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길 님의 서재입니다.

HONOR CLUB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공포·미스테리

박길
작품등록일 :
2022.05.21 14:36
최근연재일 :
2022.06.18 20: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773
추천수 :
117
글자수 :
125,249

작성
22.06.09 17:21
조회
24
추천
3
글자
10쪽

12화

HONOR CLUB




DUMMY

# 분란


긴 전신 거울 앞에서 창주는 눈에 붙인 안대를 조심스럽게 들어 상처를 살피고 있었다. 얼마 전 찢어진 눈 주위의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못하고 진득한 고름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책상 위에서 거즈를 한 장 꺼내 고름을 닦아낸 창주가 다시 조심스럽게 안대를 썼다.


-씨팔!


고름이 묻은 거즈를 거칠게 휴지통에 던지며 창주의 입에서 욕이 나왔다. 며칠 전 구회장의 방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른 듯, 창주는 이빨을 바드득 갈았다.


-형님!


그때였다. 창주의 방 문이 벌컥 열리고 다급하게 인석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형님, 큰일 났습니다.


영문을 알 길 없던 창주는 방 안으로 뛰어든 인석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길상이 형님이, 죽었습니다!


인석은 창주가 물을 틈도 주지 않고 고함을 쳤다. 인석의 말에 창주는 잠깐 멈칫거렸다.


-무슨 소리야? 어제만 해도 사육장에 입원해 있었잖아?


-사육장 관리하는 놈들이 밤에 길상이 형님 상태가 심상치 않으니까 병원에 던져버린 모양입니다. 오늘 아침에 병원에 가서 확인해 보니까 밤사이 죽어버렸다고..., 이제, 어떻게 하죠?


인석의 말이 끝나자 창주는 천천히 쇼파에 앉았다. 창주는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길상이가 죽어 버렸으니 구회장이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이걸 어떻게 구회장에게 설명해야 할지, 창주는 난감하기만 했다. 게다가 길상이 밑에 있는 놈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동우하고 진식이는? 별다른 조짐 없어?


-안 그래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창주는 쇼파에 몸을 기대더니 다리를 꼬았다.


-마지막으로 내가 봤을 때는 죽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형님 돌아가시고 나서 사육장 놈들이 술을 먹고 심하게 도리질을 한 것 같습니다. 평소에 길상이 형님한테 맺힌 것도 있었을 테고, 내기를 해서 장난삼아 길상이 형님을 아예 못쓰게 만들어 놨습니다.


창주의 얼굴이 빠른 속도로 무섭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동우하고 진식이가 길상이 하고는 죽고 못 사는 사이다. 더 지켜봐라. 가만히 있을 놈들이 아니다.


-그것들이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쩌겠습니까? 형님에게 감히 대들 생각이나 할까요? 동우도 진식이도 며칠이 지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렇게 지나가게 될 겁니다. 분명합니다, 형님.


인석은 확신하는 듯 했다. 인석의 모습을 아무 말 없이 지켜보고 있던 창주가 입을 열었다.


-씨발놈이!


느닷없는 창주의 욕설에 인석의 몸이 빳빳하게 굳었다.


-동우가 니 친구냐?


일그러진 창주의 얼굴에서 두려움을 느낀 인석이 차렷 자세를 했다.


-너 나 없는 데서 내 욕하지? 씨발놈아!


-아닙니다 형님! 제가, 실수했습니다.


-아니야. 너는 분명히 내가 없으면 내 욕을 할 거 같아. 그지?


-절대 아닙니다 형님! 제가 형님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절대, 절대 아닙니다 형님. 믿어 주십시오.


인석은 바짝 얼어 버렸다. 여전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창주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애들이 동우한테 스마일이라고 한다며?


-네? 네. 동우 형님 별명이 스마일 동우 아닙니까? 우리 애들도 그렇고 동우 형님 아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부르던 데요.


창주는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스마일 동우? 흐흐흐, 사람들이 뭘 몰라서 하는 소리지.


창주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씁쓸하게 웃고 있었다.


-지금 이 시간부터 동우네 애들 어디서 뭐 하는지, 하나도 놓치지 말고 잘 감시해!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전부 보고하고.


-네, 알겠습니다 형님!


창주는 굳은 얼굴로 창밖을 노려보고 있었다. 길상이가 죽어 버렸으니 동우와의 불편한 동행도 이제는 곧 끝나고 말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 수사


경찰청 12층 회의실. 마약반과 강력반 형사들이 브리핑하고 있는 차반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차반장은 방화대교에서 발견된 시신과 강남역 지경원의 모발에서 검출된 마약에 관해 형사들에게 브리핑 하고 있었고, 그 자리에 함께 참석한 최형인 박사와 정호정도 차반장의 브리핑을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최근 방화대교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시신을 부검하던 중, 강남역에서 연행된 지경원의 모발에서도 검출된 X150이라는 마약 성분이 검출되었습니다. X150은 최근 러시아 연해주 일대에서 활동 중인 러시아 마피아 등에 의해 주로 북미나 캐나다로 유통되는 신종 마약입니다. 미국과 캐나다 외에 이 물건이 다른 나라에서 사용된 흔적은 발견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국내에서, 그것도 두 건이나 연속으로 발견된 겁니다. 이 물건이 어떻게, 언제부터 국내에 유통되기 시작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차반장은 잠시 말을 멈추고 좌중을 둘러보았다.


