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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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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5,249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6.29 13:30
조회
3,814
추천
92
글자
8쪽

< #9. 다마스쿠스 7-1 >

DUMMY

류는 당황스럽다. 눈앞의 꼬마 녀석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난리를 친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든다.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고민할 때 꼬마는 작은 불씨 하나를 던졌다.


“불신자들, 성소에 신발을 신고 들어갔다.”


“뭐···. 뭐냐?”


“기도하는 무슬림들에게 침을 뱉었다.”


자신이 내뱉는 말이 무슨 의미를 뜻하는지 꼬마는 모른 채 입 밖으로 내뱉는다. 처음 말에 의아함을 느끼던 사람은 의혹의 단계를 지나 어느새 분노를 가슴 밖으로 뿜어낸다.


“젠장, 뚫고 지나치자.”


겁먹은 듯 앞을 가로막지는 않았지만 꼬마는 뒤이어 나오는 사람들에게 표적을 알려준다. 가녀린 손가락을 뻗어 류를 가리키고는 계속 고함을 질러댔다. 어느새 모여든 사람들이 길을 막았다.


“모두 길을 터라.”


등 뒤의 연이를 느낀 류가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흥분한 사람들은 류의 말을 무시하고는 몇 안 되는 짐을 뒤져 지팡이나 단단한 나뭇조각을 꺼내 들고는 괴성을 질렀다. 류는 그걸 보고는 연이의 좌우를 덕윤과 샤아에게 맡겼다. 점점 흉포해지는 인파들을 보며 류는 검을 뽑았다. 분명히 이 정도면 주춤하다가 뒤로 물러서야 정상일 텐데. 사람들의 반응은 오히려 불붙인 듯이 타올랐다.


그렇게 신경이 날카로워졌을 때 무언가가 바닥을 긁듯이 휘둘러져 류의 발목을 노렸다. 류는 운 좋게도 피할 수 있었다. 발목을 노리던 반짝이는 손은 어느새 다시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이러지 말아라. 나도 한계가 있다.”


등 뒤로 연이의 떨림이 그대로 느껴지자 류는 맹수처럼 으르렁거렸다. 바닥에 뒹굴던 몽둥이를 집어 든 덕윤이 연이의 곁으로 다가가 주변을 살폈다. 어디서 났는지 모를 날카로운 단도를 들고는 류의 곁으로 다가오는 샤아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점점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계속 모여들었다. 골목 끝까지 가득 차 있는 사람들의 수에 류는 혀를 내둘렀다.


“죽여라! 죽여라!”


사람들 사이에서 한마디 말이 내뱉어지자마자 사람들은 그 말을 따라 외치기 시작했다. 조금 전 공격을 가했다가 숨어버린 녀석들이다. 류는 이를 꽈드득 깨물다가 더이상 참지 못하고 사람들을 헤치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퍼어억-


누군가 저녁준비에 쓰던 달걀을 던져 류의 머리를 맞혔다. 그게 시작이었다.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은 손에 잡히는 대로 던져대기 시작했다. 곧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류는 연이가 조금이라도 다칠까 봐 망토를 들어 그녀를 감싸고는 끌어안았다. 처음에는 콩닥콩닥 미친 듯이 뛰던 연이의 심장 소리가 이제는 안정을 찾아갔다.


노인이 입에서 침을 튀기며 류의 눈앞에서 저주를 퍼부을 때 노인의 옆구리 쪽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와 류의 팔꿈치 위를 살짝 뜯어내고는 사라졌다. 쓰라리다. 순간 불에 덴 듯이 상처가 아파져 오자 류는 이빨을 세워 상처를 한 움큼 물어뜯어 뱉어버렸다.


그 모습을 본 노인은 흠칫 놀라더니 자신의 뒤에서 고함을 질러대는 사람들 사이로 뒷걸음질 쳐 물러나기 시작했다.


“독이야! 모두 조심해.”


