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대체역사

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5,215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6.11 21:05
조회
4,202
추천
107
글자
8쪽

< #8. 맘루크 7-2 >

DUMMY

샤아는 절벽을 타는 영양처럼 거침없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산길을 기어가는 적들은 느릿느릿했으니 걱정이 없다. 바위를 건너뛰며 숨이 가득 차올라 심장을 터트릴 것 같았다. 그래도 괜찮다. 터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 훈련받았고, 그리 살았으니 말이다.


마을 초입에 도착하자마자 샤아는 사람들을 봤다.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사달이 일어난 건 알아챈 것 같았다. 지체하지 않고 촌장의 집에 달려든 샤아는 가지런히 옷을 입고 일어서는 셰이크를 보았다.


하얗게 센 머리에 가지런한 턱수염. 이맘보다도 더 성스러워 보이는 외견에 그의 눈은 독수리 같았다. 그는 문을 박차고 들어선 샤아를 지그시 바라봤다.


샤아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표했다. 셰이크는 아무 일 없는 듯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었다. 곁의 촌장이 입을 열어 샤아에게 물었다.


"얼마나 되느냐?"


"오백가량입니다. 모두 무장이 충실합니다."


샤아의 말을 듣던 촌장은 눈을 부릅뜨고 꾸짖듯이 말했다.


"그런데? 왜? 지휘관의 목은 어쩌고? 겁이 나서 도망쳤느냐?"


"......실···. 실패했습니다."


영역밖에 나선 사람들은 적의 침입을 확인하고 그들의 지휘관을 습격하기로 약조되어있었다. 수습하는 시간 동안에 시간을 벌어 마을을 비우는 게 기본적인 방침이었으니 말이다. 촌장은 허리에 찬 검을 뽑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그걸 본 셰이크는 슬그머니 팔을 붙잡았다.


"그만두게나, 이리된 것을 어쩌겠나? 그 목숨은 딴 데서 쓰면 될 것을. 아무 이득이 없는 일이야."


"죄송합니다. 어서 길을 떠나시지요. 시간은 벌겠습니다."


샤아는 송구함에 몸 둘 봐 모르고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문을 나서던 셰이크는 몸을 지그시 돌려 샤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촌장, 이 아이는 내 길을 열 때 쓰겠네. 데려감세."


샤아는 아무 말 없이 일어서 앞장서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선택받았다. 무사히 길을 트기 위해 목숨을 걸겠다.



***



"모두 자리를 잡았습니다. 가시죠."


"녀석들은 몇이나 되나?"


"집으로 가늠해보면 대략 칠십 명 팔십 명 왔다 갔다 할 것 같습니다."


작디작은 마을을 둘러싼 하지즈는 부관이 재촉하자 끝까지 망설이던 마음을 접었다.


"가세나. 이봐, 류. 넌 내 옆에 바짝 붙도록 해라."


"무슨 일이야. 마을엔 왜 가는 거야?"


하지즈의 말에 류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하지즈는 난감해하며 입을 잘 열지 못했다. 건방진 류의 말투에 성난 부관이 대신 대답했다.


"일하러 가는 거지. 넌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하지즈님의 안전이 최우선이니. 넌 곁에서 잘 지켜."


"척 보니 애꿎은 마을 하나 작살내러 가는 거 같은데. 자긍심도 없어? 너희는 돈 받고 일하는 용병이라지만 이 정도로 쓰레기였던 거냐?"


부관은 칼을 뽑아 들었지만, 하지즈가 말렸다.


"그만두게. 넌 여기 있어라. 그래 넌 덜 더럽히는 게 낫겠지. 아. 넌 날 장사치라고 그랬지? 맞다. 장사꾼은 말이야. 안 좋은 물건이라도 사야 할 때가 있는 거고. 팔기 아까운 걸 팔아야 할 때도 있는 거다."


류가 대답하려는 순간, 하지즈는 평소와 다르게 날카로운 눈으로 쏘아보며 으르렁거렸다.


"아까워도 결국은 팔아야 한다. 지금 애지중지한다고 못 팔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라."


