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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광야 님의 서재입니다.

청세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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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광야
작품등록일 :
2011.01.28 13:23
최근연재일 :
2011.01.2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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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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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2,876

작성
10.02.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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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제 3장. 카이젤. 6

DUMMY

"으음."

조용히 기지개를 피면서 하늘을 바라보는 블랙. 그의 예상과는 달리, 영지는 쭉 조용했다. 아니, 영지가 아니라 그의 신변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는 말이다. 마치 잠깐 스쳐지나가는 여흥인 것처럼. 이름뿐이었지만 관리였다는 것이 전부 없었던 일처럼. 그는 변함없이 고서점에 앉아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일과.

하지만, 그 일과도 잠시 뿐.

장을 보러 나왔던 블랙은, 마을의 공터에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결같이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들. 블랙은 낯익은 얼굴을 하나 잡고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아저씨."

"아, 블랙! 큰일났네! 여, 영주가......"

그는 왠지 모르게 다음 말이 쉬이 짐작이 갔다. 그리고,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말이 튀어나왔다.

"도망쳐 버렸네!"

짐작했던 대로인가.......

블랙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이러쿵 저러쿵 하더라도, 결코 예상에 들어 맞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실재로 벌어진 것이다. 도망을 갔다면 영주뿐만이 아닐 터. 조금이라도 윗사람이 남아 있다면 혼란이 이렇게 까지 크지는 않으리라. 아마 그 돼지 같은 집사 녀석, 아니 그 외에도 조금이라도 성안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이들은 모두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병사들조차도 우왕자왕하고 있다. 무능하건 유능하건, 위에 있던 자들이 사라진 다는 것은 이런 것을 뜻하는 것이다. 그들의 머릿속이 한결 같이 외치는 것 같이 들렸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시키는 대로, 잘 된 일은 웃으며, 잘못된 일은 투덜거리며 움직이던 이들이다. 누군가 지시를 내리는 이가 없으니 혼란이 오는 것은 당연할 터이다.

"음. 그러고 보니."

한곳에 모여서 방도도 내지 못한 체, 모여서 떠들고만 있을 뿐. 그때, 말의 관계로 만났던 이 말의 가장 큰 상인, 성에 납품을 담당하던 노인이 블랙을 향해 말했다.

"블랙, 자네 성안에서 관리직을 하지 않았던가?"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그에게 쏠린다. 남아 있던 관리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블랙은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

"이 일이 있기 전에 이미 그만두었습니다."

"아니, 그렇다 하더라도, 적어도 기본은 있으니까 관리 같은 걸 했던 것이 아니었던가? 어떻게 해야 할지. 한번 말이라도 해보게나. 응?"

왜.

왜, 스스로 판단하지 않나.

어딘지 모르게, 블랙은 그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윽고 다시 마음을 추스르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전, 그리 높은 관리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말에 관계된 관리였을 뿐입니다.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군요."

짐작은 했었지만, 결코 이렇게 되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으며,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는 것이 정답이다.

"그게 무슨 소린가, 혹시...... 자네, 뭔가 알고 있었나?"

"예. 옆 카이젤 남작령에서 병사들이 진군하는 것을 집사님에게 보고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이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낫다. 그러자 주변의 웅성거림이 한층 더 커진다.

"뭣이?"

"그게 무슨 소린가?"

"전쟁, 전쟁인가?"

"이 곳에 병사들이 쳐들어 오고 있고, 그 때문에 영주가 도망갔다 이말인가?"

물론 게 중에는, 무조건 남을 탓하려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 그럼 모든 게 네 탓이잖아! 네 녀석이 초래한 일이다! 네가, 네가 잠자코 입을 다물고 있었으면 이런 일은 없지 않았나!!!"

블랙은 조용히 그 남자를 바라본다. 그는 블랙을 향해서 증오가 가득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수도 없이 쏴줄 수도 있었다.

남자가 입도 방긋 못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블랙은 차갑게, 그 말 만을 입에 담았다. 이들은, 이 불안감을 누군가의 탓으로 전가 시키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할 뿐일 터이다. 그리고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게 블랙의 탓일 리가 없다.

"관두게, 이미 지나간 일이네. 그리고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저게 어디 블랙이 탓인가? 도망간 영주의 탓이네. 그자가 제일 나쁘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아니다 다를까, 현재 이곳에서 가장 직위가 있는 노인이 블랙을 두둔해주자 남자는 입을 꾹 다물고 뒤로 물러난다.

