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Best Sell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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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해나가 우지민 작가님 ‘블랙 셀러브리티’가 재미있다고, 한 번 읽고 멈추지 못해서 밤 거의 꼴딱 세우다시피 했다며 SNS에 올린 게 어제 오전이네요.”
“그럼 그걸 동료 연예인들이 보고 따라 사서 읽고 연이어 올리고 있다는 거야?”
“네네. 이거 보세요. 장난 아녜요.”
정말로 마치 독서 챌린지라도 하는 듯한 상황이다.
처음에는 주해나가 이 책을 읽고서 재미있다고 인별에 올린 줄 알았다.
하지만 사연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해나 씨가 대기실에 찾아온 후배 여배우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마침 데스크에 책이 놓여 있었던 거예요. 근데 열혈 팬 중 한 명이 그 표지를 보고 그게 ‘블랙 셀러브리티’란 걸 알게 된 거죠. 그래서 해나 씨한테 요즘 그거 읽느냐고, 재미있냐고 물어보게 됐고, 결국 다시 인별에 답장 겸 사진을 게재했던 거네요.”
“아, 그러니까 처음부터 해나 씨가 자의적으로 올렸던 게 아니네.”
“네, 맞아요. 근데 오히려 이런 과정이 되니까 당연히 어떤 홍보 같은 게 아니란 게 확인 된 거잖아요.”
“그렇지! 만약 뜬금없이 그냥 재미있다고 올렸으면 괜히 의심 살 수도 있지만, 이건 아니지.”
“와, 진짜 어떻게 이런 식으로 화제가 되냐. 이건 거의 기적인데.”
주해나의 인스타에는 수많은 ‘좋아요’ 숫자가 기록돼 있었고 그녀의 인기를 반영하듯 셀 수 없는 코멘트가 올라와 있는 게 보였다.
그 중에 가장 맨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리플라이.
- 우리 해나 결국 저녁에 봤구나. 내가 밤에는 보지 말라고 했잖아. 잠 못 잘 거라고. 컨디션 괜찮아?
거기에 유해나가 또 답을 달았다.
- 미치는 줄 알았어, 언니. 너무 재미있어. 정신이 다 나갈 정도로. 나 1권 2권 다 주문했어요. 이건 두고두고 읽어야 한다는 필이 왔거든. 고마워, 사랑해!
당연히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 ‘블랙 셀러브리티’. 바로 서점에서 샀습니다. 혹시나 해서 아직 펼쳐보진 않고 있어요. 회사에서 잘리긴 싫거든요.
- 언니. 이거 정말 재미 미쳤어요. 저하고 같은 생각이시라서 기분 짱 좋아요!
- 이 작가님 ‘본투비스타’ 쓰신 분이란 것도 아시죠? 천재 작가님의 작품이라 역시 천재 아티스트가 알아보시네요!
- 조용히 ‘좋아요’ 누르고 서점으로 갑니다.
- 내 텅 빈 머리에 오랜만에 활자를 넣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는 주해나 님께 축복을!
- 누님. 이런 좋은 책도 추전해 주시고. 사랑합니다!
- 얘, 누나보다 나이 많아요. 속지 마세요.
- 해나 님이 추천해 주셔서가 아니라 정말로 재미있네요. 다른 책에 손이 가던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축복받으실 거예요.
- 해나 씨 이 작품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주인공 하시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읽으면서 문득 드네요. 저만의 꿈인가요.
- 언니. 언니 신곡 홍보하셔야죠. 왜 다른 걸. ‘블랙 셀러브리티’를 쉼 없이 읽어가며...
- 참고로 덧붙입니다. 휴일에 읽으세요. 두 권 딱 하루면 됩니다. 단, 식사는 거르게 되실 겁니다. 하루의 인간관계도 포기하셔야 되구요. 언니, 건강 챙기시면서 활동하세요.
수없이 달리는 댓글들.
그나마도 ‘새로고침’을 하면 금세 숫자가 늘어난다.
“와, 이거 좀 센데.”
“뭔가 바람이 불어오는 느낌이야.”
“바람이 아니라 폭풍 아닌가요? 커뮤니티도 지금 타오르기 시작했어요.”
유가영은 각 온오프라인 대형 매장의 판매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게 답답할 뿐이다.
여기에는 사는 사람이 많다는데 아직 반응을 볼 수 있는 길이 없으니.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줄 한 줄기 전화가 걸려왔다.
