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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의 세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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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7.24 16:04
최근연재일 :
2014.06.07 21:0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0,132
추천수 :
327
글자수 :
186,020

작성
13.09.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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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추천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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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N의 세계29-지쳐버린 자의 분노(2)

DUMMY

“저기…….”


소심한 듯 중얼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끝없는 한기가 그 소년으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칠흑의 쇠사슬들이 조였다가 풀었다가 하면서 위협적으로 꿈틀거렸다. 으, 소름끼쳐! 지난번에 봤었던 것보다도 훨씬 더 크잖아!


"어서 오렴. 무슨 고민으로 왔니?"


하지만 엘릭서스 누나는 너무나도 뻔한 걸 보듯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평소처럼 대할 뿐이었고 ‘대체 저기 뭐에요?’라고 물어보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의 수준이었다.


"……."


쇠사슬로 칭칭 동여맨 손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평소의 손님같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손님은 끝까지 말이 없었고 엘릭서스 누나가 어떤 말을 해도 어떤 반응조차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녀는 여유로운 눈으로 소년을 보기만 할뿐, 그 어떠한 짜증의 일색도 보이질 않았다. 너무 많이 보셨던 건가? 하는 궁금증이 치솟아 오를 정도였다.


“……안녕히 계세요.”


한참을 섬뜩한 붉은 눈으로 뚫어지게 이곳저곳 뚫어지게 쳐다보던 손님은 그 짧은 한마디만을 남긴 채 다시 나가버렸다. 대체 뭐였던 거지? 저 손님 왠지 기분 나쁘네.


"엘릭서스 누나, 저 손님에게는 아무것도 쥐어주지 않았는데 그래도 되는 걸까요?"


내 질문에도 엘릭서스 누나는 한참을 고민하던가 싶더니 이윽고 가볍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글쎄 언젠가는 네가 직접 봐야할 꿈일 테니까 곧 보여줄게.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


그런 수수께끼 같은 말 한마디만을 남긴 채, 언제나처럼 유자차를 한 모금 들이킬 뿐이었다. 손님이 한참 뒤에 떠난 후에야 멀쩡해 보이는 철문이 점점 실체를 갖기 시작했다. ‘으악! 저기 달라붙은 거 설마 거미줄 아냐? 얼마나 관리를 안 하면 저렇게 되지?’ 검디검은 철문이 딱 봐도 들어가기 싫게 만드는 문이었다.


“자, 들어가자.”


“네? 아……네!”


평소와는 다른 차분한 엘릭서스 누나의 말에 당황하면서 대답하면서 들어갔다.


철컹철컹!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철문에 들어가고 난 뒤에 칠흑의 뱀같이 생긴 쇠사슬이 문을 조이기 시작했다


"자, 그럼 이제부턴 즐거운 쇼 타임이다."


그것이 쇠사슬로 꽉 조인 검은 철문 앞으로부터 등장하자마자 한 잿빛의 소년의 말이었다.



들어간 곳은 붉은 보름달이 떠있는 황갈색의 성한 곳 하나 없는 황폐화된 도시였다.


발을 한 발짝 딛는 순간 거대한 지진이 나는 소리와 함께 도시들의 위치가 서로 뒤죽박죽 퍼즐처럼 뒤섞기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아까 들어왔던 손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하하하, 어서와! 내 N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해!"


그 순간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N의 세계는 무언가가 조종한다는 느낌이 굉장히 엷었지만 지금 이곳은 보통은커녕 지배한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몸이 실에 감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거, 거짓말! 이런 곳이 N의 세계일 리가 없어!”


힘없이 은발의 여자가 부정하는 그 순간 퍼즐처럼 뒤섞이던 건물들이 위로 솟아오르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양옆으로 갈아엎기 시작했다. 마치 모세의 바다라도 실현시키는 듯한, 모습이었다. 간신히 피했지만 다른 쪽 건물들은 자기들끼리 충돌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충돌하는 괴음이 귀를 울렸다.


그와 동시에 분노로 가득 찬 소리가 한가득 울려 퍼졌다.


