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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광야 님의 서재입니다.

청세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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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광야
작품등록일 :
2011.01.28 13:23
최근연재일 :
2011.01.28 13:23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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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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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글자수 :
212,876

작성
09.09.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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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제 1장. 블랙. (완)

DUMMY

때는 야심한 밤. 블랙은 다시 푸줏간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푸줏간에서 일하고 있던 남자들에게 맞은 상처는 대부분 아물어서 딱지가 져 있다. 원래라면 한참 늘어지게 자고 있어야 할 때이지만.


"멍청한 녀석 같으니."

얘기를 했을 때, 노인은 어이없다는 듯 허허 거리며 웃었다.

"살이 쪘으니 고기를 잔뜩 먹어서 일 거라고? 정말로 어린 애다운 발상이로구나. 그런 건 사람의 체질에 따라서 다른 거다. 게다가 얼굴 색에 들어나지 않는 병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잘 한 것 같구나."

"네?"

"푸줏간이라는 위치를 찾은 것 말이다. 사람들의 눈에 띠지 않고, 설령 피 냄새가 남는다 하더라도 의심 받지 않을 곳이지."

의외로 순순히 조언을 주는 노인. 한참 혼날 거라고 생각했던 블랙은 슬그머니 노인을 올려다보면서 묻는다.

노인은 헐헐 웃으며 주먹으로 블랙의 머리를 가볍게 내려친다.

"내가 말린다고 듣겠느냐, 뭣보다, 나는 이제 집 안에서도 걸어 다니기 힘들다. 그래, 나는 너보다 몇배나 더 산 어른이니까 한마디 해두기는 하마."

웃음을 멈추며, 노인은 진지한 눈으로 말한다.

"관둬라. 위험하다. 너 같은 꼬마 거지가 나설 일이 아냐."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 뭣도 모르고 돈이라는 것만 보고 나선 빼빼마른 꼬맹이가 나설 일이 아니다. 설령 나이를 어른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블랙은 치기 어린 눈으로 노인을 올려다 본다. 그러자 그는 다시 힘 없는 미소를 떠올린다.

"이렇게 나올 줄 알고 있으니까, 차라리 조언이라도 해주는 것이 네가 살 확률이 높지 않겠느냐?"

"확률이 뭐야?"

"음.......지금 그것까지 설명하기는 귀찮구나. 어쨌든 그리 알아 두거라. 슬슬, 녀석도 한계가 왔을 거야."

"한계? 한계는 뭐야?"

"참기 힘들 때가 왔을 거라는 게지. 그 동안, 거리가 시끄러워서 그런지, 한동안 사건이 없었지?"

"아, 그러고 보니........"

"그리고, 와와 거리던 사람들도 잠잠해졌을 거고, 그 녀석도 이제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가라앉았을 게야. 그럼 슬슬 움직일 때가 온 게지."

"그, 그래?"

"음. 게다가 영지 쪽의 병사들은 아직 단서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그리고 네가 한 가정도, 전부 맞는 얘기라는 건 아니다. 그저, 이 늙은이가 듣기에 그럴싸 하다, 라고 여긴 것 뿐이니까."

하지만.

"그, 그럴싸한 것에 나서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어차피 이 세상에 옳은 것, 정확한 것 따위는 아무것도 없단다. 확률이 높은 것이 있을 뿐이지."

"그러니까 그 확률이 뭔데......"

"어쨌든, 가보거라. 가서 눈이 띠지 않는 곳에 숨어 있어 봐. 내가 눈에 그 광경을 담기라도 한 순간부터, 너는 그 범인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인 무기를 가지게 되는 거다."

안다는 것을.

무기라니? 자신에게는 창도 칼도 없다. 그게 어째서 무기가 되는 건지, 블랙에는 알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어쨌든 노인이 시키는 대로 충실히 움직이기로 했다.


그리하여 블랙은 몇일 째 잠도 자지 않고 푸줏간 쓰레기장 옆에서, 썩은 육신을 파먹고 사는 곤충들과 함께 밤을 지세고 있는 중이다. 어차피 낮에는 할 일도 없는 거지 신세다. 노인의 서점 앞에서 늘어지게 자다가 빵 하나 얻어먹고 해가 지면 이 곳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일과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어라?"

두벅. 두벅.

옆에서 벌레 하나를 잡아가지고 손으로 꼼지락 거리면서 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들려오는 발소리에 블랙은 벌레를 집더 던지고 손으로 입을 콱 들어 막았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달이 한 중천이다. 이 시간대에 돌아다니는 것은 주점에서 거하게 마신 주정뱅이 정도일까, 길을 잃지 않은 이상 이 한산한 곳으로 오기는 힘들다. 게다가, 주정뱅이의 걸음이 아니었다.

