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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Air
작품등록일 :
2012.07.24 18:17
최근연재일 :
2013.09.0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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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2.07.18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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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글자
11쪽

노스탤지어의 정예병(3)

초보 글쟁이의 여러모로 부족한 글입니다.




DUMMY

어둠속에서 그림자가 일렁였다.


흡사 동족의 품에 안긴 것처럼 자신을 감추며, 미소를 짓는다.


히쭉….


검은 고양이의 눈동자가 샐쭉하고도 날카롭게 빛났다.






벽을 따라 희미한 불빛이 일렁이는 수용소의 근처까지 접근한 나루는 조용히 멈추었다. 자신의 위장은 어둠에 특화된 것이다. 빛이 있는 곳이라면 오히려 선명하게 눈에 띄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섣불리 모습을 드러낸다면 난사당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이다.


마나가 만들어준 방탄복은 5.56mm의 탄환까지는 그럭저럭 보호받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급소들에 한해서다. 만약 무릎이나 팔꿈치, 손이나 발에 눈먼 총이라도 맞는다면 기동력을 살릴 수 없다.


신중을 기하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자신의 무기는 상황판단력이다. 그것을 멀리한다면 죽음이란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신중을 기해서 나쁠 것은 없다.


나루는 호흡을 고른 후 어둠 속에서 수용소를 보았다. 노스탤지어의 흙으로된 건물들과 다르게 샹그릴라의 건물들은 현대의 건물들과 흡사한 벽돌, 시멘트 같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난사전이 될 경우 도탄마저 조심해야 하는 시가전이 된다. 논산 훈련소의 마지막 모의 실전의 무대 역시 시가전이었고, 그곳에서 나루는 도탄에 맞아 Game over되었다. 등졌던 벽을 맞추었던 총알이 각도를 꺾어 나루를 꿰뚫었다.


시가전의 무서움을 나루는 몸으로 한 번 겪었다.


어리석은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난사전은 최후의 선택일 뿐 최선의 선택이 아니고, 오히려 최악의 선택지이다. 적진에서 총을 난사한다면 자신이 이곳에 있다고 홍보하는 것과 다름없다.


나루는 벽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수용소 입구를 보았다.


총을 든 두 명의 사내가 보였다. 이곳을 지키는 보초병들이다. 똑같이 생긴 갈색의 옷의 가슴팍에 샹그릴라의 상징, 푸른 용이 그려져 있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던 것처럼 샹그릴라군의 관리하에 있는 건물이다.


우선 겉으로 드러난 것은 두 명인가….


호흡을 한 번 거른 후 나루는 벽에 몸을 감추고 주머니 속에 넣어둔 손목시계를 꺼내들었다. 이전의 세계에서 구했던 디지털 손목시계는 야광기능을 달고 있어 어둠 속에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오전 1시 3분….


다음 근무자들이 초소에 투입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최소 42분, 최대 55분 정도인가?


현재 시간을 머릿속에 집어넣은 나루는 손목시계를 주머니 속에 집어 넣었다. 여유를 부릴 만큼 시간의 여유는 없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 속에서 최선의 방식을 찾는 것이 신중한 것이다.


미련하게 기다리기만 해서는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부에 숨어 있을 적의 숫자는 정확히 모르지만 겉으로 드러난 적의 숫자는 두 명,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숫자다. 자만심 같은 것이 아니다. 나루는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세상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러나 샹그릴라의 내부까지 아르카디아가 쳐들어 올 수는 없다. 하나밖에 없는 입구였기에 적이 쳐들어온다면 발각될 수밖에 없다. 나루 역시 안전한 게 아니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적들도 눈에 불을 키고 자신을 찾을 것이다.


그 전에 빙화를 찾아야 한다.


우선 안으로가서 내부의 구조를 살펴야 한다. 군부대의 수용소는 대부분 비슷한 구조로 지어지기 때문에 하나의 구조를 파악해두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아르카디아의 정보망은 내부의 구조까지 알아낼 수 없었고,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


이 처음이 중요하다.