"더 이상 용서할 수 없어! 언제까지 ‘나 다운’걸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건데! 대체 나답다는 게 뭔데? 뭘 안다고 너희들이 감히 지껄이는 거야?!"


너무나도 강대한 분노가 담긴 목소리가 순식간에 전신이 움츠려들 정도로 울려 퍼졌다.


"그……그……."


거대한 분노에 휩쓸려 공황상태에 빠지려던 그 순간이었다.


"아하하하! 꼴좋구나! 엘릭서스! 지난번에 대놓고 N의 세계에 인간을 둘이나 데리고 오던 배짱은 어디로 가버린 거야?"


악의가 가득 찬 잿빛의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엘릭서스 누나는 놀란 듯이 소리쳤다.


"그 목소리는?! 이게 무슨 짓이야?! 프라이어?! 꿈에게 이런 심한 짓을 하다니?!"


놀란 듯이 외치는 그녀의 말에 잿빛의 소년은 응수하듯이 받아쳤다.


"왜? 너무나도 뻔한 거 아니었어? 자신의 꿈을 자신이 깨버린 인간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던 것 같은데? 설마 그런 진부한 꿈일 리가 없잖아?"


“”꿈을 위한다는 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아, 그거? 뭐가 문제란 거야? 설마 진짜 꿈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 너희들이 보고 있는 건 그냥 꿈이 분리된 후에 남은 환상만 덮어 씌워버린 인간이란 껍데기일 뿐이라고 키득키득…….”


“뭐라고?!”


놀라 아연실색하는 엘릭서스 누나의 말에 잿빛의 목소리는 웃으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키득, 그리고 말이야. 그걸 그렇게 만든 건 너희들이지. 내가 아니라고? 랭크를 떨어뜨리는 꿈이라고 너도나도 서로 떠넘기기만 바빠 정작 필요한 조치조차도 하나 못 받아서 이렇게 된 거니까 말이지. 지난번 일도 그렇고 더 이상은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는 건 못하겠거든!"


“대체 넌 뭘 보고 싶은 거야?!”


기가 막혀 말이 제대로 안 나오는 그녀의 말에 그가 대답하듯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뭘 보고 싶어 하냐고? 그런 거야 더 이상 꿈이 휘둘리는 게 아닌 너희 드림워커가 휘둘리는 그런 통쾌한 복수극일게 뻔하잖아? 지원 하러 오는 드림워커들은 없을 거고 난 여기서 엘릭서스, 네가 처형당하는 것만 보고 뺄 생각이거든."


그 말에 엘릭서스 누나는 사색이 되어 한 단어만을 힘없이 중얼거렸다.


"처……형?"


"아, 단어선택이 잘못 됐구나. 처형이 아니라 추방으로 정정하지 뭐 그래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왜냐면 어느 쪽이든……"


잿빛의 소년은 한 박자 쉬었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N의 세계에 누구도 해본 적이 없던 멋진 사랑을 하고 싶다는 엘릭서스는 이제 어디에도 없게 될 테니까 말이야!"


그 말 한마디가 심판처럼 울려 퍼졌고 그와 동시에 이곳저곳에서 건물들이 춤을 추듯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엘릭서스 누나는 나를 은빛의 거대한 손으로 옥상에서 옥상으로 옮기면서 간신히 피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제 어쩌지……? 미안해, 현진아. 괜히 휘말리게 해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의 처음 보는 맥 빠진 목소리에 그만 흔들리기 시작했다. 왜 하필이면 이럴 때 당해야만 하는 건지 오히려 나 자신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뭐라고 해야 좋을지 이쪽도 말문이 막혀 답답한 그 순간에 내 왼쪽 주머니가 엄청 뜨거워졌다.


‘뭐지? 발열? 엄청 뜨겁다. 빨리 빼야지! 아……!’


핸드폰에 설치해둔 드림이터가 생각나기도 전에 이미 핸드폰을 실행시키고 있었다. 아무리 보안이 생명이라지만 너무 어렵게 해둔 내가 새삼스레 미워졌지만 그래도 활로를 가지고 있단 생각에 희망으로 불타올랐다.


지이잉- 가벼운 진동과 함께 무언가와 공명하는 것이 손안 한가득 느껴졌다.


