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탤지어의 정예병(4)
초보 글쟁이의 여러모로 부족한 글입니다.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수용소의 내부로 들어선 나루는 흐릿한 불빛을 따라 달렸다.
5분 전 수용소 내부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이유가 어떻게 되었던지간에 교전 중 총기를 사용했고, 이제 곧 소음을 들은 적들이 이곳으로 달려올 것이라는 사실밖에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어이없는 실책은 잊어야 한다.
나루는 고개를 저은 채 앞을 보고 달렸다. 수용소 내부의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기다란 복도가 있었고 일정간격마다 철문이 좌우에 달려 있었고 그 사이로 비명소리가 새어나왔다.
감옥이 더 나았을 것이다.
철문의 중앙 상단에 위치한 철창 너머는 참혹하기 그지 없었다. 3평 남짓한 작은 공간마다 한 명의 포로가 하의만 입은 채 묶여 있거나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그 위로 갈색 군복을 입은 샹그릴라군이 있었다.
포로는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얼핏 보기에는 여성들의 숫자가 더 많은 듯 했다. 빈 공간 여기저기에는 고문기구들이 굴러다녔고, 포로들의 얼굴색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입에 제갈이 물려 있고 밧줄이나 수갑등으로 몸의 자유를 구속받은 그들은 죽지 못해 살아가는 듯 보였다.
단순한 수용소라기 보다는 고문시설에 가까웠다.
나루는 더 이상 옆을 보지 않았다. 실수를 더 이상 용납할 수는 없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빙화를 구하라는 임무를 받고 온 것이지 다른 이들을 구하라고 보내진 것이 아니다.
샹그릴라군에게 고문을 받고 있다고 해서 정체도 모르는 자들을 구할 만큼 오지랖이 넓지도 않다. 마음을 진정시킨 나루의 얼굴이 무표정으로 되돌아오며 어둠이 앞으로 쏘아졌다.
복도는 곧 끝이 보였다. 막다른 벽에 도달할 때쯤 나루는 속도를 죽이며 K-2소총을 손에 쥐었다. 옆으로 길이 있다면 기습을 조심해야 한다. 모퉁이를 은폐벽으로 삼은 적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단순히 막다른 길이라면 되돌아나오면 되는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나루는 조심스럽게 막다른 벽으로 접근했다. 교전이 있었음에도 적이 너무 조용한 것으로 보아서 함정이 있을 수도 있었고, 매복이 있을 가능성도 높았다. 어떤 상황이든 단독으로 침투한 자신이 불리한 것은 변함 없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위험도는 높아진다.
선수필승, 최대한 빠르게 목적을 달성해야 하지만 그것에 눈이 멀어 신중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익숙해진 탓인지 나루는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발소리는 울리지 않았고, 이동하는 속도 역시 평범한 사람이 걷는 것과 비슷했다. 그 자세로 다섯 걸음 이동할 때마다 나루는 뒤를 돌아보았다.
뒤통수에는 눈이 달려있지 않다.
단독행동인 만큼 스스로가 경계하며 주의해야 한다. 뒤로 펼쳐진 복도위로 지금은 아무도 없지만 1분 뒤에도 그렇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언제라도 방아쇠를 당길 수 있게 검지손가락을 올려둔 채 복도의 막다른 벽 바로 앞까지 온 나루는 곧장 몸을 낮추어 바닥에 엎드려 포복으로 이동했다.
막다른 벽이라 생각했던 길은 좌측으로 이어졌는데, 천천히 일어서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1400m의 지하도시의 수용소는 더 깊은 곳으로 이어져 있었다. 줄곧 외길이었기 때문에 길을 잘못들었을 리는 없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계단을 내려가야했다. 잠시 고민한 나루는 주저하지 않고 불빛이 없어 그 깊이가 짐작되지 않는 지하로 발을 딛었다.
나루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멀어져갔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민준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도중 군대온라인 특별 장학제도를 발견했다. 내년 3월부터 모든 대학교에 적용되는 이 장학제도는 국방부에서 운용하는 것이었고, 그 금액도 결코 적지 않은 액수였다.