팔이 쓰라리다. 독이 넘쳐 퍼지는 게 아닌가 우려한 류는 허공을 향해 검을 겁주듯이 휘두르자 사람들이 뒤로 도망치며 거리가 벌어졌다. 그때 또 사람들 사이에서 움찔거리며 튀어나오던 사내가 혼자 몸을 드러냈다.


겁먹은 사람들이 물러날걸 모른 채 앞으로 뛰어든 실수였다. 류는 검을 쥔 손을 낚아채 꺾어버리고는 당겨버렸다.


-아악-


비명을 지르며 끌려 나온 사내가 더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검의 손잡이에 뒤통수를 때려 맞고는 풀썩 쓰러져버렸다. 그때 샤아가 순식간에 달려들어 사내의 뒷목을 그어버렸다.


흥분했던 사람들은 참혹한 광경에 입을 다물었다. 멋모르는 사람들이나 입을 열어 욕을 내뱉었지만, 침묵은 순식간에 전염되어버렸다. 그러자 사람들을 향해 고함을 질러대며 자세를 낮춘 샤아는 짐승같이 사람들을 몰아붙였다. 물결에 사그라지는 모래성처럼 사람들이 훑어질 때 때맞춰 손에 횃불을 든 병사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무슬림들이 모여 난동을 부린다는 소문이 이리저리 퍼졌나 보다. 병사들이 흉흉하게 창을 휘두르며 몰아붙이자 사람들은 슬금슬금 집으로 몸을 사리며 사라졌다.


샤아의 눈에는 골목을 돌아 몸을 피하는 사람들 사이로 누군가의 눈이 보였다. 마주친 사내는 씨익 웃으며 인파들 사이로 숨어들어 사라져버렸다. 들리지 않았지만, 입 모양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오늘 밤에는 조심스레 찾아가마.-


샤아를 지치게 하려는 얄팍한 수일 수도 있지만, 진짜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 모습을 본 샤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다 잤군.’


이를 빠드득 갈며 녀석의 뒷모습을 놓치지 않으려 눈에 힘을 가득 주었다.



***



“피를 본 무슬림들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커. 너무 성급한 대응이었네.”


“목을 노리고 칼을 들이대는데 가만히 죽을 수는 없잖습니까?”


병사들이 류 일행을 보호하며 빠져나오자 뒤를 무슬림 폭도들이 덮쳐들었다. 방패를 꼬나쥐고 버티던 병사들이 힘에 부치자 결국은 창을 무차별적으로 찔러댔고 사람 몇이 더 쓰러지자 겨우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가라앉지 않는 폭동에 발리앙의 사병들까지 동원되어 치안을 유지하려 애쓰기 시작했다. 벌써 서너 채의 집이 불타고 병사들도 몇이 다치는 불상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맞지, 죽으라고 할 수는 없지. 다만 안타까워. 어쩌다 무슬림들끼리 싸움에 우리가 끼어들어야 했는지 말이야.”


류는 인파들 사이에서 자신을 노리고 찔러오던 공격을 천천히 설명했다. 양손을 모아 턱을 괸 채 조심스레 듣던 발리앙은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어디에 원한을 샀나 보군. 그리고 이봐. 꼬마야. 다음에는 뒷목을 그어 죽여버릴 때라도 말이야. 제발 배후 좀 알아봐. 그래야 해결책이 나오지.”


“어쨌든 고맙소. 발리앙.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래, 예루살렘을 떠날 때까지는 병사들이 잘 지키도록 보내주겠네. 그 뒤로는 몰라. 사실 이 소문이 퍼져나가자, 우리 쪽의 힘 있는 녀석들은 웅성거리면서 검을 뽑을 기회만 찾고 있어. 그러니 빌미를 주지 말자고.”


“무슨 소리이죠?”


“뻔하잖아. 이번 난동은 살라흐앗딘이 보낸 첩자들이 벌인 일이다. 이렇게 떠들어대고 있다는 얘기지. 사실 우리는 몸을 사리면서 조심하고는 있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면 예민해진단 말이야. 순례자들이 학살당했다. 아니면 모욕당했다. 이런 식으로 소문이 나버리면 저 거친 사막을 떠돌다가 그게 사실이 돼버린단 말이다.”