우륵. 우르륵

그리고, 걸음 소리 의외에도 어디에선가 꿈틀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푸대 속에 살아 있는 것을 집어 넣었을 때에나 들려오는 소리.

'설마!'

등골이 싸해지면서,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느낌이 든다.

제대로 맞혔다.

"흐흠~ 흐흠~"

어둠속에 있어서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남자의 저 음흉한 콧노래. 마치 푸짐한 식탁 앞에 자릴 잡을 때의 목소리와 같다.

봤다. 이제 노인의 말대로 달아나야 할까? 아니다. 아직 아냐. 또 헛질을 할 순 없다, 확실히, 저 남자가 식인귀라는 것을 자신의 눈으로 본 다음, 그리고 저 남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한 다음에 움직여도 늦지 않을 거다.

터엉!

남자는 푸대를 고기 써는 도마에 올려 놓고 혼자서 나지막하게 중얼 거린다.

"으흐흐. 이거 오랜만이군."

그런데 이거,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다. 그 살찐 남자는 아닌 것 같은데, 어디선가......

"웁! 웁!"

푸대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더 명확히 들린다. 분명 돼지 새끼 따위는 아니다. 사람의 입에 재갈이 묶여 있는 게다.

대충 신음소리로 봐서는 자신의 또래의 나이, 그것도 여자 아이다. 한참동안이나 남자의 음흉한 웃음소리와 소녀의 겁에 질린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이윽고 남자는 그 소녀를 고개 걸어 두는 쇠고랑에 푸대째로 투욱 걸어 두고는 연장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손길이 능숙한 것이 역시 푸줏간에서 일하는 남자인 듯싶다.

이윽고, 남자는 날카로운 칼을 들고 푸대의 겉을 칼로 난도질 하며 벗겨내기 시작한다. 그러자 안 에 든 소녀의 움직임이 한층 더 애처롭게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 푸대 속에서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아시리아였던 것이다. 자신에게 사과도 주곤 하던 부잣집의 하녀다.

"아니, 왜 저 계집애가................"

"누구냐?!"

남자가 문뜩 뒤를 돌아 본다. 그리고, 달 빛에 비추어 남자의 얼굴이 블랙의 눈에 들어온다.

"아!!"

살찐 남자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는 남자. 훔쳐보던 자신을 두들겨 팼던, 푸줏간에서 그 거세게 보이던 그 남자.

"이 녀석! 봤구나!!!"

남자는 이글 거리는 눈빛으로 블랙을 노려본다. 기제서야 자신이 들켰다는 것에 블랙은 단연 달아난다. 아시리아를 멋들어지게 구할 힘 따위, 10살도 안되어 먹은 꼬맹이가 가질 리가 없다. 하지만 결정적인 무기가 이제 블랙에게는 있다.

그렇다. 이것이 무기다. 이제 자신은 안다.

이제, 저 남자가 식인귀라는 것을 안다.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한 저택에서 일하고 있는 하녀를 납치해 온 것이 그냥 그런 일로 넘어갈 리가 없다.

자신이, 그 남자보다 위에 서 있는 것은 그거 단 하나!

거리를 뛰어나가며 블랙은 외친다.

"살려줘요! 식인귀가 날 쫓아 와요!!"

한 낮의 거리라면 모를까, 한 밤중에 고요속에서 외치는 블랙의 목소리는 마치 전 영지에 울려 퍼질 정도로 커다랗게 들렸다.

"이 녀석!!"

남자가 다급한 듯 외치며 달려온다. 이미 얼굴을 보였다. 남자에게 있어서는 빨리 저 녀석을 잡아서 입을 막아 버리는 수 밖에 없다. 저 거지 꼬맹이는 먹지도 못한다. 어떻게든 빨리 죽여야 한다.

"뭐야."

"어디야!"

마침 순찰을 돌고 있던 병사들의 철그럭 거리는 블랙은 그쪽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반대편의 거리다. 길이 막혀 있으니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바로 달려갈 순 없다. 한밤중이라 대부분의 집은 문이 잠겨 있으니,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도움을 청할 수도 없다.

그저 외치면서 잡히지 않도록 달려갈 수 밖에.

태어나서 이렇게 숨이 가파르도록 달려 본 적이 있을까?

달려! 달려야 해!

하지만,

어디로?

반대편의 병사들이 있는 곳은 너무 멀다. 그 전에 잡혀서 다른 곳으로 끌려가 단번에 목이 졸려 죽어 버리고 말거다. 남자의 그 두툼한 팔뚝을 떠올리자 한층 더 소름이 돋는다.