민준은 곧장 인터넷으로 장학제도에 대해 알아보았고, 군대온라인 입영장을 신청했다. 다행스럽게도 1차에 뽑힌 그는 한 달 동안 고등학교에 등교하지 않은 채 훈련병이 되어 교육을 받았다.
국방부 측에서 모든 고등학교에 공문을 내렸기 때문에 학교측의 반발은 없었다. 자신 이외에도 몇 명의 학생들이 1차에 뽑혀 입영장을 받았고, 5월 초 논산훈련소로 함께 이동했다.
그 때부터 한 달동안, 민준은 자신에게 부여된 번호로 불렸다. 같은 학교에서 선발되어 온 아홉 명과 같은 생활관에서 지내는 동안 몸무게가 7kg 줄었으며 턱선이 나오기 시작했다. 약간 통통했던 몸은 보기 좋은 체격이 되었고, 한 달 내내 목청을 높인 탓에 허스키해진 목소리가 되었다.
겉모습이 좋아진 것은 민준 뿐만이 아니었다. 평소 해골처럼 비쩍 말랐던 친구의 체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고, 마지막 훈련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모의 전투, 처음으로 군대온라인에 접속한 민준은 생활관 단위로 배정된 팀을 따라 회색빛의 도시에서 전투를 치루었다.
교전 10분만에 game over라는 문구가 떠오르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싱크로율을 55%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적인 감각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캡슐 밖으로 나온 민준은 먼저 나온 친구들에게 어깨를 으쓱였고, 수료식을 앞둔 훈련소의 마지막 날 저녁에 담당 조교 두 사람을 찾아가서 첫 기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물었다.
첫기수였던 사람들 대부분이 군대온라인 속에서 활동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 중에는 전투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도 몇몇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모의전투때 자신들의 소대는 다른 소대에 소속되어있던 두 명의 기습을 받고 전멸했던 적이 있었다.
그 두 명을 선두로 내세운 소대는 내일 수료식때 훈련병 대표로 상장을 받는다. 내신 성적에 있어 상당한 혜택이 주어진다는 소문이 그 전부터 돌고 있었기에 배가 아픈 것은 사실이었지만, 군대온라인에 접속해서 레벨이 높아지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기에 그렇게까지 부럽지는 않았다.
다만 이미 군대온라인에 접속하고 있을 첫기수들의 텃세가 걱정되었다. 베타테스트를 겸했던 그들은 130명밖에 되지 않았고 현재 1차적으로 뽑힌 사람들의 숫자는 250만명에 육박했다.
비교할 수 없는 숫자의 차로 감히 텃세를 부릴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은 벌써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레벨을 올렸을 것이다. 미리 이름이라도 알아둔다면 군대온라인에 대한 노하우나 아이템 몇 개라도 얻을 수 있을 지 모른다.
민준은 담당 조교였던 강진 병장과 한상수 병장에게 질문했고, 그들은 괴물이 하나 숨어 있다는 말로 대화를 끝냈다.
괴물?
호기심을 풀기도 전에 수료식이 끝났고 민준은 집으로 돌아왔다. 이미 군대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 캡슐은 부모님에게 부탁하여 구입을 끝낸 상태였다. 학생으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500만원의 거금이 들었지만, 고레벨이 되어 장학생으로 선발된다면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군대온라인 속으로 들어오자 훈련소에서 시뮬레이션으로 했던 것과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세계 4차 대전 이후 지하 1400m로 숨어들은 최후의 인류는 괴물들의 습격으로 인해 과거의 문명을 복원하려하고 있었다.
한 편의 영화같은 오프닝 영상이 끝난 후, 민준은 샹그릴라에서 시작했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본 민준은 곧장 게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병사를 지원했다.
샹그릴라군의 계급체제는 한 달 동안 소속되어있던 군대의 계급체제와 비슷했다. 레벨 50에 이등병으로 전직할 수 있으며, 50단위로 한 계급씩 승급할 수 있었다. 직업군은 다양했으나 주특기는 하나밖에 선택할 수 없었다.
