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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 님의 서재입니다.

HONOR CLUB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공포·미스테리

박길
작품등록일 :
2022.05.21 14:36
최근연재일 :
2022.06.18 20:5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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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글자수 :
12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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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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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1화

HONOR CLUB




DUMMY

# 취재


태일신문사의 사회부 기자들은 오늘 아침 산업스파이 조작 사건이 온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후끈 달아올랐다. 요사이 굵직한 사건들이 없어 되지도 않는 미끼성 기사로 어그로를 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고용주인 태일그룹 본사 회장이 직접 연루된 것으로 언론은 보도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미래전자의 최첨단 보안시스템을 중국의 경쟁업체에 팔아넘기려 한 혐의로 미래전자의 전직 고위급 임원이 검거된 사건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억울함을 주장하던 피의자는 자신이 태일그룹의 정태일 회장에게 밉보여 이런 엉터리 같은 조작 사건에 연루된 것이라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었다. 검찰은 즉각 이에 반발해 피의자와 중국 업체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언론에 공개했지만 한 개인 인터넷 언론의 취재로 상당 부분의 메시지가 짜깁기 된 정황이 발견되었다. 게다가 서로 돈을 주고 받은 것으로 검찰이 공개한 금융 계좌 역시 실재하지 않는 가짜 계좌임이 밝혀졌다. 사람들은 검찰이 무엇 때문에 존재하지도 않는 엉터리 정황 증거들을 발표했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아직은 사건의 모든 것이 미궁에 빠져 확실하게 드러난 증거는 없었지만 기자들은 이번 사건이 조작됐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수영! 할 수 있겠어?


수영은 술이 덜 깬 듯 부스스한 얼굴로 책상에 엎드린 채 아직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크, 또냐?


최부장이 한심하다는 얼굴로 수영을 쳐다봤다. 그제서야 힘겹게 몸을 일으키던 수영은 그만 구역질을 하고 말았다.


-제가, 끄어억, 웁! 음,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뭘?


-취재요, 취재! 산업스파이 조작 사건!


수영의 당찬 포부에 사회부내 모든 사람의 시선이 수영에게 쏠렸다. 수영의 부친이 호란그룹의 창업주라는 사실은 신문사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그의 부친은 태일그룹의 정태일 회장과는 막역한 사이라는 것 또한,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최부장은 눈알을 반짝거렸다.


-행여나 회장님 실로 직접 쳐들어가려는 건, 아니겠지?


-가야죠. 회장님은..., 끄억, 회장님 방에 계시니까요. 사건 피의자의 입에서 회장님이 언급됐어요. 직접 가서, 물어봐야죠.


-그래. 피의자의 입에서 회장님 이름이 나왔으니까 직접 가서 여쭤보긴 해 봐야지, 정중하게. 그런데 나는 너와 생각이 조금 달라. 피의자의 일방적인 주장일 수도 있는 걸 가지고 무례하게 회장님을 직접 취재하는 건 아니지 않냐? 그리고 그런 건 검찰이 하는 일인데 우리 같은 기자 나부랭이가 무슨 권한이 있다고 검찰의 수사권을 침범해? 안 그래? 다들 어떻게 생각해?


사회부내 모든 기자들이 재빠르게 얼굴을 돌렸다. 행여라도 최부장과 눈이 마주치면 꼼짝없이 그의 의견에 동조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됐습니다, 됐구요...끄어억, 제가 무조건 취재해 올 테니까 부장님은 이 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걸로 하죠. 됐죠?


최부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최부장은 30년동안 이 바닥에 몸을 담은 베테랑이었다. 그 누구보다 정회장의 답변을 듣고 싶었던 건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하지만 아직 아이들이 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최부장은 아이들이 결혼을 할 때까지는, 부장의 직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야, 야. 니가 말했다,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내가 한 말 아니다! 다들, 들었지? 들었지?


최부장의 행동이 안쓰러웠던 사람들이 모두 –네- 하고 대답해 줬다. 최부장이 활짝 웃었다.


-그래. 니가 해야지. 여기 너 만한 사람이 어디있냐? 구수영, 니가 태일신문의 태양이고 얼굴이다. 하하하.


사람들의 박수 소리를 자장가 삼아 구수영은 다시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 구조


괴한들에게 납치된 경원은 자신이 어디로 끌려가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뒷자석에 아무렇게나 몸이 구겨져 몇 시간째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좌석 시트로 더 이상 해가 비추지 않는 걸로 보아 이미 저녁이 되었다고만 짐작했다.


-끌어내려!


뒷자석의 문이 열리고 괴한들은 경원을 끌어내 허름한 창고 안으로 끌고 갔다. 어두침침한 실내에는 버려진 매트리스 몇 개만 있었다. 괴한들은 매트리스 위로 손이 묶인 경원을 거칠게 던져 버렸다.


