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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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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5,237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7.06 22:25
조회
4,042
추천
98
글자
8쪽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1-1 >

DUMMY

하스라라고 불리는 하마드의 영지, 비옥하지는 않지만 넓었고 물이 풍부했다. 그거면 이 세상에서는 좋은 영지였다.


하지만 땅 전체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다행히도 살던 사람들은 피신했지만, 그 빈자리를 불타오르는 검은 연기가 채우고 있었다. 덤으로 무시무시한 남자들의 괴성까지 말이다.


"세 번이나 졌네."


하지즈가 멍하니 적진을 바라보며 힘든 목소리를 뱉었다. 언제나 승승장구하던 맘루크들도 고된 시련에 모두 풀이 죽어있었다. 주저앉아 쉬던 몇 명이 분을 못 이겨 갑자기 일어서 괴성을 질러댄다. 그 모습에 기운을 얻은 맘루크들이 목소리를 모아 상대를 조롱한다.


하지만 상대들도 웃기지 말라며 맞고함을 질러 귀가 먹먹했다.


"쉬운 싸움은 아니었소. 하지즈."


류도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적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첫 전투는 탐색전이라 서로 칼만 맞대고 물러섰지만 두 번째는 제대로 밀려버렸다.


중무장한 방패를 앞세우고 천천히 전진하는 적에게 흥분한 맘루크들이 달려들어서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긴 장창을 내밀고 차근차근 밀어내는 적들은 잘 맞물려 움직이는 도르래처럼 움직였고, 한 발짝 내밀 때마다 아군이 후두두 쓰러져버렸다.


어제 있었던 세 번째는 자그마한 목책을 둘러친 언덕에 불과했지만 유리한 지세를 점하고도 밀려버렸다. 그나마 패잔병을 쫓으려 달려들던 적의 부관을 아버지가 잡아버린 게 다행이었다. 보통 퇴각전에 피해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니까 말이다.


"아버지, 가능하면 저놈들 대장을 노리시지."


"글쎄, 나도 그러고 싶은데 몸을 드러내지 않는구나. 조심성이 많은 녀석이야."


"한번 제대로 밀어붙이면 녀석도 나올까요?"


"글쎄다. 내가 사람 속에 들어가 보지를 않아서 말이야. 다만 별명이 '미친개'라며? 차분한척하겠지만 성정이 과한 녀석일 거야. 분명 어디서 인내심을 바닥내며 달려 나올 준비를 하겠지. 그때는 말이야. 이거 알지?"


활을 들어 보이는 아버지의 말에 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 인내심의 한계를 살살 긁어야 방도가 보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적진이 살짝 갈라지며 본진 일부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적진의 한가운데, 방패 병들 사이에 한 사내가 화려한 갑옷을 입고 커다란 의자에 앉아있었다. 말을 달려 들이닥쳐도 아버지의 활이 닿을락 말락 한 거리. 녀석들이 반응해서 포위할만한 전위들이 이곳저곳에서 작은 규모로 버티고 있었다.


”아버지, 제 등 뒤에 타고 한번 나가보실래요? 저기 저쪽까지는 달려가 보겠습니다.“


포위되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가까운 거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걸 본 아버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닿기는 하겠지만 힘이 빠질 거리라며 말이다. 자신의 화살이 맥없이 흔들리다 방패에 막히는 꼴은 보고 싶지 않다고 투덜거렸다.


그러면서 눈이 향하는 곳은 전쟁터에서 좀 더 떨어진 언덕 위였다. 그곳에는 앗산을 지지하는 원로들의 병력이 있었다. 사냥감이 피를 흘려 쓰러지길 기다리는 승냥이 같은 녀석들이 말이다.


불안한 아버지의 눈빛이 이해가 갔다. 녀석들은 상황을 보다가 달려들게 뻔했다. 피를 가장 적게 흘리고 가장 신나게 칼질을 해댈 시간을 가늠하면서 말이다. 녀석들이 움직이면 겨우 버티는 전쟁이 순식간에 기울어질 게 뻔했다.