- 영업국입니다. 차장님, 지금 서점들에서 주문 밀려들고 있어요.
“그게 정말이에요?”
- 네네. 게다가 두 개 매장에서 독립매대 설치해주겠다는 약속까지 받았습니다.
“오, 그래요? 절대 안 해주겠다고 했다면서요.”
- 그만큼 상황이 급변한 거죠. 이슈도 되니까 거기에 올라타려는 거구요.
“대박이네.”
- 특히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량이 너무 급격히 올라가고 있어서 아무래도 2쇄 들어가야 할 거 같은데요.
“그 정도예요?”
- 네네! 아무리 누가 추천을 해줬다고 해도 그렇지, 갑자기 왜 이렇게까지 난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일주일 넘어 가서 터지는 거 처음 봤네요, 하하.
이런 상황이라면 굳이 숫자를 확인해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분명 뭔가 터진 건 확실해보였다.
“왜, 왜? 무슨 일이야? 전쟁 났어?”
외부 손님과 점심 식사를 마치고 들어온 김 국장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웅성대는 편집국에 물었다.
사정을 전해들은 그.
“오케이! 드디어 해가 뜨는 구나! 잠깐 가렸던 구름이 걷히고 있는 거야! 역시, 좋은 작품은 결국 알아보게 돼 있는 거지, 하하!”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만세라도 외칠 기세.
“국장님. 2쇄 들어갈까요? 그래도 현장 확인하고 오늘 판매량 데이터 집계되는 거 확인하고 진행해야겠죠?”
“그럴 거 뭐 있어. 분위기 보면 딱 감잡히는데. 이러다 하루라도 공급 못하면 그 손해 어쩔 거야? 바로 진행해. 내가 책임 질 테니까!”
“알겠습니다, 국장님.”
“그리고 마케팅팀하고 다시 협의해서 독립매대 배너 빨리 제작하고 2쇄 기념 이벤트도 빛의 속도로 준비하자고!”
“넵!”
그간 가라앉았던 ‘프라이머 북스’ 편집국이 모처럼 들뜨며 활기에 찼다.
*****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민지우.
무슨 일인가 하고 인터넷을 들어가 봤다.
비록 독자들이 언젠가는 작품의 진가를 알아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여유와 초연으로 일관했던 그였지만 이런 상황이 발생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었다.
‘신기하네...!’
유 차장의 말대로 정말 꽤나 많은 연예인들이 ‘블랙 셀러브리티’를 읽고 있다는 인증 사진을 SNS에 뿌려대고 있었다.
갑자기 이 바닥에 독서 열풍이라도 부는 건가.
다만 그게 소설책 하나에 한정된 게 특징적이긴 한데.
‘어떻게 이런 일이? 홍보를 부탁한 것도 아닌데 이게 가능하다고?’
역시 모든 성공에는 운이 따라야 하는 법인 건가.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건의 뿌리.
주해나와 나유리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해야 할 듯싶었다.
드르륵 드르르륵.
반전을 알리듯 핸드폰이 지진을 일으켰다.
“네, CP님!”
마침 최인아 CP의 전화다.
- 이렇게 일이 풀리네요. 출판사에서 연락 받으셨죠?
“아, 네. 저도 좀 얼떨떨합니다.”
- 역시 되는 분은 어떻게든 되네요. 혹시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보셨어요?
“그건 아직요.”
- 축하드립니다. 국내 국외 통합 소설 베스트셀러 3위에 오르셨어요!
“정말요?”
어제만 해도 국내 소설 부문 일간 베스트셀러 20위권이었는데.
단 하루 만에 세상이 바뀌었다.
입소문이 이렇게나 무서운 거였다.
물론 그 입이 입 나름이겠지만.
“내일 마음 좀 편하게 회의 들어가도 되겠군요. 그동안 반응이 약해서 솔직히 눈치가 좀 보일 것 같았는데 말이죠.”
- 작가님께서 눈치를? 믿어지지 않는데요?
“저도 속으로는 다 신경 쓰고 있었다구요.”
- 호호, 그러셨겠죠. 어떻게 이런 식으로 엉뚱한 분들이 우리를 도와주시네요.
“주해나 님하고 나유리 님, 잘 아세요? 함께 작업해 보신 적 있으세요?”
- 그럼요. 유리 씨는 좀 됐어요, 4년 정도 전인 것 같고. 해나는 재작년에 청춘드라마 했어요. 둘 다 제가 피디였을 때. CP 올라오기 전에요.
