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광천광야 님의 서재입니다.

청세빛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광천광야
작품등록일 :
2011.01.28 13:23
최근연재일 :
2011.01.28 13:23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63,744
추천수 :
209
글자수 :
212,876

작성
09.10.06 01:36
조회
1,306
추천
2
글자
8쪽

제 2장. 기르넨. 4

DUMMY

"아악!!"

뒤쪽의 어디선가 또 비명소리가 들린다. 이제야 녀석들도 자신들이 어떤 존재를 잡으려 한 것인지 눈치를 챈 것인지, 공포에 질린 소리를 지르며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다.

서걱.

그리고, 소리에서부터도 느껴지는, 너무나도 깨끗한 절단음. 단단한 나무를 날카로운 검으로 절단한다면 저런 소리가 날까.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반드시 흐윽 거리는 울음소리와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제기랄, 다른 쪽으로 도망 치라고!'

저들보다도 먼저 도망치고 있던 기르넨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불행하게도, 저 녀석들은 그와 같은 방향으로 도망쳐 오고 있다. 당연, 저 괴물도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박자박.

"사, 살려주....아아악!!!!"

도대체 등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돌아보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여유조차 없었다. 저 비명 소리는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처음에 봤을 때 무슨 생각을 했던가.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혹시나 했지만, 혹시라도, 저 녀석들이 미끼라도 되어 준다면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리석었던 일인지.

자박자박.

마치, 걸어오는 것과도 같은 차분한 발소리.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음에도 그 소리는 이미 바로 등 뒤에 있다. 그제야 기르넨은 도망가는 것을 포기하고 검을 뽑으며 뒤돌아선다.

"이런 젠장!"

그리고, 한 순간 말을 잃는다.

그리고, 넋을 놓는다.

칼을 길게 횡선으로 늘어트리고, 달빛을 등 뒤에 지고, 십여명이나 되는 이들을 죽음으로 안내해놓고서도 피 한 방울 튀지 않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한 표정으로 서 있는 엘프.

아름답다. 분명 아름답다. 갸름한 얼굴, 감고 있어 그 눈동자는 보이지 않지만 가늘게 쫙 찢어진 눈. 아무렇게나 기른 것 같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어딘지 기품 이 느껴질 정도의 연보라색의 머리칼.

"여자...인가."

확실하지는 않다. 엘프라는 것 자체를 처음 보니 성별의 구별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부터가 의심이 간다. 기르넨은 저절로 가슴팍으로 시선이 간다. 부드럽게 굴곡을 만들고 있는 가슴팍. 아무래도 잘못보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 압도적인 미에 말을 잃은 것은 한순간. 곧 그의 머리에 이성이 돌아온다. 제 아무리 아름답네, 여성체이네 하더라도, 그에 앞어서 숙련된 용병 10여명, 아니 전에 죽어 있던 시체들까지 합하면 20여명도 넘은 용병들을 홀로서 죽일 수 있는 강력한 자다.

"헤, 헤헤헤......"

사람의 공포에 질리면 어찌 되는가? 기르넨은 저절로 헛웃음이 나온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눈.

하지만 그것은 목 위 뿐이다.

그의 검은 유래 없이 날카로운 기세로 그 엘프를 향해 겨누어져 있고, 몸에 떨림은 없다. 극도에 달한 공포가 기르넨에게 준 것은 평소의 한계를 뛰어넘은 정신력이었던 것이다.

그 여엘프의 눈이 살짝 움직인다. 살짝 고개를 갸웃 거리며, 도저히 검을 쥐어 본 적이 없는 것과도 같은 가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살짝 매만지고 있다.

단순히 의문을 품는 듯 했지만, 이런 상황만 아니라면 단번에 반해 버릴 동작이다.

"헤헤헤헤......젠장할."

가벼운 욕설과 함께, 얼굴에서 정신나간 듯한 웃음기가 사라진다. 이제야 몸이 받아들이고 있는 정신력이 뇌에까지 미친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 그런 것 따위는 미뤄두고 오로지 공격. 엘프에게서 시선을 때지 않으며 신중하게 발을 좌우로 놀리며 공격의 기회를 찾는다. 애초에 빈틈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지만. 태어났을 때부터 칼을 쥐어온 육체는 충실하게 그 본능을 따른다.

검 끝이 자신을 향해 있건만, 그녀는 검을 들지 않는다. 그저 처음과 같이 연신 고개를 까딱 거리고 있을 뿐이다.

한쪽은 극도에 이른 긴장 상태, 다른 한쪽에서는 긴장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그와 동시에 빈틈도 전혀 보이지 않는 강자. 결국 기르넨은 이 압박감을 견디어 내지 못하고 먼저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달려간다.

"죽어라 이 괴물아!!"

마치, 절규와 같은 기합과 함께 내려치는 일격. 검이 바로 지척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까딱 거리는 고개가 한번 반대편으로 갸우뚱 거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르넨의 검은 그녀에게 닿지 못한다.

챙!

그녀는 여전히 가만히 서 있다. 마치, 오른 팔만이 마치 별개의 생물 마냥 슬쩍 올라가 그의 검을 막았을 뿐이다.

가가가각.

