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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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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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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5,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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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6.19 20:12
조회
4,156
추천
110
글자
9쪽

< #9. 다마스쿠스 2-2 >

DUMMY

작달막한 체구가 몸을 날리듯 류에게 안겨 온다. 류가 커진 것인지 아니면 이제는 장 씨가 쪼그라들었는지 모를 지경이다. 작지만 탄탄했던 체구도 이제는 물렁거린다.


'아마 내가 컸나 보다.'


류는 올해 스물셋이 되었다. 이제 나이도 들었고 클 만큼 컸다고 생각했기에 설마 했는데 그새 주먹 하나만큼은 더 큰듯했다. 아직 장 씨의 허리가 구부러지기에는 이르니 말이다.


같이 생활하던 맘루크들은 몸이 좋은 편이었다. 덕윤이나 샤아처럼 류보다 작은 녀석들도 가끔 있었지만 대부분 크다 못해 거대한 녀석들이었다. 특히 압둘은 류보다 머리 하나는 크니 말이다


그들 사이에 끼어 살았더니 키가 큰 것도 몰랐다. 류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살짝 웃었다.


"이게 뭐예요? 배가 추욱 늘어졌습니다."


웃으며 농을 걸어대는 류의 말에 장 씨는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이···. 이놈아."


"왜요?"


갑작스러운 장 씨의 눈물 보에 류는 당황스러워 되물었다. 한참이나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던 장 씨는 겨우 메인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지금 네 녀석이 넉살부리는 모습이 말이야. 그래, 겸이 같구나. 아들 둘이 모두 돌아왔어. 그러니 내가 기쁘지 않겠니?"


아버지의 말에 류는 당황했다. 그렇지만 조금 기분이 좋기는 했다. 사랑했던 그리고 존경했던 형이 자신의 얼굴에 겹쳐 있다니 말이다. 하도 정신없이 몰아붙여 말을 못 꺼냈지만 이젠 물어야 한다.


그동안 살기 위해 애썼던 이유를 말이다.


"아버지, 연이는 어디에 있나요?"




***



추욱 늘어진 모습으로 하마드의 거처에서 나오던 알마릭.


문을 나서자마자 한 시종이 달려와 그의 손을 낚아챘다. 멍한 마음으로 끌려가다 보니, 골목엔 마차가 하나 있었고 앗산이 곁에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뭔가요? 도련님. 어서 집으로 가시지."


"어···. 어머님이 자네와 얘기를 나누시겠다면서 말이야. 잠시만 시간을 내주게."


앗산은 마차의 문을 열었다. 호화로운 장식이 가득한 마차 안은 눈부셨다. 그곳에 앉아있는 야스암. 어울렸다. 입을 열어 그 지랄 맞은 괴성만 질러대지 않는다면 말이다. 알마릭은 고개를 흔들다 어쩔 수 없이 마차 안으로 들어섰다.


분명 오늘 피한다고 해도, 계속 귀찮게 굴 게 뻔했다. 그러니 확실하게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알마릭, 우선 그대의 용기에 감사드립니다."


알마릭은 고개를 까닥이며 거만하게 뱉는 야스암의 말에 신물이 솟았다. 그래도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받아줬다. 그 모습에 야스암은 알마릭이 자신의 편에 섰다고 확신해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족장의 자리가 아쉽다고 외부인들을 끌어들여서 망신을 준다는 게 말이 됩니까? 다른 원로들도 모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습니다."


'앗산을 지지하는 원로들만이지. 다른 사람들은 관심이 없고 구경 생각에 즐거울 뿐이지. 하마드를 도울 생각이 있는 사람들만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알마릭은 기억을 되돌려봤다. 겨우 하나둘? 그 정도나 될까? 그것도 공식적으로 지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 하마드가 패했을 때 숨을 자리나 겨우 제공해줄 정도일 것이다.


"그렇군요. 모두 화가 났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습니다."


차분한 알마릭의 말에 야스암은 더 열띤 목소리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야스암의 말에는 신경을 끈채 알마릭은 딴생각에 빠져버렸다. 귓가에 들리는 말은 나름 조용히 건네야 할 말이라서 아까처럼 고성은 아니었다. 그래도 듣기 싫은 목소리였다. 하마드는 왜 이런 여자를 좋아했었을까?


