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길 님의 서재입니다.

HONOR CLUB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공포·미스테리

박길
작품등록일 :
2022.05.21 14:36
최근연재일 :
2022.06.18 20: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767
추천수 :
117
글자수 :
125,249

작성
22.05.27 14:06
조회
47
추천
10
글자
10쪽

2화

HONOR CLUB




DUMMY

#똠방파


-영등포하구 신길동은 우리가 봐주기로 합의 본 건데 도대체 왜 길상이가 여기 들어와서 설치는 거야? 뭐? 아예 대놓고 가게를 열어? 나랑 한마디 상의도 없이?


무성히 자란 턱수염을 손등으로 쓸며 창주가 잔뜩 화가 나 말했다.


-길상이가 미친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놈이 감히 우리 똠방파 구역에서 우리 허락도 없이 지 마음대로 가게를 열다니요? 안되겠습니다 형님! 이번에는, 길상이 놈에게 평생 못잊을 깊은 주의를 줘야 될 것 같습니다.


창주 옆에 장식석처럼 서 있던 인석이 허리를 바짝 굽혀 창주에게 말했다. 쇼파에 앉은 창주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게 처음 주의를 줄 때 확실히 줬어야지! 미적대다가 칼 맞는 거야!


창주는 유리컵에 담긴 위스키를 들이켰다.


-헤븐은? 깨끗하게 해 놨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형님. 2~3일 지나 그년이 밖으로 나오면 처리하겠습니다.


인석은 슬며시 창주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번 주 금요일이다. 이번에는 실수 없이 준비하구. 특히 보안에 더 신경 써. 회장님이 직접 지시 하신거야. 한번 더 이런 일 생기면 너나 나나 이 바닥 끝인거 알지?


창주는 다짐을 들으려는 듯 인석를 쳐다봤다.


-걱정하지 마십시요 형님. 그날은 특별히 보안등급을 데프콘급으로 높였습니다. 개미새끼 한 마리도 그날 그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할 겁니다.


-데프콘? 데프콘은 북쪽에서 미사일 쏠 때 뭐, 그런 때 붙이는 거 아냐?


창주는 인석을 쏘아보았다.


-인석아? 얼굴 안 찡그리면 큰일이 아닌 거 같지?


창주의 싸늘한 말투에 인석은 순간 몸이 바짝 굳었다. 인석은 몸을 곧게 해 똑바로 섰다.


-내가 너하고 장난하고, 서로 막, 뭐 그런 사이 아니잖아? 응?


창주는 주먹을 쥐고 인석의 가슴팍을 두어 번 가볍게 쳤다. 인석을 쳐다보는 창주의 눈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어른들 오시는 날 티끌만큼이라도 흠 잡힐 일이 생기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


창주는 눈을 부라렸다. 바짝 얼어있던 인석이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


-아, 네, 네. 형님. 빈틈없이 준비하겠습니다. 아무 걱정 하지 마십시오.


인석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그리고 길상이! 그 새끼 묶어서 사육장으로 가져와. 가능한 빨리! 내가 직접 주의를 줘야 겠어.


창주는 담뱃불을 붙였다. 창주의 입에서 길게 내뿜어져 나온 담배 연기 사이로 창밖의 네온사인의 불빛이 약해지고 있었다.


#새장안의 새들


화장 거울이 서너 개 달린 좁은 분장실 안에는 두 여자가 서로 조금 떨어져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눈을 감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선풍기 바람에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떠다니도록 맡기고 있었다. 두 사람이 이따금씩 내쉬는 숨소리 외에 분장실 안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낡은 선풍기가 돌아갈 때 나는 삐거덕거리는 소리만이 이곳에 사람이 있음을 짐작케 해 주었다. 가끔씩 둘 중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 여자가 젊은 여자쪽을 흘끔거렸지만 젊은 여자는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둘 중 더 젊어 보이는 여자가 앉은 분장실 거울위의 전구 몇 개는 고장이 난 듯 백열전구 한 두 개가 규칙적으로 깜박거리고 있었다. 전구가 깜빡일 때마다 젊은 여자의 얼굴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두 사람 사이의 숨막히는 침묵으로 분장실 안이 가득 찬 그때, -끼익-하고 분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눈을 떠 문 쪽을 쳐다보았다. 야구 모자를 머리에 대충 덮어쓴 한 남자가 얼굴만 방 안으로 집어넣고는 두 사람을 동시에 번갈아 쳐다보았다.


