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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광야 님의 서재입니다.

청세빛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광천광야
작품등록일 :
2011.01.28 13:23
최근연재일 :
2011.01.2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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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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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글자수 :
212,876

작성
09.09.02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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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 1장. 블랙. 4

DUMMY

"꺼져라!"

"아악!"

경비병의 발길질에 바닥을 뒹구는 블랙. 하지만 그 정도는 익숙한 일이다. 그는 다시 벌떡 일어나 경비병의 다리에 매달리면서 외친다.

"진짜라고요! 살찐 거지가......"

"이 멍청한 녀석아! 그것 만 가지고 잡아들이는 거면 수백명도 더 잡을 수 있겠다!"

"확실해요! 그 놈이 식인귀야!!"

"꺼지라고!!"

"이익! 안 놔! 아니, 못 놔!!!"

"이런 쓰레기 같은 거지 새끼가..........."

평범한 꼬마라면 모를까, 태어나서 한 번도 씻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거지 녀석이 계속해서 달라붙으니 경비병도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쳐 오른 모양이다.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벽에 기대어 세워 놓았던 창을 잡는 병사. 옆에서 담배를 물고 있던 다른 병사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고 생각됐는지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들긴다.

"그쯤 해둬라. 뒷일 귀찮아진다."

구겨진 인상인 것으로 보아 거지가 경비대에 와서 설치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인 것 같지만, 어쨌든 거지라도 죽여버리면 일이 커지는 것은 매한 마찬가지다. 그러자 그 병사도 이성이 돌아왔는지, 쳇 하고 혀를 차면서 손에 쥐었던 창을 도로 벽에 기댄다.

병사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쌈지를 툭 뱉고는, 한쪽 무릎을 꿇고 블랙과 시선을 맞춘다. 그리고, 그의 머리칼을 움켜잡아서 자신의 눈에 갔다 댄다.

"후우. 꼬마야. 세상에는, 그렇게 마음에 집히는 것 만 가지고 사람을 잡을 수는 없지. 안 그래도 이 놈이 범인이요 하면서 잡아오는 거지들만 해도 하루에 한번 씩은 있는 일이거든. 그렇기에 증거가 필요한 거야. 안 그러냐? 알아들었으면 빨리 꺼져."

어쩐지 지독한 담배 연기가 가득한 입냄새에, 블랙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조용하게 말하는 것이, 옆에서 버럭버럭 소리를 내던 병사보다 훨씬 무서운 분위기다. 결국 블랙은 뒤를 흘깃흘깃 보면서 자리를 뜬다.


"증거가 뭐야?"

"증거?"

그 병사가 너무나 무서웠기에 일단 자신이 살고 있는 뒷골목으로 돌아온 블랙. 하지만 단어 자체를 몰랐기에 노인에게 묻는다. 그는 한동안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고민하더니 이윽고 입을 연다.

"네가 사과를 하나 훔쳤다고 치자."

전적이 있기에 블랙은 속으로 움찔 했지만 일단 반박하고 본다.

"아, 안 훔쳤어!"

"훔쳤다고 치자는 거다. 진짜로 훔쳤다는 게 아니고."

"으응....."

"그런데, 아무도 보지 못했어. 주인도 보지 못했어. 그럼 너는 아무런 문제 없이 사과를 먹을 수 있겠지?"

"그야, 그렇지."

"그런데, 옆에 있던 아리시아가 봤다고 치자."

"안 봤어요!"

옆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있던 아시리아. 이 기집얘도,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나보다.

"봤다고 치자는 거다. 진짜로 봤다는 게 아니고."

"응."

"그러니까, 너는 그 사과를 온전히 먹을 수 없지? 아리시아가 봤으니까. 이럴 때, 아리시아가 증거가 되는 거지. 이해 하겠냐?"

"음. 알겠어."

그러니까.

그 돼지가, 식인귀라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내가 봐야 한다는 얘기지?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블랙을 보며, 아리시아는 고개를 갸웃 거린다.


블랙은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일단, 그 살찐 거지를 찾아서, 확실히 보기만 하면 그들도 믿어 줄 것이다. 그 살이, 끔찍하게도 사람의 피륙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거지 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집단을 이루며 생활하는 거지들도 있지만, 블랙은 홀로 떨어져서 돌아다니는 타입이었다. 같은 거지들조차 만나는 것을 무서워하며 살아왔던 아이다. 그러니 무턱 대고 찾는다고 물어볼 수 있는 아는 거지조차도 없다.

그냥 포기하고 뒷골목으로 돌아가 버릴까 하는 생각도 몇 번이나 떠올랐지만, 금화 10개라는 유혹은 도무지 버릴 수가 없었다.