"그러니, 당신 씨족도 쓸만한 사람들을 모아줘요."


"아···. 네?"


"하마드를 축출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을 겁니다. 피를 보기는 싫지만 어쩔 수 없다면 피하지는 않아야죠. 정당한 후계자에게 자리를 돌려줘야 합니다."


야스암은 인상을 잔뜩 쓰면서 알마릭에게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아, 왜 이 여자를 좋아했을까? 얘기해야겠군. 비밀을······.'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른 알마릭은 얘기를 시작했다. 알마릭의 한마디 한마디를 쏘아붙일 준비를 하는 야스암. 둘의 얘기는 점점 시끄럽고 사나워졌다.


"하마드님은 분명 족장의 자리에 마음이 없습니다. 우선 앗산 도련님의 훈육에 힘쓰시면 나중에 다시 기회가 올 겁니다."


"무슨 소리요? 하마드의 수작을 내가 모를 거 같아요? 내 남편도 전쟁터에서 죽게 하고, 후계는 분명 넘겨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이제 컸더니 이상한 모략이나 해대고."


"전쟁터에선 누가 죽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때 하마드님은 동생 아민님을 데리고 가지 않으려 했습니다. 고집을 부린 건 아민님이세요."


"거짓말! 분명 남편의 귀에 대고 속삭였겠지요. 곧 물러날 나보다는 네가 공을 세워야지. 그래야 모든 일족이 널 우러러보겠지. 그렇게 뱀처럼 꼬드긴 게 분명해요."


말이 통하지 않자, 알마릭은 한동안 야스암을 쏘아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 날 있었던 일을 말해드릴까요? 칠 년 동안 가슴속에 숨겨뒀던 얘기를요?"


야스암은 돌변한 알마릭의 표정에 당황했지만 지지 않고 눈을 부릅떴다.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본 알마릭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를 부여잡고 조용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몽기사르에서 우리 일족은 살라흐앗딘의 친위대 바로 앞을 지켰죠. 살라흐앗딘도 비슷한 출신인 하마드를 좋아하셨기에 가능했습니다. 내심 하마드는 좋아했습니다. 일족들이 다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말입니다."


쉬쉬하면서 야스암에겐 들려오지 않았던 그 날의 일이 알마릭의 입을 통해 들려왔다. 야스암은 남편의 마지막을 듣기 위해 귀를 쫑긋거렸다.


"그런데 적이 너무 강했습니다. 그들의 왕이 검을 빼 들고 소리를 지르며 앞장서자, 적의 기사들이 모두 왕을 지키려 달려들었죠. 그러더니 커다란 무리가 됐습니다. 모든 걸 집어삼켰죠. 선두를 지켰던 창병이 무너지고, 검을 든 병사들이 짓밟혔고, 베두인들은 눈치를 보다가 도망쳤습니다."


"아······."


알마릭의 말에 야스암은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알마릭은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지만 계속하기로 했다. 야스암에게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하마드를 더 괴롭히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에 말이다.


"적의 무리는 살라흐앗딘을 향해 달려오고, 다른 영주들은 슬그머니 몸을 빼기 시작했죠. 그때 살라흐앗딘은 유일하게 믿을만한 튀르크 친위대를 출전시켰습니다. 기세만 꺾으면 주변의 병사들이 에워쌀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영광되게도 우리 일족에게도 기회를 주셨습니다."


야스암은 남편의 장렬한 최후가 눈앞에서 보이듯이 황홀한 표정이었다. 알마릭은 미안했지만, 진실을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마드는 일족의 삼 분의 일을 가지고 튀르크 친위대와 선두로 나섰습니다. 아민님은 나머지를 데리고 살라흐앗딘의 앞을 지켰죠."


"그···. 그런데요? 그래서요? 어서 얘기하세요. 알마릭."


알마릭은 야스암의 다그치는 소리에 주저하면서 얘기를 마무리 지었다.


"하마드님과 튀르크 친위대가 겨우 적들의 기세를 늦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래도 얇은 부분은 뚫려버리더군요. 아민님은 살라흐앗딘을 버리고 도망을 쳤습니다. 그러다가 포위망을 뚫지 못하고 적들에게 짓밟혀 죽었습니다. 술탄의 목숨을 지키려 저희는 미친 듯이 돌아와 길을 열었습니다. 그때 아신 일족에서 참전한 사람 대부분이 죽었습니다."


