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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 님의 서재입니다.

HONOR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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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
작품등록일 :
2022.05.21 14:36
최근연재일 :
2022.06.18 20:5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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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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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글자수 :
125,249

작성
22.06.0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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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7화

HONOR CLUB




DUMMY

# 주인과 하인


-네, 맞습니다. 네, 맞습니다 회장님! 맞습니다, 흐흐헉.


강기호는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런 강기호를 보며 구회장이 말을 이어나갔다.


-회장은 새끼! 그동안 내가 너 하고 싶은대로 다 하게 해줬잖아? 내가 뭐, 하지 말라고 한 거 하나라도 있냐? 있어? 없잖아? 그지? 맞지?


구회장은 강기호를 노려보며 사납게 다그쳤다.


-네! 맞습니다 회장님. 맞습니다. 크허허헉.


강기호는 오열했다. 강기호는 구회장의 옆에 무릎을 꿇은 채 바닥에 엎드려 서럽게 한참을 울었다. 구회장은 그런 강기호를 보며 딱하다는 듯 혀를 찼다. 구회장은 강기호의 머리에 한 손을 올려놓더니 이리저리 쓰다듬었다. 어른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듯.


-기호야? 세상에 주인 없는 물건 없다. 너라고 다를 줄 알아? 니 주인은 너인줄 알았겠지만 니 주인은 처음부터 나였어. 내가 널 불렀을 때, 니가 나한테 달려왔던 그 순간부터 너는 내 종이 된 거야. 알겠냐?


강기호는 여전히 고개도 들지 못하고 바닥에 엎드린 채 울고 있었다.


-주인이 어떤 종한테 자기 일을 대신 맡기는 건, 그 종이 똘똘하고 야무져서 일을 잘 해낼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 종보다 더 똘똘한 놈을 주인이 미처 찾지 못했기 때문일 거야. 물론 일을 잘 해낸 종은 일을 잘 하는 동안은 밥도 많이 먹을 수 있고 얼마간의 돈도 더 얻을 수 있을 거야. 배 부르고 등 따뜻하겠지. 하지만 주인이 자기가 데리고 있던 종보다 더 일을 잘하는 놈을 찾게 된다면, 그땐 어떻게 될까? 일을 더 잘하는 놈한테 모든 일을 다 맡기게 돼 있어. 원래 그 일을 하던 놈한테서 일을 모두 뺏어서 새로 들어온 놈한테 모두 다 줘 버리는 거야. 뭐, 그렇지 않겠냐? 그렇게 한 주인이 잘못한 거냐? 어? 말해봐 기호야?


구회장은 강기호의 머리를 거칠게 움켜쥐고 강기호의 고개를 들더니 그의 뺨을 거칠게 때렸다. 뺨을 맞은 강기호의 몸이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렸다.


-그렇게 되면 원래 있었던 종은 어떻게 될까? 주인이 일을 맡기지 않으니 빈둥거리겠지. 주인은 빈둥거리는 저놈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할 거야. 그러다 화가 나서 매를 들기도 하고 욕도 하고 야멸차게 대하기도 하겠지. 그렇다고 해서 종이 주인한테 억울한 마음을 가지고 복수해야지 하면, 되겠냐? 내가 주인의 물건을 조금 도둑질해 내다 팔아서 이득을 좀 봐야겠구나 라고 말이지! 주인 모르게 종이 주인 물건을 도둑질하면 어떻게 되더냐? 팔 다리 다 잘라버리고 집에서 내쫓아 버리지 않던?


구회장의 눈빛이 무섭게 변했다.


-살려준 걸 감사해라. 그동안 말 잘 들어서 살려준거야. 너랑 같이 작당한 최이사는 어떻게 됐는 줄 알아?


강기호는 구회장의 말에 몸을 떨며 구회장을 쳐다 보았다. 구회장은 강기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다. 그거 알아봐야 뭐가 좋다구.


구회장은 강기호의 머리를 두어 번 툭툭 쳤다.


-왜 옛날부터 주인과 종이 있었는 줄 알아? 주인은 어떤 종이 나에게 돈을 벌어다 줄지 귀신같이 알지. 그래서 종들을 일렬로 세워 놓고 한참을 관찰하는 거야. 주인 입장에선 밭에 나가 하루종일 땀을 흘리는 것 보다 일을 잘할 수 있는 종을 고르는 게, 그게 더 중요한 일 인걸 아는거야. 사실 일은 주인이 하는 그런 게, 진짜 일이지. 물론 가끔씩 종의 사기를 끌어 올려줘야 하는 걸 잊어선 안 되지만 말이야! 그런데 종은 주인이 자기를 선택해준 것이 몹시 자랑스러워서 여기저기 자랑하며 우쭐대지. 내가 주인이 선택할 만한 능력이 있노라고 하면서 말이야. 그러고 나선 주인을 위해 미친 듯이 일을 하지. 자신이 주인이 된 것처럼, 마치 너처럼 말이야! 크크크.


구회장은 강기호를 보며 비열하게 웃고 있었다. 강기호는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바닥에 엎드려 흐느끼고 있었다.


