옆으로 다가왔다. 정인은 시신을 보고 속이 메스꺼워 몇 번 이고 구역질을 했다. 시신의 얼굴은 피부가 벗겨져 있었는데 벗겨진 부분이 머리 뒤쪽까지 이어져 있었다.


-음, 이걸 한 번에 벗겨낼 수는 없었을 테고, 도대체 뭘로 이런 거지?


최박사는 피부가 벗겨진 시신을 뚫어지게 관찰했다. 자세히 보니 시신의 목 부분에 날카로운 무언가에 의해 그어진 듯한 흉터가 있는 것으로 보아 목 부분을 먼저 그은 후 거기서부터 머리 뒤쪽까지 벗겨낸 듯 했다. 특히 얼굴 부분에는 살점을 억지로 뜯어낸 듯한 자국이 있었는데 최박사는 피부 가죽을 한 번에 벗겨낼 수 없자 가해자가 아무렇게나 뜯어낸 것이라 생각했다.


-대체 무슨 원한이 있길래 사람을 이 지경으로...


최박사는 다시 한번 시신의 이곳저곳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 관절들은 묵직하고 날카로운 것에 의해 공격당한 것처럼 보였다. 팔과 다리에 여러 번 가해진 공격의 상흔들로 보아 이 부분 역시 한 번에 잘려 나간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가해자는 여러 번 반복해서 공격한 것이 틀림없었다.


-박스 가져와.


최박사는 현장에 있던 다른 팀원을 불렀다.


-치아가 상하지 않게 조심해서 뜨고 고관절 여기서부터 여기 발목이 있던 이 부분까지, 길이 좀 재봐. 작은 키는 아닌 것 같은데.


최박사의 지시에 감식반원은 송곳을 이용해 시신의 치아 부분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송곳으로 얼굴 부분을 헤집어 놓았음에도 송곳엔 피 한 방울도 묻어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걸까? 뼛속에도 혈흔의 흔적이 없군.


최박사는 생각에 잠겼다. 시신을 이토록 참혹하게 훼손해 놓은 걸로 보아 지독한 원한에 의한 살인 사건임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시신을 옮기기 위해 사지를 절단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지만 굳이 얼굴의 피부를 벗겨낸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단순히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신체 부위들처럼 목을 잘라 내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가해자는 다른 신체 부위들은 잘라 내 버렸지만 시신의 머리만은 남겨 두었다. 시신을 토막 내 옮기려 했다면 목을 잘라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신체 부위들도 저 작게 부분부분 잘라내야 했을 것이다. 최박사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시신 수습을 위해 구급 대원들이 들것을 들고 왔다. 시신의 머리와 발을 나눠 들고 들것으로 시신을 옮기던 구급 대원중 한 명이 발을 삐끗해 시신을 놓치고 말았다. 뼈만 남아 앙상한 시신은 불쌍하게도 땅바닥에 서너 번 굴렀다. 놀란 구급 대원들이 달려가 시신을 다시 들어 들것으로 옮겼다. 당황한 구급 대원들 때문에 시신은 들것에 엎드린 모양이 되었다. 그때 최박사의 눈에 무언가 보였다. 최박사는 구급 대원들을 물리치고 시신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뒤집어진 시신의 엉덩이 부분에 굵은 글씨가 선명하게 보였다.


#HC. N013


#HC. N013? 불에 탄 듯한 글씨는 주물로 본을 떠 새긴 것 같았다. 시신의 엉덩이에 선명하게 찍힌 것으로 보아 짐승에게 낙인을 찍듯 누군가 죽은자의 몸에 새긴 것이 분명했다. 마치 짐승처럼, 범인은 피해자의 몸에 뜨겁게 달군 쇳덩이로 낙인을 찍은 것이다. 마치 짐승인 것 처럼!




다음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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