"뭐···. 뭐라고요?"


"술탄을 위험하게 한 죄를 어떻게 갚겠습니까? 피로 갚은 것입니다. 적의 추격을 온몸으로 막으며 일족의 시체로 산을 쌓으며 막았습니다."


야스암은 앉아있던 의자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인정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술탄에게 용서를 받은 겁니다. 다른 귀족들이요? 그 졸전 때 도망쳤던 귀족들은 모두 목이 날아갔습니다. 그 관용의 살라흐앗딘도 참지 못했던 것이죠."


속이 시원했다. 이젠 알마릭도 참지 않고 입을 열어 가시를 내뱉었다.


"하마드님은 그리고 이 일을 함구하라 명령했죠. 칠 년 동안이나 당신에게 욕을 먹으면서 말입니다."


털썩거리는 소리가 마차 밖에서 들려왔다. 앗산이 주저앉는 소리일 것이다. 알마릭은 눈을 감았다.


'앗산 도련님, 당신도 이제 어른이 되십시오. 족장의 자리는 가볍지 않아요.'


알마릭은 제발 앗산이 역경을 딛고 훌륭한 사람이 됐으면 했다. 그래야 그동안 고생한 하마드가 쉴 수 있지 않겠는가? 알마릭은 하마드를 배신할 수 없었다. 앞으로도 못할 것이다.


그는 아신 일족의 보물이니까 말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어제 오류로 올라간건 아무도 인정을 안해주시는군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내...내일은 하루만 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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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1-1 > +10 18.07.06 4,042 98 8쪽
122 < #9. 다마스쿠스 9-2 > +14 18.07.05 3,653 100 9쪽
121 < #9. 다마스쿠스 9-1 > +8 18.07.03 3,634 99 9쪽
120 < #9. 다마스쿠스 8-2 > +10 18.07.02 3,572 96 8쪽
119 < #9. 다마스쿠스 8-1 > +16 18.07.01 3,701 94 8쪽
118 < #9. 다마스쿠스 7-2 > +25 18.07.01 3,761 96 9쪽
117 < #9. 다마스쿠스 7-1 > +8 18.06.29 3,814 92 8쪽
116 < #9. 다마스쿠스 6-2 > +16 18.06.28 3,847 98 10쪽
115 < #9. 다마스쿠스 6-1 > +12 18.06.26 3,983 101 9쪽
114 < #9. 다마스쿠스 5-2 > +8 18.06.25 3,967 107 8쪽
113 < #9. 다마스쿠스 5-1 > +15 18.06.24 4,052 100 8쪽
112 < #9. 다마스쿠스 4-2 > +10 18.06.23 3,996 113 8쪽
111 < #9. 다마스쿠스 4-1 > +15 18.06.23 4,079 102 10쪽
110 < #9. 다마스쿠스 3-2 > +9 18.06.22 4,109 96 8쪽
109 < #9. 다마스쿠스 3-1 > +18 18.06.21 4,142 107 8쪽
» < #9. 다마스쿠스 2-2 > +30 18.06.19 4,157 110 9쪽
107 < #9. 다마스쿠스 2-1 > +17 18.06.18 4,228 104 7쪽
106 < #9. 다마스쿠스1-2 > +26 18.06.18 4,214 109 9쪽
105 < #9. 다마스쿠스1-1 > +12 18.06.17 4,396 103 9쪽
104 < #8. 맘루크 10-2 > +19 18.06.17 4,130 103 9쪽
103 < #8. 맘루크 10-1 > +21 18.06.16 4,100 100 8쪽
102 < #8. 맘루크 9-2 > +12 18.06.16 3,991 97 9쪽
101 < #8. 맘루크 9-1 > +12 18.06.15 4,059 101 8쪽
100 < #8. 맘루크 8-2 > +24 18.06.14 4,191 99 8쪽
99 < #8. 맘루크 8-1 > +15 18.06.12 4,198 104 7쪽
98 < #8. 맘루크 7-2 > +15 18.06.11 4,202 10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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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 #8. 맘루크 6-2 > +12 18.06.09 4,442 104 7쪽
95 < #8. 맘루크 6-1 > +20 18.06.09 4,500 10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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