마음을 결심한 나루의 신형이 어둠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희미한 불빛에 검은 그림자가 들이닥치며 두 명의 보초병이 스르르 무너지며 닫혀있던 수용소의 문이 열렸다.







수용소라고 생각했던 건물로 잠입한 나루의 눈에 펼쳐진 것은 30평 남짓한 장소에 쪼그려 앉은 소녀들이었다. 해진 옷들을 입고 추위에 떠는 아이들의 조그마한 몸 여기저기에 구타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얼핏 봐도 성한 곳이 없는 소녀들은 족히 보아도 백이 넘어 보였다.


그 정도 숫자의 소녀들을 조그만 공간에 구겨넣은 채 그것을 바라보는 어른들이 있었다. 샹그릴라의 정식 군복인 푸른색의 전투복을 입은 세 명이 바닥을 보며 웃고 있었고, 그들의 바로 앞에 자신의 허리 정도밖에 오지 않을 것 같은 소녀 하나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사내들의 손에는 굵고 기다란 가죽 채찍이 들려 있었다.


뿌득….


나루의 이가 갈릴 쯤, 사내들도 나루가 있는 쪽을 보며 한 발자국 물러섰다. 이곳의 내부는 불빛들이 밝아 나루처럼 검은 옷이 되려 눈에 띄었다. 나루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고, 적을 발견하는 즉시 처단하기 위해 손에 대검을 들고 있었다. 등에 멘 소총은 언제라도 발사할 수 있게 장전해두었고 조종간을 안전에서 단발로 돌려두었다.


그럼에도 치밀어오르는 분노에 적들에게 발각될 때까지 제자리에 서 있었다.


적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런 시각에 수상한 복장을 한 자가 수용소에 들어왔다는 것을 방치해둘 리가 없다. 이제 곧 적들이 물밀 듯 이곳으로 몰려들 것이다.


불찰이란 것쯤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나루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다.


채찍을 버리고 주머니에 찬 권총을 나루에게 겨누는 저들만 보더라도 명백하지 않은가?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알고 있다, 그런 것쯤은 잘 알고 있다.


한 발자국씩 앞으로 걸어나가며 나루는 대검을 고쳐쥐었다. 고양이의 발톱처럼 날이 위로향하게 움켜진 나루의 신형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탕!


탕탕!


방금 전 나루가 서 있던 자리 위로 세 발의 탄흔이 새겨졌다. 나루는 바로 그 옆에 서 있었다. 탄환의 궤도를 읽고 피하는 굉장한 기술은 없었지만 총구가 노리는 방향과 적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쯤은 읽을 수 있었고, 한 발 먼저 움직였을 뿐이다.


저정도의 적의 공격은 이런 것만으로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고, 이미 총소리가 울려퍼진 이상 등에 멘 소총을 장식처럼 달고 다닐 필요는 없었다. 나루는 대검을 허리춤에 매달은 대검집에 집어넣으며 등에 메고 있던 K-2소총을 들었다.


서른 발의 탄환이라면 저들을 치즈처럼 만들기에 충분하다.


어리석은 잘못으로 지금까지의 은폐가 소용없게 되었지만 후회되지는 않는다. 저들을 방관한다면 자신 역시 그 정도의 쓰레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자세를 가다듬으며 사격의 자세를 취한 나루의 왼쪽 눈이 스르르 감겼다.


물흐르듯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동작은 생각보다 신속하게 이어져 적들이 다시 나루를 향해 권총을 발사하기 직전 한 발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탕!


귀를 찢는 듯한 굉음이 수용소를 지배했다.


방금 전 나루에게 권총을 쏘았던 남자가 고꾸러지며 침묵이 이어졌다. 왼쪽 눈밑을 으깨며 파고든 탄흔이 그의 목숨을 빼앗았다. 가벼운 도발로 공격을 감행한 쓰레기의 최후는 간단하고 비참했다.