-기호야! 너 잘난 거 너도 알지? 너 잘난 거 알아본 게 나라는 걸 잊지 마라. 나는 있고 너한테 없는 거! 그게 너랑 나를 구별하게 해 주는 거야! 기다리면 너도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거다. 기다려보자!


구회장의 목소리에서 낯선 타인을 대할 때 느껴지는 건조함이 느껴졌다.


# 진술2


-그곳을 사육장이라고 불렀어요.


차반장과 마주 앉은 여자는 이제 다소 마음이 진정된 듯 차반장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두 손은 마주 잡고 고개를 들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말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원씨, 조금 더 자세히 말해주세요. 그 사육장이라고 하는 곳이 어디쯤인지 기억할 수 있어요?


차반장은 경원의 말이 끊기지 않도록 호흡까지 경원과 맞추려 애쓰고 있었다.


-아니요. 손이 뒤로 묶인 채 엎드린 채로 이동했거든요. 밖을 볼 수는 없었지만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그런 곳을 달리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어요. 게다가 차가 심하게 덜컹거렸어요. 아마 포장이 안 된 그런 길을 한참동안 달렸던 것 같아요.


경원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얼굴과 머리에 덕지덕지 묻어 있던 검붉은 핏자국들을 모두 닦아내고 보니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모습이었지만 그녀가 아름답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차가 멈추고 어떤 일이 있었죠?


차반장은 경원의 진술을 마저 기다리지 못하고 급하게 물었다. 차반장은 순간 실수했다고 느꼈지만 곧바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혹시 경원이 진술을 멈추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는 했지만, 다행히 경원은 잠시 머뭇거리기만 했을 뿐 진술을 멈추지는 않았다.


-차가 멈추고, 철문 닫히는 소리가 났어요. 차 문이 열리고 서너명의 사내들이 나를 꺼내 들쳐 업고는 어딘가로 옮겼어요. 나를 들쳐업고 옮기는 와중에도 자기들끼리 신이 나서 낄낄대더군요.


경원이 앉아 있던 의자 밑으로 눈물이 몇 방울 떨어져 작은 파편이 경계를 만들며 사방으로 튀었다. 그녀의 어깨가 가볍게 떨리더니, 이내 흐느끼기 시작했다.


-저를, 저를 작은 침대가 있는 방으로 옮기더니 밤새 괴롭혔어요. 그놈들 전부, 번갈아 가면서 말이에요.


경원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경원은 손으로 눈물을 계속 훔치고 있었지만 멈추지 않는 눈물에 속수무책이었다. 차반장은 티슈를 꺼내 경원에게 건넸다. 티슈를 받아 든 경원은 티슈를 아예 눈에 대고 더욱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오열하던 경원은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진정되고 있었다.


-그 후로도, 거기 있는 동안 같은 일이 계속해서 반복됐어요. 그놈들은 쉬지 않고 저를 괴롭혔죠. 어느 날은 때리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두세 놈이 동시에 괴롭히기도 했어요.


경원은 이제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이 서늘하게 변했다는 걸 차반장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러다 며칠이 지났을거에요. 놈들이 날 사방이 유리로 된 방으로 데려갔어요. 그날 관찰자들이 온다고 하더군요. 방만 바뀌었지 그놈들이 나한테 해오던 짓은 그 방에서도 똑같이 했어요. 때리기도 하고 서너 명이 동시에 괴롭히기도 하구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그 안에 있을 땐 그저 죽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어요.


경원은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차반장은 경원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건 보통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경원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누군가 사람을 납치해 감금할 곳을 미리 만들어놓고 사람을 납치한 후, 인권까지 철저하게 짓밟아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경원의 진술이 계속될수록 차반장은 그녀의 말을 믿어도 될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반장님? 여기.


정호가 책상 위에 서류 한 장을 올려놓았다.


-국과수에서 보내온 겁니다. 신종 마약인데 X150 이랍니다.


정호는 서류를 차반장이 잘 볼 수 있도록 차반장 앞으로 옮겨 주었다.


-X150? 이거 보통 센게 아닌 데..., 경원씨? 경원씨 머리카락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어요. 어떻게 된 일인지 얘기해 줄래요?


차반장의 말에도 경원은 놀라지 않았다. 경원은 차반장을 똑바로 쳐다보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 없던 어느 날, 놈들이 나를 차에 태우더니 어딘가로 이동했어요. 도착해 보니 명성호텔 이더군요.


경원의 얼굴은 무언가 결심한 듯 굳어 있었다.


-903호! 똑똑히 기억해요. 903호 였어요. 밤새 땀냄새로 질척이던 그 곳이요!


경원의 입술이 묘하게 비틀려져 있었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놈들도 있었고, 그보단 어려 보이는 놈도 있었죠. 하는 짓은 똑같았었지만 말이에요.


경원은 히죽거렸다. 그녀의 얼굴에서 더 이상 슬픔은 찾아볼 수 없었다. 슬픔 대신, 지독한 살기만 진하게 풍겨져 나왔다.




다음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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