"그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가 문제네. 일단, 사람들을 모아놓고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정하도록 하지."


"블랙. 자네가 보았다는 그... 카이젤? 그 영지에 대한 병사들은 어땠나."

사람들이 모이자, 자연스럽게 우두머리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중앙에 모여들었다. 이 영지에서 가장 큰 상인. 그나마 성에서 일하던 이들(관리라 부를 만한 이는 없었지만.) 혹은 영지에 오래 살았던 노인들. 그리고 병사들 사이에서 그나마 실전을 겪어본 병사들.

블랙에게 이 질문을 던진이가 그 병사들 중 한명이었다.

"제가 군을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제대로 된 평가는 어렵겠습니다."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네. 그냥 그대로 말 해주면 되네."

"있는 대로라면.... 기병은 일백 이상. 뒤 따르는 보병들도 삼백 가량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저희 영지가 아닌, 라일 영지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냉정하게 서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소름이 오싹 끼치는 광경이다. 하나하나가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훈련된 병사들이라는 뜻이니까.

"뭐야, 그럼 이곳에 쳐들어 오는 병사들이 아니었단 얘긴가? 그런데 영주놈이 왜 도망간거지?"

한 남자는 투덜거리면서 말했지만 이윽고 화들짝 놀란 얼굴로 주변을 둘러 보았다. 하나같이 '이런 한심한 놈.' 이라는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사랑 똑같은 말을 하는 남자를 보면서 블랙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른 곳으로 먼저 간 이유는 단 하나,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곳에는 이제, 영주도 없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빈 땅인 것이죠. 아무리 저희가 숨기려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날 것입니다."

"하지만, 기, 기사도 없고, 영주도 없는 이 마당에 우리끼리 싸워야 한단 말인가?"

"어떻게 싸우라는 거야!"

"우리 숫자는 백명이나 될까한 숫잔데..... 게다가, 실전을 겪어 본 놈은 손을 꼽을 정도라고."

병사들 사이에서도 무리라는 듯 이야기가 높아진다.

블랙은 입을 꾹 다문다.

물론 이 가정도 해봤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한가지 밖에 답이 없다. 카이젤 남작이 어떤이인지는 모른다. 온화한 인물인지, 혹은 전쟁광인지. 하지만 그에 앞서.

일단 살아 남는 것이 최우선이 아니던가.

"싸워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아니, 그보다 싸울 수도 없다는게 정답일 것입니다."

"그럼?"

블랙은 담담히 말했다.

"항복뿐이죠."

"항복................."

누군가가 그 단어를 되내인다. 어딘지 내키지 않는 말이다.

"하, 하지만, 그럼 우리는 전쟁에 휘말리지 않겠나?

"후우."

블랙은 조용히 숨을 내쉬고 이야기를 이었다.

"세상의 어디든 간에, 영원히 평화만이 있는 곳은 없습니다. 여러분도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이 영지 밖에서,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소문으로만 들어 왔던 그것이, 저희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겠지요.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는게 정답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 우리에게는 에스티니의 가호가..........."

"그런 게, 정말로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블랙이 손을 쫙 뻗으며 그의 말을 가로 막는다. 어느사이, 영지에 모여 있는 이들은 모두 블랙에게 모여져 있었다.

"에스티니는 분명 성스러운 드래곤. 하지만, 드래곤입니다. 인간들의 일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지요. 레어의 주변에서 시끄럽게 굴지만 않는다면 직접적인 관여는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이 주변이 잠잠했던 것은, 주변의 영지가 모두 이런 상태였고, 더구나........"

"언제든 점령할 수 있는 땅이기 때문이지."

블랙의 끊는 목소리. 후들후들 거리며 그의 옆에 서 있는 그의 주인이었다.

"주인님. 어째서 여기까지......"

블랙의 말을 무시하며, 노인은 혼자서 헛웃음을 지으며 모인 사람들에게 말한다.

"왜 여기가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냐고? 에스티니의 가호 때문에? 허허허허! 그럴 리가 없지 않나. 그저, 이 땅을 노리는 실력자가 없었기 때문에 불과해. 그리고 그들은 지금 저희들끼리 싸우고 있기에

"그 말씀은 좀 이상하군요. 언제든 점령할 수 있는 땅이라면, 도리어 이 곳이 가장 먼저 노려져야 했을 텐데요."

