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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 님의 서재입니다.

HONOR CLUB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공포·미스테리

박길
작품등록일 :
2022.05.21 14:36
최근연재일 :
2022.06.1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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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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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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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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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9화

HONOR CLUB




DUMMY

# 대응


오늘 오전. 국방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최영준 장관의 투신 소식을 긴급으로 전했다. 국방부는 최장관의 투신 소식과 함께 발견된 유서가 있음을 공개했지만, 그 유서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유서의 내용을 취재하려고 경쟁적으로 자신들의 휴민트를 풀가동했지만, 유서의 내용은 끝끝내 알아낼 수 없었다. TV를 통해 국방부의 브리핑을 시청하던 특수부는 최장관의 투신에 큰 충격을 받았다.


-크흠, 아무래도 그들이 우리가 뒤쫒고 있다는 걸, 눈치 챈 것 같군요.


-뜻밖입니다. 이렇게 빨리 꼬리를 잘라 내리라고는 미처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강태호는 HONOR CLUB의 신속한 대응에 놀라고 있었다. HONOR CLUB의 멤버가 얼마나 화려한지는 몰라도, 현직 장관을 이런 식으로 잘라낼 정도라면 그 끝에는 도대체 어떤 인물이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현직 장관인데 말입니다. 크흠, 꼬리자르기라고 봐도 무방하겠지요?


태호 역시 원반장과 같은 생각이었다.


-부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이런 방식을 사용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현직 장관을 투신하게 만들려면, 그들은 도대체 최장관의 약점을 얼마나 많이 쥐고 있었을까요?


원부장 역시 약점을 잡힌 최장관이 투신되어진 것이라 생각했다.


-설마, 우리쪽에서 정보가 새어 나간 건 아니겠지요?


-네? 무슨 그런 말씀을.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놀란 강태호는 일단 부정을 했지만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HONOR CLUB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실을 아는 사람은 경찰청 내에서도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흠, 그렇게 아예 없다고 단정 짓진 마세요. 뼈다귀만 먹던 사람은 살코기도 바라는 법입니다.


원부장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특수부의 수사를 알게 된 최장관이 투신을 선택했다면 누군가 최장관에게 추적이 되고 있음을 알려 주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믿을 수 없지만, 내부반역자는 늘 경찰조직에서 기생하고 있었다. 내부반역자들은 경찰조직의 요직에 올라 범죄 세력을 비호하고 그들의 이권을 건드리지 않는 선까지만 수사하도록 사건을 조절하곤 했다.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 태호는 자꾸만 원부장의 지적이 신경 쓰였다.


-최장관과 함께 있었던 관찰자들의 신원은 밝혀내지 못했나요?


-아직입니다. 최장관의 신원도 지경원의 진술이 아니었다면 까맣게 몰랐을 겁니다.


-지경원씨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 현재는 소재 파악이 안 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자백한 살인 사건의 물증이 없어서 구속할 명분이 사라졌습니다. 다만, 모발에서 검출된 마약 반응 건으로 추가 조사가 예정돼 있습니다.


원부장은 무언가를 꼴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크흠, 그렇게 결정한 건 누구의 생각입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지경원씨를 풀어 준 것 말입니다.


-그건, 내규에 따라 결정 된...,


-가능한 빨리, 지경원씨의 소재를 찾아 보고하세요. 지경원씨가 매우 위험해 보이는군요.


지경원의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지금 지경원은 매우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HONOR CLUB의 멤버를 직접 지목한 사람이 지경원 이었고, 지경원이 지목한 그 사람은 오늘 아침 뉴스를 도배하고 있었다. 원부장은 지경원이 HONOR CLUB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 의해 특수부의 정보가 새 나간 것으로 의심이 되는 상황이라면, 지경원의 존재 또한 반역자에 의해 HONOR CLUB의 수뇌부에게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런,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가능한 빨리 지경원의 소재를 찾겠습니다.


태호는 원부장의 지적에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경원의 정보가 저쪽으로 넘어갔다면 그들은 지경원의 진술을 묻어 버리기 위해, 그녀를 반드시 없애려고 할 것이다. 지금 특수부에겐 지경원의 진술 외에는 HONOR CLUB의 존재를 확인할 방법이 아예 없었다.


-크흠, 태호씨가 직접 가 주세요. 지경원씨를 지금 바깥에 두는 건,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자칫하다가는 지난 10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어요.


원부장은 이미 늦어버린 것이 아니기만을 희망하고 있었다.