"큭큭, 이제 끝이로……응?"


하이라이트라도 보는 듯이 들떠서 있던 잿빛의 소년을 방금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공기가 감싸고돌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조용하던 곳에 냐아앙 하고 여러 마리의 사나워진 고양이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고 그것들이 수많은 드림이터의 소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잿빛의 소년이 말리기도 전에 고양이들이 뱀처럼 살아 꿈틀거리면서 조이고 있던 쇠사슬들을 너무나도 싶게 베어 물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잿빛의 소년이 막으려고 했으나 고양이들은 이리저리 잿빛의 소년의 시선을 흩트리며 잽싸게 들어가 버렸기에 어찌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쪽으로 들려오는 허둥대는 듯한, 발소리의 주인에게 걸리면 자신의 생각했던 계획을 전부 실행시키기도 전에 무마당할 게 뻔했기에 일단 발을 뺄 수밖엔 없었다.


"쳇! 조금만 더 했으면 끝날 타이밍에! 하지만 괜찮아 그래봤자 이미 늦었으니까 바이, 바이! 엘릭서스! 네가 감싸려는 인간과 함께 같이 무너져라."


저주와도 같은 한마디만을 남긴 채 그는 도망치듯 내빼버렸고 그것은 마치 신기루 같은 모습이었다.



"꺄아아! 애들아 어딜 그렇게 달려가는 거……잠깐 이곳은?! 엘릭서스 언니의?! 아! 언니! 무슨 일이에요?! 괜찮아요?!"


한참 후에야 들어온 내가 호들갑을 떨면서 들어왔을 때 본 것은 엘릭서스 누나의 N의 세계의 손님맞이 방에 한가득 찍혀있는 발자국뿐이었다.



덜컹! 하고 무언가 문이 열리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야옹거리는 고양이 울음소리와 함께 10마리는 되어 보이는 고양이들이 쳐들어왔다. 뭐지? 어디서 키우던 애완동물 점 창문이 부숴 졌나? 아, 여기 N의 세계였지 참! 저렇게 많은 고양이들이라면 지난번에 왔었던 그 파란 드림워커인가? 고양이 집보다 고양이들이 더 알록달록해서 좋네.


어찌 됐든 살았다는 생각에 바깥으로 통하는 문에 다가가기도 전에 문과 얼마 안 되는 금가기 시작하던 바닥이 순식간에 끝이 보이지 않는 공허의 공간으로 바뀌어 버렸다. 완전히 작정하고 버리려는 구나하고 생각될 정도로 허무해졌다.


"이제 끝난 건가……."


하면서 주저앉으려는 순간, 새하얀 빛이 감싸 안음과 동시에 손님맞이 방 한가운데에 와있는 우리를 볼 수 있었다.


"어? 언제 여기로 온 거야?!"


"나 참 순간이동이 가능하다고 말 한지 분명 한 시간도 안 된 것 같은데 말이야. 뭐 처음치고는 그럭저럭 이었지만 말이야. 이번 일로 좀 확실히 감이라도 와?"


어리둥절해 하는 우리 앞엔 자신 있게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자랑하는 붉은 머리칼의 소녀가 서있었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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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N의 세계31-흑과 백의 경계선(2) 13.09.24 375 7 11쪽
31 N의 세계30-흑과 백의 경계선(1) 13.09.20 415 7 8쪽
» N의 세계29-지쳐버린 자의 분노(2) 13.09.18 412 11 10쪽
29 N의 세계28-지쳐버린 자의 분노(1) 13.09.15 353 2 8쪽
28 N의 세계27 -회상- 13.09.12 413 15 7쪽
27 N의 세계26 13.09.10 511 6 8쪽
26 N의 세계25 13.09.08 230 4 9쪽
25 N의 세계24 13.09.06 351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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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N의 세계22-파란 드림워커의 방문 13.09.02 315 10 8쪽
22 N의 세계21 13.08.31 334 11 9쪽
21 N의 세계20-잃어버린 색(4) 13.08.29 396 6 9쪽
20 N의 세계19-잃어버린 색(3) +3 13.08.27 534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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