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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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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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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5,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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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6.26 22:25
조회
3,982
추천
101
글자
9쪽

< #9. 다마스쿠스 6-1 >

DUMMY

샤아는 정원으로 나서자마자 주변을 둘러봤다. 군데군데 나무가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눈을 가리는 건 없었다. 바닥을 짚고 살피니 발자국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빨리?’


샤아는 본능적으로 열렸던 문을 살폈다. 문틀이 튀어나와 빗물을 막는 구조. 손을 잡고 거꾸로 뛰어오른 게 분명하다. 달려가 손으로 틀을 잡고 흔들어 올랐다.


다시 힘을 주어 튀어나온 가로 목을 잡고 다시 올랐다. 순식간에 이 층을 넘어 옥상으로 올랐다. 그곳에는 작은 테라스가 있어 일광욕을 즐기고, 밤에는 선선한 바람을 쐬며 잘 수 있도록 천막이 있다. 바람이 불어 얇은 천이 휘날린다. 하얗게 회칠을 덧댄 벽은 밤에도 새하얗다.


분명 녀석은 여기에 있다.


”소리라도 지르면 도망가기는 힘들 거야.“


샤아의 말에 어디선가 대답이 들려왔다. 위치를 알 수 없게 입을 가로막고 벽을 향해 나직이 얘기하는 소리.


”술에 고주망태가 됐을텐데. 날 잡을 수 있을까? 웬만한 실력이면 나하고 검을 나눌 자격이 안 된다.“


샤아는 멀리 메아리치듯 울리는 거짓 목소리를 뚫고 한쪽 벽을 바라봤다. 회칠 사이로 눈이 떠 있다. 눈이 마주치자 상대의 눈이 움찔거린다. 들킬 걸 몰랐나 보다.


하얀 옷에 어느새 얼굴도 하얗게 발라 숨어버렸던 사내가 멋쩍은 듯이 벽 쪽에서 몸을 드러냈다.


”대단하구나. 아니면 내 실력이 줄어든 건가? 그런데 어떻게 안 거야? 독이 들었다는 건 말이야.“


”술이 세 순배 정도 돌았을 때 독을 섞는 게 기본이지 않은가? 그때쯤에야 정신도 조금 흐려지고, 냄새도 흐려지고 말이야.“


”음. 그렇구나. 잘 배웠네. 살라흐앗딘의 침대에다 검을 놓고도 무사히 나온 내가 얕잡아 보고 실수를 했네. 그려.“


샤아는 상대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상대의 허세인가? 이런 얘기라면 그냥 뱉는 법이 아니거늘. 샤아의 표정에 상대는 상관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뭐, 의아한가 보군. 그래도 곧 죽을 아이인데. 내가 신경 쓸 게 무어가 있겠어.“


”......네가 알 카나비였나?“


”어떻게 네 녀석이 내 이름을 아는 거지?“


샤아의 말에 상대는 관심이 생긴 듯 거칠게 되물었다. 어느새 허리춤에 단도를 꺼내 들고 말이다. 바보 같은 경비병들. 무슬림들에게 검을 지니지 못하게 검문을 한다지만 저런 단도는 예외인가보다.


”어떻게? 꽤 시끌벅적했잖아. 산에서 말이야. 셰이크가 그렇게 칭찬하는 녀석은 간만이라서 말이야.“


샤아의 말에 상대는 단도를 내렸다. 같은 하사신 출신이라는 걸 알았다는 듯이 말이다.


”그런데 네 녀석은 쫓겨나지 않았어?“


샤아의 말에 상대는 괴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허탈하게 웃었다. 하지만 웃음 뒤에 살기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오해야. 셰이크가 오해해서 말이야. 이번에 공을 세우면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의뢰를 받았지. 마스유프를 건든 녀석들인데 모두 해치우면 셰이크도 용서하지 않겠어? 이런······. 이런······. 하긴 셰이크가 그냥 놓아둘 리가 없을 텐데. 먼저 너에게 시켰구나? 나에게 넘겨주지 않을래?“


”아니, 셰이크가 모시라고 한 사람이야. 죽일 수 없어. 그리고 카나비. 네가 죽일 수도 없어. 내가 막을 테니 말이야.“


샤아는 단도를 뽑아 들었다. 어서 덤비라는 듯이 말이다. 그걸 본 카나비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낄낄거렸다.


