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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광야 님의 서재입니다.

청세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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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광야
작품등록일 :
2011.01.28 13:23
최근연재일 :
2011.01.2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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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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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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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글자수 :
212,876

작성
09.12.24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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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제 3장, 카이젤. 2

DUMMY

"마관직이라는 것을 모집한다더군요."

식사중, 블랙은 지나가듯이 슬쩍 말을 꺼낸다. 몇 개 남지 않은 이로 빵을 씹으려던 노인의 행동이 멈추며 눈살이 살짝 모인다.

"마관직? 그게 뭐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나름 학식이 있는 노인도 처음 들어 보는 관직이다. 그런 노인의 눈에, 어딘지 모르게 블랙의 표정은 무엇인가를 비웃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그것 외에도, 다른 것을 블랙의 눈에서 발견한다.

관심이 아예 없으면 얘기조차 꺼내지 않았을 터. 왜 이런 말을 꺼내는가? 노인은 클클 웃으며 묻는다.

"왜, 해보고 싶으냐?"

"설마요."

단 답으로 나오지만, 역시 눈빛이 흔들리고 있다. 어설프네 뭐네 하면서 비웃는 것 자체가 마음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해보는 것이 어떠냐?"

"보나마나 제대로 된 일도 아닐텐데요."

"제대로 된 일이건 아니건 상관 없다고 보는데?"

"괜찮습니다. 관심 없습니다."

노인의 눈이 가늘어지며, 어딘지 살짝 토라진 듯한 말투로

"이제, 나에게까지 거짓말을 하는 거냐?"

노인의 말에 블랙의 눈이 그에게 있어서는 둘도 없는 은인, 주인이라고 부르기에 서슴지 않을 사람이 바로 노인이다.

"아니, 정말로 관심이 없을 뿐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믿어주는 눈치는 아니다.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추측해볼까?"

노인은 손에 들고 있던 빵을 내려놓으며 깡마른 손가락으로 머리를 톡톡 친다.

"내가 이렇게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이 서점은 어떻게 될까, 아니지, 이것보다는 이제 살날도 멀지 않은 이 노인네를 누가 돌보나, 이거 아니냐?"

"......"

정확하다. 어린 시절 만났을 때부터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노인이다. 이런 생각이 들면 안되겠지만 그렇기에, 자신이 혹 세상을 나가 다른 일을 한다면, 적어도 노인의 장례식 까지는 어떻게든 치룬 다음이라고 내심 다짐해둔 터였다.

비웃을 만한 관직이지만 관심은 간다. 글을 알고 이를 모집한다는 것에, 새로운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블랙은 후, 하고 한숨을 내쉰다.

"역시, 주인님은 속일 수가 없군요."

"헐헐헐. 멍청하기는, 애초에 그 얘기를 꺼내질 않았으면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놈아."

그리 껄껄 웃는 노인지만, 속으로는 이 영 알 수 없는 꼬맹이가 이런 마음을 품고 있었나 하는 생각에 흐뭇한 마음이 들고 있었다.

얼마 전, 노인이 혼자서 떠올렸던 생각과도 일치했던 것이다.

좀 더 다른 일을 해보고, 좀 더 많은 책을 보고 싶다.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 혹, 직접 겪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들도 세상에는 틀림없이 있으리라.

지적으로서, 한 서점 안에 있는 것이 한계가 다다른 것이다. 노인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한번 해보거라, 원래 네 녀석이 없이도 혼자서 어떻게든 해왔던 일이다. 아니, 이제는 일이랄 것도 없지. 손님도 별로 없고."

"그러니까 더 문제입니다. 차라리 인적이 많은 곳에 계셨다면 걱정 하지도 않지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서 쓰러지시면 어떻게 합니까?"

냉정하고 투박한 말이지만, 그 속에 담긴 걱정만큼은 제대로 전해져 왔기에 노인의 웃음은 한층 더 짙어진다.

"그럼 그거대로 좋은 거 아니겠느냐? 난 죽을 때 누가 옆에 있는 거, 무척 기분 나쁠 것 같은데."

"어째서입니까?"

죽음. 누구나 사랑하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사이에서 행복하게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는 것. 그것은 누구나 원하는 소망이 아니던가?"

"이런 얘기를 아느냐? 맹수들은 말이다. 자기가 나이가 들어 죽을 때가 되었다고 느낄 때, 아무도 모르게 무리를 빠져 나와 자기가 죽을 곳에 몸을 뉘이고, 조용히 숨을 거둔다고 하지.

멋지지 않느냐? 난 말이다. 뭐랄까. 내가 죽을 때, 사람들이 웃는 것도, 우는 것도 보고 싶지 않다. 그냥 혼자서 조용히, 조용히 가고 싶구나."

멋진지 안 멋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짐승들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적어도, 인간의 마지막이 그리 되어서는 아니 되지 않는가?

아니, 솔직히 다른 사람들까지는 신경 쓸 수 없으니 인간이라는 통틀어진 표현은 쓰지 않는 것이 옳겠지.

천년 만년 산다는 것은 웃긴 일이다. 노인이 영원히 자신의 곁에 있어 줬으면 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적어도 눈앞에 노인만은, 자신이 보는 앞에서 편안히 숨을 거두기를 블랙은 바라고 있다.