대검을 고쳐쥐어 공격의사를 밝히자마자 공격하다니, 바보가 다름없다. 등에 메고 있던 소총을 두고 대검을 들고 있다면 한 번쯤은 의심을 해야했고, 그렇지 않더라도 바로 보고를 하고 지원을 기다려야 했다.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배웠다.


전장에서 겁먹고 떨고 있는 것은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그렇게 배웠다.


너희들은 나의 전장에 어울리지 않아….


잘가….


나루의 소총이 두 번더 불을 뿜었다.


제자리에 얼어붙어 적을 보고도 조치하지 못한 바보들은 살려둘 가치도 없었다. 나루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엎드려있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기절했나?"


더이상 소리의 은폐는 소용없다. 총이 발사될 때 생겨나는 소음보다 큰 목소리는 나루에게 없었다. 어차피 자신과는 상관없는 아이들이고 수용소에 갇힌 아이들이었다. 순간의 분노에 사로잡혀 구해주었다고 하지만 자신과는 별개의 아이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루는 소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반응이 없었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으니 그 충격으로 기절했을 수도 있다. 설사 자신들을 괴롭히던 사람들이라도 눈앞에서 죽는다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살인을 처음으로 보았다면 충분히 기절할 수 있다.


이해할 수 있다.


나루 역시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았다. 그 충격이 분노로 바뀌었을 뿐 눈앞의 아이와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의아한 것은 이 소녀를 보는 순간 생긴 살인충동을 억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이 궁금했을 뿐, 별 다른 것은 없었다.


이미 지난 일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적의 지원세력이 이곳에 밀어닥칠 것이다. 어리석은 일로 시간을 빼앗긴 것으로 모자라 지금까지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었다.


더 이상의 시간 낭비를 허용할 수 없었다.


반응없는 소녀를 지긋이 내려보며 고민한 나루는 몸을 돌리며 내부를 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작았던 건물의 외관과 다르게 내부는 상당히 넓었고, 안쪽으로 이어지는 문들의 너머에는 어둠이 서려있어 그 길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침입만 성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예상외의 난관을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기동력을 살리는 것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아직도 엎드려 있는 소녀를 흘깃 내려본 나루는 조용히 몸을 돌려 내부를 향해 걸어갔다.


채찍자국이 남은 등줄기가 부풀었다 가라앉았다 반복하는 것으로 보아 숨은 붙어 있었다.


나머지는 너의 운명이다.


나루가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간 후에야 소녀는 천천히 일어섰다. 혹사당한 앙상한 얼굴 여기저기에 멍자국이 새겨져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맑게 빛나고 있었다. 헬쑥해진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너무도 맑은 눈빛으로 소녀가 중얼거렸다.


"이제야…."


아련함이 깃든 눈동자로 나루가 사라진 방향으로 손을 뻗으며 소녀가 중얼거렸다. 그리움에 사뭇친 얼굴로 손을 내밀었던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손을 거두었다.


"당신은 운이 좋은 게 아니었어요."


애뜻하게, 소녀는 나루가 사라진 방향을 보며 중얼거리며 그가 쓰러뜨린 간수의 주머니를 뒤져 하나의 열쇠를 꺼내들었다.


"이번에도 제가 당신을 만나러 갈께요. 기다려주세요."


잠시 후 30평 남짓의 공간에는 세 구의 시체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에잇.. 한 편더 올릴게요. 간드러지게 노스탤지어의 정예병(4)에서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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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l am a terrorist straight out of hell(1) +13 12.07.15 6,540 4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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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첫 경계작전, 생과 사가 교차하는 사지 속에 어서오세요(1) +9 12.07.15 6,346 41 11쪽
13 훈련병의 나날(3) +9 12.07.15 7,111 48 13쪽
12 훈련병의 나날(2) +13 12.07.15 6,562 4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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