***



네 번째 전투다.


류와 하지즈는 병력을 길고 얇게 폈다. 사실 원하는 바는 아니었다. 병력이 반절 정도밖에 안 되니 진형을 맞추려면 이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괜히 두텁게 한다고 모았다가는 퇴로도 잃은 채 둘러싸일 것이다.


"류, 부탁한다."


힘겹게 버티기 시작하는 전선에 하지즈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독려를 하고 있다.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쓸만하고 사나운 녀석들을 오십 명이나 빼놨으니 어제보다 더 힘들 것이다.


-밀려버린다!-


누군가의 비명이 터지자 팽팽히 맞서던 전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압둘이 주변의 몇을 모아 버티지만, 속절없이 밀리고 있었다.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며 조각난 병력이 포위되며 혼전이 벌어진다.


"가자!"


진의 뒤에 있던 류가 말을 몰고 기병들을 독려해 우측으로 돌아나가기 시작했다. 그 뒤에는 하지즈가 힘겹게 빼낸 병력이 뒤를 받치며 따라붙기 시작했다.


눈앞의 적에 집중하느라 적의 전열은 옆구리를 비웠다. 극을 흔들어 적을 현혹했다. 그렇게 혼란스럽게 흔들어대던 극이 하늘로 치솟는 순간, 피를 뿌리며 적진의 일부가 무너졌다. 그 작은 틈을 헤집고 류가 들이닥치자 적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다시 구멍을 막으려 애쓰는 적들을 이리저리 도륙하자, 뒤따른 기병들이 군마로 짓밟으며 상처를 넓혔고, 그 뒤로는 잔인하게 도끼와 검을 휘두르는 맘루크들이 들이닥쳤다.


-전열을 돌려라!-


측면이 무너져내리자, 적들은 전열을 돌리기 시작했다. 오히려 하지즈는 신이 나 고함을 외쳐댔다.


-밀어붙여라.-


적들은 밀려 나가던 하지즈의 병력이 오히려 밀어붙이자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허리에 단검이 꽂힌 채로 이제는 배와 얼굴조차 주먹이 날아오는 격이니 말이다.


하지만 류의 병력 쪽은 쉽지 않았다. 적들이 차곡차곡 벽을 쌓으며 버티기 시작하자, 류의 힘과 기량으로도 전진하기가 힘들었다. 갑자기 눈앞에 내질러진 창을 피하려다 말에서 떨어질 뻔하기까지 했다.


위태로이 버티던 류의 눈에 들어온 구멍이 좁혀지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뒤돌아나갈 수는 없는 법. 아직 시간을 벌어야 했다.


류를 따랐던 기병 중 한둘이 창에 맞고 떨어지자 바로 육편으로 변해버렸다. 짜증이 잔뜩 치민 적들은 난도질하더니 곧장 달려들어 헐떡이는 기병의 머리를 발로 으깨어버리고 말았다.


'제발, 뭐 하는 거냐? 시간이 없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결에 응답하듯이 덕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전 중인 전선의 앞쪽으로 덕윤이 말을 몰고 달려 나온 것이다. 그 녀석의 등 뒤에는 아버지가 활을 들고 있었다.


"아모데우스! 네놈의 목은 내가 가져가겠다."


류는 적들의 주의를 끌려고 고함을 외치며 더 성난 몸짓으로 난동을 부렸다. 포위하던 병사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밀려났고, 대열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그때 저 멀리 아모데우스의 고개가 돌아 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패애앵-


하늘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류를 노려보던 아모데우스는 목에 손을 가져다 댄 채 놀란 눈을 끔뻑거렸다. 그리고는 스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적장이 죽었다.-


-죽여라.-


전선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신이 난 하지즈의 병력이 전선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뒤로 밀려났던 병력도 다시 돌아와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이기는 것인가? 류는 적의 전열을 더 흩트릴지 아니면 물러나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순간 적들이 흩어지며 좌우로 우왕좌왕 도망 나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뒤를 돌아보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겁먹은 표정이 아니다. 자기들의 대장을 잃었는데도······.'


