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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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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5,066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6.25 20:54
조회
3,966
추천
107
글자
8쪽

< #9. 다마스쿠스 5-2 >

DUMMY

"숙소가 좋군. 물어물어 찾아오느라 고생했어."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류와는 달리, 알폰소는 넉살 좋게 얘기를 시작했다.


"이봐, 술이라도 있으면 좀 내오라고."


손가락질당한 덕윤이 류를 빤히 쳐다보며 '어찌할까요?'라는 표정을 보였다. 류는 머리 아픈 표정으로 눈을 끔뻑거렸다.


주방으로 사라졌던 덕윤이 처음 술부터 내오자 알폰소는 자기가 대접을 하듯이 술을 따라 류에게 주었다. 어이없는 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낄낄거리며 오늘 일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자네는 나한테는 완전 성인 같은 존재라고. 그래 동쪽에서 왔다고 했으니 나한테 동방박사 같은 분이군. 너무 고마워서 그냥 지나칠 수가 있어야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자리를 비웠던 류가 술자리를 벌이자, 향긋한 냄새라도 퍼졌는지 방에 있던 압둘이 슬그머니 자리에 끼어들었다. 하지즈는 고개를 저으며 방으로 들어가려다 류가 손을 잡아끌자 마지못해 합석하게 되었다.


"오, 이분들은? 아까 이 몸이 좋으신 분은 뵈었는데, 이···. 이······. 밝으신 분은 처음이네."


"음. 압둘이라고 해, 멋진 이집션이지. 얼굴의 문신은 세트 신의 문장이고."


"아, 유명하신 기사? 아니 타와시? 아···. 아니면 아미르? 너희들은 좀 이상해. 계급이 우리 기준으로는 알기가 힘들어."


"노예야."


류의 말에 알폰소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연이어 류가 하지즈를 노예상이라고 소개하자 더 가관으로 변했다. 물론 하지즈의 반박이 이어졌지만, 류의 술잔에 입이 막혀버렸다.


"재미있는 조합이군. 타와시에 노예에 노예상에······. 거기다 술탄의 중신까지."


"뭐, 세상이 재미있으니까. 난 이 조합보다도 넉살 좋은 네 녀석이 더 재미있던데. 도대체 이렇게 찰싹 붙어서 아부인 거야?"


류는 기나긴 이야기를 풀 생각은 없었고 이 귀찮은 손님이나 빨리 치울 생각에 얘기를 들어보려 한 것이다.


"난 카스티야의 알폰소. 뭐 얘기를 들었지만 아주 잠시 견습이다가 오늘로 정식기사가 됐지."


"아. 아는 얘기 말고 왜 내가 그렇게 고맙다는 거야?"


"망해버린 가문의 셋째는 보통 수도원에 들어가던가, 아니면 견습기사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 전쟁터나 돌아다니지. 그런데 말이야.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어. 그래서 그녀가 있는 곳에 견습기사로 들어간 거야."


"오, 영주의 딸이라도 되는가?"


"아니, 부인이라네······. 그 눈빛은 뭔가?"


매서운 류의 눈빛에 알폰소는 뭐가 문제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일렌느도 원하는 결혼이 아니었지. 나이 차도 많은 아주 불행한 결혼이었어. 하지만 내가 있으니 이 외진 곳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단 말이야. 그녀는 꽃이고, 난 꽃을 찾아 날아든 나비였지."


"아···. 그렇군."


류는 뭐라 대꾸해주기도 귀찮아 술만 홀짝였다. 하지만 어느새 알폰소의 말솜씨에 빠져들고 있었다. 좋게 말해 사랑이고, 나쁘게 말하면 불륜인 이 이야기에 압둘과 하지즈는 눈을 또렷이 뜨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래, 이런 게 재미지.


"내 입장에 자네가 얼마나 고맙겠어. 경쟁자도 죽여주고, 그 땅도 얻게 해주니 말이야. 일렌느의 침실로 이제는 숨어들지 않아도 되지. 애도 기간만 끝나면 미망인이라는 주홍글씨는 내가 벗겨줄 거야."


어느새 낄낄거리는 남자들의 난잡한 술자리가 돼버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덕윤과 샤아는 한숨을 쉬었다. 류가 손을 들면 덕윤은 계속 주방을 들락날락하며 음식과 술을 날랐다.


조금이라도 도와주면 안 되냐는 생각에 샤아를 쳐다봤지만, 그녀의 반응은 언제나처럼 싸했다. 아직도 목 밑을 노리고 파고들던 단검의 기억에 덕윤은 그냥 계속 혼자 수발을 들기로 했다.


"뭐, 알 카락을 마주 보는 곳이 너의 영지라고? 내 영지는 알 카락의 북쪽이야. 이웃사촌이니 눈인사라도 하려고 온 거지. 우리 전쟁이 나더라도 말이야. 우리끼리는 싸우는 척만 하고······. 그래, 그 시늉만 내고 말이야. 그냥 서로 지나치자고."


알폰소는 마음속의 얘기를 꺼냈다. 류는 의미 없는 얘기라고 생각해 그냥 술만 들이켰다. 지금은 굳은 약속이어도 주변 상황은 언제나 시시각각 변했다. 그런데 약속을 한다는 게 의미 있나?


"뭐, 자네 표정을 보면 알겠어. 서로 상황이란 게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지. 그럴 때는 그냥 조심하라고 먼저 연락이나 해주는 거로 하지. 대신 자기만 알고 다른 데는 알리지 않기. 그 정도면 괜찮지 않나?"


"그건 약속하지.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칼을 겨누게 될 때는?"


류의 말에 알폰소는 잔을 들어 빙그르르 흔들었다. 회오리치는 술을 바라보며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멋있게······."


