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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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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7.24 16:04
최근연재일 :
2014.06.07 21:0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0,128
추천수 :
327
글자수 :
186,020

작성
13.07.26 12:38
조회
674
추천
15
글자
10쪽

N의 세계03-시선으로 베어지는 꿈(2)

DUMMY

드르륵- 하는 문 여는 소리와 함께 들어온 손님은 은발의 여자가 말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이를 테면 20대 중반의 여자라거나 연세가 꽤 있으신 듯한, 할아버지라거나 같은 손님이 아닌 바로 방금 전에 봤던 중학생이었다.


‘어, 어떻게 이쪽으로 온 거지? 아까 쟤가 간 쪽은 이쪽이 아니라 훨씬 반대쪽으로 보이는 곳이었을 텐데?’


툭툭 튀어나오는 내 궁금증과는 달리 은발의 여자는 매우 당연하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어서 오세요. 손님 무슨 일로 오셨나요?”


하지만 손님은 여전히 자신이 온 이유를 모르는 듯이 당황할 뿐이었다.


“어라? 분명 학원가는 길이었을 텐데 왜 제가 여기 온 거죠?”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뭐 여기까지 온 것도 인연일 텐데 아무거나 차라도 한잔 안하시겠어요?”


‘할 말 없으니까 능글맞게 넘기긴’


하면서 손님 쪽을 보려니 이상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거대한 거미다리처럼 보이는 것이 양옆으로 손님을 꽉 조이고 있었다.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저거 아까 봤던 그 거미의 다리인가? 그때보다 더 커졌잖아! 저러다 진짜 큰일 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은발의 여자는 진짜 한 대 쥐어박지 않고는 못 참을 정도로 너무나도 느긋했다. 게다가 손님의 말을 아까부터 귓등으로 듣는 듯한, 저 태도에 그렇게도 눈꼴이 시려 울 수가 없었다.


“저 다 마셨으니 이만 가볼게요.”


이제 일어나려는 손님이 말이 끝날 때쯤에야. 은발의 여자가 불러 세웠다. 왜 이제야 불러 세우는 거야? 어차피 끝까지 무시할 기세였으면서.


“잠시 만요, 그전에 이것 좀 안차고 가실래요?”


은발의 여자가 쥐여 준 것은 그저 평범해 보이는 시계였다. 소년은 잠시 동안 곤란한 듯이 있던가 싶었지만 은발의 여자가 머리에 손을 댄 순간 은색의 빛과 함께 소년은 시계를 받아갔다.


‘뭐야 저런 시계는 명품이 아닌 이상 핸드폰 시계를 좀 더 애용할 텐데? 굳이 시계를 채우게 할 필요라도 있나?’


가면 갈수록 이해가 안 되는 이 행동에 기가 찰 뿐 이었지만, 은발의 여자는 돌려보낸 후에 계속 찻잔만 들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일단은 잠자코 보고 있으려니 은발의 여자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이 말해주었다.


“참 N의 세계에 들어가시기 전에 알려드릴게 있어요. 보통 사람들의 N의 세계는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해요 내면세계를 형상화 시킨 것도 있고 가치관을 극대화 시킨 세계도 있고 장래희망이 형상화 된 것도 있어요. 말 그대로 자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꿈들이 형상화되는 세계도 있어요. 그리고 보통은 저희 드림워커를 포함한 타인들에게 적대적이에요.”


“그건 왜인가요?”


내 말에 은발의 여자는 차를 짧게 들이마시더니 한마디만을 뱉을 뿐이었다.


“타인들의 시선으로 꿈들이 바뀌고 강요당하는 사례들이 적잖이 있으니까요. 아마 이번에 갈 꿈이 그걸 제대로 표현해줄 것 같군요.”


“예에.”


어정쩡하게 대답하면서도 나는 속으로는 전혀 딴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런 꿈을 함부로 관리한다는 게 말이 되겠어?’ 애초에 허풍이겠지 뭐 그런데 언제 가는 거지? 하고 생각하면서 온몸의 지루함을 풀 때쯤에도 은발의 여자는 여전히 차를 홀짝거리면서 마시고 있었다.


“저기 언제 들어가나요?”


“잠시만 기다리시면 곧 올 거예요. 문이 곧 올 때거든요. 심심하시면 거기 있는 문 구경도 하는 게 좋아요 단 들어가진 마시고요 보통은 아까 그 소년처럼 예약이라도 해놓지 않는 이상은 튕겨져 나오거든요”


문? 갑자기 무슨 문 타령이지? 하면서 곰곰이 생각하려던 순간 아까 나가려다가 가로막혔던 이런 저런 문들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는 참 문이 많았다 색색이 나무문 시리즈도 있었고, 철통 보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철문도 있었다. 그리고 화환으로 잔뜩 치장된 문들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그 얼음으로 뒤덮여서 못나가는 문은 굉장히 추웠었지. 남극 한복판에 있는 문이라도 여는 줄 알았다니깐. 으 생각나버렸다’ 하면서 온몸에 돋아난 소름을 추스르려는 순간 은발의 여자가 일어났다.


“앗 지금이에요!”


“예?”


하면서 뒤돌아본 순간 거대한 시계가 달라붙어 있는 문이 보였다. 설마 아까 줬던 시계가 위치 추적을 쉽게 하려고?