“소문이 사실이 돼버린다......”


“그러면 결국 전쟁이 다시 벌어지겠지. 서로 실상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야. 전쟁은 몇 번 겪어봤지만 전부 그런 식이더라고.”


류는 천천히 말하며 책상 위의 서류들을 검토하는 발리앙의 모습을 눈에서 떼지 못했다. 살라흐앗딘의 곁에는 하마드가, 보두엥의 곁에는 발리앙이 있는 게 분명했다.


“발리앙, 우리가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이오. 내 이번 은혜는 어떻게든 한번 갚겠소.”


“빈말이라도 고맙네. 가능하면 사람에 대해 실망하고 싶지는 않아. 그러니 자네는 어떻게든 약속을 지키게. 빚을 진거야. 얼렁뚱땅 넘어가면 안되네.”


발리앙은 서류에 멋들어지게 글을 써넣더니, 자신의 인장을 가져다 낙인을 찍었다. 그리고는 류의 손에 쥐여줘 버렸다. 돌아가는 여정을 위한 통행증. 이제는 이 숨 막히는 예루살렘을 떠날 때가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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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1-2 > +15 18.07.07 3,646 97 10쪽
123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1-1 > +10 18.07.06 4,043 98 8쪽
122 < #9. 다마스쿠스 9-2 > +14 18.07.05 3,653 100 9쪽
121 < #9. 다마스쿠스 9-1 > +8 18.07.03 3,634 99 9쪽
120 < #9. 다마스쿠스 8-2 > +10 18.07.02 3,572 96 8쪽
119 < #9. 다마스쿠스 8-1 > +16 18.07.01 3,701 94 8쪽
118 < #9. 다마스쿠스 7-2 > +25 18.07.01 3,761 96 9쪽
» < #9. 다마스쿠스 7-1 > +8 18.06.29 3,815 92 8쪽
116 < #9. 다마스쿠스 6-2 > +16 18.06.28 3,847 98 10쪽
115 < #9. 다마스쿠스 6-1 > +12 18.06.26 3,983 101 9쪽
114 < #9. 다마스쿠스 5-2 > +8 18.06.25 3,967 107 8쪽
113 < #9. 다마스쿠스 5-1 > +15 18.06.24 4,052 100 8쪽
112 < #9. 다마스쿠스 4-2 > +10 18.06.23 3,996 113 8쪽
111 < #9. 다마스쿠스 4-1 > +15 18.06.23 4,079 102 10쪽
110 < #9. 다마스쿠스 3-2 > +9 18.06.22 4,109 96 8쪽
109 < #9. 다마스쿠스 3-1 > +18 18.06.21 4,142 107 8쪽
108 < #9. 다마스쿠스 2-2 > +30 18.06.19 4,157 110 9쪽
107 < #9. 다마스쿠스 2-1 > +17 18.06.18 4,228 104 7쪽
106 < #9. 다마스쿠스1-2 > +26 18.06.18 4,214 109 9쪽
105 < #9. 다마스쿠스1-1 > +12 18.06.17 4,397 103 9쪽
104 < #8. 맘루크 10-2 > +19 18.06.17 4,130 103 9쪽
103 < #8. 맘루크 10-1 > +21 18.06.16 4,100 100 8쪽
102 < #8. 맘루크 9-2 > +12 18.06.16 3,991 97 9쪽
101 < #8. 맘루크 9-1 > +12 18.06.15 4,059 101 8쪽
100 < #8. 맘루크 8-2 > +24 18.06.14 4,191 99 8쪽
99 < #8. 맘루크 8-1 > +15 18.06.12 4,198 104 7쪽
98 < #8. 맘루크 7-2 > +15 18.06.11 4,203 107 8쪽
97 < #8. 맘루크 7-1 > +9 18.06.10 4,342 106 8쪽
96 < #8. 맘루크 6-2 > +12 18.06.09 4,442 104 7쪽
95 < #8. 맘루크 6-1 > +20 18.06.09 4,500 10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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