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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의 세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가목
작품등록일 :
2013.07.24 16:04
최근연재일 :
2014.06.07 21:00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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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6
추천수 :
327
글자수 :
186,020

작성
13.11.0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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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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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0쪽

N의 세계38

DUMMY

달빛이 천천히 모든 것을 은은하게 비추기 시작했을 때까지 나는 검은 생물체에게서 도저히 시선을 떼어낼 수 없었다.


“데르커? 데르커야? 어쩌다가 그렇게.”


천천히 목이 메여 왔다. 어쩌다가 저렇게 되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랭크가 낮다고 좌절한 드림워커들이 악몽을 스스로 몸에 박아 넣으면서도 욕망하나로 인한 괴물이 되어버리는 건 간혹 있는 일이었으니까. 단지 저렇게 된 게 내 주변의 사람이라는 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또 랭크를 가지고 판단하는 그 구역질나는 녀석들이 뭐라고 했나?’


달빛에 반짝거리는 모래알 같은 것들 사이에 데르커라고 추정되는 검은 생명체를 본 순간 내가 억지로 잊고 있었던 기억의 문이 열려버렸다.


그날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N의 세계에서 찻잔을 들면서 책을 읽고 있을 때면 꼭 놀러오는 세렌티아라고 하는 연보라색의 갓 중학생이 된 듯한, 앳된 외모의 드림워커가 있었다. 옆에서 항상 해맑게 웃으며 자기가 가진 꿈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얘기하던 드림워커였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지금은 애써 잊으려고 하다 보니 뭐가 되고 싶어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진 않는다. 어쨌든 굉장히 즐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있는 것만으로 내가 고위 랭크를 가진 드림워커가 아닌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을까 그녀의 얼굴에 차츰 차츰 검은 그림자가 끼기 시작했다.


‘하아~ 언니! 언니는 A랭크라서 좋겠어요.’


어느 날이었을까. 대체 누구였을까? 이렇게나 세상 다 가진 것 마냥 해맑게 웃던 아이에게 이렇게까지 어둡게 절망을 안겨준 사람은 도저히 믿고 싶지 않았기에 나도 별 거 아닌 것처럼 넘기고 싶었고, 넘겨버렸다.


‘얘는 이런 자리에서까지 꼭 그런 걸 이야기해야 되겠니? 하아. 덕분에 독서하고픈 마음 싹 가셨잖니.’


‘그래도요 저는 그런 말이라도 할 자격 없는 사람처럼 취급하는 게 역겹다고요. 정말이지.’


‘잘 들어 ‘나’는 ‘나’고 ‘너’는 ‘너’야. 그런 식으로 일일이 따지면 꼭 필요한 사람 없다고.’


‘듣고 보니, 그러네요. 언니 고마워요 헤헤 덕분에 기분이 나아졌어요.’


‘그래?’


솔직히 이때만 해도 나는 믿지 않았다. 아니 나도 내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간접적으로 랭크를 강요받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튀어나온 말이 그렇게까지 따스할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너무나도 해맑게 그리고 순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아무것도 모를 정도로 너무나도 빠져들었다.


언젠가 그런 나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도저히 깨기 싫은 이 꿈같은 나날 속에서 나도 모르게 그녀를 의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의지가 너무나도 과했나 보다.


그렇게 반 강제적으로 알게 된 건 갑작스런 어느 날이었다. 그녀는 어느 샌가 내가 있는 곳에 오려고 하는 것을 꺼려하기 시작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날도 평소 때처럼 책을 읽고 있던 한가로운 날이었다.


‘후 도저히 책이 안 읽어지네,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랜만에 세렌티아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볼까?’


하지만 내가 간 곳은 전혀 이상한 곳이었다. 이곳저곳 널 부러진 파편들이며 한층 더 살벌해진 경비시설 같은 것이 내가 지금까지 상대해온 악몽들과 맞먹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도착한 그곳엔-


아! 아! 차라리 그때 난 그곳에 가지 않았어야 했다고 몇 번이나 울면서 토하면서 반 미친 사람처럼 행동했는지 모른다.


너무나도 어린 나이의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도대체 몇 갠지도 헤아리기 힘든 수없이 많은 유리 파편 같은 악몽의 조각들을 자신의 배에 박아 넣은 상태로 서 있으면서 웃음만을 강요받은 듯 웃으면서 말할 뿐이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배에 수많은 악몽의 조각들이 박힌 채 입가에 선혈을 토해내면서도 웃으면서 말하던 그 아이의 표정이 내게 악몽으로 남아서 나를 괴롭히고 있으니까.


‘미안해요. 언니.’


‘안돼에에-!!’


내 절망에 가득찬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는 랭크를 올리겠다는 욕망하나로 가득 차버린 검은 괴물이 되어버렸다. 아직도 기억난다. 완전히 검은 괴물로 되기 전에 남겼던 그녀의 말이…….


[차라리 언니의 손으로 죽여주세요. 이렇게는 못살겠어요. 마지막 부탁이에요 언니.]


그 후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괴음 같은 것을 질렀던 것만 기억할 뿐이었고 정신을 차렸을 땐 내 양손위에서 해맑게 웃으면서 눈을 감고 있는 세렌티아 뿐이었다.


해맑게 웃으면서 꿈에 대해 활기차게 말하고 꿈을 가지려고 손을 한껏 펼쳐보던 그녀는 이제 랭크가 낮다고 아파할 일 없는 차디찬 주검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가장 의존하고 있었던 내 손 위에서…….


만약 내가 그때 다른 말을 해주었더라면 만약 내가 그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었더라면-


동시에 무기력한 자신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뭐가 대단하다는 거야? 뭐가 유능하다는 거야?! 이런 작은 것 하나도 못하고 오로지 평가만 그렇게 받을 뿐이잖아! 그럼 좋아 내가 S랭크가 돼서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말겠어.