"뭐라고?"


"멋있게 싸우자. 지저분하지 않게. 그냥 자네거나, 나이거나 아니면 둘 모두에게 마지막일 날이 온다면 말이야. 멋있게 싸우자고."


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덕윤을 쳐다봤다. 덕윤은 한숨을 쉬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에서는 더운 열기 속에서 각종 요리를 만드느라 전념하고 있었다. 놓인 쟁반 위의 술과 안줏거리를 쳐다보다가 있는 힘껏 들어 나르기 시작했다.


'보통 이런 건 하녀들이 할 텐데······. 젠장.'



***


나름 낑낑거리며 나르고 있는데, 샤아가 다가왔다. 언제나 덕윤을 바라볼 때는 매섭고 날카로웠다. 온몸을 훑어내리는 그 눈빛에 덕윤은 흔들렸다. 얼굴이 약간 붉어진 채로 말이다.


그런 덕윤은 상관 않고 샤아는 음식과 술을 한번 훑어보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더니 술잔을 들어 코에 가져다 대는 것이 아닌가?


"상했어. 버려야 해."


"뭐? 술이 뭐가 상해? 같은 술 단지에 있던 걸 지금까지 마셔댔는데."


덕윤이 발끈해 대들자, 샤아는 잠시 술에 취해가던 이들을 바라보다가 냉큼 덕윤의 발을 걸어버렸다.


"어···. 어?"


와장창 소리와 함께 술과 음식들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씩씩거리며 주먹을 쥐고 일어서는 덕윤의 어깨에 샤아는 손을 올리더니 잠시만 있으라 했다.


"뭔 소리야? 덕윤. 아까운 술을 날린 거냐?"


"류, 잠시 비틀거렸대요. 다시 갖다 드릴 거예요."


샤아는 그렇게 말을 하며 덕윤의 귀에다 대고 조용히 물었다.


"이거 누가 넘겨준 거야?"


"아니, 주방에 가니까 차려져 있던데······."


샤아의 눈이 불꽃을 튀기자 그새 주눅이 들어버린 덕윤은 목소리를 낮췄다.


"알았어. 우선 음식과 술은 나르지 말고 재촉하면 시간 끌어."


샤아는 말을 마치자마자 주방으로 달려갔다. 허벅지 안쪽에 걸린 단검이 탄탄한 근육이 당겨질때마다 느껴졌다.


"혼내지 않을테니까. 조심히 좀 날러.“


그런 모습을 지그시 쳐다보던 류가 흐릿한 눈으로 꾸중했다.


"병신들."


류의 말에 샤아는 욕을 내뱉으며 주방의 문을 열었다. 뽀얀 연기가 가득한 주방에는 하녀들과 요리사들이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샤아의 눈이 매섭게 둘러다 볼 때 벌컥거리며 정원으로 이어진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뛰쳐나갔다. 샤아는 허벅지의 단검을 뽑아 들고 그 사람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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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1-1 > +10 18.07.06 4,042 98 8쪽
122 < #9. 다마스쿠스 9-2 > +14 18.07.05 3,653 100 9쪽
121 < #9. 다마스쿠스 9-1 > +8 18.07.03 3,634 99 9쪽
120 < #9. 다마스쿠스 8-2 > +10 18.07.02 3,572 96 8쪽
119 < #9. 다마스쿠스 8-1 > +16 18.07.01 3,701 94 8쪽
118 < #9. 다마스쿠스 7-2 > +25 18.07.01 3,760 96 9쪽
117 < #9. 다마스쿠스 7-1 > +8 18.06.29 3,814 92 8쪽
116 < #9. 다마스쿠스 6-2 > +16 18.06.28 3,847 98 10쪽
115 < #9. 다마스쿠스 6-1 > +12 18.06.26 3,983 101 9쪽
» < #9. 다마스쿠스 5-2 > +8 18.06.25 3,967 107 8쪽
113 < #9. 다마스쿠스 5-1 > +15 18.06.24 4,052 100 8쪽
112 < #9. 다마스쿠스 4-2 > +10 18.06.23 3,996 113 8쪽
111 < #9. 다마스쿠스 4-1 > +15 18.06.23 4,079 102 10쪽
110 < #9. 다마스쿠스 3-2 > +9 18.06.22 4,109 96 8쪽
109 < #9. 다마스쿠스 3-1 > +18 18.06.21 4,142 107 8쪽
108 < #9. 다마스쿠스 2-2 > +30 18.06.19 4,156 110 9쪽
107 < #9. 다마스쿠스 2-1 > +17 18.06.18 4,228 104 7쪽
106 < #9. 다마스쿠스1-2 > +26 18.06.18 4,214 109 9쪽
105 < #9. 다마스쿠스1-1 > +12 18.06.17 4,396 103 9쪽
104 < #8. 맘루크 10-2 > +19 18.06.17 4,130 103 9쪽
103 < #8. 맘루크 10-1 > +21 18.06.16 4,100 100 8쪽
102 < #8. 맘루크 9-2 > +12 18.06.16 3,991 97 9쪽
101 < #8. 맘루크 9-1 > +12 18.06.15 4,059 101 8쪽
100 < #8. 맘루크 8-2 > +24 18.06.14 4,191 99 8쪽
99 < #8. 맘루크 8-1 > +15 18.06.12 4,198 104 7쪽
98 < #8. 맘루크 7-2 > +15 18.06.11 4,202 107 8쪽
97 < #8. 맘루크 7-1 > +9 18.06.10 4,342 106 8쪽
96 < #8. 맘루크 6-2 > +12 18.06.09 4,442 104 7쪽
95 < #8. 맘루크 6-1 > +20 18.06.09 4,499 10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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