하지즈는 주위의 병력을 이끌고 천천히 말을 몰았다. 부관은 느닷없는 하지즈의 말에 부들부들하다가 고함을 질러 명령을 내렸다.


"너, 너 여기서 이 녀석과 함께 도망치는 녀석이나 잡아. 행여나 도망갈 생각은 마라. 뒤에 병사들이 자리 잡고 있으니까 말이다."


압둘과 덕윤은 류의 곁에 남게 됐고 부관은 분을 못 이겨 하지즈의 곁으로 말을 몰았다.


"왜? 저렇게 버릇없이 구는데도 놔두십니까? 채찍질하고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베야 합니다. 다른 맘루크들도 버릇이 없어져요."


부관의 성난 말에 하지즈는 차분히 말했다.


"녀석을 포장하는 중이야. 그렇게 더러운 건 내가 뒤집어쓰자 이거지. 녀석에 대한 소문을 여기저기 내라고 중간에 만난 상인들한테 얘길 해놨다. 떠버리들이니 분명 소문내기에 바쁠 거야."


"예? 언제?"


"어제 보급품을 나른 상인들에게 말이야. 뒷돈도 좀 쥐어졌으니 소문이 점점 부풀겠지. 그러면 분명 아미르들이 한번 보자고 그럴 것이다. 그때까지는 좀 비위를 맞춰주는 것도 괜찮겠지."


"아······."


"사람을 사고파는 건 참 힘든 일이야. 물건이야. 광을 내고 기름칠하고 그러면 되는데. 사람은 마음을 얻어야 하니 말이야. 그래, 그래도······. 팔기 쉽지 않으면 깨버리면 그만이지. 물건도 사람도 말이야."


번뜩이는 눈으로 말을 하던 하지즈는 마을을 공격할 맘루크 이백 명과 병사 백 명을 둘러보고는 고함을 질렀다.


"모두 죽여라. 닭 한 마리 우는 소리 나지 않도록. 신이 우리의 잘못을 알지 못하시도록. 살아있는 것은 씨앗 하나 남기지 마라."


하지즈의 말에 병사들과 맘루크는 마을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


비명이 그치지 않았다. 산을 둘러싼 메아리마저 참혹했다. 류는 말에서 내려 쪼그려 앉아있었다. 압둘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동료들이 뛰어든 전쟁터를 내려다볼 뿐. 덕윤은 겁에 질려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사그락···. 사그작.'


풀숲을 가르며 소리가 자그맣게 들리다가 누군가가 뛰쳐 나왔다. 단검을 든 소년 하나. 노인 하나. 류는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서라!"


압둘이 외치며 검을 위협적으로 휘두르자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 적막이 흘렀다. 소년은 검을 눈앞에 들고 여차하면 달려들 태세였다.


"그만두자. 압둘. 하나둘 정도는 빠져나가도 무슨 일 있겠어?"


그제야 고개를 든 류가 압둘을 말렸다. 덕윤은 이 낯선 상황에 당황한 듯 창을 들고 압둘 곁으로 달려가 허공에 휘두르고만 있었다.


"청년, 우릴 놔줘도 괜찮은 건가?"


"글쎄, 싸우기도 싫고. 우리가 놔줘도 뒤에 병사들이 널려있다는데 손을 더럽힐 필요도 없겠지."


"재미있구먼."


류는 방긋 웃는 노인을 보고는 마주 웃었다. 왠지 많이 본듯한 인상이었다. 그래, 이름도 모르는 그 노인. 검을 알려준 그 노인과 선예가 눈앞의 이들과 닮았다.


인상 좋게 웃는 노인이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 그래, 방긋 웃는 얼굴이 이질적이다. 가식적인 웃음. 아···. 지금은 진짜 해맑게 웃었다.


"그냥 가시구려. 압둘. 네 덩치에 덤비는 것도 우습잖아. 그냥 보내자."


압둘은 길을 열어줬다.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류의 말에 일리도 있었고 자신도 노인과 꼬마를 죽인다면 밤에 가위눌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잔뜩 긴장한 덕윤만 계속 창을 휘두르다가 류의 손에 뒷목을 잡혀 끌려 나왔다.


지나치던 노인은 웃음을 거두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 궁금했나 보다.


