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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광야 님의 서재입니다.

청세빛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광천광야
작품등록일 :
2011.01.28 13:23
최근연재일 :
2011.01.28 13:23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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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42
추천수 :
209
글자수 :
212,876

작성
09.12.1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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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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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제 2장. 기르넨. (완)

DUMMY

"........."

“........”

정적.

“우와아아앙.”

그리고 하품.

말없이 곰과 호랑이(참고로, 이 녀석의 이름은 타이거 우드라고 한다.)와 서 있는 기르넨. 어쩐지, 그의 표정과 옆의 짐승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닮아 있다. 그래 뭐랄까, 체념에 가까운 얼굴이다.

뭘 해도, 저 무시무시한 엘프 계집년을 벗어날 수가 없다. 물론, 여태까지 아무런 시도를 안해본 것은 아니다. 기르넨이 그 성정에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태어나, 여태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살아 왔던 자유로운 영혼이 이런 경치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언제까지고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몇 번이고 도망치려고 시도했고, 그것도 여의치 않다 싶으니 그녀의 숨을 몇 번이고 끊으려 했지만.

그건 전부, 귀여운 재롱으로 그치고 말았던 것이다.

정말이지, 애완 동물로 인정한 것인지 검을 들고 죽이겠다고(애초에, 검을 돌려준 것 자체가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바락바락 외치며 덤벼들어도 "어머, 귀여워라." 라는 수준이라니. 마스터가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년보다는 덜할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포기에 이르렀다.

“랄랄라~”

그리고, 이 짐승들과 같이, 우뚝 서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꽃을 따고 있는 엘프를 멀뚱히 바라보는 것이 일상생활이 되어 버렸다.

옆에 나란히 서 있던 곰과 호랑이가 슬그머니 기르넨을 내려보고 있다. 그들의 눈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그래, 우리도 그랬어.-

어째서 짐승 주제에 이렇게 깊고 슬픈 눈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 원래대로라면 한 산의, 한 숲의 주인으로서 군림해도 이상하지 않을 짐승들이거늘. 자신 역시, 용병계에서는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실력자였거늘.

이렇게, 꽃 따고 있는 미친 계집이나 보고 있어야 한다니!

"으아아아악!!!"

다 포기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마음속에 앙금이 남아 있던 탓일까. 갑작스럽게 전의 자유가 그리워져, 기르넨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러자 노래 부르면서 꽃 따던 엘프가 화들짝 놀라며 사뿐사뿐 달려온다.

"어머, 어디 아프니?"

솟구쳐 오른 핏줄이 한층 더 굵어진다. 그래 저 말투! 애완동물이 되어 버린 후 부터는 존대고 뭐고 없다. 강아지에게 말이라도 거는 듯한, 그리고 진심으로 그 강아지를 걱정하고 있는 저 눈빛이라니!

분노에 이빨이 달그락 거리면서 떨린다. 그럼에도 기르넨은 제대로 말하지도 못한다. 그저.

“배, 배가 조, 조금.........”

이렇게 핑계라도 될 수밖에.

"어머, 정말 어딘가 아픈 모양이네. 먼저 돌아가서 쉬렴. 곧 따라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좋은 약초를 따갈 테니까."

그리고 다시 사뿐사뿐 뛰어 간다. 기르넨의 병이 정말이라고 믿었는지, 이번에는 꽃이 아니라 숲의 한 복판으로 들어간다.

그래, 지금이 도망칠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라고도 생각한 게 몇 번인지 모른다.

방금과 같이, 꾀병이라는 치졸한 수법을 가리지 않고 몇 번이나 사용해 이 빌어먹을 숲을 벗어나고자 했다. 허나, 그 결과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무시무시한 먼지 보라를 뒤쫓아 달려오는 게 저 엘프다. 게다가 그 다음에 하는 말이 가관이다.

-그랬구나. 길을 잃었구나.-

분명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말이 통하지가 않는다.


아무런 생각 없이, 공터에 검을 들고 서 있는 기르넨.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바람이라도 불면 사사 거리며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라도 들려올 테지만, 어째서인지 저 계집이 거처로 삼고 있는 이 곳에서는 바람도 그리 불어오지 않는다.

