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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Air
작품등록일 :
2012.07.2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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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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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2.07.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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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글자
10쪽

훈련병의 나날(2)

초보 글쟁이의 여러모로 부족한 글입니다.




DUMMY

총검의 본질은 찌르고, 벤다.


단순하게 적을 사살하기 위해 만들어진 실전식의 전투방법….


그것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것이 총검술이다.


개인화기의 사거리가 늘어나고 보조무기로 권총이 늘어나며 총검술이 퇴화되어가고 있지만 권총마저 제대로 사용하기 벅찬 초근접전에서는 여전히 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그 동작들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힘을 실기 위한 방법이 군대식 총검술이다.


교관은 우선 나루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나루는 가만히 서 있었다.


까닥까닥….


교관은 턱을 살짝 들어 나루의 손에 있던 K-2를 가리킨 후 손목을 까닥거렸다. K-2를 내놓으라는 무언의 시위에 나루는 고개를 저었다.


"총기는 생명이라 함부로 타인에게 양도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콰직….


교관의 이마에 혈관자국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어떤 자식이 자라나는 우리 새싹에게 그런 쓰잘데기 없는 지식을 주입시켰지?"


"제 1조교입니다."


나루는 아무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군대온라인 속에서 처음 K-2를 준 것은 분명 명찰에 1조교라 오버로크 되어 있는 붉은 모자의 사내였고, 실제로 총기를 수여받으며 그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 전에도 강진 병장에게 그런 말을 들었지만 이곳에 없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고한들 눈앞의 교관이 이해해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1조교의 이름을 팔았다. 절반 이상 진실이었으니 꼭 거짓말도 아니다.


"호오, 1조교 개자슥이냐?"


아마도….


다만 1조교는 오늘 일과가 끝나면 상당히 힘들 것 같다.


"뭐, 1조교가 어떻게 말했든 너는 내가 가르치는 훈련병이다. 교관이 달라고 할 때는 냉큼 주는 것이 맞는 거야!"


흠흠, 헛기침을 한 후 교관이 말을 했다.


나루는 그제야 조용히 총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조금 떨어진 시선이 된 상태로 대검이 꽂힌 K-2소총을 바라보았다. 들고 있을 때는 몰랐던 위압감이 무기에서 느껴졌다. 만약 저 대검이 나를 향해 찔러온다면….


"멍때리지 말고 잘 보고 있어, 내가 직접 시범을 보여주는 일은 오랜만이니까."


"예!"


교관이 목청을 높이자 나루는 정신을 차렸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조금만 다른 생각을 하더라도 눈앞의 교관은 금방 눈치챈다. 그럴 때에는 일찌감치 생각을 접고 순응하는 것이 제일 좋다.


그런 생각을 담은 나루의 우렁찬 대답이 흡족한 것인지 교관은 미소를 그리며 오른손으로 개머리판을 쥐었다. 왼손은 총열 덮개를 잡았다.


"이게 잡는 방법의 기본이다."


교관은 씨익 웃으며 다리를 어깨넓이만큼 벌린 후 양팔을 아래로 내리며 총이 수평을 맞추게 했다. K-2소총이 교관의 몸에 붙을 듯 말듯 골반 바로아래에서 수평을 이루고 있었다.


"이게 '쉬어' 자세이다. 아무래도 너는 실전적인 것을 원하는 것 같으니 쓸데없는 동작은 제외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훈련의 과정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다른 훈련병들이 받는 기본적인 동작들은 외워두어야겠지?"


"예!"


"좋아, 마음에 드는 대답이군."


교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바꾸었다.


벌렸던 다리를 모으며 이번에는 대검이 하늘을 향하게 하며 총열덮개를 쥔 왼손을 가슴팍가까이 붙였다. 약간 기운 각도로 개머리판을 쥔 오른손은 같은 오른쪽인 허벅지 위쯤에 있었다.


"이게 '앞에총' 자세이다. 앞에총 자세는 제식 훈련때도 자주 사용하는 것이지만 실전에는 별다르게 쓰일 일이 없지. 그러면 이번에는 '차려총'이다."


교관의 자세가 또 변했다.


지금까지 설명하듯 느리게 보여준 것과 다르게 빠른, 그리고 날카로운 기세로 그가 왼쪽 다리를 앞으로 내미는 동시에 총검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게 '차려총'이지. 총검술을 할 때 가장 기본적인 제식동작이지만 가장 효율적인 찌르기 동작일수도 있지. 모든 총검술은 이것으로부터 시작되고 이것으로 끝을 맺으니까."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농담을 하던 교관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단나루 훈련병 혹시 군인이, 특히 나같은 교관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무엇인지 알고 있나?"


교관이 장난끼도 없는 웃음으로 씨익 웃었다.


"바로 주입식 교육이라네."


그 한 마디에 나루의 표정이 굳었다. 군대온라인에 접속한 후 처음으로 오싹함을 느껴야 했던 유격체조 훈련때와 같은 그의 말이 악몽처럼 돌아왔다.








나루는 교관이 준 책자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점심시간 전까지 총검술이 기록된 페이지를 달달 외워두라는 것을 들었을 때는 앞이 막막할 정도였다. 책자는 손바닥만큼 크기가 작았지만 글씨도 작았다. 그림 같은 것들이 있어 이해는 할 수 있었고 내용도 세세하고 간결하게 동작 전체를 풀이해두었기에 읽기는 쉬웠다.