"자네 이름은?"


"류입니다. 머나먼 나라에서 왔으니 어디 출신이냐고 묻지는 마시오. 말해도 모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있구먼. 아마 인연이 이대로 끝날 것 같지는 않으니 선물 하나를 줌세."


"됐고요. 어서 가세요."


노인은 핀잔을 주는 류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곁에 있던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기했다.


"저 사람을 모셔라. 분명 크게 될 분이니 곁에서 아쉬움 없도록 모시도록 해."


"하···. 하지만 셰이크?"


"때가 되면 연락하겠다."


소년은 당황해 말을 더듬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노인의 말을 따르겠다고 했다. 어안이 벙벙해진 류에게 한쪽 눈을 찡긋한 노인은 풀숲으로 사라져버렸다.


"어? 이봐!"


속절없는 류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사라졌고 소년은 류의 곁으로 다가와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 류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리저리 말했다.


"덕윤이 너 가지고 있던 낡은 갑옷 꺼내서 줘. 체구가 비슷해 보이네. 그리고 넌 우선 입고 병사인척해. 절대 고개를 들지 마. 압둘! 너는 입이 무거우니 믿는다."


작가의말

어...갑자기 독자님들이 느네요....무슨 괴변인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사, 기사 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4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1-2 > +15 18.07.07 3,646 97 10쪽
123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1-1 > +10 18.07.06 4,042 98 8쪽
122 < #9. 다마스쿠스 9-2 > +14 18.07.05 3,653 100 9쪽
121 < #9. 다마스쿠스 9-1 > +8 18.07.03 3,634 99 9쪽
120 < #9. 다마스쿠스 8-2 > +10 18.07.02 3,572 96 8쪽
119 < #9. 다마스쿠스 8-1 > +16 18.07.01 3,701 94 8쪽
118 < #9. 다마스쿠스 7-2 > +25 18.07.01 3,761 96 9쪽
117 < #9. 다마스쿠스 7-1 > +8 18.06.29 3,814 92 8쪽
116 < #9. 다마스쿠스 6-2 > +16 18.06.28 3,847 98 10쪽
115 < #9. 다마스쿠스 6-1 > +12 18.06.26 3,983 101 9쪽
114 < #9. 다마스쿠스 5-2 > +8 18.06.25 3,967 107 8쪽
113 < #9. 다마스쿠스 5-1 > +15 18.06.24 4,052 100 8쪽
112 < #9. 다마스쿠스 4-2 > +10 18.06.23 3,996 113 8쪽
111 < #9. 다마스쿠스 4-1 > +15 18.06.23 4,079 102 10쪽
110 < #9. 다마스쿠스 3-2 > +9 18.06.22 4,109 96 8쪽
109 < #9. 다마스쿠스 3-1 > +18 18.06.21 4,142 107 8쪽
108 < #9. 다마스쿠스 2-2 > +30 18.06.19 4,157 110 9쪽
107 < #9. 다마스쿠스 2-1 > +17 18.06.18 4,228 104 7쪽
106 < #9. 다마스쿠스1-2 > +26 18.06.18 4,214 109 9쪽
105 < #9. 다마스쿠스1-1 > +12 18.06.17 4,397 103 9쪽
104 < #8. 맘루크 10-2 > +19 18.06.17 4,130 103 9쪽
103 < #8. 맘루크 10-1 > +21 18.06.16 4,100 100 8쪽
102 < #8. 맘루크 9-2 > +12 18.06.16 3,991 97 9쪽
101 < #8. 맘루크 9-1 > +12 18.06.15 4,059 101 8쪽
100 < #8. 맘루크 8-2 > +24 18.06.14 4,191 99 8쪽
99 < #8. 맘루크 8-1 > +15 18.06.12 4,198 104 7쪽
» < #8. 맘루크 7-2 > +15 18.06.11 4,203 107 8쪽
97 < #8. 맘루크 7-1 > +9 18.06.10 4,342 106 8쪽
96 < #8. 맘루크 6-2 > +12 18.06.09 4,442 104 7쪽
95 < #8. 맘루크 6-1 > +20 18.06.09 4,500 104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