무섭다. 하지만 달려야 한다. 하지만, 무작정 달리기만 할 순 없다. 애초에 성인과 아이의 차이인 거다. 뒤에서 남자는 무서울 정도로 빨리 쫓아오고 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지만 아직 거리로 나오는 사람은 없다. 무슨 일이냐 싶어서 불을 밝히고 창을 열어 거리를 두리번거리는 사람이나 있을까. 누구하나 블랙을 구해주기 위해 뛰어나오는 사람은 없다.

"이익!!!"

이빨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달리는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진다. 남자로서도 속이 탈 지경이다. 이미 얼굴을 보여 놨으니 빨리 저 녀석을 죽여서 사라져야 하는데, 저 거지새끼가 필사적으로 달리는 터라 쉬이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

"제길, 이러면......"

남자의 얼굴에 망설임이 든다. 점점 거리가 시끄러워 지고 있다. 이쪽으로 향하는 철그럭 거리는 철 부딪치는 소리는 병사들이 틀림없다. 이 상태로라면 바로 잡혀 들어갈 터, 차라리 일단 숨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남자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남자의 그런 생각을 눈치 챈 블랙은 속이 타들어 갔다. 빨리 저 남자를 잡아서 돈을 타내야 하는데, 남자가 숨어 버리면 상금을 못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그 전에 영지를 떠나 버릴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허억! 허억! 어?!"

달리다 보니, 어느덧 자신의 터를 잡고 있는 고서점으로 들어서는 골목이다.

아무도 없고, 눈에 띠지 않는 골목. 하지만 뒷골목 처럼 아주 좁지만도 않다. 보이지 않다 뿐이지 가게가 들어 설 만한 곳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하나의 무기가 더 있다. 이 골목에 대해서, 자신은 안다. 마치 이어질 것처럼 되어 있으면서도 생뚱맞게 막혀 있는 그곳이다. 하지만 거리 자체는 한산.

블랙의 머리가 급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병사들과 조우하면 자신은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죽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저 골목으로 들어간다면, 설령 자신은 죽을지라도, 남자는 반드시 잡힌다.

죽기 전에, 병사들이 온다면, 내가 이긴다.

그리고 녀석은 반드시 쫓아 들어 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바로 이어지는 거리인 거다.

블랙은 도박을 하기로 했다. 결정을 내린 이상, 망설임 없이 그 골목길로 뛰어든다. 아니다 다를까, 골목에서 잠시 멈춰 선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윽고 블랙을 따라 안으로 뛰어든다. 어느 정도 달린 블랙은 막힌 골목의 조금 앞에서 멈춰 서서 지친 척 숨을 헐떡인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벌기 위해서, 이 남자에게 이 길이 막혀 있는 곳임을 들켜서는 안되는 것이다.

남자는 블랙의 뒤를 흘깃 보고는, 죽이고 나서 저리로 도망가면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이윽고 성난 얼굴로 다가와 양 손으로 블랙의 얇은 목을 쥐어 틀기 시작한다.

"이 건방진 꼬맹이가!"

"크르르르륵..."

블랙의 눈이 흰색으로 변해가면서, 입에서 거품이 끌어 오르기 시작한다.

우득우득

당장이라도 뼈가 부러질 듯한 소리, 하지만 의외로 이런 고지 거지 새끼라도 뼈는 단단한 것인지, 단번에 부러지지는 않는다.

욕설이라도 퍼붓고 싶은 모양이지만 남자에게도 시간은 없다. 남자의 벌겋게 변한 얼굴이 보일 정도로, 양손에 힘을 주고 있다. 거기에 매달려, 블랙은 어떻게든 하얗게 변하는 머리를 굴려 최대한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어, 어떻게든...조, 조금만 더.......'

철그럭! 철그럭!

블랙의 숨이 거의 멎어 갈 즈음.

"저기다!"

골목의 입구에서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소리가 들려온다. 제 아무리 이 건장한 남자라 하더라도 창칼로 무장한 병사들을 상대할 수는 없다.

"이런 젠장!"

남자는 블랙을 내팽겨 치고 반대편의 골목으로 달아나기 시작한다.

"끄으으으으!!"

다시 돌아온 숨통에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 쉬려고 노력하면서도, 블랙은 입가를 끌어 올려 어떻게든 웃어 보려 한다. 아니, 몸이 따라주지 않을 뿐이지 이미 마음속은 웃음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어? 어?"

남자의 당황스러워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블랙은 기침을 캘록캘록 내뱉으면서.

이제야 간신히 씨익 웃는다.

"크크큭! 내, 내가.......클럭. 이, 이겼어......"

"이, 이런!!!"

다시 돌아 나와 봤지만 이미 병사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남자는 절망 어린 표정으로 바닥에 털썩 주저 앉는다. 여기서 죽자 살자 대항해 봤자, 저 보기에도 무서운 창들에 꽂혀 죽는 것 밖의 결과는 나오지 않을 테니까.