순간 불안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뒤이어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류는 놀라고 말았다. 급히 말을 돌려 적들을 부수며 뛰쳐 나왔다. 같이 한 병사 중에 일부는 승리에 취해 퇴각하라는 말도 듣지 못한 채 날뛰다 죽어갔다.


류는 말을 달려 칼을 빼 들고 전진을 외치는 하지즈에 다가갔다.


"병사들을 모두 물려. 함정이야."


류의 말에 하지즈는 그제야 전선 전체를 보기 시작했다. 적들은 도망치는 척했지만 결국 커다랗게 날개를 펴고 있었다. 저 날개에 둘러싸이면 전멸이었다.


"모두! 퇴각해라!“


류는 이래서 하지즈가 좋았다. 고집을 부리지도 않았고 귀도 열려있다. 그리고 위험한 건 질색하는 성격. 이래야 오래 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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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1-1 > +10 18.07.06 4,043 98 8쪽
122 < #9. 다마스쿠스 9-2 > +14 18.07.05 3,653 100 9쪽
121 < #9. 다마스쿠스 9-1 > +8 18.07.03 3,634 99 9쪽
120 < #9. 다마스쿠스 8-2 > +10 18.07.02 3,572 96 8쪽
119 < #9. 다마스쿠스 8-1 > +16 18.07.01 3,701 94 8쪽
118 < #9. 다마스쿠스 7-2 > +25 18.07.01 3,761 96 9쪽
117 < #9. 다마스쿠스 7-1 > +8 18.06.29 3,814 92 8쪽
116 < #9. 다마스쿠스 6-2 > +16 18.06.28 3,847 98 10쪽
115 < #9. 다마스쿠스 6-1 > +12 18.06.26 3,983 101 9쪽
114 < #9. 다마스쿠스 5-2 > +8 18.06.25 3,967 107 8쪽
113 < #9. 다마스쿠스 5-1 > +15 18.06.24 4,052 100 8쪽
112 < #9. 다마스쿠스 4-2 > +10 18.06.23 3,996 113 8쪽
111 < #9. 다마스쿠스 4-1 > +15 18.06.23 4,079 102 10쪽
110 < #9. 다마스쿠스 3-2 > +9 18.06.22 4,109 96 8쪽
109 < #9. 다마스쿠스 3-1 > +18 18.06.21 4,142 107 8쪽
108 < #9. 다마스쿠스 2-2 > +30 18.06.19 4,157 110 9쪽
107 < #9. 다마스쿠스 2-1 > +17 18.06.18 4,228 104 7쪽
106 < #9. 다마스쿠스1-2 > +26 18.06.18 4,214 109 9쪽
105 < #9. 다마스쿠스1-1 > +12 18.06.17 4,397 103 9쪽
104 < #8. 맘루크 10-2 > +19 18.06.17 4,130 103 9쪽
103 < #8. 맘루크 10-1 > +21 18.06.16 4,100 100 8쪽
102 < #8. 맘루크 9-2 > +12 18.06.16 3,991 97 9쪽
101 < #8. 맘루크 9-1 > +12 18.06.15 4,059 101 8쪽
100 < #8. 맘루크 8-2 > +24 18.06.14 4,191 99 8쪽
99 < #8. 맘루크 8-1 > +15 18.06.12 4,198 104 7쪽
98 < #8. 맘루크 7-2 > +15 18.06.11 4,203 107 8쪽
97 < #8. 맘루크 7-1 > +9 18.06.10 4,342 106 8쪽
96 < #8. 맘루크 6-2 > +12 18.06.09 4,442 104 7쪽
95 < #8. 맘루크 6-1 > +20 18.06.09 4,500 10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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