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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의 세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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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7.24 16:04
최근연재일 :
2014.06.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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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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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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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6,020

작성
14.06.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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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N의 세계46

DUMMY

바깥에 있던 사람들은 마치 영화나 TV속에서만 보던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면서 걸어 다니고 있었다.

“너무나도 사람은 많아……그래 많아. 그러니까 나 하나쯤은 사라져도 되는 거야. 어차피 그래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거야.”

죽은 눈으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여자의 말이었다.

“생명? 돌이킬 수 없는 게 그렇게 소중한 거야? 이제 그딴 게 뭐가 소중해? 결국은 돈과 재능 그것만으로 모든 게 결정되잖아?”

한강 다리를 어디가 뛰어내리기 좋을지 보는 듯 하면서 왕복하고 있었던 남자의 말이었다.

“하하하! 전부 죽어 버려라!”

미친 듯이 거리를 뛰어다니는 남자의 말이었다. 아니 이미 저 남자만 미쳤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먼 거리감이 있었다.

이 곳 전체가 미쳐있었다.

병원, 약국, 학교 등등 사회라고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이 정지되어있었고 거리엔 마치 죽기만을 바라는 듯한, 사람들로 거리를 꽉꽉 채우고 있었다.

“자 그렇게 죽어나가라! 우리들이 원하는 세계는 너희들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그 죽음으로부터 시작될 테니까!”

이대로 전부 죽는다 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거리를 검은 빌딩 최상층에 앉은 붉은 남자만은 천천히 미소를 띠우면서 자축의 검붉은 와인 잔을 들고 있었다.

그렇게 즐기려던 와인 잔이 붉은 입술에 닿기 전이었다.

쾅!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남자가 절규하듯이 외쳤다.

“왜죠! 바깥이 저렇게나 끔찍하고 고통스러운데 왜 당신은 구원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그의 절규하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붉은 남자는 태연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쳐다보면서 물어볼 뿐이었다.

“누구시죠?”

그 질문이 끝나자마자 그의 뒤를 뒤쫓아서 들어온 초콜릿 망토의 여자가 대답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나중에 만날 수 있다고 잘 타일렀음에도.”

하지만 여자의 말에는 어떤 관심도 없다는 듯이 남자는 중간에 말을 끊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마침 좋은 질문거리군요. 솔직히 보고 있기만 해선 누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게 되는 법이거든요 왜 아무도 이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왜 스스로 죽을 생각만 하고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는지.”

붉은 남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와인을 살짝 제자리에 갖다놓으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물론 그걸로는 그의 방에 무단 침입한 남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 되진 못했다.

“무슨 소립니까? 저건 그냥 죽이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리니어스님의! 리니어스님의 힘이라면 저걸 원래대로 돌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습니까?”

제발 원래대로 돌려주십시오! 라고 간곡히 청하는 듯한, 그의 말에도 그는 오히려 왠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 어리둥절하게 반문할 뿐이었다.

“그쪽이야말로 무슨 소립니까? 저들은 크나큰 죄를 저질러 버렸습니다. 도저히 우리들과는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살 수 없는 그런 무섭고도 끔찍한 죄 말입니다.”

붉은 남자의 말에 남자는 당황했다.

“아니 대체 무슨 죄죠?”

“그건 당신도 잘 아실 텐데요?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꿈을 모조리 포기한 것도 모자라 자아를 찾는 걸 잊어버렸습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요!”

침착하게 대응하는 그의 눈에 붉은 머리의 남자는 장난기가 섞인 눈으로 바라보면서 물어보았다.

“그럼 묻겠습니다. 당신은 대체 태어나서 대체 무엇을 강요받아 왔습니까?”

“뭐라니 그거야 공부 잘하고 선생님 말 잘 듣고……이게 어디가 뭐가 잘못됐다는 거죠?”

그의 잘못된 거 없단 말에 붉은 남자는 검지 손가락을 까닥까닥 흔들면서 대답했다.

“문제 있지요, 문제 많지요. 모든 건 공부로 결정된다는 그런 시각이 그걸 하지 않으면 대우받지 못한다는 그런 생각만이 다른 가능성 따위를 모조리 없애버립니다. 그래서 공부하지 않고 성공한 사람만이 돌연변이 취급을 받으며 새로운 걸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 그것이 바깥이 원하는 게 아닙니까?”

“그건…….”

