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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대체역사

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5,253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7.01 16:02
조회
3,701
추천
94
글자
8쪽

< #9. 다마스쿠스 8-1 >

DUMMY

아침에 하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류는 조용히 하인들 둘을 불러다 시체를 치우라 했다. 함구하라는 말을 꺼낼 필요도 없이 하인들은 입을 다물었고, 바닥의 피는 물통을 가져온 하녀들이 솔로 긁어내며 닦아내기 시작했다.


‘야스암이라······. 독한 여편네 같으니라고.’


날카로운 단도를 몇 번씩이나 몸에 찔러넣고 비틀자 녀석은 헐떡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전에 혀를 깨물려던 녀석은 류의 주먹 때문에 이빨이 몽땅 부서져 나가자 원하는 죽음을 얻을 방법이 없다는 걸 알았다.


환해지고 조금은 부산스러워지자, 그제야 눈이 잠시 감겼다. 암살자들도 이렇게 해가 뜨는 시간은 피할 것이다. 무릎 위에 놓은 검을 움켜쥐자 조금은 안심되었다.


잠은 여전히 잘 오지 않는다. 부스럭거리는 소리, 샤아가 일어났나 보다. 다가온다. 걱정스러운 한숨 소리가 들렸다. 손이 다가와 옷을 이리저리 들춘다.


‘아, 피가 묻은 걸 생각 못 했군. 귀신같은 모습일 거야.’


코밑에 손가락이 다가와 숨을 확인한다.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눈이라도 떠서 녀석의 걱정을 덜어주고 싶지만, 그냥 멍하다. 피곤하다.


-음, 아침부터 그리 옷을 벗기는 건 좀 그렇구나, 게다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거실에서 말이야.-


이 층의 계단에서 내려오는 연이가 심통 맞은 목소리로 샤아에게 쏘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들의 경계하는 목소리, 조금은 느껴진다. 류는 흐뭇한 마음을 느껴 미소가 떠올랐다.


“아악! 오라버니.”


연이의 비명이 들리고, 그녀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두서너 칸을 뛰듯이 내려온다. 예전부터 그녀는 발랄하고 새침하고 귀여웠지. 단아한 모습은 어울리지 않았다.


샤아와 함께 둘이서 이리저리 상처가 있나 살펴보는 손길이 느껴졌다. 기분은 좋았으나 너무 피곤했다. 눈을 열지도 못하고 혼자 읊조렸다.


“다친 데는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


“어찌 된 건가요? 이 핏자국은···.”


“그냥 밤에 길잃은 들짐승이 방으로 들어왔어.”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지만 길게 설명하고픈 생각은 없었다.


“이빨이 날카롭더라고.”



***



커다란 초원을 가로지르는 공도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예전 알렉산더가 닦은 길이라고 한다. 그래 봐야 이제는 손보는 이들이 없어 점점 폐허가 되어가는 그런 길. 그래도 사람들은 길이 있으면 걸었다.


그렇게 사람이 있으면 곧 마을이 생겼고, 마을 간의 중간쯤에는 쉬어갈 만한 가게들이 있었다. 숙박과 요기를 때울 그런 가게들. 배고픈 순례자에게는 따뜻한 끼니와 푹신한 잠자리를 주고, 주변의 유목민들은 자신들이 키운 양을 필요한 물건으로 바꿔주는 시장 같은 곳이었다.


이곳에는 지나치는 프랑크 순례자도, 쿠란을 조용히 암기하는 무슬림도,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수배를 받은 범죄자도 섞여 있다. 이곳은 쉬는 곳이니까 말이다.


턱수염이 더부룩한 사내가 식탁 위에 놓인 조그만 대야에 손을 씻었다. 그리고는 옆에 놓인 쟁반에 손을 가져다 댔다. 화덕에 구운 밀가루와 고기가 정갈하게 놓여있었다. 사내는 고픈 배를 참으며 천천히 밀가루빵에 고기를 싸서 입에 넣고 있었다.