지독할 정도로 정적 속에, 아무도 없는 공터에 혼자 있다. 도시 속에서, 사람들 속에서 밖에 살아온 기억 밖에 없는 기르넨은 마치, 자신이 있어선 안 될 곳에 발을 들인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번뿐만이 아니다.

매일매일이 그렇하기에, 한층 더 견디기가 힘들다.

도시에서는 밤이라 할지라도 술 취한 주정뱅이의 고래고래 지르는 노래 소리 정도는 들려오기 마련인데, 이 숲은 밤은 커녕 낮에조차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쳇.”

나와는 어울리지 않아. 그리 중얼 거리며 기르넨은 검을 든다. 그리고 말 없이, 여태까지 배워왔던 검술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검을 휘두른다.

그는 원래, 그리 검술 연습을 하지 않는다. 천재. 스스로가 그리 말하고 다닐 만큼 본인도 자각하고 있다. 적어도, 특별한 연습 없이 몇 번 보고, 휘둘러 본 것만으로도 자신의 나이의 배는 먹었을 듯한 용병들을 셀 수도 없이 베어 왔으니, 천재라는 말 외에 특별히 달리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지 않은가.

성장, 이라 한다면 오히려 연습보다는 실전 속에서 쌓아왔다. 처음에 어떻게 시작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무작정 검을 뛰어들고 쓰러진 적들의 목에 꽂아 넣었다.

피, 고함. 연기. 시체.

그렇기에, 한층 더 이 정적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이 어울리는 곳은 그런 곳이다. 이런 곳에서 마법사 마냥 은둔이나 하고 있을 성질이 아닌 것이다.

그래, 이 것도 막막한 심정에 마구 휘둘러보는 것에 그치지는 않는다. 언제고 되찾을 자유를 위해. 다시한번 화려하게 날아오르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지금은 그 망할 엘프 년이 떡 하니 막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더 강해지면 되는 일이 아닌가.

“상단이 약하네.”

상상 속에서 나마 그녀를 마구 유린하며 기르넨이 히죽 웃고 있을 무렵, 뒤쪽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르넨은 화들짝 놀라 몸을 멈추고 돌아본다.

눈도 안 보이는 년이 뭐가 보인다고. 아니 그보다 배 아프다고 먼저 돌아왔는데, 혼이라도 나는 거 아닌가? 그런 긴장된 눈으로 그녀를 흘낏흘낏 보았지만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이미 다 잊어 먹었다는 듯 검지로 턱을 쓰다듬으며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정신이 상당히 흐트러져 있네. 무엇을 향해서 휘두르고 있는 거야?”

-네년을 향해서.-

라고 말을 해봤자 의미는 없다. 한숨을 푹 쉰 기르넨은 그녀를 무시하고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몇 번 내려치지 않아 다시 검을 내리고 말았다.

“정정할게. 상단뿐만이 아니라, 하단도 허술하네. 어디 하나 허술하지 않은 데가 없어. 귀여워라.”

허술한 게 뭐가 귀여워! 정말이지, 신경을 긁는데 타고난 모양이다. 기르넨이 성질을 참기 위해 안면에 힘을 주는 동안, 그녀는 사뿐사뿐 걸어 나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기르넨의 앞에 선다.

“자, 막아보렴. 살살할 테니까.”

기르넨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마치, 대련이라도 해주겠다는 투다.

“어째서지?”

“네?”

“내가 강해진다면, 당신에게 곤란해질 텐데.”

“어머나 무슨 말씀을. 애완동물이 강해지고 영리하면, 주인님은 기쁘기 그지없단다.”

“당신보다 강해져도?”

“물론이지. 랄까, 그럴 수도 없겠지만. 후훗.”

기르넨은 이를 뿌득 갈며 되묻는다.

“어째서 그리 확신하지?”

물론 심심풀이에서 시작한 수련이지만, 여태까지 제대로 된 연습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천재가 바로 나 기르넨이다. 그런 내가 연습 좀 하면 네 년 따윈 순식간에........

“말했잖니. 상단이 약하다고.”