"특별히 그럴 가치도 없기 때문이지. 근처에 동광이라도 하나 있으면 모를까. 그리고 정보가 없으니 잘은 모르겠지만 서로의 눈치가 맞물려서, 그야말로 운 좋게 한 번도 휘말리지 않았다는 게 정답이겠지. 게다가 에스티니의 가호네 어쩌네 하는 것도 나름 한몫했을 터이고."

"그렇습니까."

블랙은 주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그의 등 뒤에 선다. 그리고, 그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마을 이들. 어느새 영지민들은 두 노소의 이야기에 집중되고 있었다.

"영감, 영감의 생각은 어떻소? 뭔가 좋은 수가 없소?"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역시 항복하는 수밖에 없다고 보네."

"다, 다른 영지에 우리의 상황을 알려서, 조력을 구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싸우지도 않고 순순히 영지를 넘기는 것은 병사로서의 자존심이 용서치 않았는지, 병사들 중 하나가 슬그머니 말을 꺼낸다. 그 병사를 지긋이 바라보던 노인은 조용히 고개를 젓는다.

"자네의 심정은 이해가 가네만. 그래서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어차피 다른 자가 이곳의 영주로 들어서는 것은 똑같은 짓 아닌가?"

수천명이 모여있었지만,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소제목은 카이젤인데, 한번도 등장하지 않은 카이젤;;; 마지막에 간지나게 한번 나오고 끝이 날 듯 싶군요. 긁적.

다음....아마도, 늦어지면 다다음화면 카이젤화는 종료입니다. 다음은 기르넨에게 가볼까 합니다. 세명중 유일하게 손발이 오그라드는 닭살 커플. 서로가 스토커(!) 랄까요. 긁적긁적.



-아젤린-


당신을 사랑합니다. 너무나 사랑합니다.

정녕 당신이 사랑을 믿지 않는다면

내가 그 만큼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당신이 나의 마음을 믿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나의 마음의 불을 밝히겠습니다.

언제든지 당신이 나의 마음을 보고 갈수 있도록.

한 마음 한 몸. 나의 모든 것은 당신의 것.




그러니, 당신도.

순순히 나의 것이 되도록 하세요.



뭐, 이런 내용입니다만. 긁적긁적.


그럼 다음에 또(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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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 3장. 카이젤. (완) +7 10.02.20 1,048 9 7쪽
» 제 3장. 카이젤. 6 +6 10.02.16 939 4 11쪽
20 제 3장. 카이젤. 5 +9 10.02.02 992 3 13쪽
19 제 3장. 카이젤. 4 +8 10.01.31 948 1 8쪽
18 제 3장. 카이젤. 3 +9 10.01.27 982 1 12쪽
17 제 3장, 카이젤. 2 +9 09.12.24 1,023 1 8쪽
16 제 3장, 카이젤. 1 +8 09.12.20 1,129 1 11쪽
15 로이안. +13 09.12.16 1,266 2 9쪽
14 제 2장. 기르넨. (완) +17 09.12.12 1,245 4 11쪽
13 제 2장. 기르넨. 6 +17 09.11.09 1,270 2 9쪽
12 제 2장. 기르넨. 5 +14 09.10.20 1,318 2 9쪽
11 제 2장. 기르넨. 4 +10 09.10.06 1,306 2 8쪽
10 제 2장. 기르넨. 3 +11 09.09.26 1,399 2 14쪽
9 제 2장. 기르넨. 2 +12 09.09.22 1,440 1 10쪽
8 제 2장. 기르넨. 1 +12 09.09.15 1,706 2 9쪽
7 제 1장. 블랙. (완) +15 09.09.13 1,757 4 17쪽
6 제 1장. 블랙. 5 +7 09.09.07 1,732 3 10쪽
5 제 1장. 블랙. 4 +9 09.09.02 1,767 2 9쪽
4 제 1장. 블랙. 3 +8 09.08.29 1,924 1 9쪽
3 제 1장. 블랙. 2 +8 09.08.27 2,182 3 8쪽
2 제 1장. 블랙. 1 +13 09.08.25 3,298 2 9쪽
1 프롤로그. 청공을 가르는 세줄기의 빛. +16 09.08.25 6,43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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