그런 상상에 가까운 생각이 끝날 무렵 문이 열렸다. 동시에 갑자기 숨 쉬는 것이 불편해지는 게 느껴졌다. 마치 사우나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은발의 여자는 그런 내게 아스피린같이 생긴 알약 하나와 물 컵을 주었고 그것을 먹자마자 거짓말처럼 몸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은발의 여자는 이리저리 관찰하는가 싶더니 간단한 평을 내렸다.


“이번 꿈은 가치관을 극대화 시킨 꿈이네요.”


“가, 가치관이요?”


“정확히 어떤 건지는 직접 보세요.”


은발의 여자가 직접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딱 네 개의 입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와 동시에 또각또각 하는 소리와 함께 인형이 나타났다. 입들은 단지 그 인형만을 보고는 시끄럽게 떠들 뿐이었다.


[어이어이 한 5cm는 더 크지 않아?]


맨 처음 위쪽에 있던 입의 말에 인형의 발에 자를 대더니 발목으로 보이는 부위가 잘려나갔고 그와 동시에 인형은 그대로 볼품없이 쓰러졌다.


[팔은 어떻고? 이건 정말 맘에 안 들어!]


왼쪽의 입의 말에 그대로 인형의 양팔이 잘려나갔다. 마치 고통스러운 듯이 이리저리 몸부림을 치는 생명도 감정도 없을 인형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몸통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


오른 편의 입의 말에 몸부림치던 인형은 그대로 와르르르- 하고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완전히 분해되어 버렸다.


[다음 꺼!]


그리고 마지막 입만은 단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외칠 뿐이었다.


동시에 구역질 같은 것이 나오기 시작했다. 저러려고 인형을 만드는 것이 아닐 텐데 왜 저렇게 하는 평가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 이런 것도 꿈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요?”


내 말에 은발의 여자는 어린애에게 1+1은 2가 된다는 것을 설명해주듯이 차분하게 말했다.


“그래서 말씀드렸잖아요, 꿈이라고 해서 그게 곧 장래희망만을 의미하진 않아요. 가치관일수도 있고 상처받은 내면세계가 실체화 된 것일 수도 있어요. 어떤 꿈을 꾸든 개인의 자유대로잖아요?”


그렇긴 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처음 여자가 말한 꿈이란 걸 관리한다고 들었을 때만 해도 장래 희망 같은 것만을 관리하는 줄 알았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하지만 뭐랄까 장래희망이랄까 하는 쪽이 더 꿈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내 말에 은발의 여자는 기분이 약간 상한 듯이 인상을 약간 찌푸리면서 대답했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의 주변에는 하나같이 장래희망만을 쫓듯이 시선을 두고 있었나요? 예를 들어 난 ……가 될 테니까 지금부터 숨만 쉬고 영어만 해야 한다고 말하고 행동할 수준의 열정을 가진 사람들만 있었던가요?”


“그야……아뇨.”


그녀의 말에 난 어떤 말도 대꾸 할 수도 없었다. 학교라는 곳에 들어간 순간부터 명문이란 곳만이 인생이 전부라는 듯이 강요받긴 하지만 꼭 그렇게 살아야 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낙관적으로 사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그녀는 내 반응에 좀 화가 풀린 듯이 비교적 온화하게 말했다.


“물론 한 가지만 바라보고 산다는 것만큼 힘든 건 없을 거예요. 하지만 이 N의 세계마저 그렇게 단순하게 바뀌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거죠 주변에 누가 있는지 신경 자체를 끌 정도로요.”


[어이 거기 시끄러워!]


맨 아래쪽의 입이 은발의 여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고함쳤고 여자는 사과하는지 혹은 비꼬는지 모를 말투로 대답했다.


“예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저흰 신경 쓰지 마세요. 호호호.”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지요?”


아무래도 더 이상 소리를 내면 안 될 듯한, 느낌에 속삭여보았지만 은발의 여자의 대답은 기대와는 다른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음 그럼 저게 무슨 꿈인지 알겠어요?”


“음……그냥 시끄럽기만 한데요?”


내 말에 은발의 여자는 피식 웃으면서 속삭였다.


“그렇게 생각하나요? 하지만 저 입들은 평가를 하고 있잖아요?”


평가? 평가라고? 하지만 전혀 평가처럼 보이질 않는 걸? 애초에 눈도 없이 무슨 평가를 하고 있다는 거야? 하는 생각에 거리낌 없이 속삭였다.


“하지만 저 입들에겐 눈이 없잖아요? 그냥 깎아내리기에 급급해 보이는데요?”


내 말에 은발의 여자는 맞장구를 치며 설명했다.


“맞아요. 하지만 왜 인형은 그들의 말에 맞추는 걸까요? 손님이 보기엔 어땠나요? 저 인형이 그냥 크기만으로 평가당할 정도로 한심하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나요?”


“인형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렇게 형편없게 만들어진 것 같진 않은데요? 잠깐, 그럼?”


마지막 혼잣말에 가까운 알아챈 듯한, 함성을 얕게나마 지르자 은발의 여자는 그제 서야 완전히 긍정하듯 설명했다.


“맞아요, 자신이 자신의 평가를 하기 보단 남들의 시선에 맞춰 나가는 게 극대화된 세계에요.”


“그렇군,……으아아악!!”


긍정하려는 순간 그림자가 칼날같이 변해 내 몸을 휘감았고


“손님!”


하는 은발의 여자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어라? 오늘은 먹잇감이 좀 많은 꿈이네요, 키득키득 고맙습니다. 엘릭서스님.”


왠지 모를 찍찍거리는 쥐의 울음소리가 섞인 말소리가 가득 채워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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