터억.

괴로우면서도 히죽 웃고 있는 블랙의 머리에 누군가의 손이 올려진다. 전에 담배를 꼴아 물고 있던 병사다. 그는 블랙의 머리칼을 슬쩍 들어 올리고는 씨익 웃는다.

"제법인데? 전에 그 거지 새끼잖아. 진짜 뭔가 알고 있었던 모양이군?"

남자는 거칠게 블랙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보고 해두마. 꼬맹아. 상금은 네 거다."

잡혀가는 남자를 보면서, 그를 연행해가는 병사들을 보면서 블랙은 안면한 가득 하던 웃음을 지운다.

그리고 홀로 중얼 거린다.

"안다."

말을 입 밖으로 내어 본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는 몰랐다. 그렇기에, 나는 저 커다란, 남자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모든 것이 힘인 것만은 아니다. 강하고, 창칼을 들고 있는 것만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 힘조차도 가볍게 넘어 설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안다는 것.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아니, 머릿속에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마치, 뇌가 심장인 것처럼 맥박이 돌기 시작한다.

알고 있었다. 이것만으로 이루어낸 결과인 것이다.



"너, 너 이녀석! 블랙!!"

블랙을 바라보며 옆에 놓여 져 있던 빗자루를 들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상인. 블랙에게는 몇 번이고 물건을 훔쳐졌던 경험이 있기에, 얼굴마저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여기!"

블랙이 내놓은 돈 앞에 그 상인은 빗자루를 떨구며 멍하니 눈 앞에 있는 거지를 바라본다.

"다 갚았어! 이제 빚은 없어!"

"어 ?어, 어...."

이런 경우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상인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잇었다. 돈도 딱 훔쳐갔었던 것만이 아니다. 자신 나름대로 이자라고 생각한 것인지, 한 세배 정도 부풀려진 가격이다. 아니, 그것보다는 계산이 안되어서 닥치는 데로 내민 것일 터이다.

가게들을 돌며, 이제까지 자신이 훔쳐왔던 모든 물건을 배상한 블랙.

그럼에도 아직 한참의 돈이 남아 있다. 지금은 사람들의 눈이 있으니 괜찮을지 몰라도, 이대로 계속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위험하다. 아니, 지금도 위험하다. 여기저기서 탐욕에 가득 찬 눈동자가 느껴진다.

하지만, 블랙은 앞으로 일에 대해서도 생각이 있었다.

알았다.

자신은, 알고 있었기에, 그 식인귀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돈을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알게 된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세상에는, 얼마나 더 알아야 하는 것들이 널려 있는 것일까? 끊임없는 욕구가 솟구쳐 오른다.

더욱 더 알아야 한다. 그래, 알아야 한다면?

이제 글을 알고, 그 안에 내용을 안다면,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자신은 한층 더 대단하게 된다.

가족이 없어도, 힘이 없어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낫 거지로 남지 않아도 된다.


그가 간 것은, 하루에 손님이 한둘이나 있을 법한 한 허름한 고서적. 그리고 서점 앞에 앉아 아무런 말 없이 햇빛을 쬐고 있는 노인.

블랙이 사람들을 피해 왔던 골목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한마디 던졌던 노인.

알게 해준 노인.

블랙은 움직이지 않는 노인에게 남은 돈 전부를 내민다.

"이 돈, 모두 줄 테니까. 나를 써줘."

"흐흠."

돈을 줄 테니 고용해 달라? 이건 또 무슨 소린지. 하지만 노인은 슬그머니 감고 있던 눈을 뜬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한 꾀죄죄한 거지다.

그리고, 그 헝클어진 머리칼 아래로, 무서울 정도로 번뜩이고 있는 눈을 가지고 있는 거지이기도 하다.

말은 고용해달라고 하고 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지금 이 녀석, 이 돈으로 이 서점의 지식을 사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로다.

노인은 씨익 웃으면서 블랙이 내민 돈을 움켜쥔다.

"돈 준다면서 고용해 달라는 데 거절할 사람은 없지."

"고마워!"

"감사합니다, 주인님. 이라고 해라."

"응?"

"네가 내 가게로 들어온 이상, 하나부터 끝까지, 전부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가게가 망하겠지. 자, 말해봐라."

그러자, 블랙은 환하게 웃으면서 노인에게, 어색하게 허리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이제서야, 1장이 끝났군요. 이거이거.. 왜 이렇게 초반은 이렇게 더딘지, 이거 제가 생각해도 고질병입니다. 2장 부터는 조금 시피디 하게 나가려고 합니다만, 어찌 될런지, 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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