”이···. 이거. 셰이크가 지키라고 한 사람은 처음인데. 나한텐 죽이라고만 해서 말이야. 처음이야. 이걸 어쩐다······.“


카나비는 순식간에 몸을 날려 검을 샤아의 목을 향해 질렀다. 하지만 불꽃과 함께 챙 그랑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엔 샤아가 검을 뒤집더니 카나비의 내민 허벅지를 노린다. 대동맥을 끊으면 치명상이리라. 하지만 쉽지 않았다. 어느새 다리를 들어 피하더니 다시 목을 노린다.


비명이라도 질러 동료를 부를까 걱정인가보다. 하지만 하사신들의 싸움은 어둠 속에서 적막 속에서 이뤄지는 법. 샤아는 목을 눕혀 피하며 검을 역수로 쥐고는 어깨를 노린다. 작은 단도가 허공에서 부딪친다. 한수 한수가 서로에게 막히며 점점 빨라진다.


카나비가 몸을 뒤로 날려 낮췄다. 얼굴에는 의아함이 가득 피어올랐다. 대단한 검술. 자신과 맞서 이렇게 검을 나눌만한 사내는 마스유프에도 몇 없었다. 평소에 카나비는 입버릇처럼 ‘기사라도 단도로 싸운다면 내가 이긴다.’라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는가?


”젠장, 그새 어떤 녀석을 키워낸 거야? 웬만한 녀석은 다 아는데. 어···. 혹시 네가 샤아냐?“


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카나비는 으르렁거리며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이 분노를 터뜨렸다.


”그래, 셰이크가 하렘에다가 집어넣으려고 여자아이를 키운다는 얘기는 들었다. 검술의 달인이라고 말이야. 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는데 그게 거짓은 아니었구나.“


”......“


검을 들고 동요하지 않는 모습에 카나비는 별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 오늘은 돌아가겠지만, 막아보려면 막아보려무나. 앞으로는 두려움에 떨면서 잠을 자지 못할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네 주인이 가슴에 검이 꽂힌 채로 차갑게 식어가는 걸 볼 날이 있을 것이다.“


온갖 악담을 지껄이다가 카나비는 옥상을 달려 한 번에 몸을 날렸다. 높은 곳에서 뛰어서 벽마저 한 번에 넘더니 몸을 굽혀 굴렀다. 일어서자마자 내려다보는 샤아를 한껏 노려보더니 어두운 골목길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샤아는 긴장이 풀린 듯 잠시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는 천천히 홀로 내려왔다.


샤아의 말엔 아랑곳하지 않고 술과 안주를 나른 덕윤과 목숨이 왔다 갔다 했는지도 모르고 거나하게 취해버린 바보들을 노려보며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병신들.“


그날 밤, 술에 취해 침대 위에 뻗어버린 류를 내려다보다가 샤아는 침대 밑에 카펫을 깔고 누웠다. 문밖에는 덕윤이 등을 기대고는 곯아떨어졌다.


카나비의 말대로 샤아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



”그러면 내가 일렌느와 식을 올릴 때는 꼭 초대하지. 이웃끼리 좋은 일이 있으면 서로 축하해주는 게 도리 아니겠어? 뭐, 적당한 선물은 서로 간의 관계를 좋게 해주는···.“


등을 밀어 말고삐를 쥐여줘서야 이 떠버리를 집 밖으로 쫓아낼 수 있었다. 알폰소는 함빡 웃으며 다음에 보자고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재미는 있으나 참 귀찮은 녀석이었다.


류는 퀭한 눈으로 다가와 류의 몸 이곳저곳을 만져보다가 사라지는 샤아를 보고는 어이없어했다.


”절대 혼자 돌아다니지는 마.“


손을 흔들며 홀 구석에 있는 디완(중동의 긴 의자, 카우치와 비슷함.)에 눕더니 금세 코를 골아버리는 샤아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간단히 아침 식사를 챙겨 먹은 류는 성문으로 향했다. 허리에는 보두엥이 하사한 검을 멋있게 차고 말이다. 지나던 병사들이 뭐라고 말하며 달려들려 했지만, 곁에 있던 기사가 넌지시 뭐라 말하자 그냥 류를 놔뒀다. 작은 예루살렘에 벌써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축하드립니다. 기사 나리.“


경비병 중 하나가 류가 맡겼던 검을 내줬다. 원래 무슬림도 아니었지만, 이제는 자신들의 왕이 인정한 기사니 검을 압수할 방도가 없었다. 아마, 프랑크인이 아닌데 장검을 들고 예루살렘을 돌아다닐 수 있는 건 오직 류뿐일 것이다.