“아, 그럼 친분이 꽤 있으시겠구나.”
- 그래서 좀 이따 연락 한 번 넣어 보려구요. 요 귀여운 애들이 너무 좋은 일을 해줘서, 아무래도 뭔가 보답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서 고민 좀 해봐야죠. 호호.
물론 그녀들은 이 작품이 드라마화를 벌써 계획 중이란 사실은 알 리가 없다.
그래서 더 고맙고 신기한 민지우다.
‘나도 나중에 보면 감사의 인사 정도는 해야겠네.’
3권이 나오면 직접 사인을 해서 선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틀 후.
‘블랙 셀러브리티’는 국내 국외 통합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얏호!”
“드디어 해냈어요!”
“내가 뭐라고 해. 분명 일 날 거라고 했잖아!”
“브라보! 우리 편집실에서 출간한 작품이 1위한 게 얼마 만이에요!”
“어서 우지민 작가님께 연락해서 이 기쁜 소식 알려드려, 유 차장!”
“네네!”
‘프라이머 북스’ 편집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자축의 분위기.
불과 3일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이 되어 버렸으니.
마치 9회말 투 아웃에 3점 차이로 지고 있던 팀이 그랜드슬램으로 역전을 한 느낌이랄까.
“작가님!”
- 네, 유 차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너무 들떠서 목소리까지 떨린 모양이다.
“좀 전에 발표된 집계에서 ‘블랙 셀러브리티’가 국내 국외 통합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어요! 축하드려요, 작가님!”
- 그래요? 잘 됐네요. 차장님 비롯해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민지우는 출판사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부터 전했다.
거기에 더 감명을 받는 유가영 차장.
“작가님. 이렇게 좋은 일에 축하 회식이라도 해야죠. 한 번 나오실 수 있으세요?”
- 아, 글쎄요. 며칠 전부터 작업을 좀 시작한 게 있어서요. 당장은 곤란할 것 같네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그럼 다시 연락드릴게요.”
전화를 끊은 그녀에게 김 국장이 물었다.
그의 얼굴은 그야말로 환희와 상기에 가득 차 있었다.
“바쁘시대?”
“네. 아무래도 드라마화 작업 때문인 거 같아요. 3권 집필도 있고.”
“그래, 그러시겠지. 나중에 우리가 댁 근처라도 가서 식사라도 하자. 그런 정도는 부담스럽지 않으실 테니까.”
“좋아요, 국장님.”
“나는 어서 대표님하고 전무님한테 이 기쁜 소식을 보고하고 와야겠어.”
신이 나서 거의 뛰다시피 하듯 편집실을 나서는 김 국장의 모습을 뒤로 하고 유 차장은 다시 모니터에 시선을 가져갔다.
온라인 서점에는 후기가 폭발적으로 달렸고 99퍼센트가 최고의 재미를 토로하는 글들이었다.
- 정말 손에서 놓지를 못하겠더군요. 진짜 재미있고 스릴 넘칩니다. 추리 서스펜스 장르도 아닌데 이런 경우는 처음인 것 같네요.
- 이 작가님이 ‘본투비스타’를 쓰고 ETVN 신인작가 공모전에서 대상 탄 분이랍니다. 이 소설도 꼭 드라마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 ‘블랙 셀러브리티’ 드라마화 강력 추천합니다.
- 주해나 님 덕분에 이 소설을 알게 됐습니다. 하마터면 정말 좋은 소설 지나칠 뻔했네요. 해나 님께 감사드립니다.
-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주해나 님 캐스팅 어떨까요? 이 책을 좋아하셔서가 아니라 캐릭터 상 딱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네요.
- 3권은 언제 나오나요? 출판사에서 올린 기사 보니까 총 세 편이라던데. 지금 책 두 권 세 번째 보고 있는데, 마지막 편에 온갖 상상이 다 되서 궁금해 미칠 지경입니다. 사람 살리는 셈 치고 빨리 막편 내주시면 안 될까요?
- 너무 생생해서 꼭 실화 같아요. 이 책 재미있다고 올리신 연예인 분들은 이런 어둠의 연예계와는 비껴나 있는 분들인 것 같네요.
- 드라마 작가로 먼저 데뷔한 분이어서 그런지 읽으면서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올라요. 정말 실감 납니다. 표현과 묘사가 완전 라이브 그 자체네요.
- 드라마든 영화든 영상화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이렇게 되면 ‘블랙 셀러브리티’는 제작 전부터 자연스레 화제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서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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