그렇게 해서라도 동료 드림워커들을 비웃어주고 싶었다. 내가 원한 건 딱 그거 하나였다. S랭크면 뭐든 다 될 것처럼 꼭 신이라도 된 것 마냥, 행동하려는 녀석들이 가진 환상을 모조리 부숴버리는 것이.


하지만 S랭크가 되었을 때도 내가 아무리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악몽들에게 아슬아슬하게 처리해도 동료 드림워커들은 전혀 바뀐 게 없었다.


‘어이 저거 S랭크인 엘릭서스님이니까 저렇게라도 처리하신거지 너나 나였다면 아무것도 못했을걸?’


‘맞아 맞아’


그렇게 랭크에만 집착해서 S랭크가 된 드림워커들이 C급 드림워커들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악몽들에게 처참하게 먹히는 모습을 보고서도 그들은 그저 랭크에만 관심을 갖고 랭크에만 연연해하고 있었다. 꿈을 위한다면서 꿈과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 위해서 드림워커가 된 거면서도 그들은 어느새 부터인가 랭크에만 연연해하는 녀석들이 되어있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대체 어떻게 해야-


망치로 머리를 크게 얻어맞은 듯한, 이 충격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거대한 포효만이 낡은 건물을 뒤흔들었다. 동시에 거대한 흰색 발톱을 치켜세운채 이쪽으로 달려오는 거대한 검은 생명체가 보였다.


빨리 도망쳐야 하는데- 조금만 더 늦으면-


‘네가 뭘 할 수 있지?’


그때 그 목소리가 또 어딘가에서 울려 퍼졌다.


“……뭐?”


‘그야 그렇잖아 이제 질리지 않아? 역겹지도 않냐고?! 언제까지 이런 꼴이 반복되는 걸 그저 무기력하게 지켜봐야만 해? 지루하지도 않아? 비참하지 않아?’


“그만, 그만!”


‘그러니까 이제 여기서 포기하자 저 너머의 세계가 얼마나 허무할진 몰라도 이제 이렇게 반복되는 것만은 싫잖아?’


그 말에 대답할 겨를도 없이 다리에 순식간에 힘이 빠져나가려는 순간이었다.


데르커 아니 그렇게 부르기도 이제는 뭣하게 되어버린 그 검은 생명체가 다가오기도 전에 수명의 드림워커들에게 둘러싸였다. 검은 생물체는 그대로 모든 것을 작살내려고 하듯이 거대한 발톱을 휘둘렀지만 그것도 너무나도 간단하게 연두색의 얇은 비눗방울 막 같은 것에 저지당했다.


그 비눗방울을 만든 듯한, 가장 앞에 있던 연두색의 드림워커가 말을 꺼냈다.


“괜찮으십니까?”


“……예 그런데 누구시죠?”


“저희들은 드림씨커스입니다. 이제 이곳은 저희에게 맡기셔도 됩니다.”


“드림……씨커스?”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내가 어리둥절해할 틈도 없이 그들은 내 앞에서 연막탄 같은 걸 터트렸고 그 연막이 다 가실 때쯤에 내가 있었던 내 공방에 돌아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촛농이 타고 여러 가지 색이 교회 안같이 보이는 곳을 이곳저곳 비추는 곳에서 여러 명의 드림워커들이 검은 생물체를 밧줄로 꽁꽁 동여 맨 체 그 곳 최중심부로 데려가고 있었다.


처절하디 처절한 그 비명에 가까운 검은 생물체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곧 몇 명의 드림워커들이 날아갔지만 곧 무의미한 저항이었다는 듯이 완벽하게 제압당했다.


“데려왔습니다. 베레네스님 부디 이 무지한 중생에게도 안식을!”


연두색의 드림워커가 신앙에 가까운 듯이 외치자 그때까지 안에서 기도를 올리던 수도복을 입은 금발의 드림워커가 천천히 검은 생물체에게 다가왔다.


“저런 가엾게도 자신의 무력함에 잡아먹히셨군요.”


그의 말 한마디와 동시에 등에 쓰다듬듯이 오른손을 올리자 그때까지 가슴팍에 불길한 푸른색을 내뿜고 있던 검은 조각이 파르르 떨더니 곧 힘없이 떨어졌다.


맑은 음을 내림과 동시에 검은 생물체는 원래의 색을 자랑하는 드림워커가 되어 힘이 다 풀린 모습으로 물어보았다.


“으……다……당신은……?”


“아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베레네스라고 합니다.”


이제는 더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을 주는 신비한 그의 말을 들을 틈도 없이 그는 잠자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금발의 수도복을 입은 드림워커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여기까지 데려오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치신 곳은 없으신가요?”


“오오! 역시 베레네스님! 이 정도쯤은 괜찮습니다.”


“저희보다 더 괜찮으신가요?”


어딘가 광기가 서린 듯한, 그들의 신도에 금발의 남자는 과분하다는 듯이 양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저야 괜찮고, 말고요. 서로 꿈을 인간으로부터 구하자고 모인 동지들이 아닙니까? 그러나 이렇게 당한 걸 보니 여전히…….”


그는 어두운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고 그와 동시에 드림워커들이 말했다.


“이제 저희들이 스스로 인간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인간들은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 한 알아주지도 않는 무지한 것들이 아닙니까?”


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에 금발의 남자는 조금은 밝아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가요? 그러면 앞으로 좀 수고스럽겠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밝은 한마디가 천천히 무겁게 울려 퍼졌다.


작가의말

시험 끝나고 다시 컴백했습니다! 만 34화는 대체 무슨 짓을 한걸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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