”혹시 바스라에서 온 순례자들이 있는가?“


성문을 지키는 병사에게 넌지시 물었다. 순례자들은 커다란 무리를 이뤄 들어오니 알 것이다.


”잘 모르겠네요. 아직 도착은 안 한 것 같은데, 정 만날 사람이 있으면 돌아다녀 보세요. 중간에 흩어져서 먼저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입니다.“


”무슬림이나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면 어디로 가겠나?“


”뭐. 통곡의 벽이나, 십자가의 길이나, 성묘교회이거나 하겠죠. 아니면 바위의 돔이라고 무슬림들이 자주 가는 곳도 유명하고요.“


”고맙네.“


그날부터 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이 네 군데를 돌기 시작했다. 물론 검문을 하는 병사들에게도 부탁하고 말이다. 이 일과에는 언제나 샤아와 덕윤이 그림자처럼 따라붙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샤아가 들러붙더니 그런 샤아를 보고 덕윤이 애처롭게 따라붙었다.


‘나보다 샤아가 더 무서운 거 같은데······. 요즘 교육이 너무 없었지. 그래, 다시 굴릴 때가 되기도 했어.’


그렇게 사흘이 지났다.


작가의말

어느새 권수로 4권이 마무리됐습니다. 이제 다음편부터는 5권째네요. 계속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내일은 쉬는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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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1-1 > +10 18.07.06 4,042 98 8쪽
122 < #9. 다마스쿠스 9-2 > +14 18.07.05 3,653 100 9쪽
121 < #9. 다마스쿠스 9-1 > +8 18.07.03 3,634 99 9쪽
120 < #9. 다마스쿠스 8-2 > +10 18.07.02 3,572 96 8쪽
119 < #9. 다마스쿠스 8-1 > +16 18.07.01 3,701 94 8쪽
118 < #9. 다마스쿠스 7-2 > +25 18.07.01 3,760 96 9쪽
117 < #9. 다마스쿠스 7-1 > +8 18.06.29 3,814 92 8쪽
116 < #9. 다마스쿠스 6-2 > +16 18.06.28 3,847 98 10쪽
» < #9. 다마스쿠스 6-1 > +12 18.06.26 3,983 101 9쪽
114 < #9. 다마스쿠스 5-2 > +8 18.06.25 3,966 107 8쪽
113 < #9. 다마스쿠스 5-1 > +15 18.06.24 4,052 100 8쪽
112 < #9. 다마스쿠스 4-2 > +10 18.06.23 3,996 1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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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 #9. 다마스쿠스 3-2 > +9 18.06.22 4,108 96 8쪽
109 < #9. 다마스쿠스 3-1 > +18 18.06.21 4,142 107 8쪽
108 < #9. 다마스쿠스 2-2 > +30 18.06.19 4,156 110 9쪽
107 < #9. 다마스쿠스 2-1 > +17 18.06.18 4,228 104 7쪽
106 < #9. 다마스쿠스1-2 > +26 18.06.18 4,214 109 9쪽
105 < #9. 다마스쿠스1-1 > +12 18.06.17 4,396 10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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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 #8. 맘루크 9-2 > +12 18.06.16 3,991 97 9쪽
101 < #8. 맘루크 9-1 > +12 18.06.15 4,059 101 8쪽
100 < #8. 맘루크 8-2 > +24 18.06.14 4,191 99 8쪽
99 < #8. 맘루크 8-1 > +15 18.06.12 4,198 104 7쪽
98 < #8. 맘루크 7-2 > +15 18.06.11 4,202 107 8쪽
97 < #8. 맘루크 7-1 > +9 18.06.10 4,342 106 8쪽
96 < #8. 맘루크 6-2 > +12 18.06.09 4,442 104 7쪽
95 < #8. 맘루크 6-1 > +20 18.06.09 4,499 10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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