"하지만 남겨진 사람도 생각을 해주셔야지요. 그럼 저는 어떻게 합니까?"

애초에 노인의 곁에 있는 이라고는 블랙 하나뿐. 만약 노인이 없다면, 하고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노인의 임종 때 자신이 없다는 것은 상상도 한 적 없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에게는 둘도 없이 한스러운 일이 될 터이다.

"그리고, 너 뭔가 하나 착각하고 있는 게 있구나."

"네?"

"애시당초 말이야, 그 마관직인가 뭔가 한다고 쳐도, 일이 끝나고 여기로 돌아오면 되는 일 아니냐. 설마, 성 안에 들어가서 못나온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냐?"

"아............."

순간 착각했다. 성 안에서 일을 한다고 해도, 밖으로 못 나오는 것이 결코 아니거늘. 아니, 병사나 노예라면 엄연히 제안이 있겠지만 적어도 관리직에는 그리 제약이 심하지 않을 터이다.

"아니, 그래, 하지만........ 가게는 어떻게 하고요?"

궁색하게 생각해낸 것이 고작 이런 대답이다. 그러자 노인은 껄껄 웃는다.

"괜찮아 괜찮아, 이미 팔릴만한 것들은 각자 제주인들 찾아갔고, 이제 남은 건 어지간히도 안 팔릴 낡은 책들뿐이다. 그리고, 애초에 이 가계는 소일거리로 하고 있는 거고. 남은여생 먹고살 정도의 돈은 남겨 두었으니 걱정 말아라."

"아............"

그리고 문뜩, 알고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야 깨닫는다. 이 서점에 자신이 있는 것만으로는, 노인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의 전환. 자신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으리니. 머리를 빠르게 돌린다.

노인의 곁에 있어야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지금의 자신은 아무런 수입도 없이, 그저 노인에게 붙어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과연, 옳은 것은 어느 것인가? 과거의 생각에 미련을 두지 말고, 깨달은 것을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네. 그럼 한번 해보겠습니다."

블랙이 고개를 끄덕이자 방금 전에 '아,'했던 녀석이 이리 순식간에 생각을 바꾸다니. 노인은 당혹스러운 얼굴이다.

"허? 이건 또 갑작스럽군.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거냐?"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이 대려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 다른 일을 해보겠습니다. 주인님께 도움이 되어드려야지요. 주인님의 말대로, 일이 끝났다 하더라도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 올 테니 염려 마십시오. 다른 일을 하면서도 제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

"허.........."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니다만, 걱정 말라고 했던 말이 오히려 부담이 되어 갔나 보다.

'음, 뭐 괜찮을 지도.'

어찌 되었든 간에 녀석이 이 좁아터진 고서점을 떠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일 터이니.

솔직히, 걱정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블랙이 알고 있는 것은 책으로 읽은 지식 뿐. 하지만 세상은 그 몇배나 심하다. 직접 사람을 대하고, 거기에서 경험을 쌓는 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과연, 녀석이 제대로 견뎌낼 수 있을 지.

그것도 이런 엉망진창인 영지에서.

그것이 걱정스러웠다.




음, 수요일에 올리기로 해놓고, 1시간 30분 지각이로군요. 죄송합니다.

음, 학원이 방학에 들어갔습니다. 연참하는 날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긁적.

음, 그럼 다음에 또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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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 3장. 카이젤. (완) +7 10.02.20 1,048 9 7쪽
21 제 3장. 카이젤. 6 +6 10.02.16 939 4 11쪽
20 제 3장. 카이젤. 5 +9 10.02.02 992 3 13쪽
19 제 3장. 카이젤. 4 +8 10.01.31 948 1 8쪽
18 제 3장. 카이젤. 3 +9 10.01.27 982 1 12쪽
» 제 3장, 카이젤. 2 +9 09.12.24 1,024 1 8쪽
16 제 3장, 카이젤. 1 +8 09.12.20 1,129 1 11쪽
15 로이안. +13 09.12.16 1,266 2 9쪽
14 제 2장. 기르넨. (완) +17 09.12.12 1,245 4 11쪽
13 제 2장. 기르넨. 6 +17 09.11.09 1,271 2 9쪽
12 제 2장. 기르넨. 5 +14 09.10.20 1,318 2 9쪽
11 제 2장. 기르넨. 4 +10 09.10.06 1,307 2 8쪽
10 제 2장. 기르넨. 3 +11 09.09.26 1,399 2 14쪽
9 제 2장. 기르넨. 2 +12 09.09.22 1,440 1 10쪽
8 제 2장. 기르넨. 1 +12 09.09.15 1,706 2 9쪽
7 제 1장. 블랙. (완) +15 09.09.13 1,757 4 17쪽
6 제 1장. 블랙. 5 +7 09.09.07 1,732 3 10쪽
5 제 1장. 블랙. 4 +9 09.09.02 1,767 2 9쪽
4 제 1장. 블랙. 3 +8 09.08.29 1,924 1 9쪽
3 제 1장. 블랙. 2 +8 09.08.27 2,182 3 8쪽
2 제 1장. 블랙. 1 +13 09.08.25 3,298 2 9쪽
1 프롤로그. 청공을 가르는 세줄기의 빛. +16 09.08.25 6,432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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