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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대체역사

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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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5,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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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6.09 10:25
조회
4,499
추천
104
글자
8쪽

< #8. 맘루크 6-1 >

DUMMY

"젠장! 왜, 하사신들을 건드려."


귀족은 조용히 합당한 대가를 치르겠다는 말을 하고 사라졌고, 하지즈는 그의 말이 달려 사라지는 소리를 듣자마자 책상을 두들겼다.


"뭐···. 또 하사신들이 술탄을 암살하려다가 보복을 당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젠장, 하사신들도 말이야. 칠 년 전에 마스유프까지 넘어갈 뻔했으면 조심을 했어야지. 왜 건드려서 말이야."


하지즈는 아직도 분이 가득 찬 목소리로 성질을 내고 있었다. 이건 독배다. 하지 않을 수도 없고, 해서도 남는 게 없는 그런 독배다.


"그래도 합당한 대가라 하니 적지 않은 보상이 있을 겁니다."


"뭐! 눈앞에 산더미 같은 금은보화를 쌓아놓으면 뭐해? 죽으면 말짱 꽝인 것을 말이야. 자네도 얘기를 들어보지 않았나? 녀석들이 얼마나 집요한지? 이제 밤마다 두려움에 떨며 자야 할 것이네. 어? 여자를 하나 침대로 들여도 하사신이 보낸 자객인지 두려움에 떨어야 하고 말이야.“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만큼 우리 용병대가 커진 것으로 생각하고 감수하셔야죠. 이 정도로 압박을 가하면 하사신들도 예전처럼 활동하지는 않을 겁니다.“


”왜? 자네는 무사할 거로 생각하고 남 얘기하듯이 하는 건가? 살라흐앗딘은 두 번이나 암살을 피했지만, 그 수하 중에는 여럿이 죽었네. 자네도 무사하리라고 장담은 못 해.“


그렇게 투덜댔지만 부관의 말 그대로였다. 거절할 수 없는 아주 완곡한 요청. 게다가 마스유프 주변의 세력권을 일소할 전투이기에 포위망을 갖추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지정된 지역까지는 꽁무니가 빠지게 달려야 할 판이다. 늦으면 줄줄이 하지즈가 맡은 지역을 빠져 나와 녀석들은 보복할 게 뻔했다.


”어서 준비시켜! 내일 아침부터 강행군이다. 그동안 뒤룩뒤룩 살찐 녀석들이 제대로 걷기나 할지 모르겠지만, 죽도록 채찍질해서라도 가야 해. 알았어?“


한동안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하지즈의 짜증을 받아내던 부관은 고개를 숙이고 천막을 나섰다.


‘두 주일 안에 지정한 지역까지 가야 한다. 그러면 여기를 지나야 하는데······. 프랑크 녀석들의 요새가 들어섰다는 얘기를 들었었지. 그냥 지나치면 서로 피는 보지 않으려나?’


하지즈는 지도를 살펴보며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녀석들의 작은 요새가 암처럼 뻗어 나가고 있었고, 녀석들은 그곳에 틀어박혀 지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종종 습격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오백 명이다. 쉽게 녀석들도 건들지는 않겠지. 당당하게 앞을 지나가자. 뭔 문제가 있겠어?’




***



삼일 뒤, 녀석들의 성채를 지날 때 하지즈는 안이하게 생각한 것을 후회했다. 좁은 협곡을 지나야 할 판에 녀석들은 협곡의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협곡의 언덕에는 녀석들이 세운, 아니 아직도 더 두껍게 성벽을 처바르고 있는 탄탄한 요새가 보였다.


”하지즈님, 녀석들이 막을 생각인가 봅니다.“


”나도 눈이 있다. 조용히 얘기해봐. 그냥 지나갈 뿐이니 길만 터달라고 말이야.“


하지즈의 말을 들은 부관이 말을 몰아 앞장섰다. 상대 쪽에서도 말을 탄 기병이 하나 나와 서로 대화를 시작했다.


”우리는 지나가는 길이오. 우리 술탄께서는 당신네 왕과 화친 중이니 적이 아니잖소. 그냥 길만 터주면 아무 행패 없이 지나가겠소.“


”당신 말은 잘 알겠소이다. 그런데, 우리 영주가 좀 골통이라 곤란하오.“


말을 탄 상대는 부관의 말에 유창한 아랍어로 답했다. 그러며 넌지시 자신의 진영에 있는 기사 한 명을 가리켰다. 경멸의 의미를 담아 자신의 주인을 가리키는 걸 보아 일부러 아랍어로 얘기하는 듯했다.