한참을 먹고 있는 사내 앞에 한 초라한 행색의 여행객이 조심스레 와서 말을 걸었다.


“맛있습니까?”


“그냥 먹는 거지. 배만 채우면 되는 거네. 그런데 어쩐 일이야?”


“이름을 나눠쓰는 자가 실패했습니다.”


사내는 입에서 우물거리던 모습 그대로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이름을 나눠쓰는 자들은 자신만큼은 아니어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자들인데. 실패라니.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재미있군. 그래 상대가 누구인데?”


“외국인입니다. 의뢰받은 건 하마드 알 아신이라는 중신과 그의 도움을 받은 외국인, 류라는 자입니다.”


“큰 건인데 무슨 망신인가? 참나···. 알았네. 다른 사람들은 다른 일로 빼게나. 내가 나서보지.”


“알겠습니다. 카나비님, 녀석은 길을 떠나 다마스쿠스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여행객은 자기 일이 끝났다는 듯이 지팡이를 들고는 바닥을 짚으며 여관을 떠났다.




***



여전히 냉랭한 눈초리로 샤아와 류를 번갈아 보지만 연이의 태도가 밉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류도 변명할 생각은 없었다.


‘때가 되면 알겠지. 뭐하러 궁색하게 변명이나 한단 말인가?’


그렇게 다시 이십여 일을 돌아 다마스쿠스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도착한 하마드의 저택은 이상하게 조용하고 슬픈 분위기가 감싸 돌았다. 하인들은 류와 일행을 보고도 고개를 숙이며 사라질 뿐이었다.


“주인은? 아버지는 어디 계시나?”


하인 중 하나를 붙잡고 다그치자 조심스레 류를 내실로 안내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하마드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어깨부터 천을 감싸고 있고 조금씩 피가 배어 나오는 것이 다친 게 분명했다.


곁에는 하지즈와 아버지가 있었다.


“무슨 일이죠? 하마드, 몸은 어쩌다가······.”


눈을 감은 하마드는 대꾸가 없었고, 대신 걱정스레 곁에 서 있던 하지즈가 대신 대답했다.


“돌아오는 길에 습격을 받았는데 용케도 뿌리치고 잘 돌아왔어.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목욕물을 준비하던 하녀가 갑작스레 하마드를 숨겨놓은 단도로 찔러버렸단다.”


‘다급했구나. 이것들이······.’


류는 혀를 찼다. 자신보다 더 값나가는 목표는 하마드일 터인데. 사실 앗산이 이리 어이없게 움직일 줄 몰랐다. 아니 그 바보 녀석은 이런 생각을 할 위인도 아니다. 분명 그 쇳소리 나는 여편네 짓이 분명하다.


“몸 상태가 이리되어 일어나 반기지 못하는 걸 이해해주게.”


하마드는 피로한 목소리로 겨우 눈을 뜨고 얘기했다. 상처보다는 마음이 더 크게 다친 것 같았다. 아마 십수 년을 곁에서 모시던 하녀가 첩자라는 생각이 더 마음을 후벼팠을 것이다.


“누구 짓인 줄은 아시죠?”


씁쓸한 미소다. 알고 있겠지. 똑똑한 사람이니 말이다.


“마음은 아프지만 정리해야지. 어떻게든 말이야.”


“그러면 됐습니다. 저도 예루살렘에서 두 번 습격을 받았습니다. 가능하면 이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폐를 계속 끼치는구먼.”


“정리 못 하시겠으면 얘기해주세요.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차가운 류의 말에 하마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족장이 해야 할 일이니 말이다. 그걸 외부인에게 부탁해서는 면이 서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넘어가지요. 다만 한 번 더 그런 일이 있으면 야밤에 습격할 겁니다. 아무도 살려두지 않겠습니다.”