그것이 얼마나 큰 돈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그 돈만 있으면 적어도 사과는 실컷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10개, 아니 100개도 먹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비틀비틀 걸으면서도, 그의 얼굴은 히죽이죽 웃음이 떠올라 있다.

하지만, 해가 지고, 거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둑어둑 해져도 보이지 않는다. 뒷골목에서 몇몇 낯이 익은 거지들을 발견하긴 했지만, 그들 사이에 그 거지는 껴 있지 않았다.

결국 터덜터덜, 자신이 머물고 있는 서점의 앞으로 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이미 해는 지고,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자야겠다고 생각하고 대충 자리를 잡고 한숨을 내쉬는 블랙.

"어딜 다녀오는 거냐?"

갑자기, 어둠 속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블랙은 움찔하고 놀란다. 설마, 노인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아니, 잠깐........"

노인에게는 말하기가 꺼려졌다. 그가 매일 저녁 건재한 빵하나를 통째로 주는, 블랙에는 둘도 없는 은인이라 할지라도 어째서인지 말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어느 정도 어둠에 익숙해져서.

노인의 손에 들려 있는 빵덩어리를 보는 순간.

뭐랄까, 그는 화를 내면서 자신을 두들겨 패면서 말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저기......."

"음."

노인이 듣고 있다는 듯 작게 소리를 낸다.

"무, 무언가를 찾으려고 하는데, 도무지 보이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호오. 무언가를 찾고 있구나?"

단번에 노인이 꿰뚫자 블랙은 찔려서 다시 한번 몸을 움츠린다.

무엇이든 대답해줄 것 같던 노인도 이번에는 난감한 듯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건, 정해진 답이 없으니 말이다.

"글쎄다. 일단, 그 물건을 마지막으로 본 장소를 찾아보는 것이 우선이겠지?

그 정도의 머리는 블랙도 있다. 그래서, 그와 마주쳤던 거리를 하루 종일 뒤져 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역발상을 해야지. 네가 찾는 물건이 뭔지는 모르겠다만."

"역발상?"

"그러니까..... 생각을 뒤집어 보는 거다. 잃어 버렸다고 생각되었던 장소가 아닌, 원래 네가 흔히 다니던 장소에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지."

원래 찾는 것은 물건이 아니었기에 그다지 와 닿는 조언은 아니었다. 블랙은 쳇 하고 혀를 차고는 담벼락 밑에 몸을 움츠린다. 그러자 노인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빵을 건내주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블랙에게 언제나 고마웠던 빵이지만, 어째서인지 이번만큼은 그렇게 달가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그 고마움을 느낄 수도 없을 정도 머리를 굴리고 있는 중이다.

역발상, 생각을 뒤집어 보자.

이 거리가 아닌, 다른 곳에서 그를 본 적이 있었나? 아니다.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이 영지에서 머물고 있던 블랙이다.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거지들의 얼굴 정도는 알아 볼 수 있다.

그렇.........지?

그리 큰 영지는 아니다. 대부분 알고 있을 거다. 그럼 어딘가 외부에서 들어온 거지 녀석인가?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런 일이 있다면 훨씬도 전에 소문이 낫을 거다. 자신들의 밥통에 수상한 녀석이 하나 더 굴러들어 왔다고, 어른 거지들이 한번쯤은 떠들었을 것이고, 그게 한번쯤은 블랙의 귀에 들어 왔을 것이다.

역발상, 생각을 뒤집어 보자.

거지가,

아닐지도?

아니, 확실히 그럴 지도. 조금 인상이 더럽고, 옷도 낡고 몸도 더럽고. 이것만 가지고 거지라고 판단했다. 꼬라지는 분명 거지꼴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일을 가지고 있고, 세금을 내고, 영지민이라고 불리는 사람중에, 거지꼴을 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살이 쪄 있다 하더라도 의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거지가 그리 살이 쪄 있을 리가 없다, 라고 판단해서 범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지. 블랙은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본다. 애초에, 그런 더러운 꼴을 하고도 살이 찐 녀석이 있을 리가 있나. 어딘가의 성벽 일을 맡아하던 인부라면 모르겠지만 그건 어딜 봐도 근육 한점 없는 순수 살덩어리였다. 직접 그 배에 얼굴을 가져다 되어 봤기에 피부로 느꼈던 일이다. 게다가, 블랙이 이 영지에서 가장 상류층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간판을 건 상인들 중에서도 그 정도로 살이 찐 녀석은 없다.

하지만 거지는 아니다. 그리고 유랑민도 아닐 것이다.

"그래, 그러니까........."

사람들의 의심을 받지 않는 거야.






어이구 허리야..... 다른쪽 파트에(다른 소설이 아니라, 주인공이 3명이라서요) 열중해 쓰다보니 연재 진도를 못나갔군요. 긁적.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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