“.........”

“뗏찌. 착하지? 주인님 말 들어요. 삐지게 만들면 밥 안줄지도 모르니까.”

그건...... 곤란하다.

철저한 도심지 출신이기에, 이런 숲에서 혼자 살아남는 법 따위는 모른다. 용병 생황에서 노숙을 할 경우는 많았지만, 자신이 식사를 만들거나 잠자리를 만들거나 해본 경험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기르넨이 묵묵히 서 있자, 그녀는 엣헴 하고 목을 가다듬고는 검지를 들어 올려 빙빙 돌린다.

“물론, 네가 나보다 강해질 수 있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지.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니까. 하지만, 아무의 말도 듣지 않고, 잘못된 곳을 지적해줘도 듣지 않고. 그저 혼자서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일 따위는 세상에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걸 보고, 의미 없는 노력이라고 한단다. 아니, 그걸 노력이라고 불러야 할까?“

후후 웃으면서 그녀는 허공에 빙빙 돌리던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입술을 살짝 매만진다.

“지독한 자기만족이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크윽.”

부정할 수가 없다. 내가 연습만 한다면! 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만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으니까.

자존심 상하지만, 그녀의 지시대로 자세를 조금 가다듬는다. 그러자 그녀는 손뼉까지 활짝 웃는다.

“옳지. 그렇게. 잘한다.”

“으윽....”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번에는 화가 난 것이 아니다. 갑자기 부끄러워진 것이다. 그녀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망각한 건지, 기르넨은 붉게 달아오른 볼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인다.

정말이지, 죽여 버리고 싶은 계집이라는 건 둘째 문제 치고.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은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긁적. 결국, 달을 넘겨 버리고 말았군요. (저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기다려 주신 독자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변명이라도 해보자면, EJU(유학능력시험)이 끝난 후, 바로 JLPT(일본어 능력 시험)공부에 들어갔습니다. 여태까지 EJU만 공부하고 있었기에, 실질적으로 1달 정도 밖에 공부를 못한 셈입니다. 게다가, 내년부터 유형이 바낀다고 하고, 전에 한번 떨어졌었기에, 열심히, 라기 보다는 초조하게 공부했습니다만......

이번에도 역시..... (한숨)

뭐, 그래도 이번엔...... 아슬하게 붙거나, 떨어지거나, 둘중 하나 일 것 같지만요.


그래서 우울하게 한주일 보내고, 절차부심해서 다시 글 올려봅니다. 이제는 정말 성실하게 연재하겠습니다. 수요일에 한번, 그리고 주말에 연참이라는 형식으로 가볼까 합니다. (혹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제깍제깍 공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부족하기 짝이 없는 글이지만, 혹 기다려 주신 분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감사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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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 3장, 카이젤. 2 +9 09.12.24 1,023 1 8쪽
16 제 3장, 카이젤. 1 +8 09.12.20 1,129 1 11쪽
15 로이안. +13 09.12.16 1,266 2 9쪽
» 제 2장. 기르넨. (완) +17 09.12.12 1,245 4 11쪽
13 제 2장. 기르넨. 6 +17 09.11.09 1,270 2 9쪽
12 제 2장. 기르넨. 5 +14 09.10.20 1,318 2 9쪽
11 제 2장. 기르넨. 4 +10 09.10.06 1,306 2 8쪽
10 제 2장. 기르넨. 3 +11 09.09.26 1,399 2 14쪽
9 제 2장. 기르넨. 2 +12 09.09.22 1,440 1 10쪽
8 제 2장. 기르넨. 1 +12 09.09.15 1,706 2 9쪽
7 제 1장. 블랙. (완) +15 09.09.13 1,757 4 17쪽
6 제 1장. 블랙. 5 +7 09.09.07 1,732 3 10쪽
5 제 1장. 블랙. 4 +9 09.09.02 1,767 2 9쪽
4 제 1장. 블랙. 3 +8 09.08.29 1,924 1 9쪽
3 제 1장. 블랙. 2 +8 09.08.27 2,182 3 8쪽
2 제 1장. 블랙. 1 +13 09.08.25 3,298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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