지금껏 취미삼아 해오던 온라인 게임들과는 달랐다. 한 가지 주특기를 정하면 그것만 파고들어야 한다. 다른 주특기의 스킬을 배울 수도 없을 뿐더러 무기 역시 착용할 수 없었다. 민준은 보병병과인 소총수를 지원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의무병이나 정비병, 통신병들과 같은 보조 직업들에는 관심이 없었다. 군대온라인 속에서는 같은 보병이라도 수많은 직업들로 나뉘어 지는데 각자 전문적인 분야를 지니고 있었다. 그 중에서 민준은 돌격소총이나 저격소총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올라운더 스타일의 소총수가 마음에 들었다.
전문적으로 저격총을 다루는 직업군보다 근거리와 중거리를 동시에 제압할 수 있다는 소총수가 마음에 들었다. 이주일만에 레벨 36을 달성한 민준은 조만간 이등병으로 전직하여 오프닝 영상에서 보았던 나이트메어와 싸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틈틈히 인터넷을 살펴본 결과 유저들 중 자신의 레벨은 낮은 편이 아니었고, 성장속도 역시 빠른 편에 속했다. 빠른 정보수집이 낳은 결과에 만족스러워하며 샹그릴라의 외곽에 위치한 훈련장에서 사격술 훈련을 하고 있었다.
PRI
Preliminary Rifle Instruction.
어른들이 흔히 피가 나고 알이 배이고 이가 갈린다며 술자리에서 농담삼아 하던 훈련을 직접 겪으며 상쾌한 땀을 흘렸다.
싱크로율이 40퍼센트밖에 되지 않음에도 진한 땀방울이 맺혔다. 만약 현실의 몸이었다면 그대로 욕짓거리가 나올 자세를 반복하던 민준의 귓가에 기계음이 울렸다.
─노스탤지어의 정예병과 마주쳤습니다.
노스탤지어?
처음 듣는 이름에 고개를 돌린 민준의 옆으로 검은 그림자가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바로 뒤에 젊은 여성이 있었다. 조금 전 들려던 기계음은 저들을 가리키는 모양이었다. 별 것도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사격연습을 하려고 했을 때 인공조명들이 일제히 켜지며 수많은 인영이 주변에 나타났다.
샹그릴라의 푸른 군복….
멀리서 몇 번 보았던 샹그릴라의 정예군단이 눈앞에 나타나며 순식간에 굉음이 울려퍼졌다. 총구가 불을 뿜고 수많은 탄환이 민준을 스쳐지나 노스탤지어의 정예병이라는 두 사람에게로 날아갔다.
위험해!
소리를 지르려던 민준의 입이 다물어졌다. 검은 그림자가 뒤따르던 여성을 품에 안고 탄환을 피하기 시작했다. 고양이처럼 날렵하고도 가벼운 몸짓으로 수많은 탄환을 피하며 멀어져가는 그 모습에 멍하니 감탄하던 민준은 순식간에 시야가 어두워지며 들려온 기계음에 넋이 나갔다.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이전에 한 번 해본 적이 있었다.
기계음은 담담하게 사망선고를 내렸다.
─game over.
노스탤지어의 정예병 검은 고양이에게 저격당했습니다.
치명적인 곳을 공격받아 즉사하셨습니다.
레벨 이 34가 되었습니다.
환생까지 이틀의 시간이 소모됩니다.
재접속까지 앞으로 47:59분 남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가의말
적룡제님의 추천글에 기분이 좋아서 3편을 연참했습니다. 히쭉.
안부련님께서 남겨주신 평가댓글도 잘보았습니다. 만족하신다니 기쁘네요. 히히
홍보글을 읽어주시고 오신 분들께 실망하지 않는 글이 되려면 두근두근합니다만, 그래도 많은 분들의 댓글을 읽으며 힘을 받고 있습니다.
추천글은 처음 받아본 것 같아요. 히쭉. 기뻐서 비축분을 모두 풀어버릴 뻔 했는데, 그랬다간 아마 30~40편 정도의 분량이 한 번에 풀릴 테니 자제자제. 그래도 빠른 시일내로 풀어질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히쭉.
-군대온라인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러면 모두 다음 편에서 또 뵈어요.
─미흡한 초보 글쟁이 Air-Air.
Commen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