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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 님의 서재입니다.

HONOR CLUB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공포·미스테리

박길
작품등록일 :
2022.05.21 14:36
최근연재일 :
2022.06.18 20: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746
추천수 :
117
글자수 :
125,249

작성
22.06.0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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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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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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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화

HONOR CLUB




DUMMY

# 존재의 이유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사람과 동물은 어떻게 구별될 수 있을까?


천정에 달린 갓 달린 전구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흔들리는 전구 불빛 아래 둥근 책상을 사이에 두고 두 명의 남자가 서로 마주 보며 앉아 있었다. 비스듬히 의자에 기대어 책상 위로 다리를 꼬아 올린 한 남자는 입을 모아 담배 연기를 동그랗게 만들더니 계속해서 허공으로 동그라미를 띄워 보내고 있었다. 남자는 담배를 피우며 말을 하고 있었고 또 다른 한 남자는 거북할 수 있는 그의 행동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창주야? 어쩌다 세상에 태어나 보니까 내가 할 일이 없더라. 돈을 벌다가 죽는 게 사람의 인생인데, 우리 아버지가 벌써 내가 벌어야 할 돈까지 다 벌어 놓으셨더라구. 돈은 다 벌어놨고, 난 이제 뭐 하지?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세상에 내가 할 일이 없다, 죽기 전날까지 돈을 벌어야 하는데 말이야! 너는 그 무료함을 이해하겠냐?


남자는 천정의 흔들리는 전구를 따라 눈을 옮기며 자신의 말을 집중해 듣고 있던 창주에게 물었다.


-이해해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창주는 의자에서 반쯤 일어나 상체를 숙이며 대답했다. 남자는 비스듬히 창주를 보더니 씩 웃었다.


-이해해 보도록 노력해? 그래, 노력해야지. 노력해봐!


남자는 책상위에 올렸던 다리를 내리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 미친년은? 잡았어?


남자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창주를 쳐다봤다.


-아직, 죄송합니다 회장님!


창주는 회장의 말에 놀란 듯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질문 인 듯 했다.


-빨리 빨리 정리해야지. 시간 끌 일이 아니다.


회장은 길게 담배 연기를 뿜었다.


-우리 태석이가 이제 내 꿈에도 나타나더라. 그년 잡아서 찢어 죽여 달라고. 배를 쓰다듬더니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 태석이 우는 거 보고 나도 같이 따라 울다가 잠에서 깼다. 태석이 배에 구멍이 열 댓개 있더라. 그 사이로 태석이 창자가 흘러 내리더라구. 배가 그렇게 뚫리면 얼마나 아플까? 잠이 깨고도 한참을 울었다.


회장은 두 눈을 지그시 감더니 창주에게 물었다.


-태석이는 잘 보내줬냐? 장기 쪽으로만 열두방이다. 불쌍한 놈. 우리 태석이가 얼마나 아팠을까! 흑흑흑.


회장의 눈에 눈물이 맺힐 듯 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회장님. 쇠 달아서 깊은 곳에 모셨습니다.


회장은 촉촉해진 눈가를 손등으로 닦아 내고는 창주를 쳐다보았다. 담배를 거칠게 비벼 끈 회장은 창주에게 말을 했다.


-모셔? 새끼, 죽은 놈한테까지 무슨 예의를 차리냐?


아까까지 울먹이던 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어느 순간 회장의 얼굴은 급격히 차가워졌다.


-방 정리는, 문제없이 했지?


-그건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903호는 처음부터 아예 없던 방입니다. 우리 애들이 확실하게 정리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창주는 모처럼 자신있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년, 언제 나오지?


-아마 3일 후면 나올 것 같습니다.


-잡아서 사육장으로 가져와. 태석이랑 똑같이 만들어 줘야지. 불쌍한 태석이, 아직 창창한데 너무 일찍 갔어. 사람들하고 같이 가지고 놀았으면 됐지 굳이 혼자 그년을 데리고 가더니, 병신같은 새끼.


회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알겠습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회장님. 그년 나오는 대로 잡아다 놓겠습니다.


천정에서 흔들리던 갓 달린 전구는 심하게 삐걱대고 있었다.


# 최지영


지영은 아침부터 달리고 있었다. 마을버스를 놓치지 않으려면 더욱 더 빨리 뛰어야 했다. 지영의 집과 지하철을 연결하는 마을버스는 출퇴근 시간이 있는 아침에도 배차간격이 무척이나 길었다. 자칫 여유를 부리다 마을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간신히 제 시간에 마을버스에 오른 지영은 빈자리에 앉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잘했어 최지영! 버스 타기는 성공이야. 아싸!


지영은 속으로 버스를 놓치지 않은 자신을 칭찬하고 있었다. 지영은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취업했다. 입사한 지 3년이 다 되어가는 지영은 특유의 밝고 싹싹한 성격으로 동료는 물론이고 상급자들에게까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지영씨? 부장님이 찾으세요.


같은 부서의 김과장이 지영을 불렀다.


-아, 네. 알겠습니다.