-지경원씨?


남자는 두 사람 모두를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아, 네! 저에요.


젊은 여자는 다급히 손을 들어 대답했다.


-곧 촬영 들어가니까 10분 후에 촬영장으로 오세요.


-아, 그래요? 네 알겠습니다.


남자는 할 말을 마치고 문을 닫았다. 젊은 여자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다. 헝크러졌던 머리도 다시 빗어 가지런히 만들었다. 그녀는 무척 다급해 보였다. 저만치에서 묵묵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여자가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허공으로 후~ 하고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데뷔한 지 얼마나 됐어? 이쁘네?


여자는 젊은 여자에게 물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아 온 사이처럼 거리낌이 없었다.


-네? 저요?


젊은 여자는 여자가 반말을 하자 순간 불쾌해졌다. 혹시 내가 아는 여자일까? 말을 걸어온 여자의 얼굴을 보니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또 자신과 같은 분장실을 쓰는 걸로 봐선 이름이 있는 배우나 연기자는 아닐 것이다. 그녀는 그 여자가 그냥 그런 이름없는 무명배우이리라 생각이 들었다.


-처음 뵙는데, 저를 아세요?


젊은 여자는 물끄러미 나이 든 여자를 쳐다보았다.


-아니, 몰라.


나이 든 여자는 당연하다는 듯 태연했다.


-아까 지경원 이라고 하던데, 그쪽 맞지?


나이 든 여자는 경원에게 웃어 보였다.


-네 맞아요.


경원은 웃는 여자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쪽 분 성함은 어떻게 되세요? 초면인 것 같은데, 늘 초면인 사람에게 그렇게 말을 놓으세요? 아니면 특별히 저한테만 그러시는 건가요?


경원은 쌀쌀맞게 쏘아붙였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옷만 빼면 드라마에 고작 10초 정도 나오는 장면을 찍으려 하루종일 좁은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려야 하는 자신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쪽도 연기자세요?


경원은 여자에게 물었다.


-연기자? 풋. 뭐 그런 셈이지. 근데 난 방송국보다는 더 큰 무대에서 연기해.


경원은 여자가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좁은 분장실조차 혼자서 사용하지 못하는 여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허무맹랑하게 들렸다.


-얼마나 큰 무대에 서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분이 사용하기에는 이 분장실은 너무 좁은 것 같네요!


경원은 실소를 하며 비아냥거렸다. 경원은 여자의 면전에서 더 신랄한 독설을 내뱉고 싶었지만 방송국 분장실이라는 공간이 주는 불편한 관계적 긴장감 탓에 더 심한 말을 하지는 못했다.


-후후. 귀엽네?


여자는 경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웃어넘겼다. 여자는 핸드백을 열어 그 속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경원에게 건넸다.


*헤븐-정은수 실장 010-99##-25$$


명함에는 헤븐-정은수 실장 이란 이름과 전화번호 뿐이었다. 명함을 앞뒤로 돌려보던 경원은 순간,


-이게 뭐죠?


의아해하며 여자에게 물었다. 아니 정은수에게 물었다.


-뭐긴 적힌 그대로지.


정은수는 지갑을 닫더니 의자에서 일어났다.


-너한텐 여기 이곳 좁은 분장실이 네가 꿈꾸는 인생의 마땅한 출발선이겠지만 네가 모르는 조금 다른 출발선이 많이 있어. 그게 뭔지 궁금하지 않아?


정은수의 뜬금없는 말에 경원은 일어서는 정은수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궁금하면 연락해. 언제든지 좋아. 내가 널 화려하게 만들어 줄께!


정은수는 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걸을때마다 그녀가 신은 굽이 높은 하이힐의 끝이 분장실 바닥을 타악기처럼 두드리고 있었다.