다만 2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간동안 이것 모두를 외우는 것은 솔직히 무리다. 나루는 암기를 강요한 채 다른 곳을 다녀온다며 사라진 교관이 조금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이곳이 가상현실세계라고는 하지만 이런 암기강요는 너무 하다.


군대온라인의 시간으로 저번 주 쯤이었던가 유격체조를 알려준다며 들들 볶을 때도 이렇게 반 강제적으로 체조 동작을 외웠던 것이 겹쳐지며 복합되어버린 분노를 나루는 속으로 삭혀야했다.


물론 허구헌 날 쳐들어오는 적들 때문에 긴급회의 소집으로 불려갔다고는 하지만 자신은 훈련병이었다. 전쟁이 활발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이런 무리한 일을 시킨 채 사라지는 것은 무책임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싫어하는 친구들끼리 군대에 입대하면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낼 것이라는 농담하는 것을 들었는데, 실상 군대온라인을 하면서 느낀 것은 군대가 사회에 있을 때보다 더많은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두 지금까지의 지식들과는 달리 전쟁을 위한 지식이었다.


나루는 한숨을 내쉬며 교관이 준 책자를 읽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변명조차 할 수 없다. 되도록이면 다 외우고 싶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총검술이 기록된 페이지를 찾아들자 기계음이 들려왔다.


─퀘스트 F랭크 총검술을 익혀라가 발동하였습니다.

퀘스트 완료시 보상으로 총검술 스킬을 익히실 수 있습니다.


전장에서 적을 죽였을 때 들었던 목소리와 동일한 음성, 그것을 들으며 나루는 이곳이 게임 속의 세계라는 것을 다시 인지할 수 있었다. 퀘스트가 있는 세계가 현실일 리는 없다. 온라인게임 같은 게임속이 아닌 또하나의 게임속 현실세계….


나루는 그것을 다시 한 번 인지했다.


현실과는 또다른 세계관의 현실이었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자신의 존재가 뚜렷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위한 노력이라면….


히쭉.


나루의 입가에 미소가 돌아왔다.


불가능하다면 어떻게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면 되지 않는가?


훈련소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다.


그 말을 나루는 실천하기 위해 책자를 들었다. 조금 전 교관이 보여주었던 동작들이 『기본동작』이란 카테고리 안에 있었다. 기본동작 1절 차려총….


그렇군.


세 개의 사진밑으로 설명된 글들을 나루는 교관이 보여준 동작에 매치시켰다. 그러자 어느 정도 동작에 대한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씨익….


모두 외우라는 것은 동작만을 외워도 되는 것이 아닌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보인 것 같다.


나루는 재빨리 책자를 읽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는 책에 실려있는 글을 매치시켜가며 책들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기본동작은 모두 8절로 이루어져 있었고 각각에 대한 설명들이 붙어 있었다.


제 1 절 '차 려 총'

제 2 절 '이 동'

제 3 절 '방향 전환'

제 4 절 '찔 러'

제 5 절 '돌려쳐, 때려'

제 6 절 '제 쳐'

제 7 절 '베 어'

제 8 절 '막 고 차'


이해하기 쉬운 이름이다. 나루는 설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 1 절 '차 려 총'


왼발을 전방으로 30cm 정도 내딛는다.

양발의 간격은 반족장 정도 유지하고, 두 무릎은 약간 굽힌다.

체중은 양발에 균등히 두고 가슴은 적에 대하여 우측 방향으로 45˚ 정도 향하게 하며, 소총은 몸쪽으로 약 30˚ 정도 안쪽으로 눕힌다.

오른손은 총목을 잡고 오른팔 상박은 겨드랑이에 붙이며, 하박은 개머리판 상부에 밀착시키고, 왼손은 멜빵 안쪽으로 덮개 부위를 감싸잡는다.

총검의 끝은 적의 인후부를 지향하고, 미간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며 눈은 적의 눈동자를 노려본다.


나루는 책자에 있는 설명을 모두 읽은 후 아까 전 교관이 보여주었던 동작을 생각했다. 분명 대검의 끝이 자신의 인중을 향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5cm는 족히 더큰 그가 그 동작을 위해 몸을 낮추며 힘을 실었다.


그것 하나하나가 위협을 준다.


나루는 교관이 보여주었던 동작을 생각하며 K-2로 그 동작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몸을 낮춘 채 하나의 창처럼 적을 노린다. 쥐를 사냥하기 직전의 고양이의 발톱처럼 날카롭게, 더 날카롭게….


팔꿈치에 개머리판을 바싹 붙이며 몸을 최대한 좁히며 쓸데없는 힘소모를 없앤다. 차려 동작을 해보며 느낀 것은 총검술이란 것이 총검으로 찌르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몸 전체를 창처럼 날카롭게 만들어 그 전체로 공격을 한다는 것이다.


같은 동작을 수십 번 반복하며 나루는 햇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슬슬 다음 동작을 외우지 않으면 오전이 다 흘러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쩐지 기분이 좋다.


나의 적을 확실하게 사살할 수 있다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히쭉….


기분이 좋으면 나루의 입꼬리는 히쭉 올라간다.


히쭉…….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제식 동작들을 보면 끔찍한 분들이 대한민국에는 많지요.
저도 겪었습니다. 히쭉.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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