지영은 어제 박부장이 지시한 건에 대해 자신을 찾는 것이라 짐작했다. 지영은 어제 박부장에게 해외 유명 브랜드의 한국 런칭에 관해 디테일한 세부 일정을 조율해 볼 것을 지시 받았었다. 분기별로 지영의 부서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한국 런칭을 기획했는데 어제 그 기획안이 확정돼 지영에게 업무 지시가 떨어진 것이다. 지영은 어제 밤 늦게까지 국내 전시를 위한 장소 물색에 많은 시간을 쏟았고 그에 대한 자료를 모아 준비했었다. 지영은 밤새 준비한 서류 뭉치를 가슴에 한가득 안고 박부장에게 갔다. 박부장 방 앞에서 지영은 옷 매무새를 고치고 박부장의 방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박부장은 문을 열고 지영이 들어오자 얼굴에 웃음을 띠며 자리에서 일어나 지영을 쇼파에 앉도록 했다.


-아, 지영씨? 미안, 미안해요. 내가 급하게 일을 맡겨서 어제 밤늦게까지 고생했다고 얘기 들었어요. 도대체 왜 일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급하게 진행이 되어야 하는지, 이거 참, 맘 같아서는 여유 있게 시간을 주고 느긋하게 일을 맡기고 싶은데, 그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매번 미안합니다. 이해해 줄 거죠?


박부장은 멋쩍게 웃더니 지영에게 말했다.


-아니에요 부장님. 당연히 저희 부서 일인데 제가 해야죠. 저한테 일을 맡겨 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고맙습니다.


지영의 밝은 대답에 박부장은 기분이 좋아졌다.


-글쎄, 이렇다니까. 우리 지영씨는 아무리 힘든 일을 시켜도 얼굴 한 번 찡그리는 법이 없어요. 내가 그래서 더 지영씨를 믿고 일을 맡기는 거라구요. 하하하.


박부장은 크게 웃었다. 지영이 준비한 서류를 검토하던 박부장의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박부장은 중간중간 무릎을 쳐가며 지영이 준비한 기획안에 크게 만족해 했다. 지영은 그런 박부장의 웃음이 싫지 않았다. 물론 어제 밤 늦게까지 고생한걸 생각하면 왜 매번 자신에게만 이런 기획을 맡기는 것인지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만, 자신이 상사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은 그런 고됨을 충분히 이겨낼 만큼 기뻤다.


-하하하. 좋아요. 아주 좋아요 지영씨. 놓치기 쉬운 작은 부분까지 아주 완벽하게 준비했네요. 내가 이래서 지영씨 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일을 못 맡긴다니까. 지영씨처럼 한 번에 맘에 꼭 드는 기획안을 가지고 오는 사람은 드물어요. 기획안을 받아보면 허술한 부분이 많아서 늘 물어볼 게 생기거든요. 지영씨? 다음 분기 기획안도 지영씨가 맡아서 해 줄꺼죠?


박부장은 지영에게 다짐을 받으려는 듯 물었다.


-언제든지요 부장님! 언제든지 이런 일은 제게 맡겨 주세요. 빈틈없이 해내겠습니다. 호호.


두 사람의 웃음소리로 방 안이 가득 찼다. 지영을 바라보는 박부장의 눈은 인자하기 그지없었다. 박부장은 지영의 일 처리가 무척이나 맘에 든 눈치였다. 지영에게 일을 맡기면 두 번 물을 일이 없었다. 그만큼 지영은 매사에 꼼꼼했다.


-아, 참. 그리고 이따 오후 3시쯤에 회장님 방으로 가보도록 해요. 내가 깜빡하고 말을 안 했네요.


박부장의 뜬금없는 말에 지영은 어리둥절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갑자기 회장님께 가보라니요?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지영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음, 다른 건 아니고, 회장님이 어제 갑자기 내 방에 직접 오시더니 지영씨를 콕 찍어서 한번 보자고 하셨어요. 회장님 같은 분이 지영씨를 알고 계셔서 속으로 조금 놀라긴 했지만 뭐, 지영씨가 워낙 일을 잘해서인가보다 생각했지요. 무슨 일인지까지는 말씀을 안 해주셔서 그 부분은 저로서도 알 수 없어요. 그렇다고 제가 왜 그러시느냐고 물을 순 없지 않겠어요? 회장님 호출이면 뭐 좋은 일 아니겠어요? 아마 지영씨가 일을 잘한다는 소문이 회장님 귀에까지 들어간 것 같죠? 하하하.


박부장은 자신의 생각이 틀림없다고 확신하며 크게 웃었다. 지영은 무슨 일 때문에 회장이 자신을 보자고 한 것인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박부장의 확신에 찬 말에 자신에게 어떤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회장님이 직접 나를 찾으시다니! 이게 꿈이 아니길! 이제 겨우 입사 3년차인데, 벌써 일 잘한다는 소문이 회장님에게까지 들어간 건가? 아, 드디어 나도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건가? 저기 올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저 높은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 걸까?




다음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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