”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요?“


”예루살렘 왕에게 받은 영지라 애착이 강한 것도 알겠고. 유럽에서 넘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는 것도 알겠고. 그런데 말을 안 듣는다고요. 게다가 이교도. 이교도는 죽여야 해. 그런 생각만 머리에 가득 차 있소.“


”그래서 싸우겠다는 거요?“


”만약 자신을 상대할 만한 멋진 기사가 있다면 일대일로 대결을 하겠다고 하시네요. 이긴다면 길을 열어줄 것이요. 겁을 먹고 깨갱거린다면 일전을 불사해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무슨 바보 같은 얘기를? 우리는 오백이나 되고, 그쪽은 겨우 이백 명이나 될까 말까 아니요? 그런데 싸우겠다고 달려든다는 말이오?“


”내 말이 그렇소. 그런데 질 거라는 생각은 하나도 안 하시니. 우리가 죽을 맛이오.“


부관은 맥없이 돌아왔지만 둘의 쩌렁거리는 대화는 맘루크들의 귀에 여과 없이 들어왔고 행렬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무시를 당한다는 생각에 일전을 불사하자는 고함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젠장, 사기를 생각하면 그냥 깨갱하고 돌아갈 수도 없고 싸운다면 삼 분의 일은 다칠 거 같고. 뭔 수가 없나? 쓸만한 타와시가 없나? 우리 기병은 몇 안 되지. 그중에 제일 잘 싸울만한 녀석이······. 아니야. 져버리면 더 우습게 된다.“


혼자 중얼거리는 하지즈의 곁으로 류가 다가왔다. 빤히 하지즈의 눈을 쳐다보는 모습에 다시 부글거리며 속이 뒤집혀 올라왔다. 그래도 꾹 참았다.


”뭐···. 뭐냐?“


”저렇게 놀림을 받고도 가만히 있을 거야? 병사들이 동요하고 있어.“


”알고 있다. 그래도 우리에겐 기사가 없다고. 기껏해야 활이나 쏴대는 기병이고. 저 녀석들처럼 커다란 군마도 없어. 우린 지구력이 강한 말을 선호하지. 저렇게 육중한 녀석도 없다고.“


”도와줄까?“


류는 양손을 펼쳤다. 일곱 개를 폈던 손가락을 하나 접으며 ‘성문’, 다시 하나를 접으며 ‘기사’라고 중얼거리며 말이다.


”그래, 아낀다고 아낄 게 아니지. 이럴 때는 써야지. 다만 진다면 말이야. 오히려 두 개를 늘릴 것이야. 용병 노릇을 하는데 면이 깎인다면 큰일이니 말이야. 수락하는 건가?“


하지즈의 말에 눈을 돌려 상대를 기다리는 기사를 바라봤다. 사실 호기심이 컸다. 지금까지 눈으로 봐온 수많은 기마 전투. 하지만 귀가 닳도록 기사들이 최고라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류의 기억에는 형이 최고였다. 그 경지를 뛰어넘는 사람들이 널려있다는 게 사뭇 자존심을 건드렸다.


”아, 혹시. 너무 만만하게 보지는 말아줘. 투르에서 챔피언까지 하신 분이라니 말이야. 뭐 우리는 본적이 없지만. 그렇게 믿어야지.“


웅성거리는 용병대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던 상대 기병은 하지 않았어야 하는 말을 뱉었다. 아마 겁을 먹고 돌아가면 자신들도 무사하리라는 생각이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말에 류는 마음을 굳혔다.


류는 하지즈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즈는 수하들을 불러 자신이 잘 챙겨놓은 짐들을 가져오라 말했다. 상자를 열었더니 검게 칠해진 갑옷이 보였다. 사슬갑옷 위에 덧붙일 흉갑과 견갑, 그리고 눈만 남기고 가릴 투구까지 말이다.


”전에 온몸에 재 덩이를 바르던 자네가 생각나서 준비해봤네. 이거면 그럭저럭 녀석들 갑옷하고 견줄 만 할 거야. 견갑은 저번에 무구상에서 봤던 것보다는 작지만 움직임에 방해는 없을 것이고 말이야.“


류는 사슬갑옷 위에 하지즈가 건넨 갑옷을 덧입기 시작했다. 어느새 다가온 덕윤이 눈치를 보다가 가죽끈을 동여매며 돕기 시작했다. 압둘은 용병대에서 가장 커다란 말을 한 마리 끌고 왔다. 거칠게 투레질 하는 것이 사나운 녀석이다.


마지막으로 투구를 썼다. 주변의 맘루크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누가 외쳤다.


[알파리스 알아스와드]


함성이 점점 커지며 서로 박자가 맞아들어갔다. 거대한 목소리가 하나 되어 류의 귓가를 때린다.


”흑기사라···. 그렇군. 난 흑기사구나.“


류는 말에 올랐다. 하지즈가 두 손으로 잡은 극을 넘겨주었다. 형이 쓰던 극을 말이다. 지금까지 여러 번 달라고 해도 고집부리던 하지즈도 지금은 정중하게 건넨다. 하지즈도 입을 열어 ‘알파리스 알아스와드’라고 외친다.


말을 달려나갔다. 상대도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 나왔다.


작가의말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프롤로그 부분과 연결되는 얘기입니다. 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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