검이 마찰하며 울리는 소리. 기르넨은 이를 꽉 깨물며 힘을 주어 보았지만 그녀의 검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마치, 맨 벽에다가 검을 밀어 붙이는 것과 같은 막막함. 더 열 받는 것은 여전히 미동도 없는 엘프의 태도다. 아니, 이제는 마치 유리병에 갇혀진 작은 생물을 보듯 가르안을 향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정말이지, 지독하게 깨끗한 피부다. 이런 와중에도 이런 것이 신경 쓰이는 자신이 웃긴지, 기르넨의 입가가 귀 쪽을 향해 쭈욱 찢어진다.

"헤, 헤헤헷, 화, 화장품을 꽤 좋은 걸 쓰나 보지?"

"무슨 실례되는 말을, 자연산이에요."

그제야 입을 여는 엘프. 외모에 어울리는, 게다가 그 실력에는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목소리다. 자장가를 불러주면 너무나도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그러한 목소리. 처음에 봤을 때처럼 순간 넋이 나갈 뻔했지만 이번에는 정신 수습이 빨랐다.

아무래도 엘프라는 동네도 여자는 피부에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그리고, 저 동네의 여자는 남의 사지를 동강동강 내기도 하는 모양이기도 하고.

파앙!

그녀는 더 이상 팔을 들고 있는 것도 귀찮다는 듯 기르넨과 함께 그의 검을 쳐낸다. 얼마나 지독한 힘인지, 그는 순식간에 3m 정도의 거리가 미끄러져 나간다.

창.

그리고, 그제야 그녀는 제대로 검을 내민다. 자세라고 할 것 까지는 없었지만 치켜 올린 검 끝은 기르넨을 향해 있다. 가만히 있었어도 빈틈이 없었건만, 그것만으로도 이번엔 기르넨은 아예 움직이지도 못한다.

"재밌네요. 여태까지 많은 이들이 왔고, 다들 망가트려 주었지만 그들 중에서는 당신이 제일 재밌어요."

마치,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한 듯. 웃지는 않았지만 눈썹이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미친 년."

절로 욕설이 나온다. 어차피 기르넨도 칼로 먹고 사는 입장. 그녀가 어떠한 잔혹한 행동을 취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탓할 마음은 없지만 그 장난이 자신을 향한다면 좋게 들어 줄 수는 없는 얘기다.

그러자. 이번에 그녀는 정말로 미소를 떠올린다. 잔혹함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순수한 미소.

"당신 정말 귀엽네요. 마치, 상처 난 곰 같아."

"곰......이라고?"

"네. 곰이요. 처음에는 우와아앙! 하고 그 '귀여운' 덩치로 팔을 마구 휘두르면서 달려들지만, 조금 '귀여워' 해주면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재롱을 부리곤 하죠."

뭔가, 대화의 핀트가 상당히 어긋나고 있다. 귀여운 걸 꽤 좋아하나 본데 아무래도 세상에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귀여움과는 거리가 좀 먼 듯한....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뭔가 말려 들어버린 듯한 느낌에 기르넨은 고개를 획획 저으며 정신을 차린다.

이런 대화가 오가면 안 되는 상황 아냐?






안녕하십니까 쌍광입니다. 혹, 기다리신 분이 있다면 글이 늦은 것에 사과드리겠습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글을 올리려고 하고 있습니다만;; 좀 많이 늦어 버렸군요. 빨리 올릴 수 있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한 것입니다만, 전 이런 글을 적는게 굉장히 힘이 부칩니다. 다른 작가분들 보면 뒤에 멋진 말들을 많이 하시던데.... 음...... 부러운 요소입니다.


그럼 다음에 또 (__);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청세빛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제 3장. 카이젤. (완) +7 10.02.20 1,048 9 7쪽
21 제 3장. 카이젤. 6 +6 10.02.16 939 4 11쪽
20 제 3장. 카이젤. 5 +9 10.02.02 992 3 13쪽
19 제 3장. 카이젤. 4 +8 10.01.31 948 1 8쪽
18 제 3장. 카이젤. 3 +9 10.01.27 982 1 12쪽
17 제 3장, 카이젤. 2 +9 09.12.24 1,023 1 8쪽
16 제 3장, 카이젤. 1 +8 09.12.20 1,129 1 11쪽
15 로이안. +13 09.12.16 1,266 2 9쪽
14 제 2장. 기르넨. (완) +17 09.12.12 1,245 4 11쪽
13 제 2장. 기르넨. 6 +17 09.11.09 1,270 2 9쪽
12 제 2장. 기르넨. 5 +14 09.10.20 1,318 2 9쪽
» 제 2장. 기르넨. 4 +10 09.10.06 1,307 2 8쪽
10 제 2장. 기르넨. 3 +11 09.09.26 1,399 2 14쪽
9 제 2장. 기르넨. 2 +12 09.09.22 1,440 1 10쪽
8 제 2장. 기르넨. 1 +12 09.09.15 1,706 2 9쪽
7 제 1장. 블랙. (완) +15 09.09.13 1,757 4 17쪽
6 제 1장. 블랙. 5 +7 09.09.07 1,732 3 10쪽
5 제 1장. 블랙. 4 +9 09.09.02 1,767 2 9쪽
4 제 1장. 블랙. 3 +8 09.08.29 1,924 1 9쪽
3 제 1장. 블랙. 2 +8 09.08.27 2,182 3 8쪽
2 제 1장. 블랙. 1 +13 09.08.25 3,298 2 9쪽
1 프롤로그. 청공을 가르는 세줄기의 빛. +16 09.08.25 6,431 1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