-씨팔! 너 때문에 우리가 개고생이다.


괴한 중 한 명이 전화기를 들어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했다.


-형님, 데려왔는데요. 저희가 직접 처리할까요? 아, 네. 알겠습니다. 조심해서 내려오세요.


통화를 마친 괴한들은 경원만 남겨둔 채 창고의 문을 닫아버리고 밖으로 나갔다. 홀로 남은 경원은 주위가 눈에 익기를 기다렸다. 얼마간의 시간의 흐르고 주위의 구분이 가능해진 경원은 창고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창고의 구조나 크기로 보아서는 자신이 감금되었던 사육장은 아닌 것 같았다. 경원은 또다시 납치된 자신의 처지가 갑자기 서글퍼졌다. 할머니 집을 보며 새롭게 살아보리라 다짐했었는데, 또다시 이 꼴이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경원은 서럽게 울다 이내 잠이 들어 버리고 말았다.


빛 하나 없는 창고에 갇힌 경원은 시간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전혀 느끼지 못했다. 경원이 깜박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 보니, 한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육장에서 보았던 인석이라는 남자였다.


-썅년. 니가 태석이 형님을 찔러?


인석은 경원의 얼굴을 사정없이 발로 차 버렸다. 인석의 발길질에 턱을 제대로 맞은 경원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 인석은 바지를 내리더니 경원의 얼굴에 뜨거운 물을 배설했다. 인석의 일행은 정신을 쉽게 차리지 못하는 경원을 보며 서로 키득대고 있었다.


-태석이 형님도 아직까지 물 속에 계신데, 니년도 그 절반쯤의 고통은 느껴봐야지. 크크크.


야비한 인석의 웃음 소리에 경원의 의식이 희미하게 돌아오고 있었다.


-어디까지 불었어?


바지 춤을 올린 인석이 경원의 앞에 쭈구려 앉더니 사나운 표정으로 경원에게 물었다.


-경찰한테 어디까지 불었냐구!


인석에게 뺨을 맞은 경원의 볼이 빨갛게 부어 올랐다.


-말, 안해?


인석은 계속해서 경원의 목을 쥐고 뺨을 때리며 대답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원은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개새끼! 그냥, 죽여.


경원의 두 뺨에선 살이 터진 틈 사이로 송글송글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경원은 마지막 숨을 토하듯, 인석에게 소리쳤다.


-이년이 죽을려구!


인석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두 주먹과 발로 무자비하게 경원을 폭행했다. 인석의 팔이 휘두른대로 경원의 몸이 이리저리 따라다녔다. 흔들리는 경원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탕! 탕! 탕!


갑자기 창고 밖에서 요란한 싸이렌 소리와 함께 총성이 들렸다. 놀란 인석은 창고 문 쪽으로 달려가 조금 열린 문 틈 사이로 바깥을 살펴봤다. 붉은 경광등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주위를 포위한 경찰들이 보였다.


-그 안에 있는 씹새 여러분! 대가리 총 맞기 싫으면 머리 뒤로 손을 올리고 잽싸게 튀어 나온다, 실시!


마이크를 입에 댄 강태호는 창고 쪽으로 경고를 보냈다.


지경원의 행방을 쫒던 태호는 진작에 경원의 할머니 집이 있는 증평에 파수꾼을 심어 놨었다. 파수꾼의 보고를 받고 부리나케 증평으로 내려가던 태호는 자신의 차 옆으로 빠르게 지나치는 납치범들의 차를 우연히 발견했다. 몸부림치던 경원이 괴한의 품에서 빠져나와 창 밖으로 얼굴을 내민 순간이었다. 태호는 급히 차를 돌려 납치범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뒤를 따라붙었다. 침착하게 뒤를 쫒던 태호는 원부장에게 이를 보고했고 원부장은 경원을 미끼로 삼을 것을 지시했다. 끝까지 놓치지 말고 뒤를 추적해 그들의 최종 목적지를 알아낼 것을 주문한 것이다. 태호는 원부장의 지시대로 그들을 놓치지 않았고 결국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나 특수부 강태호야! 내 총엔 공포탄 없다. 대가리 굴리지 말고 빨리 나와!


계속되는 태호의 협박에 인석은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인석은 전화기를 꺼내 창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특수부라고 했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인석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일행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입 다물고 있으면 형님이 꺼내주실거다. 쫌만 버티자!


인석은 손을 머리 뒤로 올리고 창고 문을 열었다. 주위를 포위했던 경찰들이 달려들어 그들을 체포했다. 태호는 총을 집어 넣고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쪽 구석에 경원이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었다. 태호는 피 투성이가 된 경원의 얼굴을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경원을 들어 구급차로 옮겼다. 경원을 태운 구급차는 싸이렌을 울리며 서둘러 사라져 갔다.




다음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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