남자는 대답을 끝내지 못했지만 이미 그런 건 붉은 남자에겐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의 계획이 거의 끝에 왔음에 완벽을 확신하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그를 위해 숨죽여 왔다. 이제와서 저런 태도 따위 하나에 모든 걸 물거품으로 만드는 건 절대로 안될 일이었다.

“하지만 말이죠. 아무리 좋은 말로 떠들어 봤자 결론은 나옵니다. 그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었다. 넌 절대 그 사람처럼 될 수 없다! 혹은 특이한 경우였다. 그 사람이 잘난거다. 너는 그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 너따위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겠느냐! 사회가 원하는 건 오차 범위이내라는 자신들이 생각하기 편한 것만을 믿으며 정형화 시키는데 급급할 뿐입니다.”

“그, 그건”

남자는 이번에도 부정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으리라 그 증거로 그는 두 손을 모아서 불안을 호소하고 있었지만 붉은 남자는 그의 생각에는 동조할 생각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아닐 리가 없지요. 1등급 좋은 대학 좋은 머리 좋은 재능 좋은 인맥 좋은 재주 하지만 이것들 또한 1등을 장식하기 위한 것들이죠. 사람들이 원하는 건 뭐든 잘하는 그런 신 같은 존재가 아니었던가요?”

“신…….”

그는 그 한 마디만이 공감이 되는지 읊조렸고 붉은 남자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요 좋은 대학에 나와서 좋은 직장을 갖는 것만이 인생의 절대 행복 루트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 또한 뒷받침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인간은 이제 썩은 부위를 도려내지도 못한 채로 상처받고 자책하면서 썩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보호받지 못한 채로 고독사라는 최종 루트를 탈 뿐이죠. 자신은 필요없는 존재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면서 말입니다.”

그 순간이었다. 남자는 온힘을 모았는지 그래도 약간 크게나마 소리내었다.

“아니야 그런 건 얼마든지 살다보면!”

“살다보면요? 발견할 수 있을 거다? 웃기지 마시죠. 당신도 느끼지 않았습니까? 종이에 써진 줄 몇 줄로 자기가 상전이라도 된 듯이 혹은 모든 행복을 거머쥔 듯이 나는 자신보다 우월하다 혹은 우월감에 빠져버리게 되는 그런 모습들을? 그리고 그와는 대비되게 어떤 것도 쥘 수 없었던 비참하고 초라한 자신을?”

“그, 그건 그래도”

남자의 소리는 다시 작아지었다. 사실 그전부터 승부는 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이곳은 논리로 이기기엔 붉은 남자에게 너무나도 유리하게 짜여진 방이었다.

완벽한 각본에 완벽한 대본 그리고 알게 모르게 살포시 뿌려져 있는 우울증을 증폭시키는 힘이 시너지를 일으키고 그와 그의 동료들이 마시고 있는 해독제 역할을 해주는 와인 잔이 시너지를 일으켜 생각의 전환은 고정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친구? 사랑? 웃기지 마십시오! 이미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뜯어먹고 살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모순된건 사람이 너무 많이 늘어나서인게 아닙니까? 우리들은 그럴 정도로 늘어난 사람들을 불필요한 바이러스로 지정하고 삭제하는 것뿐입니다. 당신은 컴퓨터에서 바이러스나 용량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삭제된 그런 파일까지 동정할 셈인가요? 아니잖아요? 인간도 똑같은 겁니다. 절대로 다르게 보지 마십시오.”

“그래요. 결국 그랬군요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방금 전까지 기세등등하게 반론할 듯 하던 남자는 드디어 굴복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붉은 남자의 할 일은 언제나처럼 온화하게 그리고 딱하다는 듯이 거짓된 웃음을 지으며 그를 위로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당신은 우리에겐 필요한 사람입니다. 비록 다른 사람들이 내쳐버릴지라도 우리들은 손을 잡아드릴 것입니다. 그 어떤 절망적인 상황이 오더라도 믿음을 버리지 마십시오. 그렇게 고통스럽더라도 참아내다 보면 당신의 가치가 그 누구보다도 빛나게 될 순간은 반드시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오오 왜 당신 같은 분을 왜 이제야 찾게 되었는지.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자 돌아가야죠? 신도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온화하게 웃는 얼굴 뒤엔 싸늘한 미소만이 역겹다고 느껴질 정도로 드글거리고 있었다.




작가의말

스토리는 막히고 막혀서 우주로 가도 이상하지 않을듯 싶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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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N의 세계26 13.09.10 511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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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N의 세계24 13.09.06 351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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