# 좌표


동우가 보내 온 주소지에 도착한 창식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먼 발치에서 그곳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건물 전체가 유흥주점으로 보이는 건물에는 아까부터 체구가 건장한 남자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지만, 창주로 보이는 사내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았다. 창식은 이미 창주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특수부에서 묵호로 파견되기 전, 동우와 창주, 그리고 놈들 조직원들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창식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동우의 협박처럼 창주를 살해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하나뿐인 딸 경원을 모른 척 할 수도 없었다. 비록 소원해진 관계이지만 자신에게는 하나뿐인 핏줄이었다. 경원이 어렸을 때 경원의 엄마와 헤어진 것이 어린 경원에게 큰 상처가 된 것을 창식이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는 창식이나 그의 아내에게도 남들은 모르는 사정이 있었다. 창식 몰래 끌어 쓴 사채빚을 한동안 숨기던 아내는 어느 날 쪽지 한 장 남기지 않고 창식과 경원을 버렸다. 나중에서야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때부터는 더 이상 아내를 찾지 않았다. 엄마를 잃은 경원이 애처로워 보여 재혼도 고려했지만 가진 것 하나 없이 위험한 일을 하는 남자를, 여자들은 거들 떠 보지 않았다. 결국 창식은 경원의 외할머니에게 경원을 맡기고 일과 술로 고통을 잊으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경원과 떨어져 있는 날이 많아졌고,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둘 사이는 더욱 소원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오히려 같이 있는 것이 어색한 사이가 되어 버렸다.


창식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동우의 협박을 받아들여 경원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이 사실을 특수부에 알리고 동우를 검거할 것인지. 그러나 경원과는 연락이 안 되고 있었고, 만에 하나 동우의 말대로 경원이 동우의 손에 잡힌다면 경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었다. 창식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 지경원


파출소에서 풀려난 경원은 어릴 적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던 증평에 내려와 있었다. 읍내의 한 허름한 모텔을 잡은 경원은 기억을 더듬어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 지냈던 집을 찾아 나섰다. 어릴 적 경원의 기억처럼 커다란 저수지를 하나 지나자 할머니의 집이 거기 있었다. 할머니의 집은 지금도 누구라도 품어 줄 듯 넉넉하고 고즈넉하게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불을 피워 방을 뜨겁게 달구던 아궁이도 그대로 있었고, 고추며 상추를 심었던 텃밭도 그대로 있었다. 집과 모든 것들이 그대로였지만, 지금은 할머니도 없고 자신을 따라 다니던 길고양이도 없었다. 이제 남의 집이 되어 버린 할머니의 집을 보며, 경원은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어릴 적 친구들과 놀다 다쳐서 상처가 나 집에 오면, 할머니는 약을 발라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면 아픈 게 거짓말처럼 나았고 스르륵 잠이 들곤 했다. 경원은 그때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할머니의 손길이, 못 견디도록 그리웠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아파서 통곡을 하고 눈물을 쏟아내도, 할머니는 어릴적처럼 경원을 안고 쓰다듬어 주지 않았다. 이제 할머니는 더 이상 경원을 안아줄 수 없었다.


할머니와 자주 가던 중국집을 찾은 경원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 벽지랑 테이블이 조금 바뀌긴 했지만 문을 열고 가게안으로 들어갈 때 처음 맡게 되는 음식의 냄새는 그대로였다. 할머니는 늘 짜장면을 드셨다. 할머니가 어렸을 때는 짜장면이 제일 비싸고 맛있는 음식이라고 하셨다. 할머니는 세상이 좋아져서 이제는 얼마든지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다고 아이처럼 기뻐했었다. 할머니가 생각난 경원은 방금전에도 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눈에 다시 눈물이 맺혔다. 경원이 주문한 짜장면이 나오고 경원이 식사를 다 마치기도 전에 중국집의 문이 우악스럽게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건장한 사내 둘 이었다. 경원은 젓가락을 떨어뜨렸고, 두 사내는 경원을 붙잡아 자신들이 타고 온 차에 억지로 구겨 넣었다.


몸이 구겨진 채 차에 갇힌 경원은 할머니와 오가던 읍내를 눈에 더 담아두고 싶었다. 경원은 자신을 누르고 있는 사내의 억센 손을 온 몸으로 밀어내고 몸을 일으켜 창밖을 보았다. 차는 빠르게 달리고 있었고, 경원은 경원의 눈에서 빠르게 멀어져 가는 할머니와의 기억이 안타까워 참을 수 없이, 오열하고 있었다.




다음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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