-지금 국내에서 마약 유통으로 유의미한 수익을 올리는 조직은 동우파와 똠방파, 두 조직 외에는 없습니다. X150 역시 이 두 조직이 연관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여타 다른 군소 조직들은 그 두 조직의 손이 미치지 않는 나머지 동남아 제품들을 들여와 용돈 수준의 수익을 올리는 정도입니다. X150처럼 러시아 마피아가 직접 만지는 물건을 이 두 조직의 눈을 피해 소규모의 작은 국내 조직이 직접 유통 시킨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국내로 비밀스럽게 물건을 들여오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죠?


강력반의 박반장이 차반장의 브리핑을 끊고 질문을 던졌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배를 이용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됩니다. 동해의 바닷길을 이용하는 방법이죠. 그중에서도 눈에 띄지 않고 안전하게 물건을 옮기고 싶다면, 평소에도 러시아와의 무역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묵호항을 이용해야 할 겁니다. 아무래도 묵호항이 러시아와의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보니 다른 곳 보다는 감시가 소홀할 테니까요.


-묵호로 물건을 들여왔다고 치고, 그럼 국내 배송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됩니까? 러시아와 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조직이 있습니까?


-아까 말씀드린 동우파와 똠방파가 있습니다. 이 두 조직은 수시로 러시아를 드나들며 마약뿐 아니라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은 모조리 밀수입하고 있습니다. 인터폴과 함께 경찰의 특수부에서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차반장은 계속해서 브리핑을 이어갔다.


-지금의 묵호는 사실 동우파가 독단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묵호는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동우파와 똠방파가 함께 관리하던 곳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제는 동우파가 똠방파의 구역까지 접수해 직접 관리하는 것 같습니다. 묵호의 파수꾼에게 올라온 정보이니 틀림 없을 겁니다.


-세력다툼? 뭐 그런 거겠죠. 늘상 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두 조직의 장부를 오래전부터 들여다보던 특수부에서 이상한 얘기들이 흘러나왔거든요.


-어떤거죠?


-두 조직에 거액을 후원하는 후원자가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그 후원자가 동일인 같다는 사실이죠.


차반장의 말에 갑자기 회의실 안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범죄 조직에 거액의 돈을 대는 후원자가 있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하지만 그들에게 돈을 줘 조직을 움직이는 후원자가 동일인이라는 것 또한 쉽게 믿을 수 있는 얘기는 아니었다.


-억측 아닙니까? 걔들이 무슨 자선단체도 아니고, 후원자가 있다니요? 게다가 한 사람이 두 조직을 모두 후원 한다구요? 이건 뭐 소설도 아니고.


회의실에 모인 형사들이 모두 고개를 저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입니다. 그 후원자가 누구인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두 조직의 돈을 대는 후원자가 동일인이라는 것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여기저기서 다시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박반장은 회의실 탁자를 치며 길게 탄식했다.


-허, 말세구나, 말세야. 국가를 위해 잠 안자고 피 흘린 나는 여태 집 한 채 장만 못했는데 저 놈들은 마약 거래에 거액의 후원자까지! 밤 잠 안자고 나쁜놈들 쫒아 다니면 뭐하나! 몸에 칼이나 맞지.


박반장의 한탄에 함께 모여 있던 사람들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력다툼이라고 보기엔 똠방파가 묵호에서 사라진 이유가 불분명합니다. 두 조직 간에 어떤 다툼의 증거도 찾을 수 없었거든요. 만약 두 조직의 후원자가 동일인이라면, 두 조직은 한 몸 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위로 올라가면 돈을 대는 후원자 한 명만 남게 되거든요. 그의 지시로 똠방파가 묵호에서 손을 뗐다면, 그건 납득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차반장은 모두에게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차반장의 설명에 몇몇 사람들은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생각을 했다. 두 조직이 모두 후원자 한 사람의 것이라면, 그의 뜻대로 조직원들을 움직이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일 것이고, 그렇게 후원자의 입맛에 맞게 룰을 정하고 나면 두 조직은 그의 뜻에 순순히 따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HONOR CLUB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30화 +2 22.06.18 21 2 10쪽
29 29화 22.06.18 20 1 10쪽
28 28화 +1 22.06.18 21 2 9쪽
27 27화 22.06.18 17 1 9쪽
26 26화 +2 22.06.16 17 2 9쪽
25 25화 22.06.16 16 1 10쪽
24 24화 22.06.15 21 2 9쪽
23 23화 +3 22.06.15 21 5 9쪽
22 22화 22.06.14 23 4 9쪽
21 21화 22.06.14 20 4 9쪽
20 20화 +1 22.06.13 21 3 9쪽
19 19화 22.06.12 23 3 9쪽
18 18화 22.06.11 21 3 9쪽
17 17화 22.06.11 19 2 9쪽
16 16화 +1 22.06.11 21 3 10쪽
15 15화 22.06.10 20 3 9쪽
14 14화 +1 22.06.10 24 4 9쪽
13 13화 22.06.10 24 3 10쪽
» 12화 +1 22.06.09 25 3 10쪽
11 11화 22.06.09 24 2 10쪽
10 10화 +2 22.06.08 28 4 10쪽
9 9화 22.06.08 22 3 10쪽
8 8화 +1 22.06.07 25 4 9쪽
7 7화 22.06.07 24 3 9쪽
6 6화 +1 22.06.06 27 5 9쪽
5 5화 +1 22.06.06 28 5 9쪽
4 4화 22.06.04 34 9 9쪽
3 3화 +2 22.06.04 39 7 9쪽
2 2화 +2 22.05.27 48 10 10쪽
1 1화 +3 22.05.21 80 1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