-남들처럼 한발짝씩 걸어서 종점에 가면, 거기 도착해도 너 힘 다 빠져 곧 죽고 말걸? 뭐하러 힘들게 걸어갈려구 해? 그렇게 가면 누가 상 준데? 상 준다는 놈은 그렇게 걸어갔데?


정은수는 희미하게 웃음을 띠며 경원을 쳐다보더니 뒤돌아 분장실을 나가 버렸다. 경원은 분장실을 나가는 정은수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쳐다보았다.


#길들이다/길들여 질 때까지


-문 열어!


길고 어두운 복도 끝에서 누군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복도 끝에서 사지를 늘어 뜨린채 의식이 없어 보이는 한 남자를 두 사람이 각각 양 옆에서 팔을 부축해 바닥을 쓸 듯 복도의 맞은편 끝으로 데려왔다. 문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이 급히 굵고 긴 쇠열쇠를 자물쇠 통에 넣어 문을 열었다. 복도 끝에서부터 이쪽 끝까지 똑같은 문이 여러개 있었다. 두 사람은 의식이 없는 남자를 복도 끝 한 방앞에 데려와 거의 집어 던지다시피 안으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


-씨팔,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되는거지?


남자의 한쪽팔을 부축했던 남자가 손을 털며 투덜거렸다.


-휴,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냐.


남자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나란히 서 있던 남자도 한마디 했다.


-어쩌겠어. 참고 기다려 봐야지. 인석이 형님이 올 연말이면 불러 주신다고 했으니까. 저 새끼 얼굴 좀 봐봐. 크크크. 정말 못 봐주겠네.


짐짝처럼 끌려온 남자가 몸을 살짝 비틀자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얼굴 곳곳이 피로 얼룩져 오래 쳐다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는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눈 주위가 심하게 부어 있었고 아주 조금 몸을 비트는 것 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런 남자를 보며 문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은 동정은 커녕 조롱하고 있었다. 남자는 한 손을 힘겹게 들어 올리고는 손가락 하나를 문 앞에 서 있던 남자들에게 까딱거렸다.


-물, 물좀...!


남자는 아주 힘겹게 물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자들의 비웃음 소리만 더욱 더 커져갈 뿐이었다.


-물? 크크. 물 줄게. 물 줘야지!


문 앞에 서 있던 한 남자가 쓰러져 있는 사람쪽을 향해 서더니 바지를 내렸다. 이어 쓰러진 사람의 얼굴로 그의 배설물이 쏟아졌다. 그러나 쓰러진 사람은 물줄기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었다. 한 방울도 놓칠 수 없다는 듯 맹렬히 받아 내고 있었다.




다음편으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HONOR CLUB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30화 +2 22.06.18 21 2 10쪽
29 29화 22.06.18 20 1 10쪽
28 28화 +1 22.06.18 21 2 9쪽
27 27화 22.06.18 16 1 9쪽
26 26화 +2 22.06.16 17 2 9쪽
25 25화 22.06.16 16 1 10쪽
24 24화 22.06.15 21 2 9쪽
23 23화 +3 22.06.15 21 5 9쪽
22 22화 22.06.14 23 4 9쪽
21 21화 22.06.14 20 4 9쪽
20 20화 +1 22.06.13 21 3 9쪽
19 19화 22.06.12 23 3 9쪽
18 18화 22.06.11 21 3 9쪽
17 17화 22.06.11 18 2 9쪽
16 16화 +1 22.06.11 20 3 10쪽
15 15화 22.06.10 20 3 9쪽
14 14화 +1 22.06.10 23 4 9쪽
13 13화 22.06.10 24 3 10쪽
12 12화 +1 22.06.09 24 3 10쪽
11 11화 22.06.09 24 2 10쪽
10 10화 +2 22.06.08 28 4 10쪽
9 9화 22.06.08 22 3 10쪽
8 8화 +1 22.06.07 25 4 9쪽
7 7화 22.06.07 24 3 9쪽
6 6화 +1 22.06.06 27 5 9쪽
5 5화 +1 22.06.06 28 5 9쪽
4 4화 22.06.04 34 9 9쪽
3 3화 +2 22.06.04 38 7 9쪽
» 2화 +2 22.05.27 48 10 10쪽
1 1화 +3 22.05.21 80 1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