류의 차가운 말투에 하마드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버지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당황스러운 게 당연하겠지. 놀란 아버지의 동그란 눈을 본 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웃었다.


“처리하다가 힘들면 연락해주세요. 도와드리죠.”


“고맙네. 그래도 곁에 힘이 되는 사람이 있는 게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하는군.”


“하마드 때문이 아니라, 저를 위해섭니다.”


“무슨 말인가?”


“잠을 좀 자고 싶어요. 편안하게······.”


말을 마친 류는 방을 돌아 나섰다. 이제는 가족이 살 영지로 떠날 차례다. 우선은 살 준비될 때까지는 하마드에게 좀 더 폐를 끼쳐야겠지만.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영지를 몇 번 돌아보고 터전을 준비할 여행을 한번 떠나려 한 것이다.


‘이번에는 연이와 둘이 가봐야겠다. 오해도 계속 쌓이면 좋지 않겠지.’


작가의말

날씨가 참 그렇네요. 비가 후두둑....

이럴땐 제 미흡한 소설이라도 보시며 하루를 보내시는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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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1-2 > +15 18.07.07 3,646 97 10쪽
123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1-1 > +10 18.07.06 4,043 98 8쪽
122 < #9. 다마스쿠스 9-2 > +14 18.07.05 3,653 100 9쪽
121 < #9. 다마스쿠스 9-1 > +8 18.07.03 3,634 99 9쪽
120 < #9. 다마스쿠스 8-2 > +10 18.07.02 3,572 96 8쪽
» < #9. 다마스쿠스 8-1 > +16 18.07.01 3,702 94 8쪽
118 < #9. 다마스쿠스 7-2 > +25 18.07.01 3,761 96 9쪽
117 < #9. 다마스쿠스 7-1 > +8 18.06.29 3,815 92 8쪽
116 < #9. 다마스쿠스 6-2 > +16 18.06.28 3,847 98 10쪽
115 < #9. 다마스쿠스 6-1 > +12 18.06.26 3,983 101 9쪽
114 < #9. 다마스쿠스 5-2 > +8 18.06.25 3,967 107 8쪽
113 < #9. 다마스쿠스 5-1 > +15 18.06.24 4,052 100 8쪽
112 < #9. 다마스쿠스 4-2 > +10 18.06.23 3,997 113 8쪽
111 < #9. 다마스쿠스 4-1 > +15 18.06.23 4,079 102 10쪽
110 < #9. 다마스쿠스 3-2 > +9 18.06.22 4,109 96 8쪽
109 < #9. 다마스쿠스 3-1 > +18 18.06.21 4,142 107 8쪽
108 < #9. 다마스쿠스 2-2 > +30 18.06.19 4,157 110 9쪽
107 < #9. 다마스쿠스 2-1 > +17 18.06.18 4,228 104 7쪽
106 < #9. 다마스쿠스1-2 > +26 18.06.18 4,214 109 9쪽
105 < #9. 다마스쿠스1-1 > +12 18.06.17 4,397 103 9쪽
104 < #8. 맘루크 10-2 > +19 18.06.17 4,130 103 9쪽
103 < #8. 맘루크 10-1 > +21 18.06.16 4,100 100 8쪽
102 < #8. 맘루크 9-2 > +12 18.06.16 3,992 97 9쪽
101 < #8. 맘루크 9-1 > +12 18.06.15 4,059 101 8쪽
100 < #8. 맘루크 8-2 > +24 18.06.14 4,191 99 8쪽
99 < #8. 맘루크 8-1 > +15 18.06.12 4,198 104 7쪽
98 < #8. 맘루크 7-2 > +15 18.06.11 4,203 107 8쪽
97 < #8. 맘루크 7-1 > +9 18.06.10 4,342 106 8쪽
96 < #8. 맘루크 6-2 > +12 18.06.09 4,443 104 7쪽
95 < #8. 맘루